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105화 (105/497)

105화 덕중의 덕

로그 아웃을 모르는 사내.

폐인 중의 폐인.

프레이는 이런 칭호들을 얻으며, 블러드 라인에서 죽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이해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그는 행복했다.

인간의 행복을 바라는 염원이 만들어낸 존재인 반족의 신이지만, 그렇다고 그 자신이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반 신족들 역시 서로를 비교하고 그 때문에 괴로울 때가 많았다.

자신이 다스리는 종족이 번영하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 반 신족의 보람이자,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굴베이그가 황금을 뿌린 것은 그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번영이 행복을 불러오진 않았다. 인간이 늘어나면 식량도 살 터전도 부족해지고, 서로 뺏고 빼앗는 다툼이 벌어진다. 황금이 많아지면, 황금의 가치가 떨어져서 만족할 수 없게 된다.

과거에 다이아몬드보다 비싼 유리가 지금은 가장 저렴한 재료중 하나로서 먹고 버리는 일회용 음료수 병에나 쓰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프레이와 프레이야가 인간을 엘프족으로 변화시킨 것은 그 때문이었다. 적게 먹고 적게 쓰고, 욕심은 적으면서 숫자도 급격히 늘지 않는다. 남성의 지배욕이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 남성의 지배욕을 거세해 버렸다. 여성보다 작고 약하며 그저 아름다운 미소년의 모습으로 늙지 않고 살다가 죽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그다지 답은 아니었다. 보다 많은 백성이 보다 행복해야 하는데, 욕심이 적으면 불행하진 않지만 동시에 행복도 적었다. 간절히 돈을 원하는 사람이 돈을 손에 넣을 때 행복해지는 것이지, 돈을 원치 않는 사람은 돈이 생겨도 그렇게까지 크게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무엇을 얻었을 때의 만족은 그것을 얼마만큼 간절히 원하는가, 곧 만족은 욕망에 비례하는 것이다.

프레이야는 엘프라는 종족에 만족했지만, 프레이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변화를 원하는 엘프들을 모아서 새로운 엘프들을 창조했다. 번식력도 높이고, 남성의 지배욕과 공격력도 다시 되찾아 주었다. 번식력을 높인 만큼, 수명은 좀 더 줄였고 그것은 곧 엘프에게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형태가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는 반 족을 외면하고 오딘에게 붙었다. 멸망해가는 반 신족들과 그 백성들을 보면서 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믿었지만, 서로 죽고 죽이며 불행해져가는 자신의 백성들을 보면서 정말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인지 회의감을 가졌다.

그리고 아스 신족으로서, 반 신족인 프레이야와 그 백성인 엘프들을 해치우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그는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내심으로는 안도했다.

더 이상 엘프족과 다크엘프족 중 누가 더 행복한지, 덜 불행한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었다.

반 족이 멸망하면, 그의 선택은 올바른 것이 될 터였다. 이미 죽은 자와 산자 가운데 누가 덜 불행할지의 문제는 남겠지만.

그리고 결국 프레이는 오딘의 덫에 걸렸다. 그리고 오딘이 노리는 것이 프레이야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또 한번 절망했다.

그는 반 족의 신 답게 자신의 백성들을 소중히 여겼기 때문이었다. 탐욕으로 움직이는 아스 신족이나 두려움을 통해 만족을 얻는 거인 족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리고 마침내 블러드 라인에서 미아가 되었을 때,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처지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저 재미있게 이 세상에서 놀면 되는 거였다.

그 사실을 알려준 것이 원기의 친구인 호철과 찬균이었다. 그리고 프레이의 유일한 친구들기도 했다. 그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면서 한국말도 터득할 정도였다.

하루에 두세 시간 정도 들어오는 그들과 함께 노는 시간이 프레이에게는 가장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오딘이 이 세상을 정복하려고 노리고 있다고요?”

“그래. 오딘은 미드가르드에 사는 가장 강력한 신이지. 마신이라고 해도 좋을거야.”

[야, 이거 뭐냐? 퀘스트냐?]

[글쎄. 프레이 형님이 NPC였나? 그건 아닌데?]

[NPC라는 소문도 있었어. 엄청난 인공지능이라는 소문도 있던데?]

찬균과 호철이 가져다 준 공략 정보를 이용해서, 프레이는 게임 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점차 시스템에 적응하면서 스킬 시스템을 아주 정확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몸놀림은 엘프만 못하지만, 스킬의 정확한 타게팅과 쿨타임을 정확하게 잴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스킬을 사용 능력이 몹과 동등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임의 밸런스는 기본적으로 유저와 몹 가운데, 유저에게 유리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스킬을 사용하는 고렙 전투에서 프레이를 능가할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게임의 신 아니면 NPC일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일단 NPC는 아냐. 게임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몰라. 그냥 게임 설정에 빠진거 아닐까?]

찬균의 추측에 호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설정 놀음하는건가?]

[그래. 전부터 자기는 미드가르드의 신이었다느니 하는 소리를 태연히 했었지. 나이는 많은데 중2병인지도 모르겠다.]

[과연, 덕중의 덕은 양덕이라고 하더니만. 웃. 프레이 형님이 왠지 더 존경스러워졌다.]

[너도 참 못말린다. 그럼 블러드 라인 계속 할거냐?]

[한 가지 게임만 붙드는 성격은 아니지만, 프레이 형님도 있는데 계속 해야겠지?]

찬균과 호철은 나름대로 납득하고 멋대로 프레이의 경고를 무시했다.

[어딘가에서 퀘스트 정보 주워듣고 온건지도 몰라.]

[아, 그렇겠다. 하지만 멋대로 지어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

[뭐, 오딘이라는 놈이 블러드 라인의 세상 정복하든 말든 알게 뭐냐? 끽해봐야 상점 수수료나 올라가겠지.]

찬균과 호철은 프레이에게 장단을 맞추면서 게임을 시작했다. 프레이 덕분에 고렙 사냥터에서도 나름대로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

“성기사 그렌이랑 성전사 미라엣은 뭐에요?”

두 마리의 테이밍 늑대에 붙은 이름을 본 찬균이 물었다.

“아, 내게 충성을 바치던 소중한 부하들이지. 내가 신의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충성을 다 해준 내 수족이나 다름 없었어.”

[와, 설정 쩐다.]

“역시 프레이 형님. 즐길 줄 아는 분이세요. 저도 그런 부하나 설정해 봐야겠네요.”

‘설정? 이건 또 뭐지?’

“아, 그래. 너희에게도 그런 부하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프레이는 너무 꼬치꼬치 물으면 대화가 이어지질 않다보니 적당히 장단을 맞추는 테크닉을 배웠고, 프레이의 설정 놀음에 장단을 맞추는 ‘덕으로서의 예의’를 지키는 호철과 찬균 덕분에 그들의 대화는 왠지 헛도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와중에도 그들의 우정은 나름대로 착실히 깊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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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의 임무라고 할까, 역할은 두 가지였다. 신전에 남겨진 세계수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그것을 회수하는 것이었다. 죽은 상태에서 뽑으면 그냥 나무토막이 되지만, 프레이야와 연결된 상태에서 뽑으면 어느정도 살아있게 된다.

그리고 이 살아있는 상태의 세계수는 다른 곳에 이식할 수도 있지만, 토막을 내서 아티팩트의 재료로 쓰거나 잘게 부시고 녹여서 성수로 사용할 수 있었다. 보통은 세계수의 수액을 사용하지만, 잘게 부숴서 녹인 세계수의 경우 일반적인 성수보다 진한 농도를 가질 수 있었다.

이 특수 용액을 사용하면, 발키리의 물리력을 잠시나마 상승시킬 수 있었다. 발키리 탄환의 유도 성능은 기계적인 것이 아니라 발키리의 ‘염력’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유용했다.

그렌과 미라엣이 재빠르게 다크엘프들의 피난을 도왔기 때문에 마지막 신전의 회수 작업이 끝나고 후퇴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인 기사들은 그들이 움직인 흔적을 보고 추적해 오고 있엇다.

거북 전차가 움직이면서 만들어진 뻥뚤린 도로는 거인 기사들에게 있어서도 편리한 도로가 되어주고 있었다.

“대책은 하나 뿐이로군.”

조제성은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결론 하에 결단을 내렸다.

“대전차 지뢰를 매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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