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화 돈은 마법보다 강하다
리디아는 엘프들의 희생자들이 발생했다는 소식과 조제성과 연결이 되지 않는 상황에 초조함을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그것은 암흑가의 머리들이 모이는 회의였다.
그녀의 능력은 어디까지나 직접적인 만남에서만 효과를 발휘했다. 전화나 영상회의를 통해서 이야기가 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계좌 이체를 하는 방식이나 누군가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주는 것도 효과가 없었다.
그녀가 있는 자리에서, 상대가 그녀를 보고 그녀가 준다는 것을 인식한 상태에서 받아야 의미가 있었다. 물론 물건을 누가 대신 들어서 나르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다.
수천, 수만의 군중들을 상대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능력은 엄청난 것이긴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사용하기에는 조금 까다로운 면도 있었다.
통신 수단의 발달로 직접 얼굴을 보기도 힘들고,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를 제외하면 사람들을 모아들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실 굴베이그 왕국에서도 많은 이들을 모아놓고, 식량을 하사하면서 효과를 많이 보기는 했지만, 그 자리에 모이지 않은 사람들은 묘한 위화감과 온도차를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
그 때문에 굴베이그 왕국내의 백성들 사이에서도, 뭔가가 있지 않을까하는 음모론이 퍼지고 있었다. 사실을 말하는 것이니, 음모론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음모론처럼 조심스럽게 퍼진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프레이야의 선정이 이어지면서 음모론은 조용히 사그러들고 있지만, 이종족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감을 가진 일부의 사람들은 그것에 집착하고, 반감을 키우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간접적 방법이 아닌 직접적인 방법만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리디아 또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도박을 걸었다.
멕시코 지역의 주요 갱단 두목들과 회합을 연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갱단 두목들에게 그녀 재량으로 가능한 한도의 돈을 선물했다.
그리고 갱단 두목들은, 새롭게 갱들 사회에 진입한 그녀가 저자세로 자신들에게 상납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별 부담없이 받았다.
그리고, 곧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리디아의 수족이 되어버렸다.
“그게 문제인 겁니까?”
“꽤 큰 문제지요. 끌어 안아선 안될 사람들을 끌어안은 겁니다.”
조제성이 쓴 웃음을 지었다.
“프레이야님은 자신의 휘하에 있는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용납하실 수 있습니까? 살인, 강간, 인신매매, 폭행, 마약판매 등을 하는 것을 용납하실 수 있습니까?”
원기는 조제성의 말에 당황했다.
“그, 그런 말씀을 하셔도...”
“현재 이뤄지고 있는 일입니다. 리디아님은 이미 ‘어둠의 지배자’, ‘여제’ 등으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다섯손가락 안에드는 범죄 조직은 모두 리디아 전하의 휘하에 들어간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굵직한 조직만 합쳐도 전체 갱단의 80%는 됩니다.”
“당장 그만 두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진짜 혼란이라는게 무엇인지 보게 되겠지요.”
조제성의 걱정은 원기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쉽게 돈벌던 자들이다. 그들에게 진지하게 열심히 일하란다고 그걸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우두머리들의 충성은 별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이 그만두고 회개하라고 회개할 자들은 아니었다. 만약 그것을 강제한다면, 조직 내부에서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컸다.
방치하면서 그들을 이용해서 권력, 돈, 정보 등을 얻는 것이 가장 쉽고 편리한 길이지만, 그것은 결국 심각한 도덕적 타락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조제성 자신은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이들이 그것을 쉽게 받아들일리 없었다. 특히 프레이야 여신은 받아들이지 않을거라고 믿었다. 받아들이는 쪽이 편하고 이익이라고 믿고 있지만, 프레이야 여신만큼은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혼란을 불러올 수는 없으니, 어떻게든 상황을 바꿔야 할겁니다.”
“과유불급이라고 해야겠지요. 제 계획으로는 폭력 조직들간의 전투로 좀 솎아내고 쓸만한 녀석들만 받아들이는 거였습니다만...”
조제성의 계획은 간단했다. 폭력조직들과 싸우면서, 폭력조직들간의 싸움을 붙여 나간다. 그리고 악질적인 놈들부터 죽여나가다보면 어느정도 대화가 통하는 놈들이 남을 것이고 그들과 교섭하면 편하게 끝난다는 생각이었다.
“그것도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군요.”
원기는 쓴 웃음을 지었다. 프레이야의 영향일지도 모르지만, 악인들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리디아가 강제로 끌어들인 인간들이라고 해도, 그들을 지켜주고 이끌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조제성 역시 그 마음을 알았기 때문에 ‘대형사고’라고 칭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적어도 80에서 90퍼센트 정도는 솎아내고 흡수했어야 하는데.’
리디아의 영향력 안에 들어간 갱 조직 멤버가 수만명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놈들이 지금도 온갖 흉악한 범죄들을 저지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남미 문제를 빠르게 매듭짓고 미드가르드 문제를 돕고싶었던 리디아의 조바심이 만들어 낸 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잘 수습하면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만들어야 겠지요.”
암흑 조직들을 통합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상층부에게 충성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리디아의 존재가 노출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그녀의 이름과 외모는 흘러나가지 않았지만, 멕시코의 조직들을 휘하에 둔 여자 보스가 있다는 사실이 이미 남미를 비롯해서 북미쪽까지 알려진 상황이었다.
불필요한 규모의 조직을 끌어안음으로써, 마피아들만이 아니라 정부 규모의 견제를 받을 수 있게 된 상황이었다.
검찰이나 경찰들에게 먹여온 떡값만 해도 엄청난 액수가 되었지만, 이것을 지불하는 것은 범죄요, 떡값이 끊기면 부패한 검찰, 경찰, 정치가 등은 적으로, 아니 원수로 돌변할 가능성이 컸다.
잘못하면 경찰이 아니라, 군대를 상대해야 할 가능성까지 생긴다고 봐야했다.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자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숫자가 너무 늘어나면, 비극이 발생하게 마련입니다. 기아, 질병, 전쟁 등이지요. 비극을 막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줄여나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물론 조제성은 얼마든지 그럴 용의가 있었다.
“일단 범죄자들을 장악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너무 많은 문제가 있어서, 처리하기 힘들긴 합니다만 우선은 군사 훈련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원들에게 총기 사용등 전투 훈련을 명분으로 정글 속에 훈련소를 차리고 거기다 쳐박아서 교육을 시키는 겁니다.”
조제성의 말에 원기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랬다가, 범죄자들의 전투력만 높히게 되는 건 아닐까요?”
“일단 훈련소에 들어가서 훈련을 시키면서 정신교육을 시키는 겁니다. 뭐랄까요. 범죄자를 군인화시키는 겁니다. 리디아양이 훈련소에서 적당히 세뇌를 시키면, 조폭에서 군인으로 탈바꿈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범죄자들은 기본적으로 나태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이 강했다. 그리고 절제하지 못하는 성향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전투 훈련을 통해서 독하게 길들인다면, 조직의 살인병기화 될 수도 있지만 절제를 못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막을 수 있고, 사회성이나 윤리의식을 가르칠 수도 있다는게 조제성의 판단이었다.
물론 일반적인 도덕론은 아니고, 무사도나 기사도 같은 폭력에 기초한 우월감을 중심으로한 변질된 도덕론이 되겠지만 충분히 가능했다.
템플 기사단과 혹시 싸우게 될 때에는 총알받이로도 쓸 수 있다는게 조제성의 생각이었다.
“그럼, 그렇게 해 주세요.”
“그래서 말씀입니다만, 거둬들인 세계수를 팔고 싶습니다.”
“세계수를요?”
원기는 당황해서 반문했다. 다크엘프 피난민들을 구조하는 작전의 부수입이 바로 신전을 이루는 세계수들이었다.
프레이야의 각인을 찍은 세계수들을 모조리 뿌리채 뽑아서 회수한 덕분에 프레이의 영토는 완전히 불모의 땅으로 돌아갔다.
세계수의 가지나 부산물들은 아티팩트를 만드는데 사용될 수 있었다.
“예. 그걸로 핸드백이나 벨트, 보석 등을 만들까 생각 중입니다.”
나무로 보석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세계수의 수액은 굳으면 마치 호박처럼 투명한 고체로 변했다. 미드가르드의 마법석이라고 해도 좋을 물건이었다. 신성력을 담을 수 있는 강력한 도구였다.
“아티팩트를 만드는게 낫지 않나요?”
드워프들과 장수한은 거둬들인 세계수를 이용해서 아티팩트를 제조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제가 계산해 봤습니다만, 활이나 검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세계수의 분량이면, 장식으로 만들어서 팔면 수백억의 가치가 생깁니다. 아티팩트 활 한자루면 최신형 전차 하나 값이 나오는 셈이지요. 물론 돈만 준다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갑작스럽게 수만명의 부양인구가 생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실질적으로 챙겨야 할 경제 규모나 인구는 수십만에 달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터였다.
마약을 재배하거나 생산하는 사람들이나 조직의 비호아래 장사를 하는 이들을 생각한다면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돈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번 기회에 브리싱가멘을 최고의 브랜드로 키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겁니다. 돈은 마법보다 훨씬 강하다는걸 보여드리지요.”
현재는 엘프나 드워프의 뛰어난 손재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조제성이 원하는 것은 현재 수준이 아니었다.
시장에서 사들인 조잡한 가방에 브랜드를 붙이기만 해도 가격이 몇십배로 뛰는, 그런 브랜드를 만들길 원했다.
좋은 것을 제값받고 파는 브랜드는 2류 브랜드다. 허접한 거라도 수십배의 가격을 내게 만드는 브랜드가 최고의 브랜드였다.
물론 이런 사고방식은 철저한 장사꾼의 사고방식이기도 했다.
‘위엄이나 카리스마를 연출하는 아티팩트로 백이나 반지, 시계등이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지.’
조제성은 현대인들, 특히 초특급 부자가 원하는 허영심을 채워줌으로써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멍청한 오딘이 방패가 되주고 있으니, 팍팍 밀고 나가 봐야겠어.’
그리고 약 한달 뒤, 남미 정글에는 갱들을 위한 특별 군사교육 훈련소가 생겼다. 그리고 그 입구에는 장수한이 명명한 간판이 붙어 있었다.
바로 ‘삼청 교육대’였다. 원기는 쓴 웃음을 지었고, 조제성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따로 이름을 붙일만한 가치는 없다고 판단해서 방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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