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114화 (114/497)

114화 미끼와 덫

“그런데 조제성 형님. 정말로 갱들을 갱생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미국에서 베트남 전쟁때 군형무소에 있는 병사들을 동원했더니, 죄다 총가진 도적이 되어서 결국 피해만 컸다고 하던데 말이지요. 범죄자들의 갱생이라는거 전 안믿습니다.”

“범죄자의 갱생을 믿지 않는다는 녀석이 농담이라지만, ‘삼청 교육대’같은 이름을 쓰냐? 일단 범죄자라는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범죄를 저지를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반사회적이고 절제력이 부족한 놈이고, 또 하나는 범죄를 저지르는 삶의 방식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놈이지. 갱들의 조직에도 나름대로 규율이 있어. 말도 안되는 규율이지만, 지키는 놈들이 있고 그것도 못지키는 놈들이 있지. 목표는 그 옥석을 가려내는 거다.”

조제성의 지론에 따르면, 결국 갱들의 조직에서도 진짜 망나니는 두가지 중 하나가 된다는 것이었다. 보스 아니면 총알받이.

보스들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범죄를 결정하고 규율 혹은 명령에서 자유롭지만, 부하들에게는 지시나 명령을 내리게 되어 있었다.

결국 지시나 명령, 규칙을 지키지 못하는 놈들은, 보스를 죽이고 자신이 보스가 되거나 아니면 보스 눈밖에 나서 소모품으로 전락해서 적당한 상황에서 쓰고 버려진다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갱들이 만드는 사회도 나름대로 사회적인 면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납득할 수 없는 야만적인 규칙이라고 해도, 인간이라는 생물이 무리를 짓고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룰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룰을 마음대로 짓밟고 어기는 자들은 갱들 속에서도 적응하기 힘들다는 것이 아이러니라고도 할 수 있었다.

"리디아양의 능력으로 세뇌하는 것은 어느정도 효과가 있지요?"

"유감이지만, 그녀의 능력은 세뇌라고 보기는 좀 어려워. 인간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야할거야."

인간의 정신에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 리디아의 배가교환의 법칙은 범죄자의 교화에는 그리 도움이 될 수 없었다.

리디아가 100원을 주면, 상대가 리디아에게 자발적으로 1000원 혹은 그에 해당되는 봉사를 해주도록 되어 있었다. 리디아를 위해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 ‘강제적’일 뿐이고, 수단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것이다.

따라서 리디아가 100원을 줬을때, 1000원어치 일을 해줄 수도 있지만 어디가서 사람을 죽이고 1000원을 빼앗아 리디아에게 가져다 줄 수도 있는 것이었다.

실제로 리디아가 장악한 다음, 갑작스럽게 범죄가 급증한데다가 질 나쁜 범죄가 늘었다는 이야기였다. 조직에 대한 상납금은 늘었지만,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모를 사람은 없었다.

장수한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배틀 캠프’라고 부르는 이 교육 시설은 결국 일정 수 이상의 범죄자들을 당분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역할을 하는데에서도 약간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특공대 수준이 넘는 고된 훈련을 시키면서, 훈련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체크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휴식시간에 나누는 대화들도 체크하고 있었다.

발키리들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엘프들 몇몇이 캠프 주위를 감시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귀는 몰래 갱들이 속삭이는 소리까지 모두 주워들을 수 있었다.

물론 그것 외에도 감시용 카메라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역할을 했다.

극한에 이르는 훈련을 통해서, 지시대로 움직이는 자기 절제가 강한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을 구분했다.

그리고 추가로 캠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작은 도시를 건설했다. 그리고 마피아들의 가족들이 살도록 유도했다.

치안은 갱들이 맡고 총사대가 감독하는 형태가 되었다.

원래 주민이 없던 곳에 지은 만큼, 시장은 선거로 총사대 중 한사람을 뽑았다. 사회적 혼란 중에 이쪽 저쪽에 손을 써서 만든 것이었다.

갱들이 치안을 맡은 갱들의 도시, 장수한은 이 도시야말로 ‘고담’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지만, ‘산라뜨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산라뜨로란 가톨릭의 ‘성 라트로’라는 이름으로 멕시코 등지에서 도시의 작명에 곧잘 쓰이는 방식이었다.

라트로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힐 때, 오른쪽에 못박힌 회개한 도적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름은 좋았지만, 치안 문제에 있어선 극히 살벌한 도시가 되어 있었다. 범죄를 일으키는 자들은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치안을 갱들이 맡았다지만, 야밤에 귀신처럼 현행범을 잡아내는 것은 총사대들이 맡았기 때문이었다.

실질적으로는 처벌만 갱들이 사적 린치로 행하는 비정상적인 정의가 존재하는 그런 곳이 되었다. 그 댓가로 끔찍한 혼란 속에서 치안이 확보된 도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물론 아직은 지도에도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고, 정부에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선 급한 불을 끈 원기 일행이 다음으로 검토에 들어간 것이 바로 오딘에 대한 대책이었다. 오딘에게 적당한 먹이를 던져줄 필요가 있었다.

“제 생각엔 철도와 증기기관차라고 생각 됩니다.”

“증기기관이라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조제성의 이야기에 장수한은 반대했다. 증기기관과 같은 원동기 기술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그정도는 되어야, 오딘도 당분간 매달려서 정신을 못차릴 겁니다. 그리고 증기기관 기술이 주어진다고 해도, 미드가르드에선 그것을 발전시킬 수 없습니다.”

조제성은 단정적으로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간단합니다. 미드가르드엔 석탄도 석유도 없습니다. 그건 화석연료기 때문이지요. 화석이 없으면 화석연료도 없습니다.”

“웃. 그렇구나. 과연 제성 형님이로군요.”

장수한이 무릎을 쳤다. 미드가르드는 약 이천년 전에 오딘이 막대한 신성력을 바탕으로 개척한 땅이었다. 그 이전에는 인간은 물론이고 동물은 커녕 식물도 존재하지 않던 땅이었다. 백골 전갈과 묘한 곰팡이같은 포자 식물이 사는 땅이었다.

화석 연료가 나올 수 없는 땅이었다. 땅 어디를 파도 석유나 석탄이 나올리가 없었다. 신성력이 강하니 ‘공청석유’같은 판타스틱한 물건이 나올 수 있을지는 몰라도 화석 연료는 나올 수 없었다.

“일단 스티븐슨이 만든 최초의 실용적 증기 기관차인 로코모션의 설계도를 드워프들에게 넘길 예정입니다. 원리를 설명하고, 장작이나 숯으로 작동하게 만들 예정입니다. 굴베이그와 세스룸니르 사이를 오가는 정기 여객 열차를 만들생각입니다.”

철도와 증기 기관차, 이것만으로도 미드가르드가 대폭적으로 변화하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갑작스럽고 크나큰 변화는 자연스럽게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게 마련이었다.

사회적 혼란은 프레이야 세력에게 있어서는 큰 기회가 될 터였다. 사회 변혁의 역사를 잘 알고있는 지도층이 있는 프레이야 제국은 혼란을 줄이고, 개혁이 잘 이루어지도록 만들 수 있었다.

충성스러운 엘프들과 광신도들이 된 다크 엘프들이 있는 만큼, 혼란은 정말 최소한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봐야했다.

------------------------------------

“이것만 장착하면 정말로 오딘님의 에인페리아가 될 수 있는겁니까?”

“그래. 이 네 개의 장식을 거울 네 귀퉁이에 붙이면 되는거다. 네가 제대로 붙이는지 오딘님께서 보고계시다는걸 명심해라.”

프레이야제국 굴베이그령 굴베이그 대신전 앞에서 두 사내가 대화를 나눴다. 조제성은 오딘이 오직 현대 기술만 경계하고 있을 거라고 판단하는 과오를 저질렀다.

오딘은 정령을 창조한 프레이야의 능력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었다. 현대 기술은 훔쳐 배울 수 있지만, 프레이야의 능력은 그런 영역의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조심스럽게 오딘의 덫이 하나 프레이야를 노리고 놓여졌다.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