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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15화 (115/497)

115화 탈 것.

갱들을 위한 도시 산라뜨로 건설은 그다지 까다롭지 않았다. 대규모 중장비와 자본이 동원되었기 때문이었다.

대외적으로는 공장부지와 사원 숙소로 알려놓고 펜스를 대규모로 둘러친 다음 내부에는 맨션과 쇼핑몰을 짓도록 하고 있었다. 인부 숙소를 겸한 가설 주택에 배틀 캠프에 들어간 갱들의 가족들이 들어와 살게 되었다. 완벽한 치안(이 경우엔 보안이라는 말이 어울렸다.)과 저렴한 물가가 공존하는 곳이라 입주자들은 모두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경제가 붕괴되고 범죄가 만연하는 상황에서 이런 주거환경은 얻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불만도 터져 나왔다. 그것은 바로 마약의 근절 때문이었다. 입주 조건에 일체의 마약이 금지되어 있지만 그나물에 그밥이라고, 갱들의 가족들 답게 범죄에 한발 걸치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마약을 밀반입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보안을 맡고있는 이들이 개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엘프들의 후각은 개보다는 못하지만, 그들은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개는 속일 수 있어도, 엘프들을 속일 수는 없었다.

결국 마약이냐 입주냐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약을 택하는 이들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고, 이것도 나름 불협화음이 될 수 있었다.

한가지 아이러니라면, 갱들은 자신들의 가족이 마약을 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었고(적어도 자녀만큼은) 마약 청정구역 설정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았다.

여러가지 어려움은 있지만, 규모에 비해서는 순조롭게 일이 추진되고 있었다.

반면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미드가르드의 대규모 토목 공사였다. 길을 닦고 철도를 놓는 것은 꽤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중장비를 동원하지도 못하고 오로지 인력만으로 철도를 놓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로코모션의 미드가르드판의 제작에 많은 드워프들이 소모되는 것도 문제였다. 드워프들은 새로운 기술에 매료되어 신이났지만, 그들의 손재주와 예술성을 살린 고가 사치품 제조가 더 큰 돈이 되었기 때문에, 자원 낭비라고도 할 수 있었다.

교육은 처음에는 많은 저항을 만났다. 중세 수준의 미드가르드에서 어린이들은 쓸만한 노동력이었다. 수도도 없고 가스도 없으니, 물을 길어오거나 장작을 마련하고 불을 지피는 등, 생활에 있어서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한 편이었다.

가축에게 먹이를 주거나 물을 길어오고 아이를 돌보는 그런 일들은 어린아이들 몫이었다.

그러다보니 노동력의 일부를 놀리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엘프나 드워프들도 비슷했다. 엘프나 드워프들은 아이들에게 좀 더 관대하기는 했지만, 부모 옆에서 부모가 사는 모습과 부모의 일을 이어받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교육열의 부족, 그것의 무식한 해결책이 밀가루 배급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면 밀가루를 배급했다. 결석이나 조퇴를 하면 그에 맞춰서 배급량이 줄었고, 시험 성적이 좋으면 포상으로 밀가루와 햄, 가축 등을 주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일종의 취직처럼 된 것이었다. 아이들을 노동력으로 보는 미드가르드의 인간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한 타협안이었지만 교육만이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엘프들과 드워프들에게 밀가루 배식은 그리 효과가 없지만, 프레이야 여신이 추진한다는 사실과, 현세를 엿보고 온 일부 엘프와 드워프들의 적극적인 협력에 힘입어 어느정도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그리고 다크엘프들은 프레이야 여신이 하자는 일이면 불속에도 뛰어들 태세였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었다.

“증기 기관차와 철도만으로도 향후 10년은 벌지 않았을까?”

조제성은 그렇게 자평했다. 증기 기관차를 베껴 만드는 것은 오딘에게도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을 것이다. 동시에 동력이 가져다주는 무한한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맛보게 될 것이었다.

풍차나 수차가 아닌 인간이 원하는데로 제어 가능한 동력은 시대를 바꾸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내연기관으로 진보해 나가는 것은 미드가르드만으로는 불가능했다.

‘콩기름으로 움직이는 엔진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석탄과 석유가 없는 이 세상에선 불가능한 것이라고 봐도 좋았다. 조제성은 드워프들과 함께 숯제조 공장을 세웠다. 석탄이 없이 장작으로 움직이는 증기기관차는 사실 실용성이 더 떨어졌다.

그래서 숯을 이용하도록 바꾸기로 했다. 적당한 규격으로 자른 나무를 적당히 숯으로 만들면 자동으로 숯이 증기기관으로 흘러들어가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이정도 효용성은 있어야 오딘이 물만한 미끼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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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는 오랫만에 사바세계의 공기를 맡았다. 발키리가 워낙 육체의 관리를 잘해서 컨디션은 최고였지만, 게임 캐릭터들이 워낙 특별한 존재들이다보니 조금은 답답함도 느껴졌다.

“반갑다. 내 아들.”

원기는 자신의 치부를 살짝 들여다보면서 인사를 했다. 장시간 프레이야 여신으로 있으면, 정말로 뭔가 허전한 느낌이 컸다. ‘고자라니’라고 절규하던 드라마 등장인물의 심정이 확실히 이해가 갔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내 체격이 딱 좋은 것 같네.”

거의 헐크 수준의 등빨을 자랑하는 원기의 전투 캐릭터는 일상 생활에 불편함이 너무 많았다. 문을 드나들 때마다 머리를 조심해야 하고, 의자에 앉으면 의자가 너무 작았다. 마차를 탈때도 꽤 큼직한 좌석인데도 마치 초등학교 저학년용 의자에 앉은 것처럼 불편했다.

최근 학교에 다니지도 않았지만, 발키리가 대신 출석까지 해놨다. 게다가 기쁘게도 운전면허증까지 따 놓은 상태였다.

“자동차도 한대 준비해 뒀습니다.”

“그냥 편하게 말씀하세요.”

“이쪽이 편합니다.”

원기는 조제성이 편하게 대해주기를 바랐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조제성의 태도는 완전히 굳어져 있었다.

예전에는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 편하게 대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 더 경직된 자세를 보였다. 원기 쪽이 송구스러울 정도의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조제성은 원기를 대할 때, 존댓말을 쓰는 쪽이 마음이 편하게 느껴졌다. 무릎꿇고 머리를 바닥에 대고 말하는게 더 좋을 듯한 마음가짐이 되어버렸다.

그것은 프레이야에 대한 충성심이 한층 깊어진 것도 있지만, 원기를 통해서 프레이야를 보고 느끼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원기는 그게 조금 불편했다.

‘잘생긴 것들이 자기 미모를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는 소리가 진짜였어.’

자신이 프레이야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과 프레이야를 분리해서 느끼는 마음이 한구석에선 존재했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걸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조제성이 자신을 공경하면 공경할수록 자신이 왜소하게 느껴졌다.

“자동차라니, 괜찮을까요? 면허는 땄지만 운전은 못해봤는데.”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발키리칩을 장착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운전은 물론이고 교통 법규를 완전히 숙지시켜놓았습니다.”

조제성의 부지런함과 주도면밀함에 원기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적으로 돌리면 오딘보다 더 무서울 것 같은 존재였다.

“자동차는 운전하는 재미도 있기 때문에, 전자동이 아닙니다. 그냥 자동차 오락하듯이 모시면, 발키리가 상황에 맞춰서 보정만 하는 반자동 모드도 가능하게 해놨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명의는 회사 명의로 해놓았으니, 범칙금이나 과태료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국에 있는 카메라에 전부 기념사진 박고 오셔도 됩니다.”

“그거 정말 멋진 이야기인데, 왜 이리 화가 나지요?”

원기는 심난함을 감추지 못했다. 개인 명의도 아니고 회사 명의로 되어있는데다가, 운전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만큼, 과태료로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조제성과 같은 부자에게 과태료는 먼지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세상이 잘못되어 있는 겁니다. 언젠가는 이쪽 세상도 바로잡으실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설마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원기는 황급히 손을 저었다. 원기에게 있어서 현실 세상은 함부로 손을 댈 수도 없고, 넘볼 수도 없는 그런 존재처럼 여겨졌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을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에 대해서 감히 의문도 못갖는 사람들도 있지요. 제가 부자긴 합니다만,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은 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원기님은 새로운 세상을 미드가르드에 만드실 분이니,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두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성은 그렇게 말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조제성이 사방으로 바쁘게 뛰어다니느라, 사업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못했다.

아니, 무리한 투자들을 하느라 회사돈을 이곳 저곳에 끌어썼다. 그런데 사업은 무럭무럭 커나가고 있었다.

돈이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박승희가 돈이 새는 것을 철저하게 막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손을 대지 않고 있어도 멋대로 돈이 불어나고 있었다. 자신의 재능과 머리 노력으로 사업을 키워온 조제성에겐 조금은 충격적이고 상실감을 안겨주는 일이기도 했다. 돈이 멋대로 돈을 버니, 인간의 능력이나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일단 차를 보시지요. 오늘은 누님과 드라이브라도 즐기세요. 승희양이 원기님을 요즘 못봐서 쓸쓸해 하시더군요.”

“그렇게 할께요.”

원기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한다음, 조제성이 이끄는데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에...”

원기는 진짜 놀라니 감탄사가 나오는게 아니라,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실감이 안드니 감동도 없었다.

발키리 칩이 장착된 차는 이태리에서 만들어진 최고급 슈퍼카였다.

“풀 튜닝되어서, 최고 시속은 450을 넘게 나온다고 합니다. 하늘을 날아가지 않도록, 미세한 날개들을 발키리가 제어해 준다고 하더군요. 실제로는 300키로를 넘어가면, 위그선처럼 살짝 날아가도록 만들었다고 합니다. 트렁크에는 RC 비행기 등에 쓰이는 소형 제트엔진을 장착해서 타이어가 땅에 닿지 않으면 트렁크가 열리면서 제트엔진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연비만 좋으면 좀더 속도를 낼 수 있겠습니다만...초 고속으로는 오래 못가는게 흠이로군요.”

조제성은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실제로 그가 소개한 차는 껍데기만 슈퍼카일 뿐, 엔진을 제외한 알멩이는 대부분 교체된 물건으로, 땅위를 굴러가니 자동차라고 불릴 뿐인 별개의 물건이었다.

테스트용으로 만들어져서 극비 투성이의 물건이었지만, 최고의 차를 선사하겠다는 욕심에 튀어나온 것이었다.

“아, 예.”

그날 원기는 승희의 경차에 타고 작은 식당에서 조용히 식사를 즐겼다. 길거리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민폐라는 그런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닐 뻔뻔함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사장님이 그런 차를 주셨어?”

“그냥 회사차 써도 된다고 한거야. 내차 아냐.”

원기는 그렇게 일축했다.

‘미드가르드에서라면 타고 다닐만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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