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새로운 전장
오랜만의 학교 등교, 원기는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너무 오래 쉰 탓이었다. 발키리가 가끔씩 학교에 등교해서 적당히 때운데다가, 학교 자체가 제대로 된 정규 학교가 아니라서 그리 문제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학생에게 있어서 학교는 애증의 대상이자 세상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지겹고 싫어도 학교에 있을 때,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같은 학생들과 있을 때 즐거운 법이었다. 심각한 화상과 후유증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었던 원기에겐 더욱 그 의미가 컸다.
‘찬균이와 호철이 녀석도 등교한다니까, 별 문제는 없겠지.’
아직 미드가르드에서 제대로 활동은 하지 못했지만, 원기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서포터가 되어 줄 수 있었다.
‘아직 등교 시간이 제법 남았군.’
발키리의 몸 관리는 놀라울 정도였다. 모든 근육을 고르게 사용하고 발전시키는데다가 성역의 효과까지 있다보니, 그리 일찍 잔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저절로 눈이 떠졌다.
‘좀 애매하게 시간이 남았네.’
“잠시 시간좀 내줄래?”
노크 소리와 함께 희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괜찮아. 들어와. 무슨 일인데.”
“연인 흉내에 대해서 미리 알려둘게 있어서.”
그렇게 말하면서 희연은 깨끗하게 프린트된 종이 한장을 내밀었다.
“이왕 할거라면, 완벽하게 하는게 좋을테니까. 이의가 있으면 말해줘. 그리고 오늘 방과후에 시간 비워. 데이트할거니까.”
“데이트? 오늘 피씨방이랑 노래방 가기로 했는데?”
“취소하는게 좋을거야. 며칠간은 사람들 눈을 신경써야 하니까.”
“하아. 데이트 흉내인가.”
원기가 살짝 기운이 빠진 말투로 말을 하자, 희연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평온하고 냉정한 얼굴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사귀는 척하는 건 맞지만, 데이트는 데이트야. 꼭 연인 사이에만 데이트가 성립되는건 아니지.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들이 하는 것도 데이트가 아닌건 아니니까.”
‘음, 그걸 정정해 봐야.’
사귀는 척하는 사이에 하는 데이트가 정말 의미있는 데이트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원기는 차분히 프린트를 살펴 보았다.
[룰 1. 양자 모두 가능한한 다른 이성과 단둘이 있는 것을 피한다. 이성과 필요한 용무가 있을 때는 파트너를 동반한다. - 본체 한정, 현세 한정.]
‘이건 뭐 계약서 같은 걸. 어차피 나야 여자사람하고 같이 지낼 일이 별로 없으니.’
“좀 불편하지 않을까?”
“어차피 자주 함께 다녔으니 별 문제는 없을거라고 봐. 그리고 절대적인 조항은 아니야. ‘가능한 범위’에서 노력해주면 되겠지.”
[룰 2. 양자 모두 가상 연인 관계가 종료될 때까지, 연인을 만들어선 안된다. - 한정 없음]
“2번 항목은 한정이 없다고 되어 있네?”
“누군가 연인이 생기면, 연인 흉내 자체가 무리가 되니까. 본체든 캐릭이든.”
원기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룰 3. 데이트는 이틀에 한번, 최소 2시간을 기본으로 한다. 최소한 일주일에 두 번의 데이트를 해야 한다. 데이트 비용은 번갈아 부담하며, 데이트 기획과 진행은 비용을 부담하는 측이 맡는다. 진행측의 진행에 절대적으로 따른다.]
“이건 잘 이해가 안가는데?”
“서로 용건이 있을테니까, 한쪽은 보디가드처럼 따라다니자는 거야. 자기가 데이트를 진행하는 날, 자기가 보고 싶은 일을 보면 되는거지. 물론 요금은 2인분 부담해야겠지만.”
원기는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희연과 함께 있는 것이 싫을 리가 없었다. 밥 얻어먹으면서 쇼핑 쫓아다니는 정도라면 그리 큰 문제될 것도 없었다. 게다가 두번에 한번은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항목들이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납득할 만한 것들이었다.
‘성격 한번 철두철미하네.’
[룰 15. 스킨쉽의 범위. 노출된 팔과 얼굴, 머리칼 등에 대한 접촉 및, 손을 잡는 행위, 어깨나 허리에 손을 두르는 행위까지는 허가된다. 옷위로 골반에 접촉하는 것은 허용하나, 둔부에 대한 접촉은 금지된다. 허용된 범위 내의 스킨쉽은 가능한 권장된다. 입맞춤을 비롯한 성적 행위는 일체 금지된다.]
‘이런 부분까지 적어놓을 줄이야.’
“골반하고 둔부는 어떻게 구분 되는 거야?”
“골반은 허리에서 이어지는 몸의 좌우측 끝부분이야. 둔부는 그 안쪽을 말하는 거고.”
‘허용된 스킨쉽은 권장된다라는건 되도록 적극적으로 붙으라는 소리인건가.’
원기는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이정도라면 드러나는 만큼은 완전한 연인 사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싶었다.
내심 끌리는 여성을 세상에 대놓고 자신의 여친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올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런데, 룰 8번에 서로를 별명 혹은 애칭으로 부른다고 했는데, 뭐라고 불러야 해?”
“그건 각자 알아서 정하는 것으로 해야지.”
“넌 어떻게 부를건데?”
“그건 고민해 봐야겠어. 네가 부르는 것에 맞출까 생각중이야.”
“난 네가 부르는 것에 맞출 생각인데?”
“내가 먼저 말했어.”
“이, 이쁜이? 이건 진짜 아니다. 칼잽이?”
희연이 원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원기는 얼굴을 붉혔다. 쪽팔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역으로 강하게 밀어붙였다.
“칼잽이, 그게 딱이네.”
“그럼 난 겁쟁이라고 부르면 되겠네.”
“냉혈꼴통.”
“약골치킨.”
쓸데없는 일로 아침부터 티격태격한 원기와 희연은 결국 서로가 가장 잘쓰는 몬스터에서 따온 ‘불여우’와 ‘짬타이거’이라는 타협아닌 타협을 했다. 애칭이 아닌 별명이 되어버리긴 했다. 서로 애칭을 부르기엔 무리가 많았던 탓이었다.
“헤에. 불여우랑 짬타이거? 여보랑 간장보단 낫네.”
“시끄러 닭대가리.”
“시끄러 닭대가리.”
동시에 말을 낸 희연과 원기는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연하는 초기엔 그리폰을 사용했지만, 후엔 피닉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나만 미워해. 그리고 원기오빠한테 실망했어. 여자애한테 닭대가리가 뭐야.”
“그럼 불닭. 부르기도 좋네.”
원기의 답변에 희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연하는 차라리 불새로 해달라고 항변했지만 통할 리가 없었다.
“그럼 오늘 데이트 비용은 내가 낼께. 아무래도 남자가 먼저 에스코트하는게 좋겠지.”
원기가 자신있게 말했다. 그리고 희연은 원기의 흔쾌한 승낙에 내심 기뻐서, 원기의 제안이 가진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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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연은 미드가르드에서 검의 여왕이라고 불릴만큼 강해졌지만, 사실 무적은 아니다. 밀레니아에게도 여러차례 죽임을 당했고 그녀를 단 한번도 쓰러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렌과 미라엣에게는 몇번이고 궁지에 몰린 적이 있었다. 프레이야의 에인페리아가 되어 힘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죽은 부하들을 정령으로 부리게 된 그들의 실력은 희연에 비해서 그리 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다만 만렙 상태의 희연은 일대 일의 상황이라면 그렌이나 미라엣을 실력으로 누를 수 있을만큼 성장한 것은 분명했다.
희연은 적대 에인페리아들과 많은 전투를 벌였고, 죽거나 패한 적도 많았지만, 그들에게 패배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것은 같은 선상에 서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의 학교 1등하는 어린이가 고 3의 공부 못하는 학생과 비교되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할까.
상대는 우월한 것이 아니라, 그저 ‘조금 앞서가는’ 것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렌이나 미라엣, 밀레니아 등 미드가르드의 강자들에게 패배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녀가 진정으로 패배감을 느끼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원기였다.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던 소년. 어려서부터 검을 휘두르며 도장의 선배들과 사범인 아버지와 겨뤄오면서 자란 그녀와는 상대가 될 수가 없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아주 빠르게 성장했다. 실제 육체와는 전혀 다른 거대한 육체를 정확하게 다루면서 강함을 손에 넣어갔다.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동료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와중에 점점 강해졌다.
운동을 하는 사람은 고통과 친해진다. 고통에 대해서 잘 알게 된다. 그래서 왠만한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주먹이나 몽둥이로 얻어맞는 정도는 웃으며 감수할 수 있는 강함이 생겨난다.
하지만, 고통에 대해 알게 되면서, 진짜 견딜 수 없는,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고통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왠만한 고통은 두려워하지 않지만, ‘진짜 고통’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어떠한 것인지도 알고 있기에 어떤 면에선 더 겁쟁이가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원기는 희연이 가지고 있던 그 한계를 가볍게 넘어섰다. 게다가 타인의 고통을 더욱 깊게 받아들이며 자신의 몸을 화살받이로 내어 놓을 줄 아는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희연의 마음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천재의 모습을 보는 수재의 마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마치 모짜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와도 비슷할 것이다.
만약 원기가 희연을 무시하고 대수롭지 않게 취급했다면, 아마 희연은 원기를 증오했을지도 몰랐다. 아니 증오했을게 틀림없었다. 그것도 자신이 파멸하는 것을 감수하고도 상대의 파멸을 바랄 만큼.
하지만 원기는 희연의 강함을 인정하고 동경했다. 감히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여기며, 의지해왔다.
당대 최고의 음악가이던 살리에리에게도 그를 칭찬하고 동경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만약 모짜르트가 살리에리에게 ‘당신의 음악은 정말 훌륭하네요. 못당하겠습니다.’라든가 ‘존경합니다’라는 칭찬을 받는다면 어떤 기분이 되었을까.
그래서 희연은 원기가 못당하겠다며 손을 들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은 진정한 승리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그녀가 아직 그를 조금 더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희연이 원기를 좋아하는 것은 그런 면에서 본다면, 상당히 뒤틀린 방식이긴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감정임엔 틀림없었다.
그리고 오토바이 사건이 터졌다. 원기는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지만, 희연은 그의 손이 어디에 와있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보수적이다 못해 고루하기까지 한 희연의 사고방식을 생각하면 당장 멈추고 손을 치워야 했지만, 원기가 비명을 지르며 겁을 먹고 당황한다는 사실이 더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냥 달린 것이었다.
고의가 아니라는 점도 알고 있고,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단단한 재질의 레이싱 슈트라, 강한 느낌이 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사고가 난 다음날 소문이 퍼진 것은 그녀로서는 당혹스러운 것이긴 했다. 소문의 상대가 원기가 아니었다면, 패닉 상태에 빠졌을지도 몰랐다.
그러던 와중에 사장이 낸 제안은 희연에게는 마치 복권에 맞은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마음에 쏙드는 것이었다.
[연인 흉내]
첫키스를 결혼식에서 하겠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그녀 역시 주변의 다양한 연애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을 전혀 접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일종의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에스컬레이트되는 스킨쉽의 문제였다. 사귀다보면 키스, 그리고 그 이상을 상대가 원하게 될 것이고 그것을 거부하다보면 좋아하는 상대와 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립해서 결혼할 수 있는 연령이 되었을 때, 재빨리 상대와 사귀고 결혼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기준에서 후보 자리에 오른 것은 아직까지 원기 한 사람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그녀의 고민은, 원기 곁에 꽤 예쁜 미녀들이 포진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리디아라는 엘프 여성은 엘프 사랑이라는 상당히 편리한 능력을 가진 장수한도 아닌 원기를 마음에 두고 있는게 분명해 보였다.
리디아는 그를 향해 노골적인 호의를 보였다. 다만 희연이 생각하기에 묘한 점은 리디아가 원기를 지나치게 어려워한다는 점이었다.
원기 역시 리디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리디아가 자신을 자발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과 비슷한 무엇을 가지고 있었다.
희연의 꽤 둔한 편인 ‘여자의 감’으로도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연하는 사교적인 성격 탓인지 꽤 예민한 ‘여자의 감’을 가지고 있었고, 희연을 생각해서 뒤로 빠져 있었다.
연하에게 원기는 좋은 사람이지만, 절대적 희소성을 가진 존재는 아니었다. 조제성도 장수한도 원기만큼 괜찮은 상대들이고, 셋 모두 임자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언젠가 더 좋은 사람이나 아니면 비슷한 수준이라도 임자없는 물껀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원기와 사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데, 아니 간절한데 상대의 요구가 두려워서 사귈 수 없는 상태였지만 이 가짜 연인 상태라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선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그래서 그녀는 잠도 안자고, 원기와의 미래를 위해 ‘계약서’처럼 작성해 온 것이었다. 적어도 고교를 졸업할 시기까지는 완벽하게 ‘선을 넘지 않고’ 독점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연인흉내’를 위한 ‘데이트 흉내’라는 표현을 정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선 가짜를 표방한 진짜였기 때문이었고, 되도록이면 원기도 진짜로 인식해 주었으면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현재의 ‘가짜 연인’상태를 유지할 필요는 있었다.
‘훗, 첫 데이트인가. 정말 기대되는 걸.’
기쁘게도 원기가 자발적으로 첫 데이트를 주도하기로 해 주었기 때문에 그녀는 설레는 가슴을 달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오랜만의 학교 수업에도 전혀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기대하던 방과 후가 되었다.
“야! 짬타이거. 이게 대체 뭐야.”
“첫 데이트. 그리고 데이트 내용은 남자친구가 자기 친구들에게 여자 친구를 소개하는 거지.”
“PC방에서? 그럼 2차는 노래방이겠네?”
희연은 데이트를 위해 취소하라고 말한 원기의 예정을 떠올렸다. 데이트에 대한 조항을 이런 식으로 이용할 줄은 미처 몰랐다.
“응. 걱정하지마. 네 몫은 내가 책임질테니까.”
원기의 뻔뻔하게까지 느껴지는 미소와 답변에 희연은 오랜 만에 정말 살의가 끓어오른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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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었나요?”
“예. 리디아 전하께도 알려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연락드렸습니다.”
제성의 통신에 남미에 있던 리디아의 얼굴이 구겨졌다. 제성은 희연도 나쁘지 않다고 봤지만, 리디아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서울로 직접 가야할 것 같군요. 괜찮겠지요?”
“물론입니다. 남미쪽에도 제가 할 일이 좀 있을 듯 합니다.”
리디아의 무리한 확장이 불러온 문제는 꽤 많았다. 덕분에 돈이 들어갈 곳이 너무 늘어나서, 제성 그룹의 자금줄이 말라가고 있었다. 이번 고비만 넘기면 돈 걱정은 안해도 되겠지만, 당장 필요한 돈이 결코 적지 않았다.
리디아의 배가교환은 강제적으로 ‘자발적인 보답’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따라서 자발적인 보답의 한계를 넘어가는 보답은 받아낼 수 없다는게 세뇌와는 다른 점이었다.
조직의 보스들이 스스로 연합을 만들어 연합 보스인 리디아의 밑에 들어온 것은 ‘자발적 보답’에 포함되는 것이었지만 자신의 조직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나 범죄를 포기하는 것, 자수하고 감옥에 들어가는 것 같은 일은 ‘자발적 보답’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경우,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믿을 경우엔 배가교환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덕분에 범죄자들의 갱생이나 치안 회복 등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고 돈으로 때워야 하다보니,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일이 되어 버렸다. “희연님에게 대체 어떤 선물을 해줘야 마음에 들어하실지 모르겠군요. 희연님은 제 능력에 대해서 모르시겠지요?”
“물론입니다. 그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선물 구입 비용은 제게 청구하시면 되니, 자유롭게 고르십시오.”
조제성은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리디아의 능력은 갱들보다는 사업가들에게 더 유용하게 쓰여질 터였다. 물론 장사꾼들의 돈에 대한 집착이 결코 갱들보다 못할 리는 없었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그 효과는 작지 않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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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인물이 등장하긴 합니다만,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건 아닙니다. 다만 살리에리가 모짜르트를 독살했다는 독살설은 모짜르트가 사망할 당시부터 꽤 퍼져있었다고 하더군요...--;
베토벤과 슈베르트, 리스트 등을 어린시절 지도한 은사였다고 하니, 당대 최고의 음악가임엔 분명합니다만, 남아있는 곡들을 생각하면 천재들을 저주할만도 할 듯 싶기도 하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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