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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20화 (120/497)

120화 세기의 대결?

“야, 연하좀 불러봐. 연하랑도 친하다고 했지.”

찬균과 호철은 에인페리아로 계약을 하게 되긴 했지만 희연이나 연하와는 그리 친분이 없었다. 이곳 저곳에 벌인 일이 많다보니 에인페리아들 역시 서로 만나기가 어려워진게 사실이었다.

SAS출신의 전투 교관 크리스의 경우는 엘프 총병대 양성소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터라, 원기 역시 얼굴을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 딸 클레어는 프레이야의 기적도 아니고 신관의 능력으로 쉽게 치료받아서 지금은 엘프 총병대 양성소에서 아버지의 일을 돕고 있었다.

템플 나이츠 출신의 로이드는 남미에서 리디아의 경호 겸 근위 총사대 4번 대의 훈련을 돕고 있었다.

SAS출신의 크리스는 서바이벌 훈련및 근접전투, 전술 등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엘프들의 전반적 전투능력을 끌어올려 주고 있다면, 템플 나이츠에서 훈련받은 로이드는 크리스만큼의 지식은 없었다.

템플 나이츠의 전술을 숙지하고 있으므로 그들에 대한 대비책과 총기를 사용한 현대전에 대한 교육이 가능했다.

그리고 초인적 능력을 이용한 전투 수법에 대해서는 템플 나이츠 출신의 로이드가 SAS 출신의 크리스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템플 나이츠들은 메타트론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오드의 신관과 같다. 따라서 그 신체 능력은 에인페리아급은 못되지만 성기사나 신관급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 전투에 있어서 일반적인 권총의 살상력은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았다. 급소에 맞으면 일격에 절명되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다. 따라서 5미터 이내의 거리라면 권총보다는 장검이 더 강력하다고 할 수 있었다. 치명상을 입힐 확률도 높은 편이고, 큰 공격 동작 자체가 권총에 대한 회피 기동이 되기 때문이었다.

어깨나 다리 등을 맞아도 검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에, 살을 주고 뼈를 깍는 것이 가능했다.

반면 10미터에서 30미터에 달하는 거리라면 총이 더 유리했다. 치명상을 못입혀도, 상대에게 충격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몇 발을 더 먹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준을 바로잡고, 냉정하게 몇 발을 더 쏠 수 있게 되는데다가 상대는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원칙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자들에게 통용된다고 보기 힘들었다.

성기사나 신관들은 육체 강화와 치유 능력 강화의 버프들을 받는다. 따라서 권총 쯤은 씹어버리는 이들도 있고, 스프린터보다 빠른 속도로 접근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칼이 유리한 것도 아니다. 능력자들이 자신들에게 어울리는 권총을 사용하면 될 뿐이었다. 손대포라고 불릴만한 고반동 고위력 총알을 상상도 못할 정확도로 속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템플 나이츠들은 이런 부분에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로이드가 가진 노하우들은 현세에 남아있는 총사대 4번 대를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었다.

로이드의 딸이자, 템플 나이츠에서 잠복해있는 레이나는 템플나이츠의 움직임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탐지해서 조제성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템플 나이츠는 미드가르드의 반 신족인 오드가 이끄는 이들이고, 강력한 적이기도 하지만 오딘과 싸우는데 동료가 되어줄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기도 했다.

‘정말 벌려놓은 일이 많아졌군.’

원기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 한 달 정도는 쉬는 게 좋다는 조제성의 제안으로 일상 생활로 돌아오긴 했지만, 걸려있는 것들이 많으니 걱정이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호철이도 아니고 찬균이가 연하를 찾는다니 희안하네.’

연하는 지금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있는 인기 모델이긴 하지만, 그가 봐온 호철이나 찬균은 별 관심이 없을 것 같았다. 특히 찬균은 드워프들과 피규어들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었다. 조제성은 드워프들의 손재주를 돈으로 바꾸는 수단으로 프리미엄 피규어 시장도 고려는 하고 있었기 때문에 찬균의 취미생활을 지원해 주고 있었다.

특히 손재주가 좋은 데다가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버린 드워프 여성과 꽤 사이가 좋아졌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바 있었다. 그런 찬균이 연하에게 관심을 보인다는건 의외였다.

피씨방과 노래방 모임에 희연이 함께 한다는 소리에 그다지 달갑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던 것도 바로 조금전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두 시간 정도 뒤에 도착한다니까, 그때 노래방으로 오라고 했어.”

“아, 잘했어. 고마워.”

“노래방이라면야, 괜찮겠지. 애니송 아는게 있으면 좋을텐데...”

묘하게 온도차를 느끼게 만드는 두 사람이었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할 줄 아냐고 물어봐.”

호철이 원기에게 말했다. 바로 코앞에 희연이 있는데, 직접 안물어보는 것은 좀 특이하다면 특이했다.

“해본 적 없어.”

희연은 딱 잘라서 말했다. 원기의 팔짱을 끼고 원기에게 달라붙듯이 앉아있었지만 기분은 상당히 저기압 쪽에 가까웠다. 원기가 멋쩍어서 살짝 떨어져 앉으려고 들었다가,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순간 굳어버렸다. ‘쪼렙 학살’이 발동된 것인지, 아닌지는 원기로서도 잘 몰랐다.

“그럼 잘 되었네. 우리 둘이 편먹고, 너희 둘이 편먹으면 딱 맞겠네.”

찬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줄창 게임만 판 호철의 실력은 게임을 해본 적 없다는 희연의 실력과 비슷할 것이라는게 비극이라면 비극이었다. 아마도 찬균과 원기가 결판을 짓고, 이긴 자가 상대방의 남은 상대를 학살하는 형태로 게임이 진행될 터였다.

“사양하겠어. 셋이 알아서 게임 해. 난 옆에서 인터넷 검색이나 하면서 시간 보낼테니까.”

희연은 그렇게 딱 잘라서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승부에 그다지 관대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꼭 해야 한다면, 매뉴얼 공략법 등을 확인한 후, 싱글 플레이로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나서 하게 될 터였다.

블러드 라인의 경우에도 인터넷 등에서 다양한 정보를 미리 취득해두는 철저함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에인페리아들 가운데에는 장수한을 제외한다면 블러드 라인의 시스템에 대해서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결국 세 명이서 한 팀이 되어 인터넷에서 상대를 찾아 게임을 하는 사이에, 희연은 특이한 동영상을 발견했다. 블러드 라인의 패러다임을 변경했다고 일컬어지는 프레이의 전투 동영상이었다.

‘굉장한데. 전투 시스템을 한계까지 이용하고 있어.’

희연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블러드 라인 게임은 그녀와 같은 달인의 운동 능력을 100% 재현할 수는 없었다. 80%정도가 한계였다.

그리고 프레이의 실력은 그 한계에 정확하게 이르러있을 뿐만 아니라 아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스킬까지 기가 막히게 사용하고 있었다.

게임상에서 본다면, 희연은 프레이를 당할 자신이 없었다.

‘묘하게 강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군.’

100%의 운동능력을 활용할 줄 아는 자라면, 게임 속에서 왠지 모를 불편함이 나타난다. 한계 이상을 보고, 한계 이상을 기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위화감이었다.

하지만 프레이에게서는 그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배워야 할 것은 너무나 많았다. 스킬을 조합한 전투는 너무 완벽해서 기계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녀는 잠시 보고있는 것만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프레이만큼 완벽할 수는 없지만, 따라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한번 해보고 싶어지네.’

그녀는 피씨방을 돌아보았다. 가상 게임을 위한 폐쇄형 피씨방도 있지만, 가볍게 친구들과 놀기 위한 개방형 피씨방도 많았다. 그리고 이곳은 개방형이었다.

개방형 피씨방에서 가상 게임을 하면, 수면 상태에 빠지는 가상게임의 특성상 누가 건드려도 모르기 때문에 소지품을 도둑맞거나, 치한행위를 당할 수도 있었다. 잠금장치가 있는 폐쇄형 피씨방에서도 점원에게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뉴스로 보도되곤 했다.

“나 잠깐 블러드 라인할까 생각중이야. 그러니 잘 좀 챙겨줘. 잔다고 키스로 깨운다거나 하는 발칙한 생각은 하지 말고.”

희연은 그렇게 말하고는 가상 장치를 연결해서 블러드 라인에 접속했다. 원기는 의자에 기대고 편안히 잠든 희연을 보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나름대로 신뢰를 받고 있는건가.’

원기는 희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노출된 얼굴은 그녀가 허용한 스킨 쉽 부분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입맞춤만 안하면 된다고 했던가.’

원기의 손길이 그녀의 입술을 살짝 쓰다듬었다. 촉촉한 피부의 감촉은 왠지 가슴이 뛰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원기는 주변의 시선이 느껴졌다. 다들 표는 내지 않고 있었지만, 희연이 피씨방에 들어오면서부터 곁눈질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야, 뭐해. 나 공격받는다!”

씸씨티에 열중하던 호철이 아우성을 치는 소리를 듣자, 원기는 희연의 몸을 끌어당겨서 품안에 반쯤 끌어안고 마우스를 쥐었다. 아무래도 게임에 열중한 사이에 희연을 누가 건드리지 않을까 싶은 별 쓰잘데없는 걱정때문이었다.

반쯤 끌어안아도 요동안하는 희연의 모습은 그녀가 완전 수면상태로 게임을 하는 것을 의미했다. 게임 집중도 설정에 따라서는 살짝 건드리면 깰 수 있게도 할 수 있었다.

완전한 신뢰, 혹은 갈 때까지 간 연인관계가 아니면 남자친구 옆이라고 완전 집중모드로 가상게임을 하지는 않았다.

덕분에 주변에 있던 남자들의 살기가 원기에게 집중되는 느낌이었다. 원기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게임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런 사이에 희연의 화면 사진이 찍혀서 인터넷에 올라가는 것을 미처 의식하지 못했다.

컴퓨터 화면에 그리 대단한 것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블러드 라인의 캐릭터 선택 화면이 뜰 뿐이었다.

그리고 그 화면에는 희연의 캐릭터, 엘프 여도적인 ‘붉은 여우’의 모습이 보여지고 있었다. 원기 품에 안겨서 잠든 희연의 모습과 가상게임 블러드 라인의 화면, 그리고 화면 안에 등장하는 희연과 똑 같은 얼굴의 캐릭터 ‘붉은 여우’의 모습과 이름이 순식간에 인터넷 세계에 퍼져 나갔다.

“야, 한희연이 블러드 라인 게임한다며?”

“그래. 붉은 여우라는 캐릭터인 것 같아.”

블러드 라인을 즐기는 많은 유저들의 관심이 희연의 캐릭터인 붉은 여우에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모른채 희연은 프레이의 동영상에서 본 스킬들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희연의 이능인 ‘쪼렙학살’은 게임에서도 적용되긴 했지만, 게임에서는 일괄적으로 레벨 20차이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녀는 거인기사들과 싸우면서 떨군 레벨을 복구하는데 쪼렙 학살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스킬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고렙 몬스터들과 싸우는데, 캔슬을 조합한 스킬의 연속기를 사용하는 프레이의 기술들은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연습 장면은 몇몇 유저들을 통해서 넷 상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실제로 로그인했다는 인증사진과 동시각 그녀가 보여준 화려한 퍼포먼스는 일부 유저들 사이에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기대하기 시작했다.

‘프레이와 희연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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