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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21화 (121/497)

121화 멍석깔기.

최다 정령 소유자, 바로 장수한이었다. 이종족 사랑이라고 칭해야 어울릴 엘프 사랑이라는 이능 덕택에 이종족 출신이 대부분인 정령들이 그에게 계약하자고 몰려들었다.

그가 희대의 정령사가 될 수 없었던 것은 평균보다 조금 못한 의지 때문이었다.

“정령들을 이용한 정령칩 개발이라.”

발키리칩은 굉장한 고성능이었지만, 발키리 자체가 너무 귀했다.

오딘이나 로키라면 발키리로 사단급도 꾸밀 수 있을지 모르지만, 프레이야는 백도 무리라고 할 수 있었다.

게임하는 중, 수면상태에 빠진 몸관리겸 대리운전을 해주는 발키리의 경우도 풀타임으로 가동하는 경우는 원기, 희연, 연하 셋에 불과했다. 엘프 총사대의 경우엔 돌려막기 식으로 한 발키리가 다섯명 이상을 관리했다.

그 외에 기계를 제어하는 발키리는 다섯 명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런 면에서 신성력으로 생성 유지되는 발키리보다는, 멋대로 자연 발생해서 공짜로 유지되는 정령을 활용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했다.

“하지만, 성능이 문제야.”

발키리는 프레이야의 성역 내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며, 중립 성역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적대 신의 성역 외에서는 에인페리아 곁에서 일정거리 떨어지면 안된다는 제약이 붙는다.그리고 거리 제한은 있지만, 성능 제한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령은 거리가 떨어지면 급격히 의지가 감퇴된다. 꼼짝하기 싫은 상태로 진행되다가, 좀 더 떨어지면 비몽사몽 상태가 되어버린다.

기계를 제어하는 용도로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에인페리아의 육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발키리와 달리, 의지와 연동이 되는 정령은 의지가 없는 육체 곁에는 있어봐야 큰 의미가 없어서, 몸을 관리하는 용도로도 쓰기 힘들다고 할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발키리는 인격이 없는대신 만능에 가깝지만, 정령은 인격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계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발키리는 심장 근육도 의지대로 제어하지만, 정령은 인간의 유령과 비슷해서 기계를 제어할 능력이 온전하지 못했다.

“손을 움직인다고 생각해 봐. 왼손을 들어.”

장수한이 지시를 내리자, 정령칩에서 전기 신호가 발생했다. 다수의 전기 신호가 일정 방향에서 반응을 보였다.

“1013번 포트부터 1532번 포트가 반응했습니다.”

장수한은 한숨을 쉬었다. 발키리칩은 발키리가 알아서 기계를 읽고 기계를 제어하는 신호를 보낸다면, 정령칩은 반대였다. 정령이 내보내는 신호를 읽고 그것에 맞춰서 기계를 제어해 줘야 했다.

“이거 완전히 죽을 맛이군. 대체 얼마나 더 걸릴런지.”

정령을 부린 덕분에 한층 더 의지 박약이 되어버린 장수한은 한숨을 쉬면서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제성 형님 오기전에 어느정도는 지도를 작성해야 하는데...한숨 자고 더 하자. 휴식합시다. 휴식.”

그렇게 말하고 장수한이 의자에 뻗어서 잠이 들자, 스텝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다음 다음 실험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놀자는데로 놀았다간 조제성이 남미에서 돌아왔을 때 경을 치게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발키리 칩도 놀라웠지만, 인간의 의지에 반응하는 스피릿 칩은 더 놀랍네. 가상 현실이 가능하니 언젠간 실현될 줄 알았지만, 정말 대단한걸.”

“그래도 저렇게 게으름뱅이가 되어버리면 곤란한 거 아닐까?”

“난 게으름피우기 위해서라도 저런 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스텝들은 신호 해석작업에 들어가면서 잡담을 나누었다. 정령의 존재를 모르는 스텝들을 위해서 장수한과 조제성이 만들어낸 것이 인간의 의지에 반응하는 칩이라는 날조였다.

그리고 그것은 의외로 스텝들에게 순순히 먹혀들어갔다. 실제로 ‘의지를 빨리는’ 모습을 장수한이 몸으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잘하면, 이족 보행 로봇의 양산화가 가능하겠어.”

발키리 칩은 인간 이상의 운동신경을 기계에게 부여했다. 하지만 양산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실용화가 불가능했다.

반면 스피릿 칩은 양산화를 염두에 두고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스피릿 칩은 인간의 의지에 반응하기 때문에 인간 수준의 운동신경을 가진 기계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었다.

“파워드 슈트가 꿈이 아니로군.”

“난 기동전사 고달을 만드는게 꿈이었어.”

“아무리 생각해도 20미터 급은 실현성이 없어. 끽해야 8미터 급이라고 봐.”

“8미터? 택도 없다. 현실적으론 3미터가 가장 효율적이야.”

“난 무슨 수를 써서도 20미터 급을 만들겠어.”

“차라리 은하급을 만들어서 우주에 구멍을 뚫지 그러냐?”

조제성이 모은 로봇 기술자들은 나름 꿈에 부풀어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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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겠지. 수한 녀석이라면 헛짓은 안하...안할 리가 없지만 사고는 안치겠지.”

조제성은 피식 웃으며 혼잣말을 흘렸다. 장수한은 효율적으로 일하는 냉철한 존재는 아니지만, 꽤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조제성이 경계하는 타입은 장수한이 아닌, 자신 같은 타입이었다. 자신의 판단 하에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세상의 도덕이나 윤리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간단히 무시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가 남미에 온 것도 좋은 일을 하러 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로이드씨. 그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준비가 끝났습니다. 총사대 4번 대의 전투 능력은 템플 나이츠를 능가한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동수로 이들과 겨룰 수 있는 전투 부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살인에 대한 저항감은?”

“그런게 있을 리가 없지요. 이들은 이미 오랜 실전으로 단련된 정병이었습니다. 필요하다면 학살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

로이드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템플 나이츠 출신이고 인간 사회의 어둠 속에서 암약해 왔다. 법을 어기면서, 악인들을 처단해 왔다는 점에서 그는 충분히 범죄자라고 할 수 있었다.

사회의 부정적인, 추악한 모습들을 충분할 만큼 봐왔기 때문에 그는 조제성의 선별 계획에 동의하고 있었다.

세상엔 갱생 불가의 악인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이 적이든 아군이든 처단해야 마땅했다. 아니, 아군이기에 더더욱 처단할 필요가 있었다.

레이니를 비롯한 총사대들은 살아남기 위해 인간, 다크엘프, 몬스터들과 어려서부터 싸움을 계속해온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을 죽인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토끼를 죽이는 것과 인간을 죽이는 것 중 어느쪽이 더 부담스러운가라고 묻는다면, 그들은 토끼라고 간단히 답변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인간은 오크나 좀비같은 동족을 위협하는 몬스터나 다름 없었다. 물론 아군인 인간들은 소중히 여길 생각이지만, 적 혹은 악인이라고 한다면, 처단해야 마땅할 몬스터일 뿐이었다.

“좋아. 플랜 저지먼트. 실행하도록 하지.”

플랜 저지먼트. 내용은 간단했다.

범죄자들의 내부 정보는 상부 조직인 리디아의 휘하로 모여든다. 그것을 토대로, 조제성은 개선 가능성이 있는 이들과 구제 불능인 이들을 나눴다.

그리고 구제불능인 조직들간의 이간질을 유도한다.

A라는 범죄 조직에서 가장 악질적인 간부 A2를 제거하거나 구류한다. 그리고 블러드 라인을 통해서 A2와 닮은 캐릭터를 만든다.

물론 이 캐릭터는 A2를 닮았을 뿐, 가까이에서 보거나 잘 아는 사람은 결코 속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만을 가진다.

그리고 이 A2를 이용해서 적대 조직인 B의 범죄 현장을 습격한다. 그리고 마약 혹은 무기 등을 탈취하거나 파괴하고 B의 조직원들에게 피해를 준다.

사람이 마구 죽어나가는 총격전 속에서 A2를 목격한 목격 증인은 그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 차릴 수는 없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A와 B는 치열하게 싸우게 된다.

그리고 이 경우 상부조직인 리디아의 조직 ‘나이트 헌터’에서는 되도록이면 만류를 하지만, 그게 통할 리는 없다. 그리고 그 경우 단서를 붙인다. 타 조직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민간에 대한 피해는 최소화한다.

그렇게 되면 여타 조직들은 A와 B가 싸우는 것이 자신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는 한에서 보고있게 된다. 그리고 혹시 그들의 싸움이 격화되고 외부 피해가 발생 했을때, 밤의 사냥꾼들이 범죄연합의 이름으로 그들을 징벌하고, 그들의 지배지역과 이익을 남은 조직들에게 분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조제성은 범죄 연합의 궤멸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통제를 추가한다. 그리고 유독 반발하는 조직이 있다면, 그 조직은 새로운 A와 B가 되는 것이다.

“약을 취급하는 조직들의 조직원들이 약에 취해서 항쟁을 일으키는 일이 자꾸 발생한다면, 연합 조직에서는 향후 약의 취급을 금지한다는 명분을 만들 수 있지. 우선은 마약과 인신매매를 뿌리뽑는 데서부터 시작해 나가면 될거야.”

조제성의 책략은 아군의 신뢰를 배신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지만, 마약과 인신매매의 근절이라는 대의명분은 그의 숙청이자 학살이 될 결정을 로이드를 비롯해 엘프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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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야. 이거 너 아냐?]연하는 친구가 보낸 문자를 통해서, 자신이 찍힌 사진을 인터넷에서 발견했다.

희연과 원기의 데이트로 알려진 노래방 모임에 참여했을 때 찍은 사진으로 보였다.

[응. 나 맞아. 희연언니랑 같이 놀러갔을 때 찍은 사진이네.]

그녀는 답신을 보낸 후, 사진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사진 아래쪽에 백지가 찍혀있었다. 그리고 그 백지에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연하 조또 아님. 마법소녀 로미님이 최고임. ㅋㅋㅋ]

[마법소녀갤은 영원할거라는.]

“에?”

연하는 사진을 찍은 사람이 누군지 떠올릴 수 있었다.

‘최찬균이라고 했던가? 원기오빠 친구였는데? 대체 왜 이런 사진을 찍은거지?’

연하는 의문을 갖고 원기 방을 찾았다.

“응? 마법소녀갤? 아. 마법소녀 애니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야. 그건 그렇고 왜 이런 사진이 올라온거지?”

원기는 인터넷을 검색해서 마법소녀갤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법소녀갤에 난입한 아이돌 팬, 연하교선교사라는 사람이 쓴 글을 발견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미소녀 아이돌팬들과 미소녀 애니팬들의 장렬하고 찌질한 배틀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찬균이 올린 것으로 보이는 인증 사진과 인증 동영상이 엄청난 조회수와 댓글을 보이며 올라와 있었다.

원기는 찬균이 왜 연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연하야. 넌 안보는게 좋겠다. 내가 내일 요약해서 알려줄께.”

연하가 노래방에서 노래부르는 사진과 동영상은 연하팬들에게 있어서도 엄청난 희귀자료였기 때문에, 찬균의 글은 이미 성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인터넷 포탈에는 유연하의 굴욕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뉴스에도 올라오고 있었다.

‘이거 함부로 장난도 못치겠네.’

원기는 인터넷을 조금 검색해보자 희연을 안고 게임하는 자신의 사진이라든가, 희연의 로그인 사진 그리고 희연의 캐릭이 블러드 라인 내부에서 기술 연습하는 동영상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프레이와 대결을 기대하는 이야기들도 볼 수 있었다.

‘프레이인가. 게임에 푹 빠진 것 같더니, 장난 아닌가 보네. 프레이와 희연의 대결이라. 한번 붙여보고 싶은걸.’

원기는 그렇게 생각하며 인터넷에서 프레이를 찾아 봤다. 실제로 프레이의 인기는 장난이 아니었다.

프레이는 인간들하고 얽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마음을 열어놓는 것은 찬균과 호철 뿐이었다. 그들만큼은 대등한 친구로 대우했지만 나머지 인간들은 당연히 깔보고 있었다.

하지만 추종자라고 쫓아오는 인간들에게 딱히 불친절한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추종하는 인간들이 있는 것은 딱히 새로운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러운 권위, 고압감, 미모 등이 결합되니 프레이는 한낱 게임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 아이콘으로 부각되어 있었다.

“프레이와 희연이라면 이거 방송도 탈 수 있겠는데?”

원기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제성 에이전시의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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