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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25화 (125/497)

125화 플랜 쫄깃두근 메모리얼

“아, 정말 멋지다. 내게도 저런 기회가 있었다면...”

“헤에, 우리 여기사님께서는 저렇게 공개 처형당하는게 소원이었나?”

“공개 처형이라니. 진정한 전사로 새롭게 태어나는 성스러운 의식을 두고 못하는 말이 없군.”

굴베이그 성 남문의 경비대장인 여기사 위니스는 의식이 벌어지는 것을 멀리서나마 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헤에. 나처럼 말이지. 나야말로 프레이야 여신님 직속의 에인페리아인 시그노 남작님처럼 되는걸 말하는 건가?”

“어이, 남창. 그런 소리 하다가 정말 큰일 나는 수가 있다.”

위니스는 차갑게 말하면서도 목소리는 줄여서 말했다.

“예, 마님. 남창은 조용히 합습지요.”

시그노 남작은 툴툴대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때 마침, 성기사 그렌이 목을 치려는 참이었다.

“나약한 녀석.”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미드가르드에서 전쟁은 자주 있었고, 남자들의 희생이 컸다. 여자들 역시 전사가 되지만, 보통은 원정이나 국경경비보다는 국내 치안을 맡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과부와 노처녀가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그노 남작은 과부나 노처녀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술집의 오너였다.

그리고 위니스의 경우는 신혼의 남편을 전쟁 속에 잃은 젊은 과부였고, 시그노 남작의 애인 중 하나였다.

한 번의 칼질에 왕녀의 목이 깨끗이 날아갔다.

“과연, 그렌경이로군. 반할 만큼 멋진 솜씨야. 그럼 검의 여왕은 대체 어느정도의 실력인걸까.”

위니스의 시선이 높은 단상의 프레이야 여왕 곁에 있는 두 에인페리아를 향했다. 엘프 못지않은, 아니 엘프 그 자체인 희연과 연하의 모습이 있었다.

연하의 경우에는 ‘궁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강력한 활솜씨를 자랑했지만, 활쏘기를 선호하는 엘프들에게나 조금 인정받을 뿐, 미드가르드에서는 검을 휘두르는 자를 당당한 전사로, 활을 쏘는 자를 당당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인식이 있었다. 적어도 귀족들 사이에서는 그러했다.

“헤에, 저 계집들인가. 언제 만나보게 해줄까?”

시그노 남작의 말에 위니스는 피식 웃었다. 언제나처럼 시그노 남작의 허풍이 시작되었다고 느낀 것이었다.

“됐네. 네 소개로 만나느니, 내 실력으로 가까이 올라가는게 훨씬 빠르겠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신전 내를 바라보았다.

신전 제일 윗쪽 자리는 여신님과 에인페리아들을 위한 자리였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제국 귀족들을 위한 자리가 있었다.

말이 제국 귀족이지, 엘프 귀족들의 자리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극히 일부의 굴베이그 왕족들이 제국 귀족 반열에 포함되었다.

그 아래가 왕국 귀족석이었다. 자작 이상의 귀족들과 엘프, 다크엘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등급이 준귀족인 남작 이하 기사들의 자리였다. 그나마 신전 내에 들어와서 이 엄숙한 예식을 참여할 수 있는 마지막 등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평민들은 신전 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신전 밖 광장에 모여 있었다. 신전 내에서 벌어지는 의식을 구경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실시간 라디오 중계처럼 안에서 이뤄지는 의식을 보고 말로 전하는 ‘변사’들의 설명을 들으며 기뻐하는 이들이었다.

곧 신전 내가 정리되면서 연회를 위한 자리가 만들어졌다. 각 등급별로 테이블과 의자가 준비되었고, 음식들이 제공되었다.

“에게, 이게 뭐야. 내가 원래 이자리에 있을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 여신님하고 한 테이블을 써야 한다고.”

시그노 남작의 투정에 위니스는 주의를 주면서도 귀엽다고 생각했다. 연회가 시작되자, VIP들의 인삿말이 줄을 이었다.

현대인들이라면 지겨워서 미칠 일이지만, 전사들의 세상인 미드가르드는 달랐다. 미드가르드의 아이돌은 뛰어난 전사들이었다. 전쟁에서 용맹을 떨치고 살아남아서 위에 군림하게 된 자들이었다.

성기사 그렌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나와서 인사를 하는 유명한 귀족들이자 전쟁 영웅들의 모습을 보면서 위니스는 감동을 하고 있었다.

반면 시그노 남작은 맛없다고 투덜대면서 연회에 나온 음식들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이변이 일어났다. 프레이야 여신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아랫쪽 단상으로 걸음을 옮긴 것이었다.

장내의 시선이 프레이야 여신에게 몰렸다. 프레이야 여신과 대화를 나누는 영광을 누가 누리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장내에 있는 모든 귀족들의 관심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프레이야 여신은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않고 걸음을 옮겨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하급 귀족들을 위한 테이블 가운데 한 자리 앞에 가서 멈췄다.

그리고 그 테이블에는 감히 전쟁 영웅들이 자신을 소개하는데, 지저분하게 음식을 먹고 있던 하급 귀족이 자리잡고 있었다.

“오랜만이로군요. 요새 재미있게 잘 지내시더군요.”

“아, 예. 여신님 덕분입니다.”

늘 허풍을 치면서 능글맞는 태도를 취하던 시그노 남작이었지만 과연 여신님 앞에서는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위니스는 생각했지만, 장내의 반응은 좀 달랐다. 예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분위기였다.

“잠깐 실례 하지요.”

프레이야 여신은 시그노 남작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에? 진짜로 여신님과 아는 사이였어?’

그녀가 아는 시그노 남작은 환락가에서 술장사하는 속물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보조직이랍시고 조무래기들 몇명에서 몇십명을 거느리고 있지만, 그다지 유해하지 않은데다가 성내에서 끔찍한 사건 등이 터지면 먼저 자신에게 용의자와 증거등을 조사해서 찔러주는 센스까지 있어서 가깝게 지내고는 있었다.

가끔 술이 좀 들어가면, 자신은 에인페리아중 하나이고, 프레이야 여신님께서 직접 임명한 사람이라고 떠들곤 했다.

물론 그 말을 믿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전사를 숭상하는 미드가르드에서 붙임성은 좋지만 몸사리는게 눈에 뻔히 보이는 그런 사내가 에인페리아가 될 수 있다고는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워낙 붙임성이 좋은데다가, 아주 잘생긴건 아니지만 호감가는 남자라서 가끔 잠자리를 같이하기도 했지만, 그리 대단한 남자라고는 여기지 않았다.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귀여운 남자?’라고는 생각하고 있지만 존경하거나 멋지다고 여긴 적은 없었다.

그런데 친히 프레이야 여신님께서 저 높은 단상에서 내려와서 하급 귀족들 가운데 있는 그를 찾아오실 정도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위니스 양이지요? 종종 시그노 남작과 함께 있는 것을 본적이 있군요. 주로 침실이었지만.”

프레이야 여신이 그렇게 말하자, 위니스의 머리속은 갑자기 들이닥친 충격으로 새하얗게 변했다.

미드가르드의 신들은 인간들의 이름 따위는 왠간해선 기억하지 못한다.

“제가 뭔가 실수라도 저지른 겁니까?”

“내 에인페리아가 있는 자리에 동석한 것 뿐입니다. 제성 사장의 요청이 있긴 했군요.”

시그노 남작, 신근호는 단상 윗쪽의 자리를 바라보자 조제성이 손을 흔들며 미소를 보내는 모습을 보았다.

‘좋은 시절은 다 갔군.’

신근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그리고 감히 여신님의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테이블에 머리를 박는 모습을 본 장내의 귀족들은 아연실색했지만, 프레이야가 직접 챙기는 에인페리아라는 사실이 가져다 준 충격도 만만치 않았다.

“유능한 에인페리아가 놀고 있으면 안된다는게 제성 사장의 의견이에요. 나 역시 마찬가지고 말이지요.”

프레이야의 말에 신근호는 그저 한숨을 쉴 뿐이었다.

신근호는 원기나 조제성의 처음 예상을 넘어선 인재였다. 신근호의 경우엔 단순히 상대가 위험한가 아닌가만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위험한가도 파악이 가능했다.

처음 보는 상대를 등급을 나눠가며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 능력은 처음보는 이들 가운데서도 대번에 실세를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처세술이 워낙 뛰어났다. 아부의 달인이라고 할만큼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능력이 뛰어났다.

실세를 재빨리 알아채고, 표안나게 아부하면서 재빨리 녹아들어가는 재주는 제성의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게다가 부업으로 호스트를 해본 경험까지 살려서, 어장관리를 기가 막히게 하면서 귀족들의 정보를 얻어내면서 재미도 보고 있었다.

실리를 기가 막히게 챙기는 인재였다. 프레이야 여신이 사람들 보는 앞에서 동석한 이상, 시그노 남작은 어딜가도 주목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모처럼 만들어놓은 그의 신분이 끝장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로그 아웃도 안하고 미드가르드에서 줄창 살아온 신근호로서는 심히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제성은 그를 거인족들의 땅에 침투시킬 생각이었기 때문에 좋은 시절은 완전히 끝났다고 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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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근호는 낙담하고 있습니다. ‘아 젠장 지금까지 좋았는데’ 조금 실망.]

프레이야는 순간적으로 눈앞에 뜬 일종의 캐릭터 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운명 게임에서 쿼터뷰 모드일때만 가능한 클릭해서 캐릭 상태보기의 창문이 뜬 것이었다.

고개를 돌려서 곁에 있는 희연을 바라 봤다.

[한희연은 평온한 상태입니다. ‘원기오빠는 대체 어디 간거야. 모처럼 미드가르드에 왔는데. 결투좀 해보고 싶었는데.’ 조금 불만.]

[유연하는 평온한 상태입니다. ‘고기다. 고기’ 조금 식탐.]

[위니스는 패닉 상태입니다. ‘여신님이 내 이름을 기억해 주시다니’ 강한 혼란.]

전에는 볼 수 없던 내용들이 보이게 된 것이었다. 능력 확인만이 아니라, 현재 심리 상태를 간단하게 볼 수 있었다. 깊은 생각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때 그때 생각하는 것을 살펴볼 수는 있었다.

‘얼마나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쁘지는 않군.’

굴베이그의 각성이 프레이야의 능력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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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은 프레이야의 좌우에 있는 희연과 연하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원기와 희연의 연인 선언은 제성에게도 꽤 마음에 드는 일이었다.

연인 흉내인가, 연인인가는 그다지 중요할 것이 없었다. 희연이 적극적으로 원기 옆에 붙어 다닌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원기의 안전은 확보되었다.

원기의 안전만큼 제성이 신경을 쓰는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경호를 늘리는 것은 꼭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볼 수는 없었다.

원기 자신도 부담스러워하고 원치 않을 뿐만 아니라, 지나친 경호는 되려 적의 눈길을 끌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금고나 요새같은 곳에 가둬둘 수는 없었다.

프레이야의 의지를 반하는 일은 벌일 생각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뛰어난 검사이고 주도면밀한 그녀가 늘 곁에 붙어있다는 것은 꽤 바람직한 일이었다.

‘연하도 마찬가지로 늘 붙어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조제성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프레이야 여신을 바라보고 있는 리디아를 보면서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가 리디아를 밀고자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쓸모 있고 책임감 있는 엘프이면서, 프레이야 여신에 대해 충성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조제성은 ‘사랑’의 파괴력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인간의 애정따위 호르몬의 장난이라고 믿고 있던 그에게 유혜서라는 운명을 만난 순간 일어난 변화는 그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프레이야 여신의 주 인격은 원기라는 현세의 청소년이었다. 여신의 위격이 변화하고 각성을 거듭하는 가운데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고 있었다.

‘적어도 원기로서 일생을 마칠 때까지는 변하지 않겠지.’

그래서 그는 리디아를 원기의 짝으로 밀고 있었다. 인간 여자처럼 되먹지 않은 것을 바라지는 않을테니까. 덤으로 아주 쓸모있는 특수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운동신경도 나쁘지 않고 헌신적이니 보디가드로도 쓸모가 있었다.

총에 홀딱 빠진 레이니만큼은 아니라도, 4번대와 함께 훈련을 받아서 권총 다루는 실력은 아주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생각보다는 희연양과 연하양도 나쁘지 않군.’

조제성은 발키리의 선별 능력에 감탄했다. 배신하지 않을 믿을 수 있는 아이들을 골라온 만큼, 곁에 둘만 했다.

그래서 이 세 명의 나이트 엔젤의 슈트를 특별히 개발 중이었다. 남미에서 활약하는 나이트 엔젤은 여차하면 한번 죽어주면 된다. 적이 강력한 무기를 쓰거나 함정에 빠지면 게임 캐릭터니까 한번 죽어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경우 자체 파괴가 되도록 자폭장치가 되어 있었다. 물론 외부 폭발보다는 내부 파괴에 중점을 둔 것이라 주변 피해는 적게 만들었다.

반면 희연과 연하, 리디아에게 줄 나이트 엔젤 슈트는 까짓거 한번 죽어주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반드시 지켜야만 할 대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진짜 첨단 장비와 화기관제 시스템을 갖춘 초병기로 개발하고자 하고 있었다.

‘흠, 지금 상황은 희연쪽 루트를 타고 있는 듯 싶은데, 그다지 좋은 건 아냐. 리디아를 움직일 필요가 있어. 그건 그렇고 어떻게 하면 연하와 플래그를 세울 수 있을까.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아. 도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으니.’

제성 역시 어릴 적에 미연시라는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었다. 원기의 곁에 인의 장벽을 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그래서 그는 하렘루트를 태우기로 마음 먹고 있었다. 어떻게든 리디아, 희연, 연하를 원기 곁에 붙여놓는 것이 목표였다.

‘쫄깃두근 메모리얼의 다테바야시 같은게 갑자기 튀어나오지 말란 법은 없으니.’

유명한 고전 게임의 폭탄 캐릭터를 떠올리며, 조제성은 살짝 결의를 불태웠다. 그는 돌발적인 사태를 원치 않지만, 완벽한 계획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리디아 전하. 선물 작전은 잘 되어가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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