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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27화 (127/497)

127화 정보

“이놈, 재밌지지 않습니까? 리디아 전하?”

조제성은 사색이 된 신근호를 보면서 리디아에게 말을 건넸다.

“이상하군요. 이렇게 불안해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리디아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신님을 공경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태도가 좀 껄렁하긴 하지만, 그럴만하다고 봐야겠지요. 놀던 바닥이 바닥이니만큼 말입니다. 그런데, 여신님 앞에서 보다 제 앞에서 더 어쩔줄을 모르고 있지요. 그건 이놈의 감각이 생존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어떤 의미지요?”

“그저 상대의 강함만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도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겁니다. 여신님은 자신의 휘하에 대해선 지나치게 관대한데다가, 원칙에 충실한 편입니다. 물론 저도 제 나름의 원칙엔 충실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지요. 여신님에게선 위험을 못느끼지만, 제게선 위험을 느끼는 겁니다. 필요없어지면, 제거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조제성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그 미소가 신근호에겐 꽤 강력한 위협으로 느껴졌다. 사실, 그가 느낀 것 가운데 조제성이 만약 그를 제거하려고 든다면, 여신의 가호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왠만한 일이라면, 여신은 조제성의 의견을 받아들일 것이 분명했다. 여신은 변덕스럽지 않고, 조제성은 충분히 변덕스럽게 보였다. 원칙에 충실하고 객관적이라고 하지만, 인간을 비롯한 사물의 이용가치는 등락을 반복하는 주가처럼 바뀌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놈의 코는 실세를 재빨리 알아보는 재주가 있지요. 덕분에 매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길거리 양아치 출신이 귀족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녹아들어간 것이기도 합니다. 스파이로서는 아주 쓸만한 놈이라고 해야겠지요.”

조제성은 그렇게 말하면서 잔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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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하루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간 연속해서 벌어졌다. 그리고 두번째 날에는 철도 개통식이 이루어졌다.

엘프들의 세스룸니르와 인간들의 굴베이그 성을 직접 이어주는 것은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굴베이그 성에서 가까운 부두까지 이어지는 철도였다. 부두에서 배편으로 세스룸니르에 가까운 항구까지, 그리고 세스룸니르까지 철도를 이용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장기적으로는 각 지역을 철도로 연결할 예정이었지만, 현재로서는 그다지 인구도 많은 편이 아니라,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인구는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 가족들이 평화속에 늙어 죽을 수 있는 곳을 원하는 인간들은 미드가르드에도 적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반 신족과 프레이야가 승리자가 되어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그것이 사람들이 프레이야 제국을 향해 오는 발걸음을 막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굴베이그 여신의 탄생을 축하하는 세번째 날, 로키의 대사제가 축하 사절로 굴베이그 왕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들은 축하와 더불어, 굴베이그 여신을 로키의 처로 맞이하겠다는 요구를 해왔다.

“최악이로군. 빌어먹을 놈. 이럴 때 등장하다니.”

원기는 혀를 찼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죽음의 신 하데스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를 납치해서 강제로 결혼한다. 그리고 그 결과 페르세포네는 저승의 왕비가 되어버린다.

정상적인 신들의 결합과는 의미가 다른 것이다.

커피의 신과 우유의 신이 만나서 커피우유의 신이 태어나는 것이 정상적인 신들의 결합이라면, 미성숙한 상태의 신을 강제로 끌고가서 곁에두는 것은 일종의 지배 과정과도 비슷하게 되는 것이다.

커피 우유가 아닌, 밀크 커피를 만들어 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굴베이그는 프레이야 진영의 인간들을 통솔하는 신이고, 만약 로키가 끌고가서 거인족의 신으로 만들어버린다면, 프레이야 진영은 자립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터였다.

말이 축하 사절이지, 침략행위나 다름 없는 짓이었다.

“문제는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로군.”

리디아가 대사제와 교섭을 했지만 결과는 녹녹치 않았다. 리디아의 교섭을 통해서 대사제의 호감을 끌어내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그를 전향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그런 짓을 했다간 로키 진영과 전면 전쟁이 벌어질 수 있었다. 펜릴 제국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긴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프레이야를 향해 창칼을 들이밀지만 않아도 다행일 터였다.

대사제는 프레이야에게 통보하러 온 것이지, 흥정하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리디아의 스킬이 먹혀도, 그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럴 때 신근호가 쓸모가 있을 겁니다.”

조제성은 그렇게 말하며, 원기의 재가를 받아 신근호를 투입시켰다. 신근호는 로키측 축하 사절단의 편의를 봐주는 역할을 맡아서 식사나 잠자리 등, 사절단이 불편하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맡아서 그들의 동태를 관찰했다.

그리고 그는 대사제의 시종 중 하나가 실세라는 사실을 발견해서, 조제성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리디아가 그 시종에게 선물 공세를 펼치자, 상황이 곧 바뀌었다.

“신관님. 로키님의 요청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은 건 사실이지만, 저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러다가 프레이야가 오딘에게 투항하는 경우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정말 로키님의 뜻일까요?”

“흠, 아무래도 좀 그런가?”

원칙대로만 움직이는 꼬장꼬장한 대사제지만, 그런 사람들일수록 융통성있고, 신뢰할 수 있는 의견을 내주는 심복을 두고 있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 시종을 신근호가 알아낸 것이었다.

“저들도 이미 많은 양보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리디아 황녀가 제시한 조건들은 상당한 것이 아닐까요?”

“그건 그렇게 봐야겠지.”

대사제역시 리디아의 스킬에 걸려서 꽤 호감을 가진 상태였다. 다만, 그는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라서 나설 수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식량과 무기 제공을 비롯해 꽤 많은 조건들을 리디아가 제시했고, 그것이 그의 호감을 불러온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우리 쪽도 양보해야 할 듯 싶습니다. 굴베이그 여신 건은 로키님께 여쭤보고 결정하겠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로키님도 이런 정도로 양보를 받아냈다면 납득하실 것 같습니다. 대사제님이 여기서 모든 책임을 지실 필요는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자칫하면, 대사제님께서 모든 책임을 지게 되실 수도 있습니다.”

“흠, 역시 그럴까?”

시종의 말에 대사제는 쉽게 흔들렸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굴베이그 여신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물론 그 경우에 선전포고를 하기로 되어있었지만, 그렇게 하기엔 리디아를 통해 제시된 반대 급부가 꽤 큰 편이었다.

새로운 무기인 소총과 증기 기관차 등을 대가없이 무상으로 제공하는데다가 식량까지 제공한다는 조건이었다. 소총도 그렇고, 증기 기관차도 그들이 보기엔 놀라운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호조건을 묵살하고 전쟁으로 몰고나가기엔 책임이 너무 무거웠다. 대사제는 그 사실을 절감하고, 시종에게 의견을 물었다.

“일단, 외교는 거래입니다.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것은 모양상으로도 좋지 않지요. 식량용으로 사용되는 노예들의 일부를 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제공되는 식량이 많으니 노예들의 번식도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 정도 모양을 내어 주고, 로키님의 결정에 맡기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됩니다.”

“그래. 로키님께 맡기는게 올바르겠지. 로키님의 뜻이 전쟁에 있다면 어떤 조건도 무의미할 것이고, 장기적인 동맹을 생각하신다면 적당한 외교 교섭은 필요하겠어.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지.”

그리고 다음날 리디아의 외교 교섭은 아주 자연스럽게 풀려나갔다. 리디아가 약속한 선물에 해당하는 조건에 맞춰서 로키측의 양보를 아주 알차게 얻어낼 수 있었다.

물론 로키가 거부하면 즉시 전쟁이 벌어질테지만, 적어도 시간을 꽤 벌었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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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제성 회장님이세요. 저자의 능력이 이렇게까지 효과적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군요.”

“원래 로비는 저런 식으로 벌이는 겁니다. 힘이 있냐 없느냐만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베겟머리 송사가 가장 위력적이라는 소리도 있지 않습니까.”

제성은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신근호는 뛰어난 스파이의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굳이 적의 요새에 침투해서 금고를 뚫거나 할 필요는 없었다. 주요 인사들과 만나서, 그들의 위험성과 실세등을 정확하게 파악만 하더라도 엄청난 가치의 정보를 얻는다고 할 수 있었다.

갑자기 제갈량이나 이순신 같은 천재 장수가 번개같이 등장해서 데뷔전을 벌이게 되는 상황이 온다고 해도, 신근호가 안면만 터 둔다면, 그 위험성을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이능이라는게 참 대단한 것이긴 한데 말이지. 강제 각성도 좋지만 자연 각성이라는 것도 버리긴 아깝군.’

프레이야는 상급신으로 각성하면서, 이능의 강제 각성 능력을 얻었다. 자연적으로 깨어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강제로 이능을 각성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강제 각성된 이능은 자연 각성처럼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특이 능력과는 조금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이능은 크게 세가지로 나뉘었다.

염동력 계통, 정신 계통, 에너지계통.

그리고 이 세 계통은 각각 두 가지 상반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염동력은 자동과 타동으로 나뉘었다.

자동은 스스로를 움직이는 힘이었다. 자신을 염동력으로 보호해서 강화하는 능력이 겸비되어 있었다.

이는 무협소설에 나오는 무공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염동력으로 자신의 움직임을 보조해서 더 빠르고,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희연의 무기사랑은 이 염동력의 자동타입의 힘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타동은 자신이 아닌 남을 움직이는 타입의 힘으로 보통 말하는 염동력과 비슷한 힘이었다. 마법사들의 힘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정신 계통은 수신계와 발신계로 나뉘었다.

수신계는 신근호의 능력처럼 정상적으로 알기 힘든 것들을 수신하는 초감각과 같은 능력이었다. 돈이 새는 것을 귀신처럼 알아내는 박승희의 능력이나 바람의 흐름을 예측하고 읽어내는 유연하의 능력이 바로 수신계라고 할 수 있었다.

발신계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는 텔레파시 능력과 같은 것이었다. 자신의 지휘하에 있는 이들에게 복합적이고 개별적으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호철의 광역 개별 지휘 능력도 이 능력의 변형이지만, 리디아의 배가교환이라든가, 한희연의 쪼렙학살과 같은 능력도 이 발신계 능력이었다.

그리고 에너지 계통의 능력은 에너지를 방출하느냐, 흡수하느냐 하는 방식으로 나뉘었다. 한희연의 능력이 빛나는 검은 이 에너지 방출계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화계, 빙계만이 아니고 드물게 음과 양을 동시에 조절하는 자는 전격계 능력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한희연의 경우 정신계의 발신계에 특화된 상황에서 염동계의 자동 능력과 에너지계의 방출 능력까지 각성한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쪼렙학살의 무시무시한 능력에 비하면, 무기를 정신력으로 보호하거나 빛을 발산하는 정도의 능력은 아주 미약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강제 각성은 확실하게 쓸만한 능력을 강제로 각성시키지만, 그 댓가로 자연 각성에서 얻어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얻을 수 없게된다는 점이 있었다.

다만, 그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었다. 통제 불능의 이상한 능력이 각성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현실세계의 프레이야 국제학교의 학생들이 이상한 능력으로 각성하는 것을 막고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신성력의 소비가 문제가 되지만, 강제 각성이라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겠군요.”

“생각하고 계신게 있으십니까?”

“우선 연하가 어떨까 싶어요. 다른 능력이 각성할 낌새는 없어보이니.”

바람을 읽는 능력은 충분히 각성했지만, 염동력계의 자동 능력이나 타동 능력이 눈을 뜨게 된다면 지금까지 이상으로 강해질 수 있을터였다.

신체 능력을 상승시켜주는 자동계 능력이든, 외부 사물을 정신력으로 움직이는 타동계 능력이든 그녀에겐 잘 맞을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거인족까지 적으로 돌릴 생각은 없었지만, 잘못된다면 로키와 오딘을 함께 상대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때, 미국에서는 템플러 기사단의 사주로 아마존을 향해서 건쉽이 떠오르고 있었다.

템플러 기사단의 침묵은 미국에 거점을 만들고, 미국의 협력을 얻기 위해 물밑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오키나와 미군 기지에서도 서울의 거점을 타격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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