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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28화 (128/497)

128화 나홀로 집에

SAS 출신의 교관 크리스 맥케이는 엘프들을 훈련시키면서, 그 놀라운 능력에 공포를 느꼈다.

현대전에 있어서 엘프야말로 최강의 병사라고 단언했다.

일만 명의 엘프 병사들을 적절히 사용하면 세계 정복도 그리 어렵지 않을거라고 장담할 정도였다.

남미 아마존 신전 기지의 보초는 실질적으로 주간조 여덟명, 야간조 네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물론 기지에 출입하는 이들을 통제하는 역할로 인간 경비병이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안을 책임지는 이들은 이 숫자가 전부였다.

엘프들이 경비하는 초소의 기본 장비는 타블릿PC였다. 문제는 이것이 경비용이 아니라 동영상 감상용이라는 사실이었다.

초소에서 경비하는 엘프들에게 금지된 것은 단 둘이었다. 동영상을 볼 때 음량을 너무 크게 하지 않는 것, 자리를 이탈하지 하지 않는 것 뿐이었다.

그들의 청각과 후각은 대단히 예민하고 정교해서 잠을 자거나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고 해서 적들의 접근을 놓칠 정도는 아니었다.

주간보다 야간의 보초가 적은 이유는, 야간에는 소리가 더 잘들리고, 움직이는 사물들이 적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철통같은 보안 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다.

“레이니 대장은 뭐해?”

“지금 자고 있는 것 같아.”

“젠장, 다들 즐기고 있는데 우린 대체 이게 뭐냐.”

장수한의 의도대로 엘프들은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해서 꽤 현대 문물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들의 문화가 그다지 바뀐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말을 구사할 때의 말투는 고상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디어를 통해 외국어를 배울 때 나타나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 듯했다.

미드가르드어로 “기분이 어떠세요.” “정말 좋군요.”를 한국말로는 “야, 기분 째지냐?”“존내좋아.”라는 식으로 배운 것이었다.

장수한과 원기가 나름 필터링을 시켰지만, 필터링에 걸리지 않는 용어들은 그대로 배워서, 한국말로 대화를 나눌때는 조금 질나쁜 중고딩처럼 보이는 그런 언어를 쓰고 있었다.

프레이야 여신의 현신은 그다지 자주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사실 일년삼백육십오일 늘 프레이야로 있어도 되겠지만, 원기로서는 여신으로 실체화되는 것이 그리 내키지는 않았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여신 캐릭터로 등장하는 일이 없었다.

원기가 여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위 신관들조차 원기가 프레이야로 현신하는 것을 보는 것이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곁에 있는 것을 기뻐하는 상황이니, 원기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녀들이 모처럼 현신한 프레이야 여신을 볼 수 있는 자리에 참여 못하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는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여신 탄생 축제라고 하니 말인데. 이곳에서도 크리스마스라는게 있어서 그때 홀로 보내는 밤을 최악으로 여긴다고 하더라고.”

“그 기분 왠지 알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남친 따위는 필요 없지만.”

엘프들은 감정적인 면은 인간에 비해서 약한 편이었다. 이타적인 감정은 인간 수준이지만, 이기적인 감정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리고 남녀간의 사랑은 사실 독점욕과 애욕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엘프들에게는 그리 와닿지 않았다. 특히 남자엘프들은 보호할 대상이면서도, 여차하면 제일 먼저 포기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다. 마을이 습격당하면, 남자 엘프의 우선 순위는 식량 다음이었다.

초소들은 모두 무선 랜으로 연결된 상태라서 잡담을 하면서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능했다.

“오늘은 무슨 영화 보는 중이야?”

“난 스타워즈 다시 보고있어. 이게 제일 재밌네.”

“난 콰이강의 다리, 역시 인간들의 전쟁에선 배울게 많은 것 같아.”

“난 ‘나홀로 집에.’”

북쪽 초소의 엘프가 대답하자, 남쪽 초소와 동쪽 초소의 엘프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인 감정이 약한 엘프들은 연애를 중심으로한 러브 스토리나, 코미디 프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나 SF, 전쟁등을 포함한 역사 이야기를 주로 선호했다.

“그 영화 재밌어?”

“아니.”

“그럼 왜 보는데?”

“인간들이 기분 드러울 때 주로 보게되는 영화라고 하더라고.”

“흠, 그런가. 나도 그영화나 봐볼까?”

“이봐, 북북서에서 무언가가 오고있다.”

그렇게 그들이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나눌 때, 서쪽 초소에서 잠을 자던 레이니가 눈을 뜨고 말했다. 북쪽 초소의 엘프는 재빨리 보던 영화 ‘나홀로 집에’를 일시정지 시키고 하늘을 향해서 귀를 기울였다.

“아, 북북서, 11시 30분 방향에서 항공기가 접근하는 소리가 들려. 역시 레이니 대장의 귀가 다르긴 다르네.”

북쪽 초소의 엘프가 레이니의 귀를 칭찬했지만, 레이니는 아무말하지 않고 눈을 감은채 정신을 집중했다.

“고도 약 1만5천피트, 시속 약 300kmh, 방위 11시 32분, 엔진 소리로 볼 때 AC-130H 건쉽. 정확히 우리 신전 기지를 향하고 있어. 빨리 보고해.”

“오케이.”

초소의 경고 신호를 듣고, 초소 채팅채널에 들어온 엘프가 황급히 응답하고는 자리에서 움직였다.

쌍권총 매니아 레이니의 특수 능력은 청각에 의한 고도의 공간지각 능력이었다. 그녀는 어려서 시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물론 신관들의 치유 능력으로 치료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신성력이라는 것도 낭비할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었다.

마을이 습격 받아서 도망이라도 하게 되면, 지나치게 어린 아이나 장애를 가진 아이는 남자 엘프들과 함께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생존을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기도 했다.

그래서 자기 간수를 어느정도 할 수 있을 나이까지는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그 결과 그녀는 약 6살이 될 때까지 맹인으로 살아야 했다. 그리고 그녀가 자연스럽게 터득한 이능이 수신계 능력인 공간지각이었다. 엘프들이라고 해도 궁술에는 시각을 주로 의존하지만, 그녀는 시각보다 청각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쌍권총을 사용해서 근접거리에서 사방을 공격하는 것이 그녀의 전투 스타일에는 더 맞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능력은 야간에는 레이더에 버금가는 활용이 가능했다.

“AC-130 건쉽이라니, 어떻게 해야 할까.”

남미 신전기지 방위를 맡은 크리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허큘리스 수송기를 개량해서 2문에서 4문의 개틀링과 40미리 보포스 기관포, 105미리 포를 장비한 건쉽은 제공권을 장악한 상태에선 최고의 지상 공격 수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야간에 열상장비를 이용해서 지상을 정확하게 핀포인트로 몇시간씩 두들길 수 있었다.

전투기나 대공 미사일 없이는 상대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물건이었다. 물론 엘프들은 야간에도 시각이 발달해서 휴대용 대공 미사일로 노려볼 수는 있었다.

5문의 휴대용 대공 미사일이 있으니, 한번 반격해 볼만은 했지만 대처 수위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응 지시가 올 때까지는 기다릴 수 밖에 없겠군. 모두 지하로 피신하도록 알려라.”

그의 지시와 함께, 지축을 울리는 폭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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