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죽음의 천사
“B17 에리어에서 중간 수준의 위협을 감지했습니다. 대략적 위치를 맵에 표시합니다.”
템플나이트 쟝은 그렇게 말하면서, 사격용 조준 지도에 표시를 했다. 그의 이능은 위협을 감지하는 능력이었다.
살기 감지, 혹은 적의를 감지하는 수신성 이능의 상위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위협 발견했습니다. 88미리 대공포입니다. 즉시 사격에 들어갑니다.”
그와 동시에 AC-130에서 105미리 곡사포가 불을 뿜었다. 잠시 후 대공포가 순식간에 날아가버렸다.
2차세계대전에 만들어진 대공포로 실전에 투입되기 전에 전쟁이 끝나서 암시장을 돌아다니다 남미에 도착한 물건이었지만, 별다른 활약도 해보지 못하고 그 생애를 마쳤다.
“이번엔 상당한 수준의 위협을 C13 에리어에서 감지했습니다. 맵에 위치를 표시합니다.”
“위협 요소 발견했습니다.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입니다. 사격에 이행해 주세요.”
그와 함께 40미리 보포스 포탄이 연사되면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을 들고 움직이던 엘프가 폭사했다.
죽음을 당한 엘프의 영혼은 그자리에 서서 ‘이게 어떻게 올린 레벨인데’하며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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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적은 정확히 대공 무기를 가진 이들을 노리고 있습니다. 뭔가 특수한 장비 혹은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쪽의 정보가 누출 된 것은 아닌가? 정확히 노리는 지점은 어떻게 되지?”
크리스의 질문에 보고하던 엘프는 고개를 저었다.
“정보 누출은 아닌 듯 합니다. 적들은 위장용 기지를 중점적으로 타격하고 있습니다. 신전 기지까지는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는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위장용 기지는 신전 기지의 출구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으로 보였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이렇게 핀포인트로 대공 무기를 노리다니, 어떻게 된거지?’
크리스가 고민하는 사이에도 건쉽은 위장용 기지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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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3 에리어의 위협 수준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열상 장치를 통해서 공격한 대상이 러시아제 휴대용 대공 미사일인 이글라 미사일로 보이는 무기를 소지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사격 관제관이 쟝에게 물었다.
그가 알기로는 이글라 미사일 수준으로는 건쉽에 대해서 ‘상당한 수준의 위협’으로 평가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위협 수준은 해소되었습니다. 아마도 엘프의 능력이 뛰어난 탓일 것 같습니다.”
쟝 역시 이글라 미사일 때문에 큰 위협을 느꼈다는 사실이 이례적임을 알고 답변했다.
실제로 스팅거나 이글라 미사일처럼 어깨에 견착하는 미사일의 경우 조준도 쉽지 않고, 반동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서 명중률이 감소했다.
미스트랄 미사일이나 한국의 신궁 미사일이 받침대를 가지고 있고, 신궁 미사일의 경우 이글라 미사일의 기술을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글라 미사일보다 뛰어난 명중률을 보이는 것은 미스트랄 미사일처럼 받침대를 이용하기 때문이었다.
보병이 들고 움직이며 쏘기는 힘들지만, 빠른 조준과 안정적인 사격이 가능해서 이뤄지는 결과였다.
그리고 인간의 세배 이상 강력한 게임 캐릭의 체력을 지닌 엘프 병사들은 마치 소총을 들고 쏘듯이 빠르게 조준하고 안정적으로 미사일 런쳐를 지탱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쟝은 총사대가 지닌 이글라 미사일을 ‘상당한 수준의 위협’으로 평가하게 된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정말 놀랍군요. 엘프라는 놈들은...”
개틀링 사수들이 땅을 향해 사격을 가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나무 사이를 이리저리 뛰는 엘프들의 움직임은 열상 장치를 통해서 확인이 가능했다.
보포스 기관포나 105미리 곡사포가 아니면 엘프들을 잡기 쉽지 않을 정도였다.
“시간은 많으니, 차분하게 사냥해 나가면 될 겁니다.”
템플 나이트 쟝이 침착하게 말했다. 위협 수준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그가 있는 이상, 건쉽은 무적이나 다름 없었다.
상대가 무기를 겨누기도 전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직접적으로 작전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미군의 조기 경보기의 지원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전투기나 대공 미사일의 위협도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었다.
움직이는 포대, 죽음의 천사로 불리우는 건쉽은 기체에 싣고있는 포탄들을 아마존의 정글에 퍼붓고 있었다.
“인간 사망자가 이미 50명을 넘어섰습니다. 추가로 레벨을 다운 당한 엘프들은 현재 20명이 됩니다. 어떻게 할까요.”
위장용 기지에 자리한 갱들은 약 백명이니 절반 이상의 손실이 나온 셈이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제성이 구제불능이라고 판단내린 질나쁜 용병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좋아. 리젠을 기다려서 두번 정도 더 사망을 연출하라고 해.”
“세번 연속 렙다 당하면, 불만이 좀 클텐데요.”
“어쩔 수 없어. 엘프 50명 정도의 희생을 연출하지 않으면 적들도 납득하지 않을 거다. 허락만 떨어지면 적을 퇴치해야 할거다.”
크리스는 상황이 안좋은 것은 알고 있지만, 그리 걱정하고 있지는 않았다. 지하의 신전에 설치된 문을 통해서 전령이 미드가르드로 향한 상태였다.
“레이니 대장에게서 보고입니다. 공격 헬기 두 대를 포함해서 군용 헬기 네 대가 이쪽을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신님의 지시가 도착했습니다. 모든 판단을 맡기신다고 합니다.”
크리스는 그 말에 쓴 웃음을 지었다.
“좋아. 그럼 총사대들은 일제히 밖으로 나가서 시선을 끌며, 적당히 죽어주도록 한다. 그리고 레이니에게 ‘드래곤 슬레이어’를 넘겨라. 목표는 적의 격퇴, 격추하게 되어도 무방하지만 되도록 후퇴를 유도하라.”
크리스가 언급한 대물 저격총 드래곤 슬레이어는 드워프들을 통해서 특수 제작한 대물 저격총이었다. 배럿 대물 저격총을 본떠서 만들었지만 게임 캐릭터가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반동과 무게가 두 배 이상 나가는 괴물 저격총을 만들었다.
엘프들의 야간 시력이 좋다고는 해도, 하늘을 날으며 포격을 가하는 건쉽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야간에 드래곤 슬레이어를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레이니 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극도로 심각한 수준의 위협입니다. 위치는 G4. 갑자기 나타났군요. 곧 우리를 공격할 겁니다.”
“위협 요소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대공 미사일이나 RPG를 가진 병사들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순간, 기체 내에 무언가 찢어지는 듯한 금속성의 소음이 들려왔다. 포격 때문에 헤드셋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알아챌 수 있는 소리였다.
“피탄! 날개에 맞았습니다. 피해는 크지 않지만 연료가 새기 시작합니다. 작전행동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G4 지역에 포격을 가해 주세요.”
“당장은 무립니다. 현재 기체 우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회두해 주십시요.”
“선회에는 약 1분 정도가 걸릴 듯 합니다.”
건쉽의 경우,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지만, 그 포대는 기본적으로 한쪽 방향, 좌측을 향해 존재했다. 그래서 반시계 방향으로 기지 주변을 선회하면서 포격을 집중해 왔다. 그리고 그들의 비행 경로는 서쪽 초소와 기지 사이를 통과하고 있었고, 정확히 그 타이밍을 노리고 레이니가 대물 저격총 드래곤 슬레이어를 들고 공격을 개시한 것이었다.
“또 피탄했습니다. 장전수가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었습니다. 대구경 저격총으로 보입니다.”
“저격총이라고? 기관포가 아니고?”
열상장치를 통해서 그들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자를 찾아보기 위해 필사적이었지만, 총기를 들고 움직이는 엘프들이 제법 있어서 레이니를 정확히 꼽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조종석에 피탄했습니다. 인적 손상은 없지만 계기류 일부가 파손되었습니다.”
“선회를 그만두고 전속력으로 전진, 이곳을 이탈합시다. 그리고 헬기 부대에게 접근을 중단하도록 요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템플 나이트 쟝의 지시에 건쉽은 그대로 이탈하기 시작했다. 대물 저격총의 공격이 이어지긴 했지만, 거대한 건쉽의 덩치 덕분에 큰 데미지를 입지는 않았다.
아무리 청각이 뛰어나다지만, 야간에 허공을 나르는 비행기의 조종석을 노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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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니 대장의 보고입니다. 접근하던 헬기들이 모두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적의 건쉽은 남쪽 방향으로 직진 전투 지역을 이탈했습니다.”
“사망자 수는 어떻게 되나?”
“인간 57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레벨 다운 당한 횟수가 44번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총 16명이 레벨 다운 당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적은 적어도 30명에서 40명 이상의 엘프가 제거당했다고 믿겠군.”
크리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시기적으로 최악의 시기에 급습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는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상대는 많은 피해를 주었다고 믿을 것이었다.
또한 그리 쉽게 공략할 수 없다는 사실도 머리 속에 심어줄 수 있었다.
‘시간을 좀 벌었다고 봐야겠지.’
건쉽이나 전투헬기로 재미보기 어렵다고 느낀 이상, 공략을 위해 고민하게 될 터였다. 그렇다고 정글에 융단폭격을 할 수도 없는 만큼, 충분히 시간은 확보할 수 있었다.
‘게임 캐릭터용 장비 개발만 제대로 되어 준다면...’
인간의 세 배 이상의 근력과 끝을 모르는 스태미너. 게임 캐릭터의 성능은 이 세상의 군사 상식을 뒤집을 만한 힘이 있었다.
크리스는 그 놀라운 힘이 가져올 변화에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이 힘은 프레이야 여신과 함께 하는 것이고, 그녀의 뜻대로만 쓰여질 터였다.
크리스 역시 프레이야 여신을 단단히 신뢰하고 있었다.
‘마지막 하루지만 위문차 이곳에 와주신다고 하셨으니 정말 기대가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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