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나이트 엔젤을 노리는 자들.
“호텔에 화재입니다! 소방 헬기가 필요합니다.”
“그런 건 애초에 없다고 생각해라. 높으신 분이 라스베가스로 출장 가실 때 끌고 가셨단다.”
“인근 도로에 불법 주차 차량들 때문에 대형 차량의 진입이 어렵습니다.”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신이 아니야. 구할 수 있는 사람만 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이 머무는 12층 호텔이 화염에 휩싸였지만, 국가적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남미에서 구조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기는 쉽지 않았다.
‘이대로 죽는건가.’
엘리베이터는 물론이고 비상계단마저 연기에 휩싸인 상태에서 기침을 하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던 관광객 조셉 마일즈는 창문으로 향했다. 뛰어내리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지만, 이대로라면 확실하게 죽을 것이 틀림없었다.
떨어져서 죽는 것과 연기에 질식해서 죽는 것, 타 죽는 것 중 어느 것도 달갑지는 않았다. 그저 10층 높이에서 떨어져도 사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걸어볼 수 밖에 없었다.
그때, 갑자기 문이 부서지면서 화염 속을 뚫고 들어온 여성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 여성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순간, 시원한 바람이 그의 폐를 가득 채웠다. 연신 깊은 기침이 나왔지만, 조금 전의 기침이 죽음의 기침이었다면, 지금의 기침은 생명을 되찾는 기침이라고 할 수 있었다.
“괜찮아요?”
유창한 영어로 물어오는 여성의 모습을 보는 순간, 조셉은 그 여성이 소문으로 자자한 ‘나이트 엔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살아 난건가? 아니, 잘 모르겠군.’
파워드 슈트로 총기를 사용하는 갱들이나 강도들과 싸웠다는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이 아닌 이상, 불에 휩싸인 빌딩에서 사람들을 데리고 탈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왠지 마음은 편해지는군. 그리고 천사같은 미인인건 분명해.’
조셉 앞에 나타난 나이트 엔젤은 조셉을 비롯해서 사람들을 미소짓는 얼굴로 안심시켰다. 그녀가 오면서 주위의 연기가 한곳에 뭉쳐서 사람들의 호흡을 방해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 사실을 눈치채는 이는 없었다.
“옥상에 탈출 준비가 되어 있어요. 절 따라 오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네명이나 어깨에 짊어지고 거침없이 계단을 향해 움직였다. 조금 전까지만해도 연기가 자욱해서 감히 진입할 수 없던 계단이 왠지 걸어볼 만해진 듯 했다.
그리고 옥상에 도착하자, 옆 건물로 로프가 연결되어 있었고, 나이트 엔젤 총 네 명이 바구니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옆 건물로 피난시키고 있었다.
조셉은 그 후, 나이트 엔젤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조셉을 비롯해서 나이트 엔젤의 활약에 반해서 극렬팬이 된 이들은 적지 않았다. 그들은 파파라치나 스토커에 가까운 활동을 벌였지만, 나이트 엔젤 측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되려 가끔 그들을 보면 가볍게 눈인사를 해주는 경우도 많았다. 그들이 만드는 블로그나 트위터에 코멘트를 달아주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당부는 오직 한 가지. 쫓아다니는 것은 좋지만, 위험한 곳에 접근하지 말 것이었다.
그리고 열렬 팬들의 일부는 서포터가 되었다. 화재, 사고, 범죄 등 나이트 엔젤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 트윗 등을 통해서 나이트 엔젤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인터넷 상에서 장난 삼아 부르는 요청도 없진 않았지만, 몇몇 열렬 서포터들은 일체 장난 없이, 정확한 정보만 알려줬다. 그리고 그들은 그 정보 덕분에,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고 추가로 나이트 엔젤의 모습을 직접 보고 사진을 촬영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인터넷을 이용한 활동은 나이트 엔젤이 현실에 존재하는 특수한 영웅으로 활약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경찰 무선을 도청하는 것보다도 트윗 등을 통한 확인이 빠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엘프들이나 드워프 들에게 진실을 아는 눈이 있다는 전설이 많은데, 사실은 ‘눈’이 아니라, ‘귀’였다.
그들은 인간의 음색을 꽤 정확하고 정교하게 분석해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서 거짓말 탐지기 이상으로 사람들의 말을 분석해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을 위협하는 소리, 겁에 질린 소리 등은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나이트 엔젤들은 소리를 통해서 범죄자들을 습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활동은 갱들의 정보를 이용해서 이루어졌다.
리디아를 보스로 만들어진 남미의 거대 암흑 카르텔은 정보의 보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제성은 재빨리 거대 보안회사를 만들었다. 암흑 카르텔을 등에 업고 만들어진 치안 회사였다. 이 치안회사의 이익금은 거대 조직에 골고루 분배되도록 만들어 놓았다.
병주고 약주고, 보험금으로 멀쩡한 사람들에게서도 돈을 갈취하는 수법이라는 설명에 암흑 카르텔은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치안이 상당히 좋아지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와 병행해서, 암흑 카르텔을 축소해 나가는 것이 조제성의 장기 계획이었다.
인신매매나 장기매매 등 특히 질이 나쁜 행위를 하는 조직부터 차례차례 제거해 나가는게 목적이었다. 카르텔 최 상층부가 자신들을 노린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것은 조제성의 교묘함 덕분이기도 했다. 엘프들을 이용해서 완벽한 수준의 도청을 하면서, 카르텔 상층부에 보고되지 않은 정보들을 골라서 나이트 엔젤을 이용해 공격했다.
그 결과 비밀을 많이 가진 비협조적인 조직들이 먼저 궤멸당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암흑 카르텔이 하부 조직들에 대해서 갖는 통제력이 강화되었다.
주요인물들, 돈의 흐름 등을 꿰고 있으니, 뒤로 차고있는 주머니를 알아내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그 결과 남미의 치안이 좋아지고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게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탓일까, 나이트 엔젤의 인기는 단순한 인기 수준을 넘어섰다. 미국인들에게는 현실에 나타난 히어로라는 ‘아이돌’ 수준의 존재라면, 남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삶을 통째로 구원해 주는 존재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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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 나이츠는 남미 기지를 공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스텔스 헬기인 코만치를 동원해 봤지만, 엘프들의 대물 저격총에 피탄당해서 황급히 귀환해야만 했다.
레이더가 아닌 소리로 위치를 찾는 엘프들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다지만, 건쉽이나 전투 헬기가 요격당할 수 있는 시점에서 효율적인 공격은 쉽지 않았다.
정글에 대규모 폭격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이트 엔젤이라는 계집들을 잡아들인다.”
템플 나이트 네이트의 말에 쟝은 눈살을 찌푸렸다.
“나이트 엔젤을 잡는 것도 쉽지 않지만, 잡는다고 해도 인기가 높아서 곤란할 것 같습니다만.”
“상관없어. 미군 측도 나이트 엔젤들이 장비한 파워드 슈트에는 관심이 많은 편이야.”
건쉽과 코만치 등은 모두 미국으로부터 공여받은 물건이기 때문에, 돈과 정치력을 많이 필요로 할 뿐 아니라, 만약 손실이 생기면 책임 문제가 대단히 커질 수 있었다.
그리고 지상 부대를 투입하기에는 적의 앞마당이라는 사실이 지나치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전차를 투입하기에는 아마존 유역이 그리 좋은 지형도 아니었다.
“함정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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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마약 거래인가. 그리고 또 한 팀은 그걸 습격? 아주 골고루 하는군 그래.”
미국측 거래선의 연락으로 대규모 마약 거래가 성립되었다. 물론 연락을 받은 조직은 조제성과 리디아가 처리하기를 바라는 악질적인 조직 중 하나였고, 이번 거래 자체를 카르텔 쪽에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처리하려고 들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조직의 실세가 누구인지 아는 터라 가끔씩만 도청해도 비밀 거래 정도는 바로 걸려들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거래를 노리는 조직은 자신들을 무투파라고 말하는 용병 출신이 모인 무기거래 조직이었다. 대규모 돈이 흘러가는데다가, 카르텔에 보고를 안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습격할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역시, 장기적으로는 제거할 마음을 가진 조직이었기 때문에 별 문제는 되지 않았다.
“나이트 엔젤의 출동인가요? 기대되는데요.”
한희연이 미소를 지었다. 프레이야 여신을 따라서 남미로 온 그녀는 유명한 나이트 엔젤의 일원으로 활약하기를 희망했다. 물론 연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투구를 벗어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대외적으로 나이트 엔젤로 알려진 네 명 뿐이었지만, 로테이션제로 참여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이 조셉이라는 사내가 이 거래 정보를 알게 된거지?”
나이트 엔젤의 지휘를 맡고있는 크리스 맥케이가 조금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모니터를 살펴보았다. 조셉이라는 사내는 꽤 쓸모있는 정보들만 제공해주는 요긴한 정보원이었지만, 이번 거래는 꽤 극비리에 이루어진 거래였다.
‘미국쪽 보안이 철저하지 못했던 걸까? 조금은 의심스럽군.’
“저도 한번 지켜보고 싶군요. 기대 되는걸요.”
원기 역시 인터넷을 통해서 나이트 엔젤의 활약을 여러차례 접한 바 있었다. 어차피 게임 캐릭인 짬타이거는 등발좋은 남성 캐릭이라 안되고, 여성 캐릭은 프레이야 여신이라 안되었다.
프레이야 여신의 전투력은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평범한 여성의 근력과 비슷했다. 정신계 능력 중 발신 능력인 페인 마스터리와 발키리들을 이용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할 뿐이었다.
150키로가 넘는 중량의 파워드 슈트를 입고 나이트 엔젤이 되어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물론 나이트 엔젤이 되어보고 싶은 마음은 거의 없었다. 인터넷 상의 인기로 본다면, 거의 걸그룹이나 다름 없었다. 미소녀 시대가 좋다고, 미소녀 시대의 일원으로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미소녀 시대 팬이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프레이야 여신의 정체가 원기라는 사실을 모르는 크리스 맥케이는 당황했다. 하지만 여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는 그였기 때문에, 그는 걱정하면서도 여신의 뜻에 따랐다.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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