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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31화 (131/497)

131화 나이트 엔젤의 최후

“검의 여왕이 함께 출격한다니. 왠지 긴장되는걸.”

“최강의 에인페리아라, 언젠가는 나도 그렇게 되고 싶은데.”

“조건은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으니 너무 차이가 나고 싶진 않아.”

“좋겠어. 나도 여신님의 신변 경호를 맡고 싶은데. 현신하실 때는 반드시 동행한다고 하니.”

“전 처음봐요. 검의 여왕 여보라니. 그 다크엘프의 악귀들을 가볍게 능가하는 실력이지요?”

“그런 소리 하지마. 그분들은 이미 프레이야님의 에인페리아셔.”

나이트 엔젤로 출동하는 엘프들이 서로 속삭였다. 총사대라는 것은 준 에인페리아 취급을 받았다. 지금도 조금씩 숫자를 충원해 나가고 있었다. 게임 캐릭터는 에인페리아처럼 신성력을 소모하지는 않았지만, 일정 숫자 이상은 구현화 되어 세상에 나갈 수 없었다.

결국 만렙 엘프들 가운데 상당수가 게임 캐릭터에서 훈련만 할 뿐, 총사대로 투입되지 못하고 있었다. 원인은 불명이지만, 동접자 수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장수한의 추측이었다.

총사대 1기 멤버들은 희연과 연하, 원기와 함께 작전에 참여한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반 수 가량이 신 멤버로 충원된 상태였다.

나이트 엔젤의 대장은 레이니가 맡고 있었다. 강력한 수신계 이능을 가진 그녀의 경우, 귀로 파악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른 엘프들보다 배는 넓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나, 차량의 움직임, 사람들의 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도심에서 움직이는데 압도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연하의 경우에는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녀의 활약이 뛰어나긴 했지만, 일반적인 엘프들과 특기가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바람읽기를 이용한 저격은 놀랍긴 하지만, 엘프들의 경우 ‘타동계’ 능력에서 바람 조종을 이용해서 근거리 사격은 더 강력하다고도 볼 수 있었다.

총기를 이용한 사격훈련은 총사대쪽이 더 높은 수준의 훈련을 받았으니 희연에게는 큰 격차를 느끼지만, 연하에게는 친밀감을 느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작전 내용은 어떻게 되지요?”

“복잡한 작전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기 상태로 기다리다가, 적당한 시점에 개입하게 됩니다. 미리 투입되서 미연에 방지할 예정은 없습니다.”

희연의 질문에 크리스는 존칭을 사용하며 정중히 답했다. 4인 위원회를 제외하고는 희연과 연하를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장소가 좀 걸리는군요.”

“외부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겁니다. 적들의 무장은 고작해봐야 기관총과 수류탄이 전부일 것으로 보입니다. 잘 제압한다면 별 문제는 없습니다.

거래 장소는 대담하게도 거대 마트의 옥상 주차장이었다. 물론 늦은 시각이라 마트 내에는 경비원들 외에는 아무도 없을 예정이었다. 그나마 경비원들도 미리 돈을 먹여 둬서, 거래 장소에는 접근하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여신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전 멀리서 지켜보도록 하지요.”

원기 때는 몸을 아끼지 않지만, 프레이야가 되어서는 최대한 몸을 사렸다. 아니, 몸을 사리지 않는 것은 게임 캐릭터인 ‘짬 타이거’일때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저도 어, 어, 프레이야 여신님 곁에서 지켜보고 있을께요.”

10세 가량의 소녀 모습을 한 굴베이그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프레이야는 그 모습을 보면서 살짝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한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어머니’라고 부르고 싶어했다.

별거 아니지만, 고교생 남자로서는 참 받아들이기 난감한 표현이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한국 이름도 하나 지어줘야 한다고 했지.’

가능한 곁에 붙어있어야 한다고 하니, 게임 캐릭터를 만들어서 곁에 두는게 좋았다. 물론 외모는 한국인의 외모를 취하게 될 터였다.

‘굴베이그라고 하니, [굴비]밖에는 안떠올라. [굴이]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겠지?’

박원기의 성, ‘박’씨를 붙인다고 생각하니, 이름이 상당히 끔찍한 것으로 변해버렸다.

‘누나한테 맡겨야겠네.’

새로 탄생한 여신에게 끔찍한 이름을 붙이는 상상을 하다가, 프레이야는 굴베이그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네가 부르고 싶은데로 부르렴.”

“고마워요. 엄마. 필요할 땐 아빠라고 부를께요.”

그녀의 말에 프레이야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기억의 전부가 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요한 가치관들과 함께 일부의 기억을 공유하기 때문이었다.

“아빠는 좀 곤란할 것 같다.”

프레이야는 남들에게 안들리게 조용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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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은 마트 화장실 천정에서 조심스럽게 빠져나왔다. 자신이 운좋게 얻은 정보를 나이트 엔젤들에게 전한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가능하면 직접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었고, 비디오로 촬영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운이 너무 좋았던 기분도 들지만, 천재일우의 찬스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몸을 숨기며 옥상 주차장을 향했다. 보통은 순찰을 돌아야할 경비원들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다가, 문 단속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별 어려움은 없었다.

‘확실히 거래가 있는건 틀림없어. 문제는 나이트 엔젤이 나설 것인가 인데.’

그가 얻은 정보는 마약 거래가 벌어진다는 사실 뿐이었다. 자칫 잘못해서 마약 거래만 이뤄지고 자신이 들키게 된다면 사태는 최악이 될 수 있었다.

‘믿을 건 인터넷 저편의 친구들 뿐인가.’

그는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들었다. 무선랜을 이용한 생중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이트 엔젤이 나타나면 무선랜을 통해 생중계에 들어가겠지만, 그때까지는 소수의 친구들이 감시하면서 파일을 보관할 예정이었다.

만약 걸리면, 그게 유일한 생명줄이 되어줄 터였다.

그가 긴장하며 호흡을 고를 때, 마약 거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거래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나이트 엔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조셉의 기대는 조금씩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 거대한 픽업트럭들이 마트 옥상에 난입을 시작했고, 기관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타난 나이트 엔젤, 그가 따로 알리기도 전에 그의 동영상을 보고있던 친구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중계를 시작했다.

“오옷, 신멤버입니다. 신멤버가 둘이나 나왔습니다.”

붉은 색의 나이트 엔젤과 푸른 색의 나이트 엔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붉은 색의 나이트 엔젤은 빛나는 봉을 이용해서 갱들을 쓰러뜨렸다.

“마치 라이트 세이버 같습니다만, 잘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냥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에 누웠군요. 모두 살상하지 않고 제압하려는 것 같습니다.”

보통 나이트 엔젤들은 총기로 저항하는 적들을 총으로 제압하곤 했다. 그 과정에서 죽는 이들도 꽤 많이 나오는 편이었다. 하지만 민간인 피해가 없을 듯한 상황에서는 파워드 슈트를 이용한 펀치나 킥으로 제압하는 모습도 보여주곤 했지만, 지금처럼 완벽하게 제압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빛나는 재질의 봉은 실제로는 스폰지로 만들어진 것을 무기 사랑으로 강화시킨 것이라서, 충격은 주지만 뼈를 분지르거나 내장을 파열시키는 그런 상처는 입히지 않는 완벽한 불살의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희연은 무기사랑을 이용해서, PET병에 든 물을 검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숙달된 상태였다.

“너무나 간단히 적들을 제압하는군요. 마치 적들은 나이트 엔젤의 위용에 놀라, 저항도 못하는 듯 합니다.”

조셉은 조심스럽게 마이크에 대고 중계를 했다. 희연의 쪼렙 학살은 총기를 든 적에게도 확실하게 작용했다. 나이트 엔젤의 중갑을 입은 상태에선 RPG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쪼렙 학살에 걸리지 않았다.

희연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무기가 없으면 거의 예외없이 쪼렙 학살에 걸려드는 것으로 봐도 좋았다.

물론 희연이 눈부시게 적을 처리하기는 했지만, 쪼렙 학살에 경직된 이들을 처리하는 것은 다른 나이트 엘프들에게도 그리 어렵지 않은 터라, 얼마 안가 모조리 제압당했다.

사상자들이 제법 나오긴 했지만, 그건 나이트 엔젤이 나오기 전에 자신들끼리 쏴서 얻어진 결과였다. 나이트 엔젤들은 사상자들과 제압된 사람들을 분리해서 한쪽에 모아 놓았다. 조만간 앰뷸런스들이 올 예정이었다.

“왜 구급차들이 안오는 거지?”

“구급 전화가 모두 불통입니다.”

레이니의 질문에 선불전화를 이용해서 전화하던 엘프가 투구를 벗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높으신 분이 쓰잘데 없는 용건으로 잡담하는건 아니겠지?”

희연이 과거에 모국에서 있었던 어이없던 사건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쪽으로 급격히 날아오는 물체가 있군요.”

레이니가 안색을 굳혔다.

“라이트 세이버를 쓰는 신멤버의 등장,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위험을 무릎서고 보러온 보람이 있습니다. 나이트 엔젤의 대장님의 얼굴이 보입니다. 그리고 신멤버는 동양인인 듯 합니다. 일본인일까요? 이쪽으로 고개를 좀 돌려줬으면 싶은데.”

그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갑자기 건물 밑에서 헬기가 날아 올랐다.

“저, 저건?”

조셉은 자신이 눈으로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밀리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하던 스텔스 헬기 코만치였다. 그 코만치가 나이트 엔젤을 향해서 불을 뿜기 시작했다.

“위협 레벨 없습니다. 제압에 들어갑니다.”

템플 나이트 쟝은 사수 위치에서 개틀링을 이용해서 나이트 엔젤들의 사냥에 들어갔다. 그의 위협감지 능력은 꽤 뛰어난 능력이지만, 제한이 ‘자신을 향한 위협’에 한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건쉽이든 전투헬기든 그 자신이 탑승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었다.

중화기는 물론, 활도 가져오지 않은만큼, 나이트 엔젤들은 코만치 헬기를 상대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코만치만이 아니라, 아파치 헬기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어차피 증인을 남길 필요는 없다. 모조리 죽여.”

사령부의 지시에 따라서, 제압당한 생존자들을 향해서 기관포탄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것을 본 연하가 몸을 던져서 그들을 감쌌다. 하지만 곧 연하의 장갑은 부서져 나갔고, 그녀가 몸을 던져 구하려던 갱들도 목숨을 잃었다.

“인터넷에 현재 영상이 방송되고 있다고 합니다. 위치는 북쪽 입구입니다.”

다음 순간, 코만치의 총구가 조셉을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레이니가 그를 감쌌다. 다음 순간 기관포가 불을 뿜었다. 하지만 그 앞을 희연이 막았다. 무기 사랑을 이용한 장갑 강화로 전면 장갑이 빛을 발하며 일시적으로 공격을 막았지만, 그것은 잠시 뿐이었다.

하지만 그 틈을 이용해서 레이니는 조셉을 끌어안고 마켓 안쪽으로 피할 수 있었다.

“괜찮아요?”

“예, 예. 괜찮습니다. 그건 그렇고, 동료분들은...”

레이니는 그런 조셉을 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마, 저까지 처리하지 않고는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여기 숨어계세요.”

레이니는 그렇게 말하고 조셉의 점퍼를 벗겨서 마네킹에 씌운다음 그것을 안고 마트 창문을 돌파해서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폭발음과 함께 레이니의 기체가 불에 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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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 B가 완벽하게 성공했군요.”

크리스는 찝찝한 표정을 감추지는 않았다. 나이트 엔젤의 최후가 완벽하게 인터넷으로 방송되었다. 게다가, 거기에 사용된 전투 헬기들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찍혔다. 주변 건물의 스포트 라이트를 이용해서 교묘하게 헬기의 모습들이 잘 찍히도록 유도한 것도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크리스와 장수한의 의도대로, 그날 밤 인터넷은 나이트 엔젤의 최후, 그리고 미군의 음모에 대한 이야기로 난리가 났다.

동시에, 반미 시위가 남미 각지에서 거세게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어째서 실전 투입은 물론이고 양산도 되지 않은 첨단 헬기와 미군 병기들이 남미에서 쓰여졌는지를 추궁하는 미국내 여론도 거세졌다.

그 결과 템플 나이트들에 대한 미군의 협조가 완전히 단절되었다. 템플 기사단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완전히 당했군요.”

템플 나이트 쟝의 말에 템플 기사단원들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나이트 엔젤들의 잔해를 수거했지만, 내부에는 폭발의 흔적과 약간의 잔해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DNA검사 결과로는 대부분 북구 유럽계 여성의 것으로 밝혀 졌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붉은 기체도?”

“붉은 기체와 푸른 기체의 경우엔 아시아인 여성의 DNA가 검출되었습니다. 엘프라는 증거가 될만한 것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대부분 고열로 인한 화재로 인해서 내부 기계장치와 함께 타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자폭 장치가 있었나 봅니다.”

“우리가 노리는 걸 적도 알았던 모양이군. 그건 그렇고 그걸 알면서도 미끼로 아군을 희생시키다니, 고약한 놈들이야.”

작전 담당자였던 템플 나이트 노이먼은 이를 갈았다.

“당분간은 활동을 접고 여론의 시선이 멀어지길 기다려야 할 듯 합니다. 나이트 엔젤을 잃었으니, 놈들도 당분간은 조용하겠지요.”

“그게 놈들의 노림수라는게 문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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