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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32화 (132/497)

132화 영웅은

템플나이트 사건은 순식간에 인터넷 세계를 달궜다.

그리고 미군 측은 그 사건에 대한 해명 때문에 고역을 치뤘으며 집권 여당 역시 많은 의혹 제기에 곤욕을 치뤄야 했다.

나이트 엔젤의 최후를 담은 동영상은 억을 넘어가는 횟수로 재생되었으며, 미군 헬기에서 내린 군인들이 그 잔해를 가지고 돌아가는 장면도 촬영되어 인터넷 상에서 퍼져 있었다.

특히 치안 상황이 호전되고 있던 남미 지역에서는 미국이 치안을 망쳐서 남미를 불모지로 만든다는 음모론이 퍼져서, 반미 성향이 강한 정치가들이 힘을 키우는 결과까지 낳고 있었다.

템플 나이츠는 자신들이 완전히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랫동안 공을 들여서 얻은 오키나와 미군 기지의 협조도 완전히 공으로 돌아가 버렸다.

템플 나이츠의 모든 전력은 그들의 정체를 감추고 로비 세력을 잘라내는데 소모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한줌의 실전 부대 뿐이었다.

“결국 우리만의 힘으로 해결해야 하는군.”

“남미? 한국? 어느 쪽이 좋겠습니까?”

“난 남미에 한표를 던지겠소. 남미에 자리한 그들의 소굴이 그들의 거점임은 분명한 듯 싶소.”

“난 한국에 한표를 던지겠다. 남미는 확실하다고 하지만, 현 전력으로 뚫고 들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의도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나이트 엔젤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미국과 템플 나이츠의 협조 체계를 무너뜨리는데는 성공했지만, 역으로 템플 나이츠의 시선을 한국에서 남미로 끌어낸다는 목적은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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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의 움직임은 어떻게 될 것 같나?”

조제성은 템플 나이츠에 잠입해 있는 협력자인 레이나에게 비밀 회선을 통해 연락했다.

[나이트 엔젤 공격 사건 때문에 대부분의 템플 나이츠에게 귀환 명령이 떨어졌어요. 미군의 협력도 못얻으니 대규모 작전활동도 불가능해요. 남은 것은 일부 인원인데,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까지는 알 수 없어요.]

조제성은 레이나의 보고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봐. 로이드. 템플 나이츠의 남은 사람들의 실력은 어떤 수준이지?”

“레이나의 이야기로 판단해 보건데, 최상급 요원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생각보다 피곤해 질 수도 있습니다. 첩보 활동에 능한 자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조제성은 로이드의 판단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드러난 적보다는 숨은 적이 더 피곤한 경우가 많았다.

“한 달 후부터 전 세계적으로 나이트 엔젤의 활동을 시작하도록 하지. 그리고 한국의 이능력 각성자들을 좀 더 활용해 보도록 하지.”

같은 신전 레벨에도 불구하고, 남미에서는 정말 극소수의 사람이 극히 미약한 능력의 각성을 거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특이한 이능을 각성한 예가 나타나고 있었다. 원기에게 있어서, 한국과 한국인이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글로벌 사업가인 조제성에게 조국은 그다지 큰 의미를 갖고 있지 않았지만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원기에겐 세상 그 자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렇고, 남미 쪽에도 신성력의 질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있던데...”

조제성은 장수한의 보고서를 보고 쓴 웃음을 지었다. 신성력의 변화는 남미에서 프레이야가 관광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프레이야가 남미에 대해서 친근감을 느끼면서, 남미쪽 신성력의 성격이 조금 바뀐 것이었다. 인간 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막연하게 외국에 대해서 상상하던 것에서 벗어나, 그들의 생활을 보고 그들과 친근감을 느끼면서 사람들에게 미치는 신성력의 영향력이 바뀐 것이었다.

장수한의 결론은 프레이야, 즉 원기가 좀 더 엘프들과 함께 미드가르드에서 지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원치도 않는 한국에서 이능을 각성하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엘프들 가운데 이능을 각성한 자들이 거의 없었다. 리디아도 레이니도 전대 프레이야 시절에 각성한 것으로 보였다.

현 시점에서 엘프나 다크엘프들이 이능을 각성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할 수 있었다.

‘여신님 자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군. 여신님의 자리를 이은 것은 불과 1년 남짓이니. 그러고보니, 고3이신건가. 아무래도 이대로 간다면 수능이 문제겠군.’

박호철과 최찬균은 이미 수능을 발키리가 대신 봐주기로 되어 있었다. 아니, 그쪽에서 먼저 요청해 왔다.

한희연은 이미 수능을 최상급으로 치를 실력을 갖춰둔 상태였다. 조제성이 끌어들인 프레이야 국제학교의 교사들은 꽤 뛰어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본래 머리가 좋은데다가 신성력으로 두뇌 회전도 빨라진 그녀는 이미 고등교육을 완벽하게 마친 상태였다. 충분히 일류 대학에 그녀의 실력으로 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기 때문에 그녀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발키리가 치나, 자신이 치나 별 차이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수험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치겠지만 에인페리아로서 미드가르드에서 싸우게 된다면 발키리에게 맡겨도 좋다는 태도였다.

연하는 일찌감치 수험을 포기하고 편해졌다. 모델로 어느정도 성공했으니, 굳이 대학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데다가 조제성의 금력과 연줄이면 적당한 대학에 특기자로 입학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어중간한 것은 원기였다. 지금 상태로는 수능을 볼 실력이 부족했다. 물론 수능을 전부 발키리를 대체 시키면 문제가 없지만, 일상적인 삶을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험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만큼 여유있는 상황도 아니라는게 문제였다.

장수한은 그를 되도록이면 엘프들과 미드가르드에 오래 머무는게 좋다고 여겼으며, 그 점에 있어서는 제성도 공감하고 있었다.

엘프라는 종족 자체가, 너무나 강력한 존재이며 문명이 발전할 수록 더 쓸모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프레이야 여신에게 충성하고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 조제성에게는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배신을 하려면 욕심이 있어야 배신이 되지.’

기본적으로 있는 욕심은 ‘종족과 사회’를 위한 공동체 정신이라서, 조금은 배타적인 성격이 있지만, 자신들의 종족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이들을 감정없이 받아들이는 특성이 있었다.

게다가, 이들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 가정 문화가 아닌, 공동 양육 체계를 통한 모계 중심 부족사회적인 성격이 강해서, 가족간의 끈끈한 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가족을 인질로 협박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프레이야 여신을 인질로 잡는다면 모를까.

‘그 경우에도 프레이야 여신을 배신하는 것은 아니게 되겠지.’

신성력의 변화라기 보다는 여신이 느끼는 감정의 변화라고 봐야 했다. 한국인들이 각성하는 것보다는 엘프들이 각성하는 편이 상황이 좋다고 봐야 했다.

‘중요한 것은 역시 여행이 되겠지. 전투가 아니라.’

여행이라고 해도, 거북 전차를 타고 침대에 누워서 대형 화면에서 게임을 하는 그런 여행은 미드가르드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짬타이거로 전사들과 함께 전장을 누비는 것도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게다가 늘 곁에는 같은 한국인 출신인 희연과 연하가 함께 했으니 더욱 그러했다.

‘이래 저래 쉽지 않은 문제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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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연과 원기, 연하는 함께 블러드 라인에서 렙업 중이었다. 아니, 원기는 만렙 상태 그대로였기 때문에, 희연에게 전투 훈련을 받고 있었다.

“내 경우엔 검도 대회에서 우승하기는 힘들어.”

희연의 말에 원기와 연하는 의아한 눈빛을 보였다. 희연의 전투력은 이미 범인의 경지를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프레이야의 새로운 능력인 이능의 ‘강제 각성’은 희연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쪼렙학살이 너무 뛰어난 능력이라, 능력 자체가 극에 달할 가능성이 컸다. 만약 강제 각성으로 메시지 송신 같은 능력을 추가한다면, 성장 속도가 느려져서 수신계 능력의 각성은 불가능에 가깝게 변할 수 있었다.

방출계 능력은 재능이 없어서, 발광검 이상의 능력으로 성장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자동계 능력 ‘무기 사랑’은 생각보다 강력한 능력이었다. 신체를 강화하지는 못하지만, 무기나 방구를 ‘염동력’으로 강화하는 능력이었다.

좋은 무기를 강화하는 측면에선 그리 좋은 것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종이를 손에 들어도, 목검을 자를 수 있을 힘을 지녔다. 동전을 스타킹에 넣으면 훌륭한 무기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래나 물조차 그녀의 손에서 검의 형상으로 무기화 될 수 있었다.

이 능력이 생각보다 고도의 능력이며,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만큼, 다른 능력을 강제로 각성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가능성이 컸다.

반면, 연하는 강제 각성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 수 있었다.

바람읽기는 능력 자체가 그리 고도의 능력이 아닌데다가, 성장 가능성이 별로 없었다. 극에 달한다고 발신계 능력이 눈을 뜰 가능성도 별로 없었다.

그때문에 그녀에겐 ‘적의 감지’능력을 각성시켰고, 그것이 ‘바람읽기’와 결합되어 바람을 통해 적을 파악하는 합성 능력이 성립되었다. 소리를 통해 식별하는 레이니보다는 못하지만,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 존재하는 ‘적의’를 가진 존재를 파악하는 능력이 생겼다.

방출계와 흡수계 능력은 역시 각성시키는데 실패했지만, 자동계 능력인 ‘신체 강화’능력은 ‘바람읽기’와 결합되어 ‘바람타기’라는 특수 능력으로 각성되었다.

바람을 타고 비거리를 살짝 늘려주는 기술이었지만, 복장에 따라서 그 능력이 대폭 변화되었다. 글라이더나 패러글라이더, 낙하산 등을 사용할 경우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닐 수 있는 막강한 능력이 되어버렸다.

원기의 경우엔 페인 마스터리가 성장할 것을 고려해서, 자동계 능력만을 각성시켰다. 특별한 변화는 없고 신체 능력이 조금 상승한 정도였다.

짬타이거의 강인한 육체일 때의 부가 효과는 크지 않지만, 본래 육체일 경우에도 제법 강력한 힘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게 강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능이 없다면, 희연도 꽤 약해 지려나.’

원기는 그렇게 생각해 봤지만, 믿겨지지 않았다. 이능 없이도 그녀가 검을 든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미안, 정정할께. 지금은 아마도 우승을 노릴 수 있을거야. 다만 경기장에서 싸우면 실전에서 싸우는 것보다 약하다는 이야기를 하는거야. 실제 우리가 싸우는 세상은 평평한 도장 바닥이 아니니까.”

희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그들을 숲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나무들을 베어냈다. 평평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높낮이가 다른 그루터기들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나무들을 비롯한 자연환경의 리젠 타임은 3분 가량이지만, 환경을 파괴한 플레이어가 가까이 있을 때는 리젠되지 않는 특성이 있었다.

그리고 건물을 세워서 등록할 경우엔, 그 건물에 맞춰서 환경 데이터가 변화하게 되어 있었다.

“잘 봐 둬.”

희연은 검무를 추 듯, 검을 휘두르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루터기들을 교묘하게 피하거나 밟으면서 아무 무리없이 뒤로 물러날 수 있었다. 동시에 한순간도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검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요령은 간단해. 검을 휘두를 때 눈동자를 움직여서 주변 사물을 확인하는거야. 동시에 적들의 존재도 말이지. 그걸 머리속의 공간 내에 완벽하게 그려놓는거야.”

“에? 그게 가능해?”

연하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처음부터 잘될 리는 없지. 요령은 우선 주변 기물들을 잘 살피고 나서 눈을 감고 움직이는 거야. 그러면서 머리 속에 공간을 구성하는거지.”

“내가 한번 해보지.”

그녀의 말에 원기가 나섰다. 그리고 잠시 주변을 살펴 본 다음 눈을 감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나무 둥치에 무릎을 한번 부딪치기는 했지만 거의 완벽하게 걸어갔다.

연하는 물론이고, 희연도 놀라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예전에 끔찍한 약시였던 적이 있어서...”

원기는 부끄러운 듯, 동시에 조금 쓸쓸한 기색으로 말했다. 극히 가까운 것도 뿌옇게 보이는 각막의 상처 때문에, 적어도 집안의 기물들의 위치는 완벽하게 기억하고 움직여야만 했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연하 넌 연습 좀 해봐. 근접전에서 물러나면서 적을 공격해야 할 때는 도움이 될테니까.”

희연은 그렇게 말하고는 원기를 데리고 다음 훈련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그곳은 양계장이었다.

“나도 이 훈련은 해보고 싶었는데, 잘되었네.”

희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인벤토리에서 막대기를 하나 원기에게 건냈다. 그것은 스턴 봉이었다. 맞으면 3초간 경직당하는 막대기로 살상 능력이 전혀 없다는 특징이 있었다.

희연은 원기가 스턴 봉을 쥔 것을 확인하자마자, 커다란 닭장 속으로 던져 넣었다. 그리고 원기는 마치 구름처럼 몰려드는 하얀 악마들에게 사정없이 유린당하며 비명을 질렀다.

“눈감고 마구 휘두르면 안돼. 휘두르면서 주위를 살펴! 오늘 끝나면 내가 닭사줄께.”

희연은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도 양계장으로 뛰어들었다. 잠시 후 우연히 지나가던 유저가 그 둘을 발견했고, 조금 지나자 사람들이 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원기는 그날 저녁 동영상 사이트에서 자신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볼 수 있었다. 제목은 ‘닭동네 동네북’이었다. 그리고 희연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 제목은 ‘깃털을 흩날리는 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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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 형님. 형님도 훈련을 좀 해두시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호철이 동영상으로 희연의 훈련 모습을 프레이에게 보이며 말했다. 사람들의 분위기로는 프레이와 희연의 대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사실 호철과 찬균도 꽤 기대하고 있었다.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괜찮아. 저런 훈련 한다고 여기서 얼마나 더 세질 수 있겠냐. 영웅은 템으로 말하는 법이다.”

‘병신같지만 멋있긴 하네. 템빨의 신인가.’

찬균은 프레이의 모습을 보면서 존경반 비웃음반의 눈빛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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