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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36화 (136/497)

136화 여신을 믿으라능...

[밥 좀 주십시요. 주인님.]

김민정은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는 토이 푸들, 까망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깼다.

“그래. 알았다. 밥 줄께.”

그녀는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서 개 사료가 있는 통으로 가서 개밥을 밥 그릇에다 옮겼다.

까망이가 밥을 먹으려고 들었지만, 그녀는 일단 멈추게 시켰다. 그리고 한참을 참도록 시킨다음, 먹으라고 허락했다.

최근 그녀가 동물들의 목소리를 듣게 된 다음부터 빠지지 않고 시키는 기본 훈련이었다.

개들이 배가 고플 때마다, 주인에게 먹을 것을 보채기는 하지만 그 던지는 말투는 개들마다 완전히 달랐다. 훈련을 제대로 안시키고 응석을 받아준 개들은 주인을 완전히 노예 취급했다.

처음에는 까망이도 버릇이 극도로 안좋아서, [이년아. 빨랑 밥 안챙겨. 죽고싶냐?]라고 떠들었지만 지금은 착실한 ‘조교’ 덕분에 버르장머리가 고쳐졌다.

동물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능력, 그녀가 처음엔 좀 당황했지만, 지금은 엄청나게 아끼는 능력이기도 했다.

동물들의 모습과 소리를 통해서 머릿속에 그들의 말이 들려왔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의 목소리가 동물에게 전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동물들에게 자신의 태도나 목소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대단히 높아졌다.

버릇없고 저지레를 치던 까망이가 지금은 착실하게 주는 밥을 먹고 얌전히 집에서 기다릴 줄 알게 되었다. 개는 충성심으로 똘똘뭉친 동물이기 때문에, 주인을 주인으로 올바로 인정하게 되면 함께 지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좋은 동반자였다.

“잘 기다리고 있어야 해.”

[예. 사냥 잘하고 돌아오십시오. 주인님. 저희 보금자리는 제가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

까망이는 자세로 그렇게 말하면서 문 앞에서 지켰다. 문을 열어놓기만 하면 밖으로 뛰쳐나가려던 전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에 더욱 만족스러웠다.

‘이게 초능력이라는 걸까? 정말 난 운이 좋은 것 같아.’

그녀는 최근 하루하루가 즐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 그녀의 귀에, 뒤에서 걸어오던 여자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싫다. 저거 대체 뭐하는 짓이래?”

“포굔지, 종교권유인진 몰라도 정말 짜증나는 것 같아.”

“그래도 ‘난 여신님 따윈 안믿어요’라고 하면 금방 떨어져 나간다고 하더라.”

“그래? 꽤 끈질기게 따라붙는 것 같던데.”

“나도 그런줄 알았는데, 한번만 그렇게 하면 다신 묻지 않더라고. 말도 안걸던데?”

“그래? 그럼 나도 그렇게 해야겠네.”

그녀가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조금 의아함을 느낄 때, 눈 앞에 전단지를 든 뚱뚱한 남자가 보였다. 체크무니 셔츠를 바지에 집어넣은 그는 혐오감을 강하게 주는 모습이었다.

한쪽 손에는 전단지뿐만 아니라, 헐벗은 모습의 이상한 피규어까지 들고 있었다.

“여보시라능. 혹시 여신님에 관심 없으시냐능? 여신님을 믿으시면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능...”

그녀는 소름이 끼치는 느낌이 들정도로 강한 혐오감을 느꼈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에 황급히 물러났다.

“전 신따윈 관심없어요. 여신님 따윈 안믿어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사내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실례했다며 물러났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내가 왠지모를 미소를 짓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까망이. 나 오는 거 기다렸지? 엄마왔다.”

그녀는 문 앞에서 얌전히 자신을 기다리던 까망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까망이가 멍하고 짖었다. 그전에 들리던 충성스럽고 사랑스럽던 애완동물의 말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왜지? 어떻게 된거지?’

그녀는 당혹감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나타난 능력이니,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일 수도 있었다.

‘내가 잠깐 느낀 착각일 수도 있고...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니 기다려 볼까.’

그녀의 뇌리에 자신을 붙잡았던 불쾌한 남자가 잠시 떠올랐다. 동시에 그의 표정이 떠올랐다.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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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오타쿠들은 저런 말투 안씁니다만...”

장수한이 영상을 보면서 투덜거렸다. 그도 판타지 관련으로는 오타쿠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불만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사람들이 혐오할 만한 이미지를 채용한 것 뿐입니다. 저런 놈이 하나쯤 있다고 이상할 건 없으니까요.”

조제성은 여유있는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해서 봉인한 겁니까? 저 남자한테 그런 능력이 있는 겁니까?”

원기의 질문에 장수한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제성을 바라봤다.

“그건 아닙니다. 간단한 것이지요. 그들은 자신에게 능력을 준 존재를 부정했기 때문입니다. 신앙이 없어도 능력을 각성할 수는 있지만, 자기입으로 부정하는 순간 이능은 완전히 봉인됩니다.”

“봉인이라는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거로군요.”

“그렇습니다. 신관을 통해 주어지는 용서와 증표를 받으면 봉인된 이능은 부활하게 됩니다.”

“여신 따위는 믿지 않는다.”

원기는 그렇게 말해 보았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강제 각성시킨 자동 능력은 여전히 건재했다.

[여신님이 직접 힘을 주고자 하신 분에 대해서는 좀 다릅니다. 스스로 거부한다고 해도, 이능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럼 조건은 여신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부정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설사 부정한다고 해도 여신이 스스로 힘을 주고자 한 사람이 되는 겁니까?”

“최소 조건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리고 각성 능력 자체의 강약과는 별도로, 여신님과의 관계에 따라서 이능 사용에 따른 부하가 달라집니다.”

“부하라고요?”

“이능 사용은 막대한 피로감을 가져옵니다. 지나치면 두통이나 코피, 심장 발작까지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여기있는 여러분들은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을 겁니다. 그게 모두 여신님과의 계약 덕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심장 발작이라면...”

“좀 심하면 죽기도 한다는 소리가 되겠지요. 그렇다고는 해도,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던, 아니 흔치 않던 능력이라서 범죄나 잇권 문제에 개입되기 쉬운 능력입니다. 함부로 사용하게 되면 곤란한 터라서, 이런 식으로 봉인 처리중입니다. 현재 약 80%의 능력자들이 봉인된 상태이며, 쓸모있을 만한 능력자들을 감시하면서 조사중입니다.”

“과연 제성형님이군요. 보고있으면 정말 치사할 정도라니까요.”

장수한은 그렇게 말하면서 혀를 내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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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믿으시겠냐능...”

“여신 따위 믿을 생각 없어요.”

“아, 그러시냐능...그럼...이만...”

“야, 너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여신에 대해서 선교 활동이라기보다 지능적 안티 활동을 펴던 뚱뚱한 사내에게 퉁명스런 말투로 거절하던 청년이 갑자기 얼굴이 돌변해서 멱살을 잡고 늘어졌다.

“무, 무슨 일이세요?”

뚱뚱한 사내는 조금 전까지의 이상한 오덕 흉내는 때려치고, 당황하며 반문했다. 마치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처럼.

“웃기지 마! 네가 뭔가를 했어. 그렇지 않으면 조금 전까지 선명하게 보이던게...”

청년이 그에게 따지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경찰들이 그들을 뜯어 말렸다. 그리고 청년을 연행해가자, 뚱뚱한 사내와 바람잡이 몇사람이 커다란 밴을 타고 어디론가 이동했다.

“역시, 저 사람들이 수상해.”

김민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물들의 목소리를 듣던 여대생은 여신을 포교하는 자들의 모습이 담긴 스마트 폰을 가방에 넣으며, 청년이 끌려갔을 파출소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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