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여신님을 부정해서는 안된다능...
“선배. 저, 왠지 안색이 안좋아 보여요. 빨리 병원에 가보시는게 어때요? 특히 위장이 안좋은 것 같아요.”
“그, 그래? 그럼 꼭 가봐야겠네.”
김태훈의 말에 선배는 당황한 기색으로 조퇴하고 병원을 향했다. 그가 한 말이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는 사실은 이미 배운 바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김태훈은 사람들 몸에서 묘한 빛을 발견했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 빛의 강약이 다르다는 사실과 부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 대장 쪽에 검은 빛이 있는 사람에게 대장 내시경이라도 찍어보라고 권한 다음, 그는 자신이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게 알았냐는 주위 질문에, 있지도 않은 외삼촌을 만들어냈다. 태백산에서 한약방을 하던 외삼촌에게 배운 진단법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그 외삼촌을 찾아가려고 하기에, 한약방을 접고 수행하러 떠났다는 거짓말까지 지어내야 할 정도였다.
다양한 색깔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덕분에, 김태훈은 사람을 돕는 것도 가능하지만 돈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점을 쳐주고 떼돈을 버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보다는 의사가 되어서 사람들을 고쳐주는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의 성적으로는 국내 의대로 편입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중국 유학을 통해서 의사가 되는 길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다가, 설령 의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병원에서 고용해주진 않겠지만, 자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사람들을 도우면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중국어를 배우면서, 유학 준비를 시작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여신따윈 믿을 생각 없어요.”라고 한마디를 한 순간, 눈 앞에 보이던 빛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사람들을 봐도, 그냥 사람들이 보일 뿐 건강 상태를 보여주던 그 빛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는 파출소에서 훈방조치를 받고 거리로 나온 다음, 이상한 선교를 하던 남자를 찾았지만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저, 죄송한데요. 아까 그 사람들 찾으시는 거지요?”
아담한 체격의 여대생으로 보이는 여성이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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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민정씨도 초능력을 갖고 계셨군요.”
“전 동물들의 말이 들리는 능력이라서, 아무래도 눈치를 채는게 늦었어요.”
“그렇겠군요. 사실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초능력을 빼앗아 간걸까요?”
“이 동영상을 보면, 뒷쪽에서 ‘여신님 따윈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 된다’고 하던 사람들도 함께 밴을 타고 갔어요. 거기 뭔가 비밀이 있는게 아닐까요?”
김민정도 김태훈도 초능력이 생긴 이후에, 이런 저런 서적들이나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왔다.
“키워드인걸까요? 그 키워드를 말하면 능력을 빼앗거나 못쓰게 만든다는?”
“그렇게 생각하기엔 키워드가 좀 특이하지 않나요?”
“그러시다면 민정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여신님을 부정하는 것’이 능력을 빼앗기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혹시 여신님이 우리에게 특수한 힘을 주신 것 아닐까요?”
김태훈의 표정이 조금 어색하게 일그러졌지만, 그녀의 의견을 간단히 부정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그가 얻은 능력은 너무나 대단해서 기적이나 마법과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군요. 두가지 모두 가능성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 우리 사정을 알려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와 같이 봉인당한 사람들이 있을지 몰라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마침 제게 노트북이 있으니 별다방에 가서 올려보지요.”
사정 이야기를 서로 나누긴 했지만, 연락처를 교환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일단 함께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다름 사이트에 들어가서 익명으로 자신들의 사정을 간단히 알렸다. 초능력을 갖고 있었는데, 여신을 부정하는 순간 초능력이 사라졌다는 내용을 썼다.
자신들과 같은 사정의 사람들이 있다면, 함께 대처하고 싶다는 내용과 함께, 혹시 초능력을 갖고 있다면 여신을 부정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적었다.
“흠, 한번 우리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찾아 볼까요?”
“‘여신’과 ‘초능력’으로 검색해 보시는 건 어때요?”
김민정의 말에 김태훈은 여신과 초능력을 치고 검색을 눌렀다. 그러자 많은 글들이 눈 앞에 떠올랐다. 특히 포탈에 많은 기사들이 올라와있었다.
“어라? 기사가 굉장히 많은데요?”
그는 황급히 기사중 하나를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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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신앙 - 여신을 믿는다?
최근 젊은이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서 이상한 종교를 설립하려고 하고 있다. 바로 여신을 믿는 이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여신을 믿으면 기적이 일어난다. 초능력이 생긴다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피규어에 대고 절을 하거나 기도를 하는 엽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피규어나 베게등을 비롯해 일본의 성인용품까지 성물이라고 추앙하는 엽기적인 모습에,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젊은이들의 일탈 행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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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인 박테리아] 여신을 믿는 사람들.
다양한 애니메이션 여성 캐릭터를 여신이라며 믿는 사이비 종교에 흠취한 오타쿠인 박모씨를 만납니다. 그는 일본 캐릭 이름을 딴 필명으로 인터넷에서 활동하며, 80년대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마미 여신님을 믿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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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피라미드..? 여신을 믿는 다는 사람들.
여신을 믿으면 기적이 일어난다며 만병통치약을 판다는 이들이 적발되었습니다. 검찰은 이들의 행위를 사기로 판단할지 숙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상적인 이들이라면 걸려들 가능성이 없으며, 진지함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 경범죄로 처리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들은 여신을 믿으면 모든 병이 낫고 초능력이 생긴다고 주장하며, 여신을 부정하면 자손 대대로 저주를 받는다는 등의 황당무계한 주장을 유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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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하나 하나 넘기면서, 김민정과 김태훈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크게 일그러졌다. 댓글들도 살펴봤지만 가관도 아니다.
- 씹덕후들이 세상을 망친다.
- 쌀이 아까운 놈들이다.
- 레밍스처럼 일본으로 떠나라. 도중에 빠져 죽는게 지구를 위한 길이다.
- 부모님이 만들어준 따뜻한 밥먹고 저딴 소리나 헤대냐. 우리나라도 말세다.
김태훈은 황급히 자신들이 올려놓은 글을 클릭했다.
- 아저씨, 여기 씹덕 하나 추가요.
- 아주 병신 짓들을 골고루 하누만.
- 쪽팔리지도 않나. 똥물에 코박고 죽어라.
절망적인 기분에 빠지려는 그들의 눈앞에 댓글 하나가 떠올랐다.
- 이런 저와 같은 분들이 계셨군요. 여신님을 부정하면 여신님의 축복을 사용할 수 없는게 당연합니다. 세 명 이상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신님을 부정하면 초능력이 사라집니다. 되찾는 방법은 열명 이상의 모르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저는 여신님을 믿습니다.”라고 세 번 외치면 됩니다.
김태훈과 김민정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이게 정말인지 거짓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둘이 함께 해볼까요?”
“아니, 민정씨는 기다리세요. 제가 먼저 해보겠습니다. 제 능력은 돌아오면 즉시 알 수 있으니까요.”
김태훈은 벌떡 일어섰다. 그가 경직된 자세로 일어서 있자, 카페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모여들었다. 꽤 부끄러웠지만 그는 자신이 가졌던 능력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
'열명이 확실히 넘었지.'
그는 손을 번쩍 들면서 외쳤다.
"나는 여신님을 믿습니다."
"나는 여신님을 믿습니다."
"나는! 여신님을! 믿습니다!!"
하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멋지게 낚인 것이었다. 사람들의 황당한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나는 람보다! 두두두두!"
그는 참담함을 감추기 위해서 퍼포먼스 흉내를 낸 다음, 재빨리 영수증을 집어서 계산대로 향했다. 김민정 역시 얼굴을 붉히면서 황급히 쫓아 나왔다.
두사람은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진 상태로 별 다방을 도망치듯 튀어 나와야만 했다.
커피값을 계산하는 그들의 뒷전에서 오덕이니 씹덕이니 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그들을 참담하게 만들었다. 혀를 차는 소리부터 키득거리는 소리까지, 그들의 사기를 사정없이 깎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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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통제는 지능적으로 해야 하는거야. 굳이 돈을 많이 들일 필요도 없지.”
조제성은 두 남녀의 모습을 감시하던 사람들의 영상을 통해 확인하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가짜 댓글에 속아서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한차례 당한 것도 모두 제성이 의도한 일이었다.
"한바탕 망신을 당했으니, 조심스러워지겠지. 동네방네 떠들면 피곤해 지는 것도 사실이니까."
“이능 봉인 작전 ‘오덕’, 언론 봉쇄 작전 ‘십덕’, 모두 성공적입니다. 봉인된 이들의 이능은 활용 가치에 따라서 5단계로 분류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김태훈의 능력은 현시점 최고 등급인 2등급, 김민정의 능력은 3등급으로 분류됩니다.”
“조금 더 인성을 살펴보고 결정하도록 하지. 주변 환경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해 보도록 하게.”
제성이 명을 내리자, 비서는 고개를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절도있게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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