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138화 (138/497)

138화 천사의 날개

조제성이 효과적인 방법으로 각성자들의 이능을 봉인하고 관리하고 있을 때, 장수한과 원기는 어떻게 하면 엘프의 각성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중이었다.

“한국인의 각성이 쉽게 이뤄진다는 것은, 결국 네가 남같이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남같이 여기지 않는다고요?”

“그래. 뭐랄까. 동질감이라고 할까? 평소엔 한국사람, 한국 국민성, 정부 등등을 욕하던 사람들이 축구에서 국제전만 벌어지면 어떻게 변하지? 한국의 승리에 기뻐하고 패배에 낙담하지. 그런 심리야. 어떤 사람들은 냄비근성이라고 비하하기도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내 친구녀석 중에 엄청 쿨한 녀석이 있거든. 스포츠 경기의 승패 따위는 국위와는 눈꼽만큼도 관계가 없다면서 중계도 안보는 녀석이야. 그런데 그녀석과 우연히 함께 중계를 보게된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지니까 녀석 얼굴이 굳으면서 목이 빨갛게 변하더라고. 조국을 남으로는 여기기 힘들지.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가요? 전 잘 모르겠네요. 운동경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일단, 네가 어느쪽에 친근감을 느끼는가는 분명해. 넌 미드가르드인들이 프레이야 여신을 섬기는 것에 대해선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지구인들이 프레이야 여신을 섬기는 것에 대해선 거부감이 있지. 그게 열쇠가 아닐까 싶어.”

“미드가르드인과 지구인이라, 왠지 어감이 이상하네요. 하지만 일리는 있는 듯도 싶어요.”

원기는 미개인에 대한 차별의식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했다. 그가 본 미드가르드인들은 판타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오크나 고블린보다 더 야만적이고 미개한 짐승처럼 보였다.

굴베이그 아래에 있던 인간들이 그나마 좀 나아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거부감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머리속으로는 자신이 살아갈 곳이 미드가르드가 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가슴 속에서는 역시 지구인이자 한국인이었다.

“그럼 해결책이 없는 거 아닌가요?”

“그건 아니지. ‘남처럼 여겨지지 않는’ 것에 힌트가 있어. 너 정령을 일깨우던 때의 기억이 나지 않냐? 세라란 소녀와 에드라는 소년을 보면서 네가 보였던 반응을 떠올려봐.”

죽어버린 누나 세라를 찾으며 울부짖던 죽어가던 소년 에드, 그 순간을 떠올리자 원기는 가슴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남같이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말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소년 에드에게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영화나 소설의 주인공은 꼭 착한 사람만 나오는게 아니야. 연쇄살인마가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도둑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 하지만 주인공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어. 주인공을 통해서 자신을 보기 때문이지. 특히 남처럼 여겨지지 않는 주인공을 보게 되면, 그런 기분은 극대화가 되는 법이야.”

원기는 장수한의 설명이 조금 납득이 갔다.

“네가 미드가르드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자연스럽게 그들을 받아들이게 될거야.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호사는 좀 피할 필요가 있지. 거북전차는 호텔방과 같아서, 있어봐야 효과가 없을거다.”

“역시, 짬타이거로 움직여야 겠지요?”

“근육질 거인 엘프라는게 얼마나 엘프다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그렇다고 비리비리한 미소년 엘프를 해봤자 얻을 것도 없고, 어쩔 수 없지.”

장수한은 살짝 고민에 잠겼다. 원기가 평범한 엘프로 엘프들과 일상생활을 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강력한 에인페리아로서 짬타이거도 버리기 힘든 전력임엔 틀림없었다.

미드가르드에는 현재 몬스터들 때문에 골치를 썩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수와 달리 몬스터들은 자연발생하지 않았다.

프레이야처럼 엘프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영토에 풀어놓기도 하지만, 적대신들의 영역에 고의로 풀어놓기도 했다.

늑대인간과 흡혈귀 일족들은, 본래 몬스터로서 만들어진 종족이지만 의외로 지능이 좋고 활용도가 높아서 엘프처럼 특정 신의 가호아래 완전히 종족화된 존재들이기도 했다.

현재도 굴베이그령에 몬스터들이 대량 출몰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지속적으로 적대 세력을 괴롭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로키의 혼인신청을 거부한 다음에 특히 몬스터들의 출몰이 잦아진 상태였다. 이런데 사용하는 몬스터들은 무한정 새끼를 낳는 퀸이 존재했다. 그래서 방치했다간 더 큰 문제거리로 성장하게 되어 있었다.

“일단 몬스터 퇴치라도 하면서 미드가르드에 익숙해 지는게 좋겠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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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간장이라는 놈이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준동하는 몬스터들의 원흉은 바로 로키가 아닌 오딘이었다. 아스 신족과 경쟁하는 거인족은 반 신족을 지나치게 압박할 생각은 아니었다. 적당히 찔러본 정도에 불과했고, 나름대로 충분한 수확을 거뒀다는 생각에 그들은 만족한 상태였다.

오딘이 노리는 것은 바로 원기의 게임 캐릭터인 ‘짬타이거’였다. 간장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거구의 엘프는 불사의 육체를 가진 여신의 외유용 육체라는 것이 오딘이 알고있는 정보였다.

그가 풀어놓은 거대 타란튤라는 거미에게 오딘의 권능을 불어넣어서 만들어진 번식형 퀸이었다.

무한으로 번식하며, 적의 체력을 흡수하는 흡수계 능력과 육체를 강화하는 자동계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퀸의 길이는 약 10미터이고 높이는 2.5미터에 달했다. 일반 타란튤라는 길이 3미터로 몸통 크기가 호랑이나 사자와 비슷했다.

체력 흡수로 부상을 빠르게 회복할 뿐 아니라, 육체 강화 능력으로 내구력과 힘을 높일 뿐만 아니라, 끈끈한 거미줄까지 강화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인간으로는 상대할 수도 없고, 미드가르드에 퍼진 머스킷 소총으로는 사냥이 불가능했다.

돌격용 라이플에 철갑탄을 사용해야 껍질을 관통하고 부상을 입힐 수 있을 정도였다.

오딘이 보낸 타란튤라 퀸은 작은 동굴에 자리잡고 증식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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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와주세요! 사람이 깔렸어요!”

“누가 119에 신고하세요!”

“이런 체증에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올림픽 대로에서 트럭과 봉고를 포함한 다중 추돌사고로 봉고차가 전복되었다. 트럭 운전자는 즉사했고, 전복된 봉고차에는 사람들이 깔려서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탄 경찰이 도착했지만, 중장비가 없이는 구하기 힘들었다. 소방차량은 물론이고 그 빠르다는 래카차도 도착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이 육중한 철갑을 입은 여성이 떨어졌다.

“나, 나이트 엔젤?”

“에? 그거 외국 이야기 아니었어?”

“남미에 있다던데? 코스플레인거야?”

“코스플레로 저렇게 날아다닌다고?”

여성적인 맵시의 철갑이 거침없이 움직여서 봉고차에 다가갔다. 경찰은 그녀를 막을까 잠시 망설였지만, 어떻게 행동을 취할 수는 없었다.

나이트 엔젤은 봉고차에 가까이가서 몸을 굽히고 안의 사람을 확인한 다음 헬멧을 벗어서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냈다.

“조금만 기다려요. 곧 꺼내드릴께요.”

미모의 여성은 그렇게 말하며 사람들을 안심시킨 다음 헬멧을 쓰고 힘을 주자, 봉고차의 철판이 가볍게 찢겨 나갔다.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파워드 슈트야! 진짜 나이트 엔젤이다!”

“동양인이 있다는 소문이 진짜였나?”

실제로는 엘프 여성이었지만, 게임 캐릭터를 동양인 형태로 수정해서 만든 터라, 완벽한 한국인으로 보였다. 귀가 좋은 엘프들이라, 억양이나 발음 모두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계인은 커녕 한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조차 눈치챌 수 없었다.

그녀는 재빨리 사람들을 끌어낸 다음, 포션이 든 스프레이를 분무해서 사람들의 상처를 씻어냈다. 상처가 완벽하게 치유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품이 일어나면서 지혈과 소독이 되며 상처의 치료가 촉진되는 효과가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효과는 약한 편이라서, 사람들의 의심을 살 정도는 아니었다. 비밀리에 개발된 초 고가의 상처용 스프레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갈비뼈가 부러졌고, 폐에 구멍이 뚫렸어.’

엘프답게 청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쉽게 부상이 중하다는 것을 알아챈 나이트 엔젤은 재빨리 중증 환자를 안고는 몸을 일으켰다.

“비켜 주세요.”

경찰도 그녀를 제지할 생각을 못했고, 그녀는 재빨리 인파들 사이에서 뛰어 올랐다. 그리고 가까운 건물 옥상에 착지한 그녀는 가까운 병원을 향해서 재빨리 건물들을 넘어가면서 모습을 감췄다. 스파이더맨처럼 화려하고 큼직한 기술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엘프 특유의 운동신경과 강한 점프력을 이용한 덕분에 아주 빠르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건물 사이를 날았고, 그날 저녁 뉴스에는 응급실에서 목숨을 건진 중환자의 이야기와 나이트 엔젤의 한국 등장 소식이 화제가 되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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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라고 하셨지요? 무슨 뜻인가요?”

“날개없는 천사의 날개가 되어주는 이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김태훈의 물음에 복면을 쓴 금발의 여성이 말했다. 독특한 후드를 쓰고 복면을 썼지만 굉장한 미인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훈은 자신의 손을 꼭 쥐는 김민정을 생각해서 최대한 냉정을 지키려고 마음먹었다.

이능을 회복시키고 싶다는 염원은 김민정도 김태훈 못지않게 강해서, 최대한 자료를 모으고 소문을 수집해 나갔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교묘하게 여신을 부정하도록 말을 이끌어나가는 묘한 선교 집단을 찾으려고 애썼다.

김민정이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봤지만, 기대했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찌질한 오타쿠가 혐오스러운 방식으로 사람들을 귀찮게 구는 장면으로만 여기고 있었다.

초능력에 대한 설명을 붙여봐야, 돌아올 소리는 뻔했기 때문에 그저 동영상에 나온 사람들에 대한 소식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검은 양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은 여신의 비밀을 알고 싶으면 따라오라고 말했다.

장난으로 생각하기엔 너무 진지했고, 끌고온 검은 고급 승용차를 보면서 왠지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차에 올라탔지만 눈을 가리는 주머니를 뒤집어 쓴 다음에는 한참을 후회했다.

그리고 그 끝에 도착한 곳이 바로 건물의 어두운 지하실이었다. 혹시 입막음을 위해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덥쳐왔지만, 그 안에 있는 금발 여성의 존재감은 그런 의혹을 깨끗이 씻어 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요구한 것은 철저한 비밀 엄수였다. 그리고 그것이 김태훈과 김민정에게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여기 사인을 하면 되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비밀 엄수의 계약서였다. 비밀을 고의로 누설하는 순간, 죽음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수로 비밀이 누설되면 그 상황에 대해서 자신의 관리자(핸들러)에게 보고한다는 것이다.

“이 계약의 댓가는 무엇인지요.”

“목숨의 보장, 이라고 하면 부족할까요? 훗. 걱정하지 마세요. 꽤 엄격한 조건이 붙게 되긴 하지만, 당신들이 스스로 봉인한 여신님의 축복을 되찾게 해드릴 겁니다.”

“조건이 붙는다고요?”

김태훈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어차피 당신들의 능력을 되살려 줄 수 있는 건, 여신님을 섬기는 신관뿐입니다. 그리고 당신들에게 그걸 베풀 의도가 있는 신관은 저 뿐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아니, 실례. 당신들에게 베풀고 싶은 마음은 눈꼽 만큼도 없지만, 위에서 내려온 명령 때문에 당신들이 조건을 받아들이면 여신님의 축복에 걸린 봉인을 풀어줄 겁니다.”

엘프들의 여신인 프레이야가 내려주는 이능이 엘프들이 아닌, 프레이야를 믿지도 않는 한국인들에게서 각성된다는 사실을 알게된 엘프 신관들은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질투에 가까운 기분에 사로잡힌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프레이야 여신이 무의식중에 아끼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니 감내하기는 하지만 정말 불쾌하다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못마땅한 감정은 김태훈과 김민정에겐 오히려 신뢰감으로 다가왔다.

“조건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비밀을 지키는 것이고 ‘날개’를 위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사적인 이용은 절대적으로 비밀을 지키는 범주에서 허용됩니다. 범죄나 자랑, 축복의 남용은 비밀을 지킬 수 없게 만들게 되겠지요.”

“‘날개’라고 하셨지요? 무슨 뜻인가요?”

“날개없는 천사의 날개가 되어주는 이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됩니까?”

“비밀 준수를 위한 서약을 하시면 저 사람이 알려줄 겁니다.”

그녀의 뒷쪽에 선 선글라스의 사내가 신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훈과 김민정이 서약을 하자, 사내가 나와서 나이트 엔젤의 존재와 그 서포트 조직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럼 제 역할은 사람을 구하는 것이겠군요.”

남미에서 활약할 때부터 유명했던 것이 나이트 엔젤이었다. 최근에는 세계 각지에서 활약을 개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처럼 치안이 확실한 나라에서는 갱들과 싸우는 활약은 없이, 대부분 큰 사고에서 사람들을 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이미지가 좋았다.

“일단은 그 용도가 되겠지. 그리고 날개에 포함된 조직원들의 건강검진에도 써먹게 될 것이다. 그리고 김민정양. 자네의 능력은 정보 수집등에 활용되게 될테지.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억대의 연봉이 주어질 예정이야. 대신 우리 조직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센터에 취직해야 할거야. 낮에는 회사에서 잠을 자거나, 운동 혹은 취미활동을 하고 밤에는 나이트 엔젤의 서포트를 하게 된다. 물론 보수가 필요없다면 원하는 직장을 따로 찾아도 되네. 물론 자네들의 능력은 우리 조직이 소멸될 때까지는 써서는 안되네.”

“조직이 소멸된다는 건 무슨 이야기지요?”

“좀 복잡한 이야기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여신님은 이쪽 세상이 아닌 동전의 뒷면 같은 세상에 계시는 분이야. 그리고 이쪽 세상의 악이 저쪽 세상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네. 그래서 나이트 엔젤을 통해 세상을 조금씩이나마 바로잡으려고 하시지. 십년에서 이십년 정도는 걸릴지 모르지만, 여신님의 세상이 온전해 진다면 나이트 엔젤은 해산될거야. 그리고 조직은 사라지겠지.”

“그럼 이 능력도 사라지는 건 아닙니까?”

“그건 아니야. 여신님이 존재하는 한, 능력은 사라지지 않네. 물론 여신님을 부정하는 이들은 여신님의 축복을 쓸 수 없게 되겠지.”

“그럼, 날개에서는 올바른 일만 합니까?”

“그래. 그건 보장하지. 나이트 엔젤과 우리는 별도의 조직이다. 나이트 엔젤이 따로 임무를 받아 움직일 수 있지만, 그때는 날개들과는 별개로 움직이게 될거야. 올바른 일에만 힘을 기울이면 된다. 납득가지 않는 임무는 받지 않아도 되지. 날개들 중에서 정말 여신님께 충성을 다하고 어떤 임무든 받아들일 자들만이 나이트 엔젤이 될 수 있다지만, 그건 일종의 승진이야.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네. 그런 기회는 없을테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김태훈은 너무 깊숙한 곳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왠지 설정이 마법소녀물 같군. 진짜 오덕 소리 나오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실소가 새어나올 듯 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초능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대들에게 여신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후드를 쓰고 복면을 벗지 않은채, 여신관은 그렇게 말하면서 김태훈과 김민정의 이마에 손가락으로 표시했다. 그리고 그 순간, 김태훈의 시야에 사람들의 빛이 들어왔다. 그리고 놀랍게도 여신관의 몸은 완벽하게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확실히 신관이라는 건가? 정말 엄청나다.’

“능력이 돌아온 건가요?”

“예. 능력이 돌아왔습니다. 아마 민정씨도 돌아왔을 거에요.”

“축하드려요.”

“예. 민정씨도요.”

“그럼 우리 쪽에서 연락하겠지만, 혹시 보수를 원하면 이리 오게. 비밀은 꼭 엄수하기 바라네.”

양복의 사내는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서 넘겼다.

“아, 그리고 자네들이 지금 있는 건물 최고층이 스포츠 센터일세. 여기서 나가서 서류작업을 하면 억대 연봉을 받는 직장인 ‘행세’를 할 수 있을걸세.”

“저,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신관님.”

슈트를 입은 사내들과 후드를 입은 여성이 일어나서 떠나려고 하는 순간, 김태훈은 황급히 여신관을 불러세웠다.

“무슨 일이시지요?”

여신관은 조금은 기계적이지만 지극히 상냥한 태도로 김태훈을 바라보았다.

“저, 여신님의 이름을 알려주셔야지요.”

“예?”

“여신님의 축복을 받았으니, 여신님을 위해 기도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 순간, 복면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여신관이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태훈과 김민정은 그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 아직까지 우리가 믿는 여신님의 이름을 못들어서 그러는데요.”

“우리? 왜 당신들이 감히 우리여신님을 믿는다는 거지요? 기분 나쁘군요. 당신들은 우리의 여신님을 믿을 필요 없습니다. 여신님께서도 당신들이 우리의 여신님을 믿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능력이 생겼다고 기고만장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신관의 서슬퍼런 으름장에 김태훈과 김민정은 위축되어서 찍소리도 못하고 물러나야만 했다.

“믿어 주겠다는데, 저런 태도는 좀 아니지 않아요?”

“예. 저도 좀 당황스럽네요.”

김태훈과 김민정은 바로 최상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리고 도착해보니 VIP들을 위한 최고급 스포츠 짐이 자리잡고 있었다. 취직을 위해 학교를 그만둘 필요도 없었다. 아르바이트나 정사원이나 급료는 똑 같았다.

그들의 일은 스포츠 센터에서 그냥 먹고 노는 것 뿐이었다.

“저, 그런데 말이지요. 여신님의 이름이 어떻게 되지요?”

자신들보다 먼저 날개로 뽑힌 청년에게 물었다.

“저도 몰라요. 날개에겐 알려줄 생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귀찮은데 잘 되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왠지 좀 차별받는 느낌도 들긴 들더라고요. 게다가 여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면 상관없는데 여신님이 확실히 있는데 믿을 자격은 커녕 이름도 안가르켜 준다니까 되게 야속하더라고요.”

“날개들은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인가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일단 비밀 조직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여기저기 흩어 놓겠지요? 외국 생활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그 나라로 보내준다고 하더라고요.”

사람좋아 보이는 청년은 자신의 능력이 쓸데 없는 능력이라면서 접시를 공중에 날려 보였다. 김태훈과 김민정은 건물을 나온 후에 자신들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와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초능력 말고는 우린 필요 없다는 거로군요.”

“왠지 섭섭하신 듯해요? 믿으라고 할까봐 걱정하시는 것 같더니.”

“글쎄 말입니다. 다행인 듯한데 기분은 참 더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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