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오딘의 덫
오딘이 보낸 거대 거미 몬스터 타란튤라 퀸은 성장을 계속하면서 동물들을 잡아먹고 알을 낳았다. 그리고 그 새끼들 역시 성장하면서 알을 낳는 어미를 위해서 주변의 동물들과 가축들, 사람들을 습격해서 어미에게 가져다 주었다.
본래 거미에게 퀸이 존재하거나, 다수가 무리로서 성립하는 경우는 없지만 몬스터로서 개조되면서 주어진 생활양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인족의 여신 헬의 총애하는 종족인 뱀파이어들에게 퀸이 존재하는 것은 바로 그 흔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반면 인간과 동물의 조합은 인간이라는 종을 좀 더 강화하고 신들 자신의 성향에 맞춰서 개조한다는 의미가 강해서, 늑대인간들을 비롯한 반수인들의 경우에는 퀸이 존재하지 않았다.
타란튤라들의 수가 백단위를 넘어서고, 타란튤라 퀸의 덩치가 10미터에 육박했을 무렵, 인간들의 희생자 또한 백단위를 가볍게 넘겼다. 용감한 사냥꾼 몇 사람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조사한 덕분에 타란튤라 퀸의 존재와 타란튤라들의 수가 알려졌다.
“이건 에인페리아 몇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로군요. 길이가 십미터가 넘는 괴물 거미는 칼과 활로 잡는건 무리라고 생각해요.”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까?”
장수한은 원기의 의견을 듣고자, 반문했다. 원기는 잠시 생각에 잠겼고, 희연은 그저 검을 닦고 있었다. 그리고 연하는 의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원기는 희연과 연하의 모습을 보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희연은 결코 지휘관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저 제 일선에서 검을 휘두르는 검사로서 존재하고 싶어했다. 명령이 떨어지면, 그저 명령대로 닥치고 돌격하는 그런 검사로 존재하고 싶어했다.
지휘관으로서의 역량을 갖추면 측근으로서 활용도가 더 높아질 수 있지만 그녀의 검 솜씨는 썩히기 아까운 면도 있었다.
장수한과 원기의 경우엔 그녀에게 지휘관으로서의 자질을 키워볼까 하다가 포기했다면, 조제성의 경우엔 원기의 경호원으로 점찍어 둔 터라, 오히려 반겼다고 할 수 있었다.
연하의 경우엔 즉흥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에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아서, 지휘관으로는 전혀 맞지 않았다.
“일반적이라면 함정을 파거나 불을 사용해야겠지요. 하지만 동굴에 틀어박힌 상태라,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발리스타와 석궁을 이용하는 것 말고는 딱히 답이 없어보여요. 장기전으로 새끼 타란튤라들을 죽여서 식량 공급을 막고 말라죽기를 기다리는 방법이 가장 상식적이지 않을까 싶네요.”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목숨을 건 몬스터 사냥은 미드가르드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인간이든 엘프든 가장 선호하는 것은 함정이었다. 독이 든 미끼나 덫, 함정 등을 이용해서 사냥하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문제는 타란튤라들이 강력하고 수가 많다는 점이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는데다가, 나무 사이에 거미줄로 자신들만의 통로를 만들어놓고 이동해서 함정을 설치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타란튤라 퀸이 있는 주위의 숲을 모두 불태워버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타란튤라들이 독이 오른데다가 먹을 것이 떨어지고 숨을 곳이 없어지자 뭉쳐있었다. 조만간 주변 마을을 습격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하지만 시간이 없지.”
“역시 거북 전차를 쓸 수 밖에 없어요.”
원기는 그렇게 결단을 내렸고, 장수한 역시 그것에 동의했다. 거북 전차의 화염방사기로 구워버리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 물론 희연과 원기, 연하는 발리스타와 석궁으로 무장한 병사들과 함께 미친듯이 날뛸 타란튤라들을 상대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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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거북 전차가 나서는 건가. 이 기회에 거북 전차를 가져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오딘은 슬레이프 닐을 거북 전차가 있는 곳으로 보냈다. 타란튤라 퀸의 시야 내에 거북전차가 등장한 것을 확인하고 슬레이프 닐을 보낸 것으로 착각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중요한 대화를 철저하게 한국어, 혹은 파티 채팅을 이용해서 행했기 때문에 오딘은 자신이 가진 천공의 성좌를 이미 상대가 알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 소멸했다고 생각하는 프레이가 살아남아서, 틈나는 대로 머리를 쥐어짜면서 조제성에게 미주알고주알 다 일러바치고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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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좀 그만해. 나 템갖추고 스킬 숙련도 맞춰야 하는거 몰라?”
“그보다, 한번 같이 생각해 보지요. 지금까지 이야기한 조건이 갖추어 진다면, 오딘의 대응은 어떨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오딘이 아닌데.”
“그래도 자신이 오딘이다, 라고 생각해보고 이야기를 해봐요. 어차피 오딘이나 당신이나 지적 수준은 비슷한 것 같은데. 당신이라면 어떻게 대응하겠소?”
“하아. 그러니까 그럴 때에는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이런 식으로 하지 않을까?”
“흠. 아스 신족의 지적 수준은 고작 그런 정도인건가?”
“어이. 지금 누굴 무시하려고 드는 거야.”
“그럼, 객관적으로 생각해서, 무시당하지 않을 만한 지적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정말로?”
프레이는 조제성과 눈이 마주치자, 할 말을 잃었다. 프레이가 생각하기에 이쪽 세계의 인간들은 다른 의미에서 이미 괴물들이었다. 아스 신족들의 지적 능력은 인간이나 모든 이종족을 초월하는 것이었다고 믿어왔다.
오래 살고 많은 것을 보아왔으니 그랬다.
하지만 이쪽 세계의 인간들의 평균 수준 정도 밖에는 못되는 듯 했다. 그나마 수한 같은 인간은 뭘 생각하는지 짐작이라도 가는데, 제성 같은 인간은 도통 알 수 없었다.
“에이! 젠장! 이거나 먹어라! 프레이 그레이트 스페셜 아토믹 플레임 블레이드!”
프레이의 검이 불을 뿜으며, 레벨 10짜리 초보 캐릭터인 조제성을 감쌌다. 물론 PK모드가 아니었기 때문에 화려한 불꽃의 검격은 조제성을 감싸고 지나갈 뿐이었다.
조제성이 불꽃에 잠시 방어자세를 취했다가 눈을 뜨자 프레이는 포탈을 타고 도망간 다음이었다.
“음, 역시 게임이 사람(?)을 망가뜨리는건가. 상당히 유치해졌군.”
제성은 길드 사무소로 돌아가서 미드가르드로 퇴근했다. 세스룸니르의 보금자리만큼 그를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없었다.
유혜서는 정원가꾸기라는 취미에 푹 빠져서, 넓은 세스룸니르의 정원을 마음껏 가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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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은 동물의 대화를 듣는 능력은 있지만, 동물에게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동물들을 본격적으로 조련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장수한은 그녀를 활용할 좋은 방법을 찾았다.
바로 발신계 능력자를 그녀에게 붙이는 거였다. 발신계 능력은 뇌파를 통해서 자신의 의사를 타자에게 전하는 것인데, 조금 폭넓은 사용범위를 가진 자들도 있었다.
“잘 부탁드려요. 이미우라고 해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동물들이 싫답니다.”
“아, 그러세요. 같이 일하게 되서 반가워요.”
이미우라는 여성은, 어려서 동물들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동물들이 그녀에게 모여드는 일이 많았다. 아니 싫어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침을 흘리면서 털투성이 몸으로 다가오는 개도 싫고, 벌레들도 끔찍하게 싫어했다. 그래서 은연중에 ‘니들은 날 좋아할지 몰라도, 난 너희들이 싫어. 그러니 꺼져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있었다.
특히 친구들이 기르는 애완견들이 가까이 와서 이뻐해달라고 들 때는 아주 몸서리가 쳤다. ‘난 너희가 싫어. 가까이 오지마’ 그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욕구가 동물들에게도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일깨워 준 것이었다.
그리고 나이트 엔젤로 특채되어 하필이면 동물 사육을 맞게 된 것은 조금은 아이러니한 일일 지도 몰랐다.
“야, 난 너희들이 싫어.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여기있는 민정씨에게 말해. 나한텐 가까이 오지마. 그리고 내 말 안들어먹는 놈들은 보신탕집에 팔아버린다. 너희 매들은 개사료가 될 수도 있어.”
그녀의 일갈에 훈련된 세퍼드 10마리가 일제히 김민정의 앞에 가서 자세를 갖추고 섰고, 매들도 움직여서 그녀 앞의 횃대에 앉았다.
그리고 김민정에게 잘봐달라고 눈빛으로 호소했다. 훈련이 어느정도 되어있는 동물들이라,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김민정은 이미우의 도움으로, 간단한 수화 몇가지와 음성 지시를 동물들에게 이해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주로 정찰시에 염두에 두고 보고해야 할 것들을 가르쳤다.
훈련된 올빼미는 아직 없지만, 조제성이 돈을 들여서 부엉이와 올빼미들을 훈련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조만간 올빼미와 부엉이들도 도입될 예정이었다.
엘프들은 기본적으로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수의 동물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절대적일 수 있었다.
“생물 병기라고 하니 말인데, 박호철의 능력도 예상외의 용도가 있었어. 지금 개발 진척도는 어떻게 되지?”
박호철의 능력은 광역개별지휘 능력이었다. 그런데, 이 능력이 벌떼나 개미떼 등을 조종하는데 사용 가능했다.
특수 페로몬을 발라서, 자신들의 여왕과 착각시키면 벌레들이 그의 의사대로 움직여주는 것이었다.
물론 호철은 능력을 깨달은 이후로 전략게임 승률을 높이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현재, 몬스터의 개발은 순조로운 편입니다. 아무래도 벌 계통의 곤충류를 베이스로 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판단됩니다. 그건 그렇고, 프레이님의 친구분을 위한 몬스터 개발이라니 참으로 영광입니다.”
아스 신족의 신관으로서 몬스터 개발에 참여한 바 있던 다크엘프 신관이 장수한에게 기대되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건 그렇고, 유전자 조작은 아니라지만, 몬스터들이 풀려나도 되는건가? 바이오 해저드가 일어나는건 아니겠지?”
30cm 가까운 큼지막한 벌을 보면서 장수한은 눈살을 찌푸렸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몬스터로 개조되면 그 크기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았다. 말벌이 베이스라서 큼직한 턱으로 소고기를 씹어 먹는 모습이었다.
“신성력으로 조작된 생물들은 신성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죽어버립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게다가 크기가 저렇게 커서 놓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제성 형님은 말벌타고 날아다니는 부대를 꿈꾸시는 듯 싶던데, 그게 과연 잘 될런지.”
“지금으로서는 개체당 1미터도 무리가 있습니다. 비행한다고 생각하면 10키로를 짊어지는 것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구에서 사용할지, 미드가르드에서 사용할지가 문제로군. 지금보다 조금 작은 크기에 폭탄을 달던가, 카메라를 다는 편이 더 유용할지도 모르겠어.”
장수한은 그렇게 말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외부에 내보내는 것보다는 주요 거점을 방어하는 용도로 더 좋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사용가능한 인물이 골방에 쳐박히는 것을 선호하는 게임 폐인 뿐이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렇고, 점점 어깨에 걸린 짐이 무거워 지는군.’
“난 미드가르드에 돌아가 보겠네. 자네들은 조금 더 수고하도록.”
장수한은 인재의 부족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믿고 일을 맡길 사람을 늘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날개에 포함된 깃털들 가운데에서 끌어올리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너무 젊은 사람들 위주였다.
“인재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니, 그것도 문제고.”
제갈량 같은 인물이 열명 모인다고 제갈량 한사람의 열배의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의견을 조율하느라 바빠서 제갈량 한사람분은 커녕 반사람 몫도 못해낼 수도 있는 것이었다.
현실은 삼국지 게임과는 다른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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