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147화 (147/497)

147화 키보드 마스터 조제성

“정말 곤란하다니까요. 우리 보물인데. 이런 드라마에 출현시키다니...”

에이전트 사장은 장수한에게 하소연하듯이 말했다. 조제성의 카리스마 덕분에 조제성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한 듯 싶었다. 조제성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조제성이 의견을 굽히는 상대는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장수한이 드라마 대본에 대해서 물어보자 기회라고 보고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개런티는 많이 받지 않았나요?”

“물론 많이 챙기긴 했지요. 하지만 광고 몇편 찍는게 훨씬 더 큽니다. 이런 드라마에 나와봐야 손해가 막심해요. 배우는 이미지인데. 제발 연하라도 빼달라고 청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런 이야기 안 꺼낸 건가요?”

“당연히 말씀 드렸지요. 하지만 생각한게 있고, 결정사항이시라고 하시더군요. 잠시 생각해 보시지도 않더군요.”

장수한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의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면, 그건 이미 고려를 했다는 뜻이었다. 장수한이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들을 리는 없었다. 그게 가능한 것은 원기 뿐이었다.

‘금전적인 이유는 아니군. 형수님도 아닌 것 같고...’

이야기는 너무나 상투적인 이야기였다.

흔해빠진 재벌2세의 사랑이야기였다. 정략결혼 상대인 약혼자(희연)가 있는 상태에서 테니스 선수인 서민 여성(연하)를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윔블던의 인연’이라는 싸구려틱한 제목까지 붙어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연인이 아버지의 사생아였다느니, 사실은 주인공 역시 어머니가 바람을 피워 낳은 자식이었다느니, 기억상실증에 불치병까지 나오는 전형적인 종합선물 세트였다.

영국 로케에다가 귀족들의 생활을 보여준다는 발상도 싸구려틱했다. 장수한이 혜서에게 물어보니, 재벌 나오는 드라마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유혜서와 조은혜는 실제 그쪽 사람이기도 했고, 그쪽의 계산적인 만남이 별로 맞지 않았던 탓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류의 드라마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다지 제성 형님이 추진할 만한 일은 아니군.’

장수한은 조제성에게 돌아갔다. 그러자, 조제성이 쓴 웃음을 지으며 그를 맞이했다.

“이봐, 자네 길거리에서 행동을 좀 조심해야겠어. 이런 영상이 찍혔더군.”

장수한이 조제성 방 벽의 대형 모니터를 보자, 자신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회사 앞에서 걸어오다가 바지에 손을 넣어 사타쿠니를 긁는 모습이었다. 주위에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까지 찍혀 있었다.

“회사 CCTV에 찍혀있었더군. 경비가 재미있다고 복사하려던 걸, 경비실장이 자넬 알아보고 내게 알려왔네.”

“이런, 제가 그랬나요?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푸하하. 농담일세. 농담이야. 자네가 미드가르드에 간 틈에 자네 육신을 이용해서 찍은 몰래 카메라일세.”

“장난이 지나치십니다. 정말로 깜짝 놀랐어요. 진짠 줄 알았다니까요.”

“그게 내 답일세.”

조제성의 말에 장수한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눈치챌 수 있었다.

“보여주기 위한 거로군요. 당사자들에게.”

“재미있지 않겠나. 난 되도록 인의 장벽을 치고 싶어. 가능한 빠르게 말이지. 굴베이그님의 경우엔 잘못하면 방송금지가 된다고 해서 수위를 낮췄지. 리디아 전하가 없는게 좀 아쉽지.”

수한은 제성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 말그대로 정말 막장을 만들고 싶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나마 연하와 희연 둘을 중심으로 간 덕택에 최악의 막장은 피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명석한 주군이 여자 문제로 망가지는 것은 역사를 보면 드물지 않았다. 제성은 자신이 그랬듯이 혹여 누군가와 만나서 원기가 확 바뀌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뭐 완전히 정신공격이로군. 아군이라도 용서가 없는건가.’

수한은 제성에게 내심 감탄했다. 원기 일행은 파티 모드를 통해서 현실 세계와의 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저녁에는 일찌감치 눈을 감고는 파티 채팅과 웹 검색을 하고는 했다.

물론 웹은 현실의 인터넷과 이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조제성이 미드가르드에 서버를 구축하고, 주기적으로 현실에서 데이터를 들고 운반해서 업데이트를 하고는 했다.

실시간으로 뉴스를 볼 수는 없지만, 주기적으로 새로 업데이트된 뉴스나 동영상 등을 볼 수 있었다.

자신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라면, 아무래도 안보고 지나갈 수는 없을 것이고 거기에서 등장하는 장면들의 영향이 없을 리도 없었다.

“그건 그렇고 뭘 그렇게 열심히 치고 계십니까?”

“템플 기사단에게 치명타를 날릴 생각이야.”

“설마 디도스 공격이라도 하신다는 것은 아니겠지요?”

“멍청한 소리. 디도스로는 세상을 못바꿔. 하지만 트윗 몇개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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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소문 들었어?”

“그래. 갱 조직들을 털고다니는 엔젤 킬러들 뒤에 템플 기사단이라는 조직이 있다고 하더라고.”

“난 믿기지 않네. 수천년 동안 이어져 온 비밀 조직이라니.”

“마녀 사냥 같은 걸 주로 하던 놈들이라고 하던데?”

“그건 그렇고 갱조직들에게서 돈을 쥐어 짠 탓에, 갱들이 더 날뛴다고 하더군. 나이트 엔젤을 죽이고, 그걸 명분으로 갱들에게 돈을 뜯다니, 대체 어디서 그런 미친 놈들이 있는걸까.”

“아니야. 원래 좋은 일들을 많이 하는 정의의 조직이라고 하더라고. 문제는 요새 젊은 층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거라고 하더라.”

“그런가. 세상이 좀 험하게 돌아가기는 하지.”

“그래. 그래서 템플 기사단도 이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템플 기사단은 제 3회라고 불리우는 민간인 서포터들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의 정보, 자금, 협력 덕분에 오랜 세월 숨어서 활동해 올 수 있었다.

그들은 템플 기사단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았지만,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믿으며 대대로 충성해 온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인터넷에서 템플 기사단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엔젤 킬러라는 악명을 떨치는 집단이 갱들을 털어서 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이 소문으로 퍼지다가 뉴스로 공인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해온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불안감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템플 기사단의 존재를 드러내고 운영을 투명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들이 인터넷 곳곳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누가 처음 썼는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리트윗하면서 인터넷에서 여론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이 왈가왈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템플 기사단이 존재했는가, 저 고도의 파워드 슈트는 어떻게 만들어진건가, 미군과의 관계는 어떤가. 등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게다가 파워드 슈트 ‘파워드 나이트’의 개발 장면까지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서 유출되자, 인터넷 여론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템플 기사단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 가운데서도 세상에 커밍 아웃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어차피 정보가 누출되었으니, 자신들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작은 댐이 손가락만한 구멍에서 물이 새기 시작해서, 순식간에 붕괴되듯이 새기시작한 정보는 겉잡을 수 없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템플 기사단 상부층도 우왕좌왕하기 시작했고, 결국 수습을 위해서 자신들의 존재를 공적으로 드러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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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보단 키보드가 강한 법이지.”

키보드 워리어 제성은 템플 기사단 내부의 레이니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유쾌한 미소를 지었다. 비밀 결사는 비밀을 잃으면 아무것도 안되는 법이었다.

혹여 오딘이 지구로 들어오게 된다면 써먹을 수 있는 중요한 방패막이인만큼, 제성은 그들을 적으로 여기지 않았다. 어떻게 손발을 묶는가만 생각했다.

템플 기사단을 걱정하는 한 회원으로 위장해서 올린 몇개의 트윗이 템플 기사단이 꼼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나았다.

물론 역추적이 불가능하도록, 그리고 빠른 시간내에 효과적으로 퍼지도록 유도하는데에는 해커를 비롯해서 제법 많은 정보가 필요했지만 그런 것들은 사업과 겹치는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따로 자금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

“그건 그렇고, 그 젊은 놈들은 이 상황에서 대체 무얼 노리는 건지 모르겠군.”

제성은 자신의 예측 범위에서 벗어난 자들을 떠올리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한가지는 그들은 테러리스트 이상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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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를 향한 제성의 음모가 제작 발표회를 화제리에 마치고,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간 사실을 꿈에도 모른채 원기는 일행과 함께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연하의 정찰 비행이 대륙의 정세를 흔들어 놓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미처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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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설욕을 해야 하는데.”

프레이는 라이벌 희연이 사라진 덕분에 절망하고 있었다.

“슬슬, 바깥 세상에 나가보는 건 어때요?”

“그래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나가봐도 될 것 같아요. 여신님에게 종속된 이상은 괜찮지 않을까요?”

호철과 찬균의 제안에 프레이는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오딘에게 지배당하지 않을거라는 확신은 어느정도 찾고 있었다.

오딘의 지배는 프레이야에의 종속과 달리 일방적이었다. 미드가르드라면 몰라도 현실세계에서는 영향이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 나가자.”

프레이는 결단을 내렸다.

“그 전에 전설 셋 좀 완성하고 가자.”

게임을 그만두기로 생각한 순간, 미련이 프레이의 발목을 잡았다. 그가 현실 세계로 복귀(진출?)하는 날은 당분간은 오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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