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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48화 (148/497)

148화 미래를 보는 눈

막장 드라마의 영향은 원기에게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연하와의 키스신이나 애정 신도 사실 상상의 범주 속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제성이 노린 것은 원기가 아니었다.

바로 연하와 희연이었다. 연하의 경우에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원기와 얽히는 것을 피하려고 했다. 희연과 경쟁하는 것을 피하려는 생각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되도록 상상도 하지 않으려던 연애 신이 눈 앞에서 생생하게 그려지니 마음에 파문이 없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희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세운 인생 계획에 맞춰서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려던 방침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희연 자신과의 키스 신이나 애정 신에서는 별 동요가 없었지만, 연하와 원기가 붙어있는 장면에서는 확실하게 심장이 뛰고 동요하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왠지 분위기가 묘하군.’

원기는 마침 잘되었을지 모르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마을에 정찰을 가볼까 생각 중이야. 이대로 이곳에서 계속 있는 건 무리라고 생각되거든.”

그리 날자가 많이 지난 것은 아니지만, 한계가 오고 난 다음에 움직이는 것은 늦는다는 것이 원기의 판단이었다.

적어도 2년 이상을 한 곳에서 단 몇 사람들과만 사는 것은 쉽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오래 좁은 곳에서 있다보면 쓸데없이 부딛치는 일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 실제로 희연과 연하의 분위기가 묘해진 것도 그때문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 하지만 리디아는 문제가 되지 않을까? 자칫 잘못하면.”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나 혼자 가볼 생각이야.”

원기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죽어도 살아날 수 있다지만, 능력이 다운 되는 것은 피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붙잡히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스파이 영화에서 종종 나오듯이 적에게 붙잡혀서 심문을 당하는 것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적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내가 같이 갈래요. 난 죽어도 레벨 다운 없으니까.”

굴베이그가 말했지만, 원기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 괴력이 있으니, 여차하면 도망나오는데 문제는 없어. 하지만 누군가를 구해서 나오기는 쉽지 않을거야.”

“덩치가 너무 커서, 괜히 사람들한테 위압감을 주지 않을까요? 딸하고 함께 가면 사람들이 경계를 덜할 텐데요.”

“차라리 내가 함께 가는게 낫지 않을까? 여차해서 전투가 되면 내 전투 능력이 도움이 될거야.”

“마을 사람들 모두 순식간에 학살해 버리려고? 그건 좀 아닐 것 같아. 내 경우엔 아픔에 익숙한 편이라 왠만한 심문은 별 문제가 아냐.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고는 상황을 알 수 없으니까.”

연하가 비행하면서 정찰해 온 것을 토대로, 장수한이 맵을 만들어 업데이트 해둔 상태였다. 그래서 눈을 감기만 해도,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내부의 정세는 알 수 없었다.

인간들이 사는 마을이 있고, 동물화된 인간들이 사는 마을들이 있고, 그리고 비늘을 가진 인간들, 리자드 맨이라고 보기엔 좀 더 인간적인 외모의 파충류 인간들이 사는 마을이 있었다.

“일단 이 짬타이거의 외모로 인간들 마을에 들어가보면 상황을 좀 알 수 있겠지.”

연하의 정찰에서 파충류 인간들은 식인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파충류 인간들과 손을 잡는 것은 무리였다.

수인족 마을에 덮어놓고 짬타이거의 모습으로 들어가는 것도 무리였다. 정체 모를 놈이 등장하면 의심하는 것이 당연했다. 동료로 받아들여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반면 인간 마을에 들어가면, 수인족의 한사람으로서 의심을 받지 않을 것이었다.

“붙잡혀서 적의 내정을 캐낸다? 나쁘진 않을지도 모르겠네.”

“뭐, 여차하면 다짜고짜 목이 날아갈 수도 있겠지만...”

연하의 정찰에 따르면, 토르족의 항구 도시와 수인족이 교류를 하는 장면이 목격된 바 있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인간들과 수인족들이 교류를 하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높아보였다.

다짜고짜 죽일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그래. 그러니까 일단 이곳에서 기다려. 곧 만날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연하 너 눈에 띌 수 있으니까, 이제 정찰 비행은 그만 두는게 좋을 것 같아.”

원기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것이 최악의 선택이 되리라는 사실은 미처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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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이면 해수욕이나 즐기면서 시간을 보냈으면 했는데 말이지.”

조제성은 혜서를 통해서 원기의 결단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한 녀석도 찬성이겠지?”

제성 역시 무언가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했다. 그렇기에 정보 수집을 위한 원기의 선택에 대해서는 딱히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다만 미드가르드의 문제에 있어서는 수한의 의견에 관심을 가졌다. 수한의 조금 더 열린 사고방식이 때로는 답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슬슬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신 건가. 좋은 일이야. 하지만 불안해. 나쁜 벌레가 꼬이면 안되는데.’

다른 면에서의 걱정을 하는 제성이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사람을 급격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건 종교와 사랑 뿐이었다.

그리고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 될 수도 있었다.

제성이 생각하기에 원기의 경우 지나치게 신중하고 침착하게 보이지만 리더로서 결코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대로 머물러 주기만 해도 좋았다.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군.’

제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모니터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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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로서의 첫 임무가 고작 이런 거라니.”

김민정은 한숨을 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임무가 초능력자 봉인 임무였기 때문이었다. 능력을 봉인 당했을 때의 그 기분을 생각하면 아주 찝찝하기 짝이 없었다.

“원래 주간 임무라는게 그런거야. 조만간 야간 임무도 맡게 될거다.”

팀장인 권우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김태훈을 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거 아나? 오늘 같이 임무에 나갈 사람이 엄청난 미소녀라는거.”

“미소녀요? 에, 저는 그다지.”

김민정의 서늘한 눈초리에 김태훈은 슬쩍 시선을 돌렸다. 아직 공식적인 연인으로 진전하지는 않았지만, 꽤 친밀해져 가고 있었다.

“유연하 알지? 유연하보다 더 예쁜 미소녀야.”

“에? 설마. 그정도라고요? 아니. 유연하보다 더 예쁠 수가 있나?”

“뭐, 이쪽은 실물이니까. 아뭏든 그정도로 예쁘거든.”

“그래요? 저도 궁금하네요. 한희연하고 비교하면 어때요?”

“희연님은 내 취향이야. 비교 불가지. 사실은 너희들과 구면이야.”

권우석이 그렇게 웃으며 말했다. 구면이라는 소리에 ‘그런 미소녀를 본 기억이 있었나?’하며 기억을 되짚어 보는 사이에 문이 열리고는 한 소녀가 들어왔다.

‘오, 정말 예쁘네. 적어도 유연하한테 떨어지진 않겠어. 그런데 이런 예쁜 아가씨를 본 적이 있나?’

김태훈이 그녀를 보자, 소녀는 눈길을 피하듯이 외면하고는 동떨어진 한쪽 구석의 테이블에 앉아서 벽을 바라보았다. 창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벽을 바라보는 것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음, 왠지 신비로운 분위기의 미소녀네.’

‘뭐야, 쟤. 완전히 맛이 간거 아냐?’

김태훈과 김민정의 판단이 엇갈린 것은 성별의 차에 기인한 것일지도 몰랐다.

“자, 그럼 멤버도 다 모였으니, 여신님을 선교하러 가보자.”

팀장이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흐흐흐. 사람들의 능력을 빼앗는거 기분 좋다는...”

김태훈과 김민정은 어느 틈에 나타난 불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뚱뚱한 오타쿠 사내를 발견했다.

“너 말이야!”

김태훈은 순간적으로 울컥해서 오타쿠 사내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뚱뚱한 그 사내는 너무나 가볍게 끌려왔다.

“놔 줘요.”

김태훈은 자신이 그 조용하고 말없는 미소녀의 멱살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들짝 놀라서 그녀를 놓고 한걸음 물러났다.

“내가 그랬지? 구면이라고.”

권우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사람이 좋은 듯 하기도, 장난스럽기도 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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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제가 여신을 부정하게 되면, 제 능력이 사라지게 되는 건가요?”

“무, 무슨 소리냐는...그런 거 모른다는...”

사람들에게 불쾌한 기분을 주는 모습으로‘만’ 변신이 가능한 미소녀는 당황한 듯 한 걸음 물러서서 김태훈과 김민정에게 눈길을 돌렸다.

타겟이 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었다. 프레이야 여신이 아니고는 보는 것만으로 능력의 세부를 파악할 수는 없었다.

타겟의 이름은 최선미, 수신계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었다. 바로 팀장 권우석의 능력이 바로 그것이었다.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 상대에게 이능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계통을 알 수 있었다.

‘텔레파시 능력인가? 독심술?’

권우석은 잠시 망설였지만, 재빨리 나서서 그녀를 떼어 놓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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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미, 그녀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면 대단한 것이고, 보잘 것 없다면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미래를 꿈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볼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로또 당첨 숫자라든가, 주식이라든가, 경마라든가,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그녀가 볼 수 있는 것은 일주일 내의 미래의 모습이었고, 그것도 그저 평범한 일상일 뿐이었다.

뭔가 선택을 하거나, 중요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순간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자신이 병원 침상에서 위문을 받는 꿈을 꾸었다. 꿈속의 그녀는 다리가 부러져서 병원에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친구가 스키 여행을 같이 가자고 권했다. 스노우 보드를 같이 배우기로 전에 약속했고 꽤 기대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불안감에 거절했다.

그리고 그날 꿈에서 그녀는 병원 침상이 아닌,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닷새 후의 꿈을 꿀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그녀는 예지몽을 꿀 수 없는 자신을 꿈 속에서 보았다. 꿈 속의 자신은 예지몽을 꿀 수 없다는 사실에 불안해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예지몽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멀쩡한 내일의 모습이 있기 때문에 오늘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었다.

능력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이 두려워진 그녀는 인터넷을 검색했다. 그리고 여신과 초능력에 대한 소문을 보았다.

그녀는 그것을 믿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머리 속에는 그 내용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능력을 잃어버리는 바로 그 날, 그녀 앞에는 기분나빠보이는 사내가 여신을 선교한다고 나타난 것이었다.

“전 여신님을 믿고 싶어요. 여신님의 집회에 데려가 주세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불쾌한 사내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자신이 핵심을 찔렀다는 사실을 알았다.

‘너무 핵심을 찌른 걸까?’

“그렇게 원한다면 자리를 옮기도록 하지요.”

그녀를 둘러싼 사내들과 여성의 모습을 본 최선미는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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