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150화 (150/497)

150화 일당백, 일기당천

“예지몽에 육감이라, 운이 좋았군.”

조제성은 장수한의 보고를 받고는 그녀를 즉시 영입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깃털이 아닌, 조금 더 내부로.

미래를 아는 이능은 실제로는 그리 대단치 않았다. 중요한 순간을 보여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옳았다.

로또 숫자를 보여준다면, 그것을 본 결과로 운명이 요동을 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꿈의 형태라는 것도 알고보면 애매모호하게 정보를 혼란시킨다고 볼 수 있었다.

이능 분야에 대해서 검토한 장수한의 의견에 따르면, 일기예보와도 같이 주어진 정보로 미래를 조금 예측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물론 기압이나 습도 등의 일기예보에 필요한 판단자료와는 다른 그 어떤 것들, 특히 현세에서 알 수 없는 정보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서 미래를 예보해 내는 것이었다.

적중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실제로는 불발률도 있었다.

게다가 정보는 어떻게 모으고 가공하느냐에 따라서 크나큰 가치를 갖고 있었다.

“미래 예지자를 한번 적극적으로 모아 보게. 그리고 점치는 능력을 가르쳐 보면 어떨까? 육감을 갖고 있다면 혹시 개화할지도 모르지.”

“그도 그렇군요.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장수한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통화를 끊고 권우석과 연결했다.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하겠네. 그리고 당분간 천사의 감시가 있을 거라는 점을 분명히 알려주게. 그리고 유리를 좀 바꿔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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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무슨 이야기지요?”

“여신님의 천사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당신을 감시하는 유령이 되겠지요. 혹여라도 비밀을 누설하면 그땐 능력을 잃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눈치챈대로 일단 여신님을 부정하는 것 만으로도 능력은 가볍게 사라지지요.”

그리고 그때 권우석의 앞에서 투명한 여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유령과도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그 용모는 완벽하게 느껴질만큼 아름답고 강렬한 분위기가 있어서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신성하다는 느낌과 경외감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천사, 발키리가 자신을 감시할 거라는 사실을 최선미는 알 수 있었지만, 두렵다는 느낌보다는 왠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 건가요.”

“그렇습니다. 시험삼아 여신님을 부정해 보셔도 됩니다. 사라진 능력을 되살리는 것은 여신의 신관님만 가능합니다. 물론 우리 조직 내에만 계시지요.”

최선미는 그의 말에 담긴 시험해 보라는 말에 응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눈은 자기도 모르게, 상위층으로 보이는 정체 불명의 존재와 통화하는 소녀에게로 향했다.

소녀는 어느샌가 흉측한 조폭같은 남자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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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하구나.]

“배려 감사드립니다. 형님.”

[오타쿠 흉내도 그렇지만, 조폭 흉내도 여전히 어설퍼.]

“말 안하면 그럴 듯 합니다. 형님.”

서유리의 능력은 통칭 서유기로 불리웠다. 오공은 조폭 형태, 팔계는 오타쿠 형태, 오정은 작자 돌림의 츄리닝 아저씨였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가 입을 열지 않으면 그녀의 정체를 눈치챌 수 없었다. 그리고 설사 말을 하더라도 그녀의 특유의 묘한 분위기 때문에 그녀의 정체를 모르면 어색하다는 사실도 알기 힘들었다.

장수한은 그녀의 능력이 정신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그 정신적 부담을 해결된다면, 그녀의 가치는 상당히 뛰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사실, 장수한이 그녀를 안타깝게 여기는 것도 있었다.

[놀러와라. 엘레니아 언니도 보고싶어 하니까.]

“알겠습니다. 형님.”

[네 본 목소리가 난 더 듣기 좋은데 말이다. 희연 일은 미안하게 되었구나.]

“아닙니다. 그럼 댁에 찾아가서 뵙겠습니다.”

전화가 끊기고 유리는 목소리 크고 무신경한 조폭에서 과묵한 미소녀로 돌아가서 벽을 향해 앉았다. 그녀가 들여다보는 스마트폰 배경 화면에는 한희연의 모습이 떠올라 있었다.

유리는 한희연을 우연히 만났을 때, 한눈에 반했다. 한희연은 빼어난 미인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이었다.

같은 발신계 능력자로서, 희연의 능력을 어렴풋이 눈치 챘는지도 몰랐다. 사람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강자가 갖는 위압감, 그리고 은연중에 새어나오는 쪼렙학살의 위엄까지.

그녀의 동경은 한희연으로 고정되었다.

그리고 엘프들.

그녀는 엘프들에게서는 아무런 불안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엘프들에게 친근감을 느꼈다. 물론 엘프들은 그렇지 않았다.

장수한이 그런 그녀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서 엘프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게 해주었고, 희연과 만날 자리를 마련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불상사로 인해서 그것이 불가능하게 되어 버렸다.

그녀가 동경하는 것은 쪼렙학살의 위엄을 지닌 ‘강자’ 희연이지, 아름다운 외모와 빼어난 연기력을 보이는 ‘여배우’ 희연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말 하지 않아도 눈치는 좀 챘겠지만, 유리는 보스랑 개인적 친분이 있어. 그리고 보스는 나이트 엔젤들은 물론이고 콧대높은 신관들에게도 입김이 강하지. 신뢰가 쌓이면 좀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할 수 있을거다. 그리고 너희 둘이 우리 팀에 오게된 것은 너희 두 사람이 사이가 좋아서야. 유리는 자기 연인이 있는 사람들한테 조금 경계심이 누그러지기 때문이지.”

“전 연인이 없는데요.”

최선미가 묻자, 권우석은 답변하지 않고 그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유리는 연인이 있는 사람말고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소심하고 겁많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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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 놈의 도마뱀들이 이렇게 많지?’

원기는 조심스럽게 도마뱀 인간들을 피해서 움직였다. 식인을 하는 도마뱀 인간들과 부딛쳐서 좋을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연하가 정찰했을 때보다 명확히 도마뱀들의 숫자가 많았다. 수십 마리 단위의 무리와 벌써 수차례 조우한 상태였다.

원기와 희연의 전투력은 ‘일당백, 일기당천’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혼자서는 능히 백명을 당해내고, 아군과 함께 움직이면 능히 천명을 해치울 수 있을 정도의 전투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힘이 넘쳐나는 짬타이거의 능력으로도, 최소한의 힘으로 치명상만 입히는 희연의 능력으로도 수십명을 상대하면 아무래도 숨을 돌릴 틈이 필요했다.

희연의 닭장 특훈 덕택에 전후좌우 모두 적으로 둘러싸인 상태에서도 한참을 싸울 수 있게되긴 했지만, 그정도 고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십분 정도가 한계였다.

그런 면에서 수십마리 규모의 도마뱀들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식으로 소규모 무리들이 많은 상태에서 잘못 건드렸다간 벌집을 건드리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마을은 대충 삼백명 정도 되는 규모에 목책까지 있으니 잘 잡으면 천마리 쯤은 상대할 수 있겠지.’

원기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도마뱀들은 인간보다는 확실히 강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목책을 이용하면 동수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도마뱀들의 몸놀림은 인간보다 그다지 빨라 보이지 않았고, 무장 수준을 보면 인간보다 힘이 강한 것은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에인페리아나 만렙 캐릭처럼 수준이 다르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도마뱀 인간들 역시, 짐승화 된 인간들처럼 외형에서 꽤 차이들이 보였다. 주요 부위만 비늘로 덥힌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놈들이 대다수였지만, 전신이 비늘로 덥힌 놈들도 제법 보였다. 그리고 명백히 인간과 다른 외형이 된 놈들도 있었다. 도마뱀이라기보다는 공룡을 연상시키는 신체의 일부를 지닌 놈들이었다.

짬타이거의 감각이 파충류 인간들의 감각을 월등히 앞섰기 때문에 그들의 동태를 살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몇 마디 말들을 엿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스스로를 용족이라고 부른다는 사실, 그리고 종교적 의식 때문에 이쪽으로 모이고 있는 듯 하다는 것이었다.

되도록 수인족들과의 전투를 피하려고 조용히 움직이려고 한다는 사실에 원기는 조금은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그 방심이 그들과 자신이 엇갈리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미처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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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족이라는 놈들이 주변에 너무 많아요. 아무래도 종교적인 행사가 이 근방 어딘가에서 벌어지는가 봐요.”

“아무래도 곤란한데.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장소를 옮겨야 할까?”

“원기 오빠의 말을 들어보면 이 근처 상당 범위에 퍼져있는 것 같아요. 움직이지 않는게 낫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종교 의식이 끝나면 다시 되돌아들 가겠지?”

연하와 희연은 걱정이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미 근처에 깔린 용족의 수는 수천을 넘어선 상태였다. 희연이 원기와 마찬가지로 일당백이라면, 연하는 그녀를 위해 누군가가 받쳐주지 않으면 십수명을 당해내기도 힘들었다.

평범한 엘프의 육체를 가진 리디아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신관으로서의 능력도 이 장소에서는 거의 봉인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무리해서 이동하면 용족들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리디아를 생각하면 모험을 할 수가 없었다.

원기가 들은 ‘종교적 의미가 있는 모임’이라는 정보 때문에 연하와 희연은 숨어서 용족들이 종교적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기를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다.

“용신맞이라니, 한가위 같은 건가요?”

“구정맞이 민족 대이동 같은 걸까. 우리가 있는 곳이 고속도로인지도 모르지.”

희연과 연하는 불안을 애써 억누르면서 농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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