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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52화 (152/497)

152화 인질

식인을 하는 종족, 용족이었다.

사실 이 혼돈의 대지에서 식인을 안하는 종족은 없었다. 척박한 대지와 동물적 야만성 때문이었다. 수인족도 용족도 장례 문화 같은 것은 없었고, 죽은 동족의 시신을 인간에게 먹이고, 인간을 먹는다는 방식의 자연순환은 하고 있었다.

물론, 강자는 자연스럽게 죽지만, 약자의 생사는 강자에게 달려있다는 것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수인족과 용족의 차이는 수인족은 초식성이나 잡식성이 많은 반면, 용족은 전원 육식성이었다.

그때문에 용족은 노예들에 대해서 가혹했다. 번식용을 제외하면 스물이 되기 전에 도축을 했고, 가축처럼 사육되었다.

만약 인간들이 자신들이 먹을 식물성 사료를 재배해야 하지 않았다면, 언어나 사회성을 못배우고 정말 가축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었다.

혼돈의 대지에서는 돌연변이들이 많이 태어났다. 그리고 동물들은 순식간에 몬스터화 되었다. 개는 늑대처럼 돌변했고, 말도 육식성으로 변했다.

그나마 본연의 모습을 가장 잘 지켜온 종족이 인간이었다. 초식동물의 특성을 얻은 수인족과 인간들만이 초식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인간은 고기를 얻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혼돈과 신성의 경계를 넘어서면 동물들의 사냥이 가능하고, 인간의 왕래가 가능하지만 피가 짙은 용족이나 수인족은 접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인간은 돌아올 리가 없었다.

용족과 수인족이 철저하게 정신교육을 시키고 통제하고 있었지만, 인간들은 아스 신족의 세상에 대한 소문을 나누며, 아스 신족의 보살핌아래, 인간답게 사는 것을 꿈꿨다.

반신족들의 소문도 있었지만, 생존이 더 중요한 이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약한 신따위는 그다지 매력이 없었다.

노예는 종이 되고 싶어하지, 시민이 되고 싶어하지는 않는 법이었다. 그들에게 시민의 삶이 주어진다면, 종이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일 수도 있었다.

‘젠장. 어쩌지? 지금 돌아간다고 해도 꼬박 하루 이상은 걸릴거야.’

원기는 입술을 깨물었다. 뾰족한 송곳니가 아프게 느껴졌지만 그 아픔이 오히려 정신을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때, 인간들의 마을을 노리고 용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약 오백 마리(?)쯤 되어 보였다. 물론 순차적으로 부족들이 모여오는 것인만큼 숫자는 더 모일 것이 분명해 보였다. 충분히 모이면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요새가 등뒤에 있는 만큼, 이곳에서 싸우면 충분히 더 많이 상대할 수 있어.’

요새의 목책은 짬타이거의 도약력으로 충분히 뛰어 넘을 수 있었다. 적진에서 날뛰다가 상황을 봐서 물러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요새를 취하느냐, 돌아가느냐.

선택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요새는 지킬 수 있지만, 돌아가봐야 시간 내에 돌아가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리디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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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가르드의 지도는 미니맵에 표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파티원들이 있는 위치는 알아볼 수 있었다.

희연은 원기가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무얼 생각하고 있을지도 알 수 있었다.

리디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결단을 쉽게 입으로 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방법은 따로 없으려나.’

사냥개들이 냄새를 맡은 듯, 입구 언저리를 긁으며 짖어대기 시작했다. 사냥개들을 처리하지 않는 한 발각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아니 이미 발각되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사냥개들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희연 뿐이었다.

“제가 사냥개들을 모두 처치하고 소동을 벌여서 적을 유인해 보겠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굴베이그를 보았다. 레벨 10의 그녀는 죽어도 그다지 페널티를 받지 않는다.

[그래. 일단 소동을 벌이면서, 원기랑 합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게 좋을 것 같다. 딱히 방법이 없다. 굴베이그님도 모셔가라.]

굴베이그는 남아봐야 전력이 되지도 않고, 탈출하기도 쉽지 않았다. 일단 시신이 있는 곳에서 부활하기 때문에, 홀로 남아서 부활하기로 이동한다면 정말 몇번을 죽어야 할지 몰랐다.

“여차하면 방패로 써도 돼.”

굴베이그도 처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리디아를 데리고 탈출하는 것은 무리였다. 굴베이그처럼 작고 가볍지도 않고, 죽지않고 무사히 탈출할 확률은 극히 적었다.

희연은 자신의 몹 불여우와 합체했다. 불여우와 합체하면, 화염계 기술을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꼬리를 이용해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자세를 더 낮추고, 신속하게 움직이면서 치명타를 날릴 수 있었다. 그것은 드레스업 상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날개와 달리, 꼬리는 드레스업 상태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펑하는 폭음과 함께, 개들이 깨갱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변에 있던 용족들의 시선이 모두 산 속 한 지점에 집중되었다. 한희연은 굴베이그를 등에 업은 상태로 이도류를 사용하면서 사냥개들을 추적해서 모조리 제거하고는 산 밑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화염이 실린 두 칼과 불꽃같은 귀와 꼬리는 용족들의 시선을 끌어모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용족들은 용신들을 맞이하기 위해 모인 중요한 장소를 방해한 수인족에게 분노를 일으켰다. 그리고 함성을 지르며 희연에게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디레와 그 추종자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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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필사적으로 사냥개들을 해치우면 말이지, 소중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디레는 비웃듯이 혼잣말을 했다. 상대가 자신의 의도대로 놀아나는 것을 즐길 때의 버릇이었다.

희연이 차라리 변신을 안했다면 희연을 쫓았을지도 모르지만, 불여우와 합체한 이상, 디레가 찾는 용신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목격정보에 따르면 체격으로 볼 때 등에 업은 아이도 아닐 가능성이 컸다.

그는 감춰둔 곳에 용신이 있다는 직감을 느꼈다.

“구멍은 붕괴된 듯 합니다.”

“상관없다. 주위에 다른 구멍이 있을 거다.”

디레는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이 주변에는 자신의 부하들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용족은 암수의 구분이 없었다. 암수가 없는 용 니드호그의 피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전해지고 있었다.

그저 태어나면서부터 전투종과 생산종으로 분리될 뿐이었다. 생산종은 정기적으로 알을 낳는 역할을 하고, 전투종은 알을 낳지 않는 대신에 사냥과 전투를 하는 존재였다.

디레는 육체가 약하고, 교활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뇌는 용족들에게는 인정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알을 못낳는 생산종’이라는 비웃음을 받아왔다. 그렇기에 그는 책략을 이용해서 힘만 센 멍청이들을 농락하며 살아왔다.

“입구를 찾았습니다.”

용족들 역시 사냥개만큼은 못해도 사냥감을 찾아내는 특수한 감각들이 존재했다. 디레는 미소를 지으면서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에서 목표로 하던 용신이라고 하는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푸른 번개를 양손 안에서 번쩍거리면서 그와 그의 수하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쓸데없는 위협은 내게 통하지 않아.”

디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달아날 수 있다면, 아까 달아났을 터였다.

“용신은 생산종이었나? 아니면 외견만 그런건가? 반쪽짜리라니, 좀 실망이군.”

“용신?”

연하는 영문을 모르는 듯 반문했다. 디레는 자신의 예상이 적중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역시 반수였군. 수인족은 모두 길짐승으로 알고 있었지만 용족과 비슷한 놈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

“그렇게 노골적으로 움직이면, 목숨보다 중요한게 있다는 것을 상대가 눈치 못챌리가 없지않나.”

디레의 말에 연하가 움찔거렸다. 사실 리디아의 목숨을 연하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은 간단히 부활할 수 있기 때문에 리디아를 더 중시했다.

“뒤에 숨어있는건 누군지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런데 말인데.”

그 말에 리디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숨어봤자 소용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녀는 활로 디레의 머리를 겨눴다.

디레는 철저히 이기적이고, 비겁하고 교활한 놈이었지만, 동시에 대담함도 겸비하고 있었다. 타고난 두뇌를 살리기 위해서는 도박에 나설 줄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죽으면, 너희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 너희는 우리에게 죽어서 오늘 저녁 파티에 음식으로 사용될거야. 특히 뒤에 선 암컷 말이다.”

연하가 자신보다는 리디아를 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내 말을 듣는다면, 네 뒤의 계집은 살려두지. 물론 계집의 명줄은 내가 쥐고 있겠지만 네 눈이 닿는 곳에 늘 있게 해주지. 어떤가?”

연하와 리디아가 동요하는 모습이 확실하게 보였다. 디레는 그들의 관계를 호위무사와 중요인물이라고 추측했다.

‘반수라고는 하지만 상당히 강력한 놈인데, 목숨을 도외시하고 지키려고들다니, 저 암컷 인간도 평범한 놈은 아닌가.’

“그럼 저항을 포기해주면 좋겠어. 넌 내게 이용가치가 있어. 그리고 네 이용가치가 사라지지 않는 한은 저 암컷의 안전도 보장된다. 아니면 어떤가? 날 죽이고 저 암컷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해볼텐가?”

연하는 디레의 말에 힘없이 손을 내렸다. 그녀의 손에서 빛나던 뇌전도 사라졌다.

리디아는 망설였다. 자신 때문에 연하가 발목을 잡히고, 프레이야 여신님의 전력이 묶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녀는 입술을 악물고 화살을 날렸다.

디레는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그 순간, 연하가 그녀의 화살을 몸으로 받았다.

“수한 선생님도 원기 오빠도 리디아 언니를 지키라고 했어요. 쓸데없는 생각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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