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155화 (155/497)

155화 욕심과 근면

불로불사, 이를 꿈꾸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특히 권력과 금력을 쥔 이들이 바라는 가장 매력적인 것이었다. 세상을 다 얻는다고 해도, 자신이 죽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었다.

진시황제를 비롯해서 수많은 이들이, 불로불사를 꿈꿔왔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실제로 움직인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을 두고 연금술사라고 불렀다.

연금술사는 크게 두가지를 추구했다. 하나는 영생, 하나는 돈이었다. 납을 금으로 만드는 비술, 그리고 인간에게 영생을 가져다 준다는 현자의 돌이 바로 그것이었다.

연금술사들은 화학자들과 의학자들의 선조가 되었지만, 불로불사를 추구한 원리 주의자들은 연금술사 그대로 남았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를 ‘현자회’라고 불렀다.

사실 영생을 쫓아 주술적이고 신비적인 방법으로 답을 찾는 사이비 종교나 다름없는 그들은 그저 유사종교의 광신도 집단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많은 권력자들과 부자들이 그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고 돈을 지불했다.

생각밖의 많은 인재들이 현자회에 포함되었고, 그들은 마침내 영생을 얻을 수 있는 길에 도달하고 만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에인페리아’였다.

미드가르드의 신들, 세상에서는 악마로 부르는 타락한 존재들을 불러서 그들과 계약함으로서 영생을 얻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그리고 그런 그들과 싸우는 것이 바로 템플 기사단의 역할이었다.

‘템플 기사단과 같은 비밀 조직이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현자회 같은 놈들이 있어왔기 때문이었겠지.’

조제성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만약 그 자신도 현자회의 존재를 알았다면 유혜서를 위해서 기꺼이 전 재산을 바칠 수도 있었다.

문제는 미드가르드의 신들을 부르기 위해서는 그들의 잔류 사념이 강하게 남은 ‘신물’이라고 하는 것이 필요했다.

당연히 템플 기사단들은 그것들을 찾아내는데로 족족 파괴해 버렸지만, 파괴할 수 없는 물건들도 있었다.

템플 기사단들은 그것들을 모두 회수해서 각지에 분리해서 엄중하게 보관하고 있었다.

약 2백년 전까지만해도 미드가르드의 신들과 계약에 성공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유물에 인간들을 희생제물로 바쳤고, 그걸 통해서 미드가르드의 신들은 ‘영원’은 아니지만 그들의 수명을 늘여주거나 소원을 이뤄주기도 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 에너지와 감정 에너지였고, 세계에 대한 정보였다.

미드가르드의 신들 역시, 그들이 떠나온 세상에 대한 미련과 관심이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들려온 지구의 정보는 그다지 달가운 것이 아니었다.

소위 ‘중세 암흑기’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었다. 인간들은 욕심을 버리고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는 엄격한 교리에 짓눌리고 있었다. 일부 귀족들이나 타락한 성직자 등 기득권자들은 호사를 누렸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평민들은 정말 검소하고 경건하게 어찌보면 광신도적인 삶을 살았다.

미드가르드의 신들에겐 끔찍한 곳이 아닐 수 없었다. 평민들에게 삶은 그다지 즐거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은 일생을 경건하게 살고 죽음을 통해 신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구원으로 여겼다.

욕망과 약육강식, 쾌락을 바탕으로 인간을 조종하고 그들의 정신 에너지를 통해서 생존하는 미드가르드의 영적 기생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 쪽에서 지구와 연결되는 것을 꺼렸다.

오직 하나, 니블헤임의 여왕 ‘헬’을 제외하고는.

헬은 지옥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알려져있으며, 공포와 증오를 통해서 힘을 얻었다. 펜릴이 단순한 약육강식이라면, 헬은 철저하게 공포로 인간을 짓누르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즐겼다.

종교적 경건주의와 지옥을 두려워하는 인간들의 세상은 그녀에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방해자이자 경쟁자들이 없다면 지구를 그녀만의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추종자들에게 요구해서 만들고자 한 것이 바로 지옥의 문이었다. 그녀는 프레이야와 마찬가지로 지구로 오는 방법을 몰랐다. 성물을 통해서 연결이 된다고 해도, 전화를 받는 것과 비슷했다. 어디서 오는지를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추종자들에게 요구한 것이 대규모 게이트였다. 인간이 감히 막을 엄두를 내지 못할 거대한 문, 그것을 통해서 마수와 그녀의 마족들을 지구에 내보내서 전쟁을 벌일 셈이었다.

지구를 점령해도 인간들은 그녀를 신으로 받아들이진 않을터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녀는 신앙이 아니라, 공포와 두려움 고통을 먹고 사는 정신체였기 때문이었다.

‘지옥의 문(Hell`s Gate)를 열겠다는 건가. 그 마음 내가 모르는건 아니지.’

조제성은 피식 웃었다. 유혜서를 살릴 수 있다면, 그녀에게 원망과 미움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기꺼이 지옥의 문을 열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혜서는 이미 살아있고, 그녀가 살다 지쳐 죽음을 선택할 때까지의 삶은 약속되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가 기뻐하고 행복할 수 있게 해주는 길을 찾아야 했다.

그래야 그녀가 좀 더 자신과 오래 살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현자회라는 미친 놈들을 어떻게든 해야 겠군.”

자신도 그 미친 놈들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조제성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헬은 그저 거인족 신의 하나였지만, 이제는 완벽한 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슬슬 템플 기사단을 길들여서 손에 넣어볼 방법을 찾아야겠군.”

조제성은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는 인터폰으로 비서를 불러서 유럽으로 갈 비행기 편의 준비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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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레는 사실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레그르를 해치우라는 요구를 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은색 호랑이와 불꽃의 여우는 굉장한 괴물들이었다.

용족의 전사들이 그들 앞에서는 마치 어린애와도 같았다.

‘만약, 레그르를 해치울 수 있다면...’

레그르가 있는 위치는 그들이 머무는 마을에서 제법 떨어진 곳이었다. 주위에는 용족들의 진지도 많았다. 은호가 기습적으로 괴롭혀서 학살하고 돌아가기를 반복한 탓에 요새에서 떨어진 곳에 진지를 갖추고 있지만, 요새에서 은호와 염호가 빠져 나가는 것을 눈치 못챌 정도는 아니었다.

그들이 빠져나와서 레그르가 있는 진지까지 달린다면, 주위 용족들이 두고 볼 리가 없었다. 기습적으로 치고 들어가서 레그르의 목을 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가능하다면...

디레는 수인족들의 형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 물론 용족도 하나로 뭉쳐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용족은 구심점을 원했고, 용신이 그 구심점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모여들었을 뿐이었다.

반면 수인족들에게는 그런 신앙은 없었다. 그들은 그저 강한자가 왕이 된다는 원칙 하에 유유 상종, 비슷한 놈들끼리 뭉쳐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모두 들짐승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이 주무기로 하는 신체를 위주로 뭉쳤다.

이빨, 발톱, 뿔, 주먹.

주로 늑대를 비롯한 개과 동물을 위주로 뭉친 것이 바로 랑족狼族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왕은 ‘아왕牙王’이라고 불리웠다.

그리고 발톱을 주 무기로 하는 고양이과 동물들을 위주로 뭉친 것이 바로 호족虎族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왕은 ‘조왕爪王’이라고 불리웠다.

뿔을 중심으로 하는 초식동물 위주로 뭉친 것이 바로 각족角族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왕은 ‘각왕角王’이었다.

그리고 유인원을 중심으로 한 종족들이 바로 ‘권족拳族’ 그리고 그들의 왕을 ‘권왕拳王’이라고 불렀다.

‘단 둘이서 용족들의 중심부에 있는 레그르를 간단히 처치할 정도라면, 능희 아왕과 조왕을 노려볼 만 하겠지.’

사실 현재 디레의 힘으로는 인간들 요새에 있는 은호와 염호를 도울 방법이 없었다. 그의 발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용신을 손에 넣었지만, 그것을 좌지우지 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다른 놈들이 연하를 용신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었다. 현재로서는 연하를 용신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의 전력을 기울이는 중이었다.

지금 은호와 염호에게 당한 보복을 하겠다고 용족들이 모여들고 있지만, 레그르 정도의 거물이 죽어 나자빠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충분히 혼란에 빠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은호와 염호는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었다.

복수를 부르짖는 이들도 있겠지만, 하나로 뭉치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흐름역시 존재할 터였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잇권 다툼 때문에라도 부담스러운 은호와 염호를 건드리지는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만들면, 그는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강력한 카드를 석장이나 갖게 되는 것이었다.

“좋군. 좋아.”

디레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거 놈 참 부지런하고 쓸만한 놈이네. 제성 형님 말씀대로로군.”

연하를 통해 디레를 본 장수한도 감탄하며 내심 디레를 칭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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