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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56화 (156/497)

156화 드래곤 나이트

“나왔다! 나왔다!”

짬타이거와 불여우가 튀어 나오는 순간, 그들을 감시하던 초병이 놀라고 당황해서 외쳤다. 그리고 그 순간 용족들의 진영은 말 그대로 호떡집에 불난 듯이 야단법썩이 일어났다.

“이 병신같은 것들아! 정신 차려!”

절반 가까이가 완전 무장으로 대응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혼란에 빠진 것은 무력감과 공포에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화살을 쏴라! 그리고 지시에 맞춰서 일제히 장창을 투척한다!”

용족들이라고 해도 주무기는 활과 창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창은 투척 가능하지만 투척용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휘관의 판단이 정확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적이 소수에 강력하기 그지 없다는 것이었다. 장창으로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숫자는 수명에 불과하지만, 투창으로는 수십에서 수백이 동시에 공격이 가능했다.

“겁쟁이 놈들! 내가 놈들을 상대한다!”

용전사 코몬은 갑룡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반질거리고 윤기나는 비늘들이 일제히 곤두섰다. 그는 큼직한 대도와 방패를 들고 병사들의 앞에 섰다.

용전사의 위용을 보자, 병사들의 동요가 줄어들고 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일반 병사들 역시 자세를 낮추고 비늘을 곤두세웠다.

“활을 쏴라!”

용족 궁병들이 일제히 짬타이거와 불여우를 향해서 화살을 날렸다.

“비처럼 쏟아지는군.”

원기는 그렇게 말하면서 문짝을 들어올렸다. 큼직한 문짝 두개를 이어서 나무로 보강한 화살용 방패였다. 큰 덩치와 인간을 초월한 힘이 있기에 제법 무거운 문짝을 들고도 달리는 속도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힘이 세면 달리기도 어느정도는 빨라지지만, 어느정도 이상은 빨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도 느려지지 않는다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희연은 원기의 뒤에 붙어서 화살비를 피했다. 콩볶는 듯한 소리가 났지만 두꺼운 문짝을 뚫을 정도의 화살은 없었다.

“투창!”

용족 지휘관의 지시하에 투창이 실시 되었다. 무수한 창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화살과는 다른 위협적인 소리를 내었다.

“하나, 둘, 셋!”

원기는 구령에 맞춰서 힘껏 문짝을 정면으로 던지고, 좌측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희연은 우측으로 움직였다.

문짝에는 창날들이 박히면서 회전하며 바닥에 떨어졌다. 화살을 날리던 궁병들은 원기와 희연이 어디로 갔는지도 제대로 못찾고 있었다.

원기의 무장은 문짝이 다가 아니었다. 양 팔에는 제법 큼직한 방패들이 고정되어 있었다. 그것을 이용해서 날아오는 화살들과 창들을 막아냈다. 희연처럼 피하거나 검으로 쳐내는 재주를 부리기엔 재주도 모자랐고 덩치도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코 앞에 다가선 순간, 원기는 방패를 떼어서 프리스비를 던지듯이 적들을 향해 던졌다. 굉음과 함께 전열의 병사들이 나가 떨어졌다.

‘아직 대검을 쓸 차례는 아니지.’

원기는 몬스터와의 합체능력을 발동시켰다. 합체 능력의 효과로 파워가 상승했다. 덩치빨, 드레스업빨, 추가로 파워업 효과가 가해지자 그 힘은 인간의 6배를 가볍게 넘어섰다.

그리고, 적들의 코앞에 다가서는 순간, 포효를 내질렀다. 호랑이의 포효는 순간적으로 적이 움찔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원기는 움찔한 상대의 머리통을 잡아 들고 공중으로 살짝 던졌다. 창을 든 용족 병사의 몸이 공중에서 회전하는 순간, 꼬리를 잡아챘다. 그리고 왼손도 마찬가지로 적을 던져서 다리를 잡아챘다. 그와 함께 무지막지하게 휘둘렀다. 무장이 잘된 창병을 골라서 주워들었기 때문에 묵직했지만, 합체 능력이 발동한 동안에는 쉽게 휘두를 수 있었다.

단 두차례 휘두른 것 만으로도 전투 불능에 빠진 적이 열명이 넘어갔다. 그리고 힘껏 두 마리를 차례대로 적을 향해 던졌다. 단 두번 휘두른 것만으로 즉사는 물론 시신이 심하게 훼손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은 무기로 써먹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으, 으아악!”

흉포하고 야만적인 용족들이 두려움에 휩싸여 뒷걸음질을 쳤다. 자신들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걸 떠나서, 자신들이 적의 무기가 된다는 것 자체가 적극성을 빼앗아 간 것이었다.

두려움에 뒷걸음질 치던 병사들의 눈이 자연스럽게 지휘관을 향했다. 하지만 지휘관은 이미 목이 달아나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병사들의 눈이 짬타이거에 몰려있는 사이에 희연은 소리없이 대량학살을 벌인 것이었다.

용족 병사들을 순간적으로 진형이 붕괴되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떤 면에서는 반복되는 약속의 패턴이었다. 보통은 이렇게 한바탕 분탕질을 치고는 목책 너머로 되돌아가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원기와 희연은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고는 도망치는 병사들을 뛰어 넘어서 그들의 앞쪽으로 달려갔다.

도망치던 용족 병사들은 그 순간 혼란에 빠졌다. 자신들이 도망을 치고 있는건지, 적을 추격하고 있는건지 모르게 되어버린 탓이었다. 발이 꼬인 용족 병사들 몇이 쓰러지자, 다른 용족 병사들역시 황급히 멈추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때, 흙먼지를 일으키며 몰려오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용기사단이었다. 물론 그들이 타고 있는 것은 용이 아니라, 말이었다. 용족들 역시 몬스터를 잡아서 외부에 팔고 식량을 비롯해서 많은 것들을 사들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군마들이 있었다.

혼돈의 기운은 새로운 새끼가 돌연변이 몬스터로 태어나게 만들기는 해도, 멀쩡한 말을 돌연변이로 둔갑시키지는 않기 때문에 새끼를 쳐서 증식시키지는 못해도 훈련시켜서 군마로 사용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래서 새끼말을 사들여서 군마로 조련해서 만든 부대가 바로 용기사단이었다. 기사가 용을 타는 것이 아니라, 자칭 용족이 말을 타는 기사라는 점이 세간에 흔히 회자되는 용기사단과는 반대라고 할 수 있었다.

용기사단은 용족의 부족 연합체에서 키운 최강의 부대였고, 기사단장 노르마 역시 알아주는 강자였다. 물론 단원들 역시 최고 수준의 전사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부단장 임파일은 사제의 능력을 가진 성기사였다.

혼돈의 땅에서 태어나는 강자들은 강한 혼돈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힘은 능히 에인페리아와 버금갈만 했다.

하지만 이를 끌어내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특히 용족들은 스스로 깨울 수가 없었다.

용족의 사제들은 기본적으로 용신이 고른다던가 하는 것이 아니라, 혼돈의 힘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각성시키는 포효가 가능한 자들이었다.

부단장 임파일의 포효 만으로, 용기사단은 에인페리아들에 버금가는 능력자들로 둔갑하는 것이었다.

“놈들을 쫓는다. 그리고 포위해서 죽여버린다.”

용족의 자랑이자, 소수 정예인 수인족들을 능가하는 최강 부대, 용기사들은 말을 몰아서 원기와 희연을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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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망했어.”

디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용기사단이 이렇게 빨리 움직이리라고는 생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수인족 최강으로 불리우는 4왕들이라고 할지라도 달랑 둘로 용기사단과 싸워 이기는 것은 말도 안되었다.

그리고 가능성은 희박하다지만 원기와 희연이 이겨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문제였다.

디레가 실권을 쥐게 될 경우, 가장 강력한 패가 용기사단이 될 가능성이 컸다. 물론 각 부족에서 뽑아서 만든 부대인만큼, 내전이 끝난 후에는 반토막이 날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큰 가치를 갖고 있었다.

디레는 은연중에 원기와 희연에 대한 기대가 컸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를 이렇게 허무하게 잃을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적어도 레그르를 처치해 줬으면 했는데, 가능성은 거의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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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와 희연의 주행 속도는 시속 40킬로미터를 넘어섰다. 백미터를 10초에 주파하는 속도가 시속 36킬로미터인 것을 생각한다면 칼 루이스나 우사인 볼트를 능가하는 속도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마가 달려오는 속도는 당해낼 수 없었다. 시속 50-60킬로미터의 속도로 원기와 희연을 쫓아서 달려오고 있었다.

더구나 원기는 적들과 가능한 교전을 피하면서, 필요에 따라서는 기습을 가해 적들을 죽이면서 달렸기 때문에 추적당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누가 쫓아오고 있어요. 마치 기마대가 달려오는 것 같네요.”

“기마대? 그런게 있었나?”

가축을 기를 수 없다고 들었고 몬스터들은 쉽게 길들일 수 없다는 정보를 들었던 원기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곧 원기의 호랑이 귀에도 말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화에서 보는 기병들의 돌격소리와도 비슷했다. 그리고 점점,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숨을까? 아냐. 속전속결 말고는 답이 없어.’

원기는 잠깐 망설였지만, 결의를 다졌다.

적들은 지금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령보다 더 빨리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시간을 지체하면 용족들에게 포위당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살아남기 힘들었다.

죽어서 경험치를 잃는 것도 문제지만, 장비를 잃는 것은 더 큰 문제였다. 새로운 장비를 얻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약 오십기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꽤 중무장 한 것 같네요.”

희연은 담담히 말했다. 곁에 엘프가 있다면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희연 역시 나름 청력 훈련을 했기 때문에 오차는 그리 크지 않을 터였다.

‘기사인건가?’

용족들과 몇차례 싸워봐서 알지만, 용족들의 경우 경무장은 안하는 편이었다. 자체 비늘이 있어서, 굳이 경무장이나 가죽갑옷은 걸치지 않았다.

반면 비늘만 달린 말단 병사와 달리, 정말 용이나 공룡을 섞어놓은 듯한 놈들은 제법 튼튼한 무장을 하고 있었다.

“오십마리라. 부담스럽지만 싸울 수 없진 않겠지.”

원기는 숨지 않고 최대한 달리다가, 교전을 벌이기로 판단했다. 원기는 아직 사제가 붙은 용전사와 싸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린 판단이었다.

“저기 있습니다!”

용기사단도 원기와 희연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을 발견하자, 부단장이 각성의 외침을 외쳤다.

용기사단 단장 노르마는 자신의 온 몸에 힘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안장에서 투척용 단창을 손에 들고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던졌다. 그리고 원기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는 단창을 피할 수 없음을 느꼈다. 할 수 없이 양팔을 교차해서 막으려고 마음 먹었다. 그 순간, 희연의 검이 단창과 격돌했다.

희연의 검이 밀리며 단창은 방향을 비껴서 희연의 뺨을 스치고 날아갔다.

‘엄청난 힘이다.’

원기는 깜짝 놀랐다. 상위 에인페리아에 육박하는, 그런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다른 놈들도 창을 던졌다. 그 위력이나 정확도는 단장의 것에 비할 수 없지만, 이제까지 알던 용전사들의 공격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희연의 능력 쪼렙학살 역시 통하지 않을거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단창들을 피하는 사이에 기사단과의 거리는 더욱 좁혀졌다.

노르마는 미소를 지으며 단창을 쥔 손에 힘을 모았다. 거리가 좁혀진 만큼 이번에는 피할 수 없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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