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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66화 (166/497)

166화 정조의 위기

다음날 아침, 흉측한 하이에나 진수로 되돌아간 미소녀들은 희연에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가 만만해보여서가 아니라, 그녀가 정말로 강하기 때문이었다.

‘하이에나들과 엘프들이 이렇게 닮았을 줄이야.’

원기는 물론이고 장수한도 혀를 찼다.

하이에나들은 모계 중심 사회를 이루는 성향을 갖고 있었고, 진수인 그루드, 현재의 놀제로를 중심으로 뭉친 가족이었다.

하이에나 무리에서 수컷은 가장 말단에 존재하며, 그들은 먹이를 먹을 때도 가장 마지막에 먹어야 했다. 두목, 암컷들, 새끼들, 그리고 수컷들의 순서였다.

낮의 모습은 작고 상대적으로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하이에나 모습에 귀엽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았다.

최대한 인심을 써서, ‘불쌍해’ 보이는 정도였다. 반면 밤의 모습은 비리비리한 병약 소년의 모습이었다. 유전자는 꽤 좋은 유전자를 타고 난 듯, 살이 오르면 미소년들로 보일 수는 있을 듯 했다.

수컷은 달랑 셋이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전부 놀제로의 딸들이었다.

하이에나 무리에서 새끼를 낳을 권리는 오직 두목의 것이기 때문에, 일처다부제의 꽤 문란한 성풍속을 갖고 있지만 두목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은 남성 경험이 없는 소녀들이었다.

결정적으로 발육은 좋지만, 대부분 나이가 십대에 불과했다.

가장 강력한 후계자인 놀원은 고작 열세살에 열여덟이 넘는 언니들을 무찌른 용자이기도 했다.

흉측한 놀의 모습을 한 미소녀들이라고 할지, 밤에는 미소녀로 둔갑하는 흉측한 놀들이라고 해야할지 모르지만 그들은 희연에게 두들겨 맞고 꼬리를 흔들며 희연에게 절대 복종의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가증스럽게도 세마리의 수컷들이 희연에게 성을 상납하려고 다가왔다가 그녀의 눈빛에 얼어서 한쪽 구석에서 불쌍한 눈빛으로 배회하게 되었다.

결국, 무리는 묘한 관계로 정립되었다.

정신적 지주이자 최강의 보스인 희연, 명령권자이자 희연을 부리는 원기, 그리고 무리를 이끄는 준보스 놀제로가 그것이었다.

물론 수컷들의 성상납을 받아주는 역할도 놀제로가 맡게 되었다.

희연만큼 매력적이진 않지만(놀 소녀들은 거의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다) 나름 강력하고 수컷인 원기는 소녀들로서는 유혹하고 싶은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 유혹은 미소녀들의 유혹이 아니었다. 흉측한 거시기를 자랑하는 놀 수컷(적어도 보이기엔)들의 유혹이었다.

그녀들은 강력한 놀의 육체를 자랑스럽게 여겼고, 나약한 인간의 육체를 부끄럽게 여겼다. 그래서 밤엔 원기의 눈을 피하려고 들었고, 낮엔 원기에게 치근덕거렸다.

“이해할 수가 없어요. 유혹하려면 밤에 유혹을 하던가.”

넘어가줄 생각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빵빵하고 육감적인 몸매의 예쁜 소녀들이 곁에 와서 친하게 굴면 눈이라도 즐거울 터였다.

자신보단 좀 작은 덩치지만 부담스럽게 큰 몸은 누런 짐승냄새 나는 털가죽으로 뒤덮여 있었다.

부드러운 가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단단한 대흉근에 바지춤은 불룩해져서는 곁에 와서 입을 반쯤 열고 검은 속입술과 뾰족뾰족한 이빨들, 그리고 이빨 사이에 낀 고기와 뼛조각들의 냄새를 풍기면서 헉헉거리니 정조의 위협을 심각하게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양치도 안하는 야만인들은 아니었다. 다만 저녁에 인간으로 돌아오자마자 양치를 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고기와 뼈를 함께 으적으적 씹어먹는게 문제였다.

원기는 그들에게 분명히 말했다. 차라리 밤의 모습이 맘에 드니, 밤에 곁에 오라고.

하지만 그녀들은 전혀 따라주지 않았다.

[실제로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여자들 눈을 인식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화장을 하는게 아니라, 자신들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만드려는 거야. 남자들이 근육에 집착하는 것과 마찬가지일려나. 결국은 자기가 좋아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지.]

장수한 역시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 원기는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미소녀들과 혼욕도 즐긴 셈이었다.

물론 그때 원기는 불안감에 휩싸여서 비누에 대한 괴담을 떠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황금뿔의 그루드, 놀제로라는 이름을 받은 그녀는 희연과 원기의 강함을 확인하고 자신의 선택이 그르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우두머리의 자리보다는 가족의 안전이 중요했다.

진수 수컷들이 밤의 그녀들을 노릴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약탈을 일삼으며 꽤 넓은 영역을 떠돌아다녔다.

그런데 희연과 원기는 낮의 그녀들 전부보다 강했다. 그들이 곁에 있으면 밤에도 안심하고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사실 하나는, 자신의 수컷들을 희연에게 상납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눈치를 봐서 호랑이쪽과 피가 섞인 자식을 만드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녀 역시 우두머리가 아닌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우두머리의 눈을 훔쳐서 수컷과 짝짓기에 성공한 경력이 있었다.

밤의 모습을 좋아한다면, 밤에 유혹하는 굴욕을 견딜 정신력도 있었다. 그녀는 희연을 우두머리로 인정하면서도, 나름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숨은채 본받으려는 딸들도 몇명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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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를 지닌 조직답게 템플 기사단의 실체를 밝히는 것도, 그 핵심이 되는 인물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발키리들을 부리며, 테러 나이츠와 나이트 엔젤들의 정보망을 이용하면서 그 실체에 접근이 가능해졌다.

‘고작 1:1 채팅 라인을 확보한 것이 고작이라니.’

조제성은 혀를 찼다. 보안에 충실한 라인이라서 영상 채팅도, 음성 채팅도 불가능했지만, 문자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조제성 역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대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조제성은 상대의 질문에 피식 웃었다. 그리고 타이핑을 시작했다.

- 우리의 적은 오딘을 필두로 하는 아스 신족과 로키를 포함한 거인족이요.

[바나 신족인가?]

- 그대들과 적대할 의사는 없소. 무리하게 친하게 지낼 의사도 없소. 그저 공통의 적이 있을 뿐. 정보를 준다면, 현자회와 대신 싸워주겠소.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대들이 현자회를 흡수할 수도 있겠지.]

‘역시 멍청이들은 아니로군.’

조제성은 피식 웃었다. 조제성은 현자회가 위험요소긴 하지만, 먹음직스러운 먹이로 보이기도 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불로불사지, 미드가르드의 신족이 아니었다. 프레이야의 힘을 제공하면 그들을 분해시키고 흡수할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살고 싶다는 욕구는 그리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돈과 권력이 있는 이들 가운데, 도움이 될만한 이들을 선별해서 그들의 힘을 얻는 것이 조제성의 목적 가운데 하나였다.

물론 거인족의 여신 헬을 불러들이려는 놈들 가운데 설득에 응하지 않는 놈들이라면, 잔인하게 응징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교섭이 그리 쉽지는 않겠군’

제성은 프레이야의 계약자가 된 이후, 세상의 온갖 종교서적들과 교리를 공부했다. 필요하다면 종교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성경구절은 비둘기처럼 순결하되, 뱀처럼 교활해지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적이 되었든 아군이 되었든 통째로 삼켜서 소화시키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기 위해선 뱀의 인내심도 필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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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나이츠와 나이트 엔젤의 대결은 세계 곳곳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처절한 사투, 그 모습을 한번이라도 본 이들은 테러 나이트들과 나이트 엔젤들이 같은 편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사투를 벌이는 이유는, 그 멤버 구성에도 이유가 있었다.

나이트 엔젤과 테러 나이츠의 구성원이던 엘프들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다크 엘프들을 투입하려던 계획이 살짝 변경되었기 때문이었다.

엘프들의 수가 적다고 하지만, 아직 현세를 경험하고 최첨단 무기와 전투 방식에 익숙해진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엘프들이 지구에서의 생활을 체험함으로 인해서 신앙심이 약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그들은 프레이야가 미드가르드에 가져다 주고 싶어하는 번영과 평화로운 세상의 의미를 깨닫고 더 열정적이고 열광적이 되었다.

엘프들은 삶에 대한 호전성과 경쟁심이 약해서 의지력이 약한 면모를 보여왔다. 하지만 문화에 대한 감성은 뛰어난 편이었다.

엘프들은 평화주의자이지만, 문화 매니아가 될 여지는 적지 않았다. 그들의 감각은 모든 면에서 인간들보다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오덕을 위해 만들어진 종족 같아.”

“종특이 오덕일지도 모르지.”

“프레이 형님을 보면 이해가 가지.”

호철의 말에 찬균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들의 경우 애니메이션이나 게임같은 것 보다는 클래식 음악이나 고전 미술 등에 반응하는 모습을 주로 보였다.

다크 엘프들은 스포츠라든가, 게임 등에 좀 더 관심을 갖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로인해서 나이트 엔젤의 구성원들은 여전히 엘프로, 테러 나이트들은 다크 엘프로 구성시켰다.

그 결과 엘프들과 다크 엘프들이 전투의 승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연했다. 전투의 조건은 대등, 엘프와 다크 엘프 가운데 누가 더 우월한가를 겨루게 된 것이었다.

동시에 파워드 슈트의 개발 역시 이뤄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드워프제의 모양뿐인 파워드 슈트였다면, 정령칩을 이용한 진짜 파워드 슈트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물론 보통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만렙 캐릭을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점은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동의 한 도시에서, 엘프와 다크엘프들의 자존심을 건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레네이드 런쳐 준비.”

[그레네이드 준비 완료.]

파워드 슈트 테러나이트의 어깨가 가동하면서 대구경 유탄을 쏘는 포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투의 전반부는 약속되어 있었다. 테러를 일으킨 집단이라고 해서 무조건 적대시하지는 않았다.

극단적인 종교교리를 중심으로 자국민들을 테러하는 광신도의 무리를 나이트 엔젤이 습격해서 제압하고, 그런 그들을 테러 나이트가 무차별적으로 습격해서 제거하는 것이 전반부였다.

치안이 마비된 상황에서 공권력에 맡길 수는 없다는 판단 하에 내려진 결단이었다.

“A부터 D까지 순차적으로 공격한다.”

테러 나이트도 엔젤 나이트도 아직 육체부를 파워로 강화하는 기술은 적용시키지 않았다. 진전은 있지만, 파워가 급한 것은 아니고, 효율도 높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깨 위에 부착된 그레네이드 런쳐를 비롯해 장착된 무기들이 정령칩을 통해서 제어되었다.

“슛! 슛! 두두두!”

테러 나이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트리거’ 곧 시동어였다.

그레네이드 두발이 순차적으로 약속된 타겟A와 B를 향해서 날아갔고, 그녀의 팔목에 장착된 기관포가 그녀의 ‘두두두’라는 표현에 맞춰서 발사되었다.

물론 기관포는 세발만 나간 것이 아니라, 두두두라는 소리가 이어진 1.2초간 7발이 발사되었다.

그레네이드는 의도된 대로 목표지점을 타격했고, 기관포 역시 나이트엔젤의 몸통에 맞았다. 탄환은 불꽃을 튀기며 비산했고, 나이트 엔젤은 재빨리 자리를 이동했다.

“두두두! 슛! 두두! 슛! 두두두!”

테러 나이트의 기관포가 나이트 엔젤의 뒤를 따르며 쏟아졌고, 나이트 엔젤을 간만의 차로 그레네이드가 빛나갔다. 그와 함께 무차별 살인극을 벌이던 테러리스트들이 전멸했다.

“실전 스테이지로 이행합니다.”

[허가합니다. 카운트 다운 들어갑니다. 쓰리, 투, 원, 파이트!]

그와 함께 양측 테러 나이트와 나이트 엔젤의 헬멧 속에서 공이 울렸다.

오랜 박해와 투쟁의 역사 속에 쌓인 앙금이 폭발하기 시작했고 호철과 찬균은 팝콘과 콜라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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