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우리들의 야마토
야마토 프로젝트, 전함 야마토 건조에 해양자위군이 끼어들면서 사태가 급변했다.
해양자위군은 자신들이 사용하기 위해서, 설계 단계에서부터 간섭을 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8메가와트급 원자로를 6기 장착하도록 초기 단계에서부터 준비시킨 것이다.
미국의 경제난, 중국의 대두, 한국의 양보를 토대로 전범국 지위에서 벗어나 정식 군대로 설립됨과 동시에, 원자력 추진 함선을 보유해서 세계에 자랑하겠다는 심산이었다.
니미츠급 함선에 사용되는 원자로를 그대로 복제해서 장착하고, 그 전력을 이용해서 레일건을 사용하겠다는 계산이었다.
결국 이 소식을 접한 조제성은 황급히 귀국할 수 밖에 없었다. 성전 기사단과는 일단 서로 경계하되 공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보한 것이 전부였다.
“비밀리에 운용 시험을 할 예정이라고 하는군. 북극해 쪽으로 향할 모양이야.”
“생각보다 빠르군요.”
“선체에 임시 갑판만 달고 바로 운용 시험에 들어갈 모양이더군.”
장수한은 눈살을 찌푸렸다. 원자력 함선으로 만들어진다면 빼돌리기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뭘 그리 걱정하나. 잘 된거야. 미국에서 그대로 가져온 기술이라고 하니, 안전성도 높고 초기 단계에서 장착되면 완성도도 높아지는 법이지.”
“하지만 원자력 함선입니다. 그게 사라진다면 큰 문제가 생길겁니다. 세계가 주목하게 될 거라고요.”
“그럴까? 세계가 주목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
조제성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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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함장님. 곧 베링해를 지나 태평양에 들어섭니다.”
부관의 보고에 요시다 함장은 심호흡을 했다. 일본 최초의 원자력 함선이자, 세계 최초의 원자력 전함 ‘야마토’의 함장으로서 시험 운항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사에 내 이름이 남을 일은 없겠지.’
그는 동시에 조금은 씁쓸한 감을 감추지 못했다. 원자력 엔진을 테스트하기 위한 이 운항은 극비리에 이루어졌다. 원자력 엔진을 제공한 미국 고위층과 일본의 극소수 인물들만이 알고 있었다.
당연히 중국, 러시아, 한국 등에서는 아직 야마토의 존재를 제대로 포착하고 있지 못했다.
그를 위해서 야마토 함체도 유조선과 비슷하게 위장되어 있었다.
요시다 함장은 함체 중심부에 위치한 중앙 전투 통제실에서 전체 상황을 모니터로 살피고 있었다.
“영화 촬영을 이용해서 주변국의 눈을 가리고 원자력 전함을 건조할 수 있다니, 참으로 매력적이야. 누군지 천재적이라고 해야겠지.”
“정식 운항은 타케시마(독도) 곁을 운항하는 것이라고 하지요. 그때 한국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가 아닐까?”
“푸하하. 과연 그렇겠군요. 레일건의 사거리가 계산대로라면 충분히 서울까지 미칠거라고 하니, 정말 기대가 큽니다.”
“타케시마에서 서울까지 377키로미터라고 하니, 사거리 320키로의 미국의 현용 레일건으로는 무리지만, 야마토에 탑재되는 레일건은 그보다 출력을 높였다고 하니 서울은 물론이고 조금만 전진하면 평양도 공격 가능하겠지. 아직 연사는 어렵지만, 주변 국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걸세.”
야마토는 순조롭게 항해해서 북해도를 지나쳐서 일본 동북 해안을 향해 진행했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큰일입니다. 원자로의 온도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냉각 장치는 어떻게 되었나?”
“별다른 이상은 없습니다. 현재 최대 출력으로 작동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도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이!”
“방사능 경고가 켜졌습니다.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합니다.”
“외부 충격은? 혹시 암초에 의한 것은 아니겠지?”
“현재 산리쿠 앞바다, 일본 해구를 지나고 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체 원인이 뭐지?”
“누수 경보입니다! 냉각 장치에 누수가 발생한 모양입니다!”
“상황이 어떤지 확인하라!”
“불가능합니다! 격벽이 자동으로 폐쇄되었습니다. 인간이 들어갈 수 없을만큼 높은 방사능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요시다 함장은 걱정하던 최대 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방사능 수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원자로는 과열되고 있었다.
“자침 뿐이로군. 모든 데이터들을 수집해라. 그리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즉시 탈출하라!”
요시다 함장은 그렇게 말하며, 자침용 스위치를 넣었다. 전함 야마토를 컨트롤하는 중추 컴퓨터인 ‘야마토 나데시코’가 확인 절차를 밟았다.
[자침 명령을 입력받았습니다. 암호를 입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입력받았습니다. 본 함은 이제부터 자침 절차에 들어갑니다.]
요시다 함장은 모든 선원들의 대피를 확인하고 구명 보트에 올라탔다. 그리고 최대한 야마토에게서 떨어지도록 지시를 내렸다. 방사능 누출에 대한 공포는 이미 동일본 대지진을 통해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선원들은 서둘러 야마토에게서 멀어져갔다. 그리고 잠시 후, 야마토 함에서 폭발과 연기가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시기 상조였던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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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나케 도망치는군요.”
소형 여행용 잠수함에서 야마토로 옮겨탄 장수한은 조제성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조제성의 생각대로 완벽하게 상황이 전개된 것이었다.
전체 함을 컨트롤하는 야마토 나데시코에는 중간에 발키리 칩이 들어가 있었다.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 발키리 칩에 대해서 의심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리고 발키리칩에 발키리가 들어가면서 야마토 나데시코 메인 프로그램을 셧다운시키고 대체한 것이었다. 동시에 센서들을 교란시켜서 정상온도임에도 불구하고 고온으로 멜트 다운이 시작된 것처럼 연출했고 방사능 감지 센서를 조작해서 방사능이 누출된 것으로 연출한 것이었다.
방사능 농도가 높다고 나오니, 직접 확인하러 사람을 보낼 수도 없고, 자침을 결정하게 만든 것이었다.
“아마 산리쿠 앞바다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겠지. 이미 이곳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곳이고, 해구가 깊어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추가되더라고 그 피해가 당장은 드러나지 않을테니까.”
“이왕이면 레일건이 장착된 다음에 빼돌리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그거야말로 자네 말대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겠지. 지금이라면 야마토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그들은 쉬쉬하면서 자신들의 실패를 덮으려고 들테지. 태평양에 또 한번 방사능을 쏟아 놓은 셈이 되니까 말이야.”
야마토의 운항은 군사 위성들의 움직임을 피해서 실시되었다. 미국 내에서도 일본의 핵전함 보유를 찬성하는 이들은 극소수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만들어놓고, ‘이거 이미 만든건데 어쩔래.’라는 식으로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용인할 수 밖에 없다고 예측하고 실행한 ‘음모’에 가까운 사건이었다.
“결코 뉴스가 되지 않을걸세. 오히려 이런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감추려고 들겠지.”
조제성은 그렇게 말하면서 함선의 두꺼운 장갑을 쓰다듬었다. 갑판도 없고, 함교도 임시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원자력엔진을 비롯해 제어 시스템과 중앙 전투 통제실 등은 최첨단의 장비로 완벽하게 완성되어 있었다.
갑판과 대포, 함교를 비롯해서 손댈 곳이 적지는 않았다. 히로시마 구레에 있는 특수 조선소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완성에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완성도 높은 원자력 전함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침, 프레이도 세계수의 개량에 성공했다더군.”
세계수에서 신족들이 만들어졌고, 신족들이 세계수의 씨앗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오딘은 그 과정에서 천공의 성좌를 위한 주술을 씨앗에 심어 놓았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만큼 조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프레이가 분석을 시작했고, 마침내 천공의 성좌 주술을 찾아내고 분리해 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세계수를 야마토에 심고 성장시키면, 천공의 성좌에 들키지 않고 전함을 완성할 수 있게 될 터였다.
“그건 그렇고, 보통 작업이 아니로군요.”
“정말이야. 일본군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했겠지.”
조제성의 말에 장수한은 피식 웃었다. 극비 실험을 위해서 주변 해역을 항해하는 함선들이나 항공기들을 모두 우회시켜 놓았다. 그리고 혹시 발견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유조선과 비슷한 형태로 위장까지 시켜놓았다.
덕분에 야마토는 무사히 조제성의 수중에 굴러떨어졌다.
“그건 그렇고, 나중에라도 들키지 않을까요?”
“미리 이 해역에 똑같은 부품들을 적당히 위장해서 침몰시켜 둔 상태야. 함체 전체를 발견하진 못해도 야마토에 쓰인 것과 같은 부품들이 발견된다면 침몰을 확신할 수 밖에 없지.”
“혹시 파란 매직으로 글씨라도 써두신건 아니겠지요?”
“그럴 걸 그랬나?”
조제성은 웃으며 장수한의 농담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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