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영입
조제성은 야마토를 노획한 후, 해상자위군에 배상을 청구해서 배상금까지 받아내는 노련함을 보였다.
해상자위군 측에서는 비밀리에 주변 해역을 탐사하긴 했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비밀리에 수색하다보니 소규모 탐색밖에 되지 않은데다가, 해구가 깊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철저하게 찾으려고 들었다면, 조제성이 심어둔 가짜 파편을 발견하게 되겠지만 그들로서는 공연히 방사능 물질이 새어나오는 원자로라도 발견하게 되면 곤란한 터라 생각보다 빨리 어둠 속에 묻어 버렸다.
“결국 기함 야마토 계획은 쫑이 난 모양이군요.”
“그래. 애초 계획대로 해상 박물관으로 돌리라더군. 그래서 설계도 대폭 변경되었어.”
애초 조제성의 계획은 실존 전함 야마토의 장갑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었는데, 해상자위군이 끼어들면서 현대식 복합 장갑으로 도배되었다. 갑판을 제외한 선체는 하푼 미사일의 직격에도 버틸 정도의 방어력을 갖추게 된 셈이었다.
물론 그 댓가로 함교를 비롯한 포탑, 갑판등의 건조는 완전히 조제성의 손에 넘어오게 된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함교가 필요한가?”
“높은 함교는 로망입니다!”
장수한은 단호하게 강변했다.
새로 만들어지는 야마토는 말 그대로, 1:1 모형에 지나지 않았다. 설계가 대폭 생략되고 선체 두께도 일반 컨테이너선만도 못했다. 물론 이러한 설계 변경에 대해서 조제성 측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박물관으로 쓰는게 고작인 전시물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끝나게 되었다.
해상자위군의 야심찬 원자력 전함 건조 계획은 덧없이 사라졌고, 해상자위군의 무기 도입 예산만 축낸 결과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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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송곳니로 불리우는 신수 독투스, 그는 고압적이고 패도적인 전사로서 유명했다. 전장에서 적에겐 잔인무도하면서도 아군을 잘 챙겨주는 면 때문에 군 내부에서는 꽤 인기가 있었다.
그는 어깨를 펴고 목을 꼿꼿이 한체 힘있는 걸음걸이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에 하얀 호랑이의 모습을 한 진수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치켜들고 허리를 펴고 이를 악물고 걸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그의 부관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상반신은 의연하려고 힘을 준 상태인데, 그의 다리는 마치 게다리처럼 벌어졌고, 꼬리는 둥글게 말려서 마치 꼬리가 앞에라도 달린 듯이 사타구니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상태에서 고개를 치켜들고 어기적 걷는 모습은 정말로 ‘안구에 습기차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독투스는 원기를 독립여단으로 분리시켜서, 국경 지역 일부를 맡겼다. 장수한의 말대로 원기로서는 편하게 풀린 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사단장인 독투스가 무언가 보복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굴복을 생각했으면 생각했지, 보복은 꿈에도 꾸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는 바로 용족의 사제인 디레였다.
[적들을 칠 준비를 잘 해두게. 조만간 몰려 갈테니까.]
디레의 계획에 따라 그의 정적들을 전쟁에 투입해서 처리할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그 핑계로 등장하는 것이 용신의 신물이었다. 장수한의 아이디어로는 7개의 구슬이 좋을 거라고 했지만, 한눈에 보기에 보물스러운 7개의 구슬을 조달할 방법이 없으므로 각하되었다.
‘용신이나 신룡이나 비슷하다는 건가.’
신물은 3개가 필요한 것으로 해서, 그 중 하나가 희연이 가지고 있는 검으로 결정되었다. 신검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 편이지만, 이쪽 세계에서 볼 수 있는 검과는 달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은호와 불여우는 이미 용족들에게는 유명한 존재였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그건 그렇고 큰일이로군.’
원기는 하이에나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놀제로부터 놀에이틴까지 열아홉명에다가 수컷세명까지 해서 총 스물한명이 원기의 휘하에 들어와 있었다.
용족들이 습격해 온다고 하면,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사제의 지원을 받는 용기사들이라면, 능히 놀제로와 맞먹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루드 클랜은 원기에게는 외면하기 힘든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무리를 짓는 동물들이 보통 그렇듯이 적극적이고 친밀하게 나오기 때문이었다.
곁에 누가 오는 것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 희연조차, 마지못해서라지만 암컷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원기는 그들을 동료로 받아들이기로 결정을 내리고, 놀제로와 놀원을 불렀다.
“그런가요? 타 대륙에서 오신 건가요? 과연.”
“그래. 우린 에인페리아라고 하지. 죽여도 되살아나는 전사다. 그리고 이 분이 여신님이신 ‘굴베이그’님이다.”
원기가 여신 프레이야라는 사실은 희연과 연하에게도 오랫동안 숨겨온 비밀이므로, 굴베이그가 여신이라는 사실만 밝혔다.
“아아, 그렇군요. 그래서...”
놀제로와 놀원이 나름대로 납득했다. 무리의 우두머리나 다름없는 백호의 목을 쓰다듬거나, 배를 베고 자는 인간 소녀를 보면서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은 약육강식의 이 세계에선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왜 굳이 그걸 저희에게?”
놀제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도 산전수전을 다겪은 터라 이런 이야기를 굳이 들려줄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그리고 들려준 데에는 의미가 있다는 사실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건 너희를 데리고 가고 싶어서야. 이 대륙에서 밖으로.”
“저희는 진수라서 밖으로 나갈 수 없을텐데요.”
“에인페리아가 되면 별 문제는 없다.”
놀제로와 놀원은 잠시 침묵하며 생각에 잠겼다. 황폐하고 야만적인 대륙이지만, 그들은 이 곳에서 적응해서 살아왔던 만큼 쉽게 결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만약, 너희가 원치 않는다면 이곳을 떠나는게 좋을거야.”
원기는 결단을 내렸다. 스물한명의 진수들은 나름 큰 전력이지만, 그들을 잃고 싶지 않다는 면에선 족쇄가 될 수도 있었다.
그들 덕분에 여단장의 지위를 손에 넣었고, 사단장이 그만보면 빌빌대는 만큼 그루드 클랜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놀제로와 놀원은 시선을 교환했다.
하이에나들이나 늑대들은 비열한 짐승으로 알려져있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교활하게 사냥을 하는 것 뿐이었다. 그들은 무리에 대해 충성을 다하는 신실한 동물들이기도 했다.
“외부 대륙에선 가축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지요? 돼지라던가, 돼지라던가, 돼지라던가.”
놀원이 눈빛을 반짝거리면서 물었다. 육식성인 그녀들은 이런 저런 고기를 먹으면서 살아왔지만 살진 가축만큼 맛있는 음식은 드물었다. 근육질의 전사나 바짝마른 노예들, 특히 나이든 이들을 먹어가며 살아왔다.
사실 아무리 감성이 메말랐다고 하더라도 말이 통하는 존재를 먹고 살아간다는 것은 거부감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이지. 죽을 때까지 돼지고기는 아무리 먹어도 남을만큼 줄 수 있다. 돼지말고 소나 닭, 양도 있지.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원기는 흔쾌히 응답했다.
“한가지 조건이 있어요.”
놀제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미소는 왠지 원기에겐 불길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강한 자식을 낳는게 삶의 목표이자 보람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 면에서 우리를 위해서 봉사해 주셔야겠어요. 아무리 외부라고 해도 평범한 인간과 아이를 낳을 순 없어요.”
놀제로의 말에 놀원도 고개를 힘있게 끄덕였다. 인간의 모습이 아닌 흉측한 하이에나의 모습으로 하는 제안이라, 정말 꿈에 나올까 무서울 정도였다.
희연이 원기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그들도 잘 알고 있지만, 희연의 강함은 후천적인 것이었다. 반면 원기의 강함은 선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은 희연이 원기보다 강하다고 해도, 실력이 쌓이면 그 관계는 역전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지. 외부에도 강력한 존재들은 많으니까.”
원기는 문제를 대충 봉합했다. 자신이 진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본래의 자신이 작고 약한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면 마음들이 바뀔 가능성이 컸다.
야만적이지만 가식이 없고 순박한 그녀들에 대해 정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대로 헤어지기는 아쉬웠다.
“문제는 용족이다.”
원기는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신기로 날조된 희연의 검을 빼앗기 위해서 용족들이 습격해 올거라는 사실이었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디레는 습격지점을 국경에서 꽤 안쪽, 수비하기 쉬운 지점으로 지정해 놓았다는 사실이었다.
대군을 움직여서 들어올 수는 없으니, 소수정예로 오게 될 가능성이 컸다.
“생존이 가장 큰 문제야. 우리를 구하러 배가 오게 될 때까지, 이 대륙에서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해.”
당장 운항가능한 원자력 전함을 손에 넣었다고는 하지만, 세계수 없이는 움직일 수 없었다. 신관들이 최대한 속성재배한다고 해도 꼬박 2년은 넘게 걸린다는 판단이었다.
그동안 전함의 갑판을 비롯해서 여러 무기등을 개발하고 설치할 예정이었다.
“우선은 공사가 필요하겠지. 그리고 훈련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나와 붉은 여우는 죽어도 되살아나지만 너희는 그렇지 못해. 결코 위험한 짓을 해선 안된다. 불리하면 제일 먼저 도망쳐라.”
자신들을 생각해주는 원기의 당부에 놀제로와 놀원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들을 아끼는 원기의 태도도 마음에 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호전적인 피가 끓어올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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