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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74화 (174/497)

174화 퓨전 테크놀로지

[모, 모조리 죽여버려.]

호철은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경악과 분노가 그의 목소리에는 담겨 있었다.

테러 나이트 다이아몬드 나인, 로쉐트는 그런 그의 명령이 조금 특이하다고 여겼다.

“전부 죽여버립니까?”

[제가 보기에도 살려둘 가치가 없는 놈들입니다.]

테러 나이트 유럽 지부의 오퍼레이터도 동의를 표했다. 그들이 본 광경은 말 그대로 지옥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흑인 소녀들을 인신 매매해서, 장기 적출하고 폐기한다는 소문을 테러 나이트의 협력자들이 주워들었다.

경찰이나 관리, 혹은 일반인들이라면 그 세부 내용을 발키리를 통해서 미리 확인하지만, 악명높은 범죄 조직이라면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신성력으로 창조 유지되는 발키리는 귀한 몸이었다.

평상시의 수순대로 신디케이트 처리 작업에 들어갔다. 주변에 있는 마피아 조직과의 교섭에 들어간 것이다.

보스는 자신의 잠자리를 급습하고 목에 칼을 들이댄 암살자에게 놀라기는 했지만 겁을 먹지는 않았다. 이미 테러 나이트의 수법으로 유명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테러 나이트는 악질적인 범죄 조직을 등쳐먹는 것으로 유명했다.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악명높은 범죄 조직을 건드리는 쪽이 사회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은 범죄자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노리는 조직을 어차피 궤멸시킬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보스는 흔쾌히 요금 지불을 승낙했다.

요금 지불을 거부한 경우, 습격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미리 정보를 얻어두면 상대 조직이 혼란에 빠진 틈에, 사업장들을 접수하기도 쉬웠다.

그런 면에서 정보료로서의 가치도 충분했다.

교섭이 끝난 다음날, 바로 작전은 개시되었다. 상대 조직 보스에게 정보를 흘린 이상, 정보가 새는 것은 시간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테러 나이트가 그들의 은신처에 돌입했다.

맨몸으로 은신하는 것이 능숙한 것은 다크엘프라서 당연한 일이지만, 두꺼운 파워드 슈트를 입고서도 은신 가능한 것은 유럽 담당의 다이아몬드 멤버들이 가장 뛰어난 이들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테러 나이트는 그 성격상, 숫자가 많이 필요치는 않았다. 나이트 엔젤처럼 지키는 역할이 아니라, 부수고 죽이는 역할이기 때문이었다.

나이트 엔젤은 극동 아시아쪽에 뛰어난 멤버를 다수 배치하고 있다면, 테러 나이트는 유럽 쪽에 뛰어난 멤버들을 배치했다.

스페이드는 아시아, 하트는 아메리카, 다이아몬드는 유럽, 클로버는 아프리카에 배치되었다.

나이트 엔젤과 테러 나이트가 함께 날뛰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경우에는 은신 능력등이 그다지 필요치 않지만, 문명사회이며 합법의 탈을 쓴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뛰어난 은신 능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재밌는 도구들을 사용하는군.’

다이아몬드 나인, 로쉐트가 발견한 것은 아이언 케이지와 아이언 메이든이었다. 공포에 질려있는 소녀들과 이미 죽어버린 인간들의 잔해, 그리고 피로 가득찬 욕조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탐욕스런 노인과 종교의식을 치르는 듯한 가면쓴 사내들의 모습이었다.

‘역시, 인간들은 웃기는 종족들이야. 거인족들이 좋아할 만도 하지.’

로쉐트는 별다른 감흥 없이 내부를 살폈다. 그리고 그녀의 파워드 슈트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서, 테러 나이트의 협력자들과 다스베이더의 가면을 쓴 호철도 내부를 바라볼 수 있었다.

별다른 감정없이 냉정한 로쉐트와 달리 호철을 비롯한 협력자들은 경악에 빠졌다. 그리고 피에 물든 욕조가 바토리의 욕조, 헬의 성배임을 깨달았다.

[모조리 죽여버려. 저 놈들은 살려둘 가치가 없어.]

저런 지옥도를 보면서 태연히 경비를 서는 조직원들도 살 가치가 없다고 여긴 호철의 일갈이었다.

“그렇군요. 명령대로 따르겠습니다.”

로쉐트는 그렇게 말하고 총구를 소녀들이 감금되어있는 철창으로 향했다. 그리고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이봐, 뭐하는 거야? 멈춰.]

“어차피 죽일 거라면 빨리 죽이는게 저 아이들에게도 좋을 것 같아서.”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로쉐트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리고 미드가르드는 약육강식의 야만적인 세상이었다.

그런 만큼, 그녀는 죄없는 소녀들을 죽이는데 그다지 거리낌은 없었다. 다만 소녀들을 되도록 먼저 죽여주려는 것이 그녀의 호의라고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덕분에 호철이 그녀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전투중에 소녀들을 틈틈이 죽이려고 들었다면, 막을 찬스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죄없는 소녀들은 죽이지 마. 무기를 든 놈들과 조직원들로 보이는 놈들만 처치해라. 그리고 저 가면쓴 놈들 중 하나만 살릴 수 있으면 살려서 포획해.]

로쉐트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들이 너무나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인간들은 좀 줄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그녀였지만, 지금까지 받아온 명령과는 너무 상이한 명령이라서 ‘조금’ 이상하다고 여긴 것이었다.

평소와 그리 다를 바 없는 명령이라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공격 준비를 했다. 그녀의 파워드 슈트는 유럽 지부에서 주로 사용하는 근접 전투 중시형이었다. 가볍고 편하게 움직이게 만들어진 갑옷에 정령칩으로 연동하는 돌격소총을 양팔과 어깨에 장착한 것이 무장의 전부였다. 양어깨에 섬광탄과 소음탄, 연막탄 등 살상이 아닌, 제압용 장비가 추가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아쇠가 장착된 단검을 양손에 들고 있었다. 전 조직원 학살이라는 임무에 맞는 장비는 아니지만, 그녀의 실력이라면 별 어려움은 없었다.

섬광탄과 소음탄이 발사되자, 조직원들은 일순 마비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려서 로쉐트는 재빨리 전등들을 모조리 파괴해 버렸다. 불의 정령이 그녀의 어깨에 달린 총기를 제어해서 전등들을 노려 파괴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둠이야말로 다크엘프들의 편이었다. 시력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칠흑같은 어둠에 빠지자, 조직원들은 당황했다. 아군 적군의 구별이 안되니, 총을 함부로 쏘지도 못했다.

그런 그들을 로쉐트는 접근해서 단검으로 확실하게 처리해 나갔다.

“이거 생각치도 못한 손님이 오셨군요. 너무 화려하게 입장하신 것 같습니다. 덕분에 우리 고객님께서 어이없이 돌아가셨군요.”

가면을 쓴 무리중 한 사내가 몸을 일으켜 로쉐트를 보면서 말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총기를 든 조직원들이 모조리 죽어나간 상태에서 그는 여유있게 로쉐트를 보면서 말했다.

욕조안에 든 노인은 그녀가 쓴 섬광탄과 소이탄의 쇼크에 심장마비를 일으킨 듯, 죽어서 떠 있었다.

가면을 쓴 사내는 붉은 안광을 빛내며 욕조에 붙어있는 붉은 보석을 떼어냈다.

“블러디 크리스탈?”

“호오, 피의 수정이라고 부르는 겁니까? 우리는 ‘현자의 돌’이라고 부르지요. 수십 명의 생명이 농축된 생명력의 정화 말입니다.”

로쉐트는 소총을 난사했지만, 가면을 쓴 이들의 앞에서 죄다 튕겨나갔다. 보이지 않는 막이 그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총알이 튀어서 소녀들이 다치지 않을까 우려된 그녀는 사격을 멈추고 소녀들이 갇힌 우리를 열고 소녀들을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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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크리스탈?”

호철이 묻자, 호철의 옆에 있던 마고, 코드네임 조커가 입을 열었다.

“거인족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이에요. 인간의 공포와 슬픔을 피와 결합시켜서 만든 거에요. 저걸 사용하면 부작용은 있지만, 평범한 인간도 에인페리아급의 강함을 얻을 수 있어요.”

“부작용이 뭐지?”

“죽어요. 저 혈정은 심장에 박아 넣어야 제 역할을 해요. 심장에 박아 넣으면 피와 함께 응축된 힘이 온 몸에 퍼져요. 그 과정에서 넘치는 에너지 때문에 심장이 확실하게 파괴되어 버려요. 보통 3분을 못버티지요. 게다가 저렇게 큰 혈정이라면 몇초도 못버틸거에요.”

마고의 말에 호철은 화면을 직시했다. 가면 사내의 태도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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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사내는 혈정을 손에 들고는 가슴을 가리고 있던 셔츠를 뜯어 냈다. 그러자, 그의 가슴 부분에 묘한 인공물이 드러났다.

그는 그 인공물의 한쪽 부분을 만지자, 뚜껑이 열리며 구멍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구멍에 혈정을 집어 넣었다.

“가슴에 있는 그건 뭐지?”

로쉐트는 답변을 기대하지 않고 물었다. 하지만 가면 사내는 교만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이거 말인가? 인공심장이라고 하는 물건이지. 모터라고 하는게 좋으려나?”

다음 순간, 그의 몸이 빠르게 움직여서 로쉐트에게 다가왔다. 로쉐트는 상대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예측을 넘어서는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녀는 양 손목을 잡히고 비틀렸다.

“이, 이럴수가.”

겉모양뿐인 파워드 슈트라지만, 내부에 존재하는 게임 캐릭터는 에인페리아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혈정을 이용하면 에인페리아급의 강함을 갖는다고들 말하지만, 에인페리아와 비교하면 약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상대는 달랐다. 그녀는 양팔이 꺾이며 처참한 소리를 내며 부러지는 것을 느꼈다. 양손의 단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별거 아니군.”

“제우스! 가지고 놀지 마라! 저 장비에는 카메라와 통신장비도 있을 것이다.”

“알았으니까, 지켜보고 있어.”

그 순간 로쉐트의 양 어깨에서 연막탄이 터졌다.

“이런, 도망치면 안되지.”

제우스라는 코드네임으로 불리운 가면 사내가 손을 뻗자, 그의 손에서 강력한 전격이 뻗어나와서 로쉐트의 등에 적중했다. 정령칩을 비롯한 전자 장비가 모두 파괴되었을 뿐 아니라, 로쉐트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곧 테러 나이트의 몸체가 폭발을 일으켰다.

제우스는 그 모습을 보면서 혀를 찼다.

“허어, 독한 놈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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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가르드와 현대 기술의 결합이 저런 곳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었다니.”

조제성은 호철을 통해서 전달받은 영상을 확인하면서 혀를 찼다. 블러디 크리스탈은 거인족들이 곧잘 사용하는 흔한 장비였다. 사용하면 반드시 죽는다는 점과, 일정 크기 이상의 혈정을 사용할 수 었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인공심장 기술을 적용하니 그 부작용의 대부분이 해소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동영상의 전투 장면을 분석한 결과, 파워는 로쉐트의 두배 가깝고, 스피드 역시 두배에 가까웠다.

갑옷을 입어 움직임이 둔한 것을 생각해도, 에인페리아를 확실히 능가하는 힘과 속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 전격은 아마 이능이겠지. 골치 아프군.”

“총알을 튕겨내는 능력도 있었지요.”

적어도 인간의 5배는 나올 듯한 힘과 속도에 파괴적인 이능까지 사용할 수 있다면, 에인페리아를 압도하는 괴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요?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

장수한이 미간을 지그시 누르며 물었다.

“무슨 소리야? 방법이 없다니. 저 혈정이라는거 일회용 아닌가. 계속 소모시키면 되는거야. 저런 비인도적인 짓을 통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물건이라면, 돈으로 구할 수 있는게 아니지. 돈으로 환산하면 저 혈정하나를 얻기 위해 드는 비용은 수억에서 수십억은 될거야.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그보다 인공심장 기술이 헬에게 넘어가면 그때는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거인족들이라면 저 혈정이라는거 사람들을 돼지잡듯 도축해서 간단히 얻어낼 테니까.”

조제성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현자회가 만약 헬과 연결되는 게이트를 만들고, 그들의 기술이 거인족에게 넘어간다면 그때는 정말로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 질 수 밖에 없었다.

“시간적 여유가 없군. 내버려 둘 수는 없어. 가능한 전력을 유럽에 투입해야겠네”

현자회의 존재가 가진 심각한 위험성을 깨달은 이상, 그들을 한시라도 빨리 제거할 필요성이 생겼다.

현대의 기술과 미드가르드의 신성력의 결합은 그 파급 효과를 예상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프레이야측이 가진 가장 큰 무기였다.

하지만 현자회는 보다 오랜세월동안 현대 기술과 신성력의 결합에 대해서 연구해온 것이 분명했다. 그런 면에서 헬을 비롯한 거인족에게 그 기술이 넘어가도록 둘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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