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눈사태
병원에서 대규모 폭발이 있은 후, 세계 언론이 요동을 쳤다. 9.11사태에 버금가는 대규모 테러 사건으로 규정짓고 범인이라고 여겨지는 테러 집단인 테러 나이트에 대한 규탄과 색출, 적발 시도가 이어졌다.
그리고 테러 나이트의 전신으로 알려진 템플 기사단에 대한 관심과 혐오도 극에 달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사태는 확대되고, 경찰과 언론 등이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테러 나이트 협조자들 가운데에도 이탈자들이 발생했다.
자세한 내막을 알고, 테러 나이트를 신뢰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탈자들이 발생하면서, 자연스럽게 테러 나이트들에 대한 협조자들의 조직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고, 궤멸적인 타격을 입게 되었다.
물론 그들은 어디까지나 깃털에 지나지 않고, 본체들은 무사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은 테러 나이트의 존재에 대해서 거부감과 공포심을 노골적으로 강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템플 기사단의 경우, 이미 이전부터 언론에 대한 노출을 경계해서 잠복해 있었지만, 그들 역시 적지않은 피해를 보고 있었다.
죄없는 병자들과 의료 관계자들이 다수 희생된 역사에 길이 남을 무자비한 테러로 여겼다.
아마도 조작된 언론의 영향도 크겠지만, 911테러 이상의 끔찍한 사태로 날조되어가고 있었다.
“언론에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니. 언론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다간 우리가 역추적 당할 가능성이 생겨. 적들은 유럽의 언론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과거 우리나라의 역사를 봐도 알겠지만, 주류 언론이 쟁점을 조종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여론전은 극히 불리하지.”
“아, 그랬지요. 여당의 거대한 부패가 드러나도 야권의 사소한 분쟁에 쟁점을 맞추게 되니...”
“그래. 하지만 미리 수는 좀 써놨지.”
언론은 갈수록 병원 사태에 대해서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병원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수많은 사연들이 제공되면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것은 테러 나이트 조직에 대한 마녀 사냥으로 이어졌다. 협조자들은 대부분 색출되어서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들을 모두 밝혔다.
하지만, 그들은 직접적인 범죄에 가담한 것도 아니고, 그들이 아는 정보도 없었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처벌 문제로 고심하는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병원 테러로 목숨을 잃었을 거라 알려졌던 두 사람의 의사가 양심선언을 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료와 동영상 등에는 인간으로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인체 실험의 증거가 담겨 있었다.
들어가는 순간, 병원 자체가 폭발할 수도 있다는 예측은 조제성 역시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켈베로스에 잡혀있던 템플 기사단원의 증언을 통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는 연구원들을 미리 조사했다.
그리고 폭발 전에 발키리를 통해 증거 영상들을 확보하고, 미리 정해둔 연구원들의 영혼들을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언론만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서도 동영상들을 흘려 보냈다.
폭탄을 준비하고 폭발시킨 것이 테러 나이트가 아니라, 병원에 숨어있는 연구시설 측이라는 사실의 증언도 함께 퍼져 나왔다.
조사 결과 역시 그런 주장을 어느정도 뒷받침 하고 있었다. 건물이 그렇게 완벽하게 소실될 수 있도록 폭탄을 장치하고 돌입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봐도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음. 신기하군요. 언론은 저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 아니었나요?”
“물론 저들이 장악했지. 하지만, 눈사태를 일으키는 것과 눈사태를 막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지. 거짓 정보를 흘려서 언론이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쉽지만, 미친듯이 움직이는 언론을 나중에 제어하기는 쉽지 않아. 모든 매체들을 자신들이 다 컨트롤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지. 그리고 이미 언론의 성향 등은 파악하고 있지. 이 사태를 보도하는 양상이나, 변화에 대처하는 반응 등을 보면 대번에 알 수 있지.”
장수한은 조제성의 수법을 보면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는 이성적인 인간이면서도, 인간의 감성적인 면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지나치게 이성적이라, 감성적인 면을 더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조제성은 언론이나 인터넷에 제공되는 동영상을 주로 귀여운 동물에 관련된 것으로 올렸다.
인체 실험에 대한 장면은 너무 끔찍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보고 넘기기 힘들다는 점과, 동물들에 대한 것을 보면 쉽게 여론을 끌어내기 쉽다는 점이었다.
“인간만큼 인간에게 야박한 존재는 없지.”
조제성은 그렇게 말하면서 비웃었다.
테러 나이트에 대한 정보 역시 함께 풀었다.
바토리의 욕조를 가지고 현자회가 행한 행동들이 인터넷을 달궜다. 소녀들을 갈아서 피를 뽑고 그 안에서 목욕하는 노인의 모습도 나왔다.
‘죽음의 연금술사들.’, ‘악마 숭배의 흡혈 마녀들’, ‘영생을 노리는 추악한 배금주의자들’이라는 평가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테러 나이트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완전히 돌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테러 나이트의 조직을 재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사람들의 관심에 지나치게 노출되었고 더불어 악의 가면이 벗겨졌기 때문이었다.
유럽에서 테러 나이트와 나이트 엔젤을 모두 철수시켰다. 바토리의 욕조를 굳이 찾으려고 들지는 않았다. 그건 템플 기사단에 맡겨둬도 충분했다.
그들은 역사가 깊은 조직인 만큼, 언론과 공권력의 탄압에도 자신들의 조직을 어느정도는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자회가 언론의 공분을 산 만큼, 그들은 적어도 수년 간 드러내고 움직일 수 없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언론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템플 기사단에 넘긴 만큼, 조만간 언론에 대한 그들의 장악력도 감소될 것이 분명했다.
“그럼 현자회를 방치하는 겁니까?”
“아니, 내가 놈들이라면 당분간 유럽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도망치겠어. 아시아나 아프리카로 말이지.”
“안나오면요?”
“그럼 숨 죽이고 있어야겠지. 나오면, 홈그라운드의 잇점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고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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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프로젝트는 의외로 효과가 좋았다.
용족의 잘 나가는 전사들이 오는 족족 죽어 나가는데도, 끊임없이 기어들어왔다.
“어이가 없을 지경이로군.”
원기는 혀를 찼다. 하지만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었다. 세상에는 ‘나만은 다를 것이다’’내가 세상의 주인공이다’라고 믿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었다.
자존심과 열등감, 이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족쇄이지만 추진력이기도 했다.
강한 추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굶주렸다는 뜻이기도 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이듯, 자존심이 무인들을 죽여 나갔다.
그래도 슬슬 약발이 다해가는지는 모르지만, 적들이 오는 패턴은 뜸해졌다. 소위 파티라는 것을 구성하기 시작했고, 던전 내부의 정보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조된 정보가 하나 추가 되었다.
그것은 바로 불여우는 성검에 종속된 검의 령이라서, 죽이고 성검을 손에 넣으면 부활해서 검의 주인을 따르게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검을 손에 넣는 방법은 묻지 않으며, 죽이건 살리건 검을 손에 넣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 정보를 흘리자, 반응은 더 열광적이 되었다. 용신의 검 자체보다 불여우의 강함이 용족에게 더 와닿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내막은 수인족들은 알지 못했다. 그저 용족들이 소규모로 광산에 만든 요새에 들어와서 죽어나갔다는 것만이 그들이 알고 있는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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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여우를 전장으로 끌어내지 않으면 안될 겁니다. 소수로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장으로 끌어내면 누가 그 검을 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
“어차피 용신님께 바쳐야 할 검 아닙니까?”
“그건 아니야. 검을 손에 넣는 자가 용신님의 기사가 되는 걸세. 그리고 용신님의 곁에서 용신님의 오른팔이 되어 이 세상에 군림하게 되는 거지.”
“하지만, 불여우는 쉽지 않습니다.”
“일대 일로 싸우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아네. 뛰어난 전사와 궁사, 사제, 능력자를 대동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알겠습니다. 기대에 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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