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화 PMC
“이런게 있을 줄이야. 참 놀랍군. 아프리카의 범죄 조직은...”
원기 일행이 수인 제국에서 싸우고 있는 동안에도 세상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제성 역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조제성은 산하에 끌어들인 PMC(Private Military Company)의 보고를 받고, 화상 모니터를 보면서 혀를 차고 있었다.
납치, 유괴, 마약 매매 등을 전문으로 하는 아프리카의 범죄 조직을 소탕하고 받은 보고에서 쉽게 상상하기 힘든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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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민간 군사 회사라고 하는 것은 용병업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오랫동안 있어온 용병들이 정식적인 사업체로 만들어 진 것은 중동전에서 미국이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제대로 된 국가의 군대는 무력으로써 충성도도 높고, 유지비도 저렴한 편이지만 내정이 혼란스러운 국가라든가, 제대로 된 군대가 없는 나라에는 용병들이 대안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유지비는 비싸지만, 양성비가 들지 않으며 전력을 즉각적으로 확충할 수 있다는 것이 용병의 매력이며, 이것을 정식 사업화한 것이 민간 군사 회사라고 할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용병회사였다.
이들은 서방세계의 기업들이 아프리카, 중동 등 자원에 대한 개발권을 사들이면서 이 기업들을 보호한다는 차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기업 임원 및 사업체들을 테러리스트에게서 보호하고, 게릴라들을 토벌하는 것이 임무였다.
문제는 이 게릴라 토벌인데, 정부가 멋대로 자원을 외국 회사에 팔아넘긴 탓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평범한 마을 사람들인 경우도 많았다. 반정부로 돌아선 그들이 싸구려 소총들을 들고 있다는 이유로 폭격해서 학살하는 일도 있었다.
내용은 어찌되었든 용병 회사들은 서방 기업들에게 고용되는 형태로 후진국들에 진출해서, 자원을 외국에 팔아넘기는 독재자들의 허가하에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싸우는 대상은 학살 가능한 변변치 않은 무장의 게릴라들이었다. 용병들의 목숨값은 결코 싸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한 전투는 맡지 않았다.
최소한의 피해로 제압 가능한 약자들을 상대로 무장과 기술, 전투 경험의 우위를 이용해서 불공평한 전투를 벌이는 것이 용병회사들이었다.
그들은 결코 위험한 전투를, 큰 희생이 요구되는 전투를 벌이지 않았다. 회사측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용병회사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도 적고, 죽은 자들에 대한 보상도 부담스럽기 때문이었다.
안전한, 유리한 전투가 계속된다고 해도, 전투는 전투였다. 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용병회사들간에는 마찰이 빚어지더라도, 이들은 싸우는 시늉을 하면서 뒷쪽에서 몰래 거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 자원시장에 뛰어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서방 기업들과 중국계 자본의 기업들의 경쟁이 험악해졌다. 그리고 서방계 용병 회사들은 중국계 기업들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중국계 기업들은 새로운 용병회사들과 손을 잡기 시작했다. 역사가 오래된 러시아 용병들도 있었고, 외화가 필요한 독재국가에서 용병회사로 위장시킨 집단도 있었다.
이 어용 용병회사의 병사들은 실질적으로 군대나 다름 없었고, 이들이 암묵간의 규칙을 어기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 시작하면서 용병회사들간의 전투가 심각한 수준으로 변모되었다.
갱들에 의해서 경찰력이 붕괴된 남미에서도 용병회사들을 적극적으로 고용해서, 갱들을 학살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정부를 무시할 정도로 큰 마약 갱들 역시 자본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진출, 용병 회사들을 끌어들여 내전을 벌이는 일도 생겼다.
각국의 경제난, 용병들의 심각한 전투로 인해서 제 3세계의 혼란은 한층 더 심각해 지고 있었다.
조제성이 용병회사를 사들인 것은 이런 시점에서였다.
그가 사들인 용병회사는 소규모지만, 서방계 회사로 친서구계 성향이 강한 회사였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조제성이 사들이지 않았다. 사장이 된 이는 SAS출신의 에인페리아 크리스 멕케이였다. 폭발 피해로 맹인이 되었던 딸 클레어는 프레이야의 신관에게 치료를 받은 뒤, 전쟁 피해자를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아버지가 용병 회사를 사들인 것은 조금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용병 회사들 가운데는 인질 협상과 구출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도 있었다.
위험을 무릎서고 봉사활동을 하는 NGO관련 단체들이라고해도 경호가 필요한 경우는 적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SAS출신인 크리스 멕케이의 사장 취임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특히 영국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여러 면으로 절차가 간소해 질 수 있었다.
PMC를 사들였다고 해서, 무기를 자유롭게 구입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PMC들은 각 나라들의 첩보 활동 대상으로 그 활동 전반이 감시 대상이 되기 때문이었다.
크리스 멕케이는 회사 이름을 네메시스, 복수의 여신의 이름을 사용했다.
활동은 인질 구출과 요인 경호, 그리고 악질적인 테러리스트를 검거하는 것으로 잡았다. 어디까지나 악에 대한 응징을 회사의 방침으로 삼은 것이다.
폭탄 테러에 가족이 희생된 그의 경력을 생각하면 그리 어색하진 않았다.
[어찌되었건 전투 헬기를 손에 넣게 되었군.]
“예. 현재 다섯 기의 슈퍼 하인드가 있습니다. 하지만 파일럿들이 문제로군요.”
회사의 자산은 구입했지만, 용병들과의 계약은 새롭게 해나갈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가 이끌 용병들은 대부분 엘프와 다크엘프들, 곧 미드가르드 출신들이었다.
엘프들이라면, 인질 구출에 있어서는 그들보다 적합한 이들이 없었다. 그들은 실수로라도 인질을 맞추는 일은 없을 터였다.
[상관 없다. 어차피 개조 작업이 필요할테니.]
슈퍼 하인드 헬기는 러시아의 하인드 헬기를 남아공에서 개조한 기체였다.
하인드 헬기는 순수한 전투 헬기는 아니었다.
아파치와 블랙호크의 잡종이라고 할까, 병력 수송과 화력 지원을 동시에 하게끔 만들어진 러시아제 헬기였다.
아파치나 코브라같은 전투 전용기보다 약하고, 수송 전용기보다 수송 능력이 떨어지지만, 미국을 상대로 하지 않는다면 충분하고도 남는 공격 능력에 수송능력까지 겸비해서 많은 국가들이 애용하고 있었다.
부족한 전투력을 남아공에서 화력면에서 개조한 슈퍼 하인드는 용병회사들에게 있어서 가장 사랑받는 전력이기도 했다.
AK-47과 하인드 헬기는 출신을 불문하고 용병들에게 사랑받는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파일럿을 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준비된 하인드 헬기 중 1기만 전선에서 활용하고, 4기는 창고에 쳐박히게 되었다.
물론 창고에 들어간 하인드들은 분해되어 껍데기만을 남기고 알멩이들은 조제성의 손 안에서 새로운 전력으로 재생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발키리 칩을 이용하면, 파일럿이 필요없게 된다.
미드가르드에선 오딘이 가로챌 가능성이 생겨서 사용할 수 없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별 문제가 없을 터였다.
파일럿이 없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고 전투 능력과 운송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크리스는 스스로 비행 훈련을 받아서, 직접 헬기 조종을 맡았다.
그리고 다크 엘프들과 엘프 요원들을 통해서 아프리카의 밀림 속에 자리잡은 조직을 기습했다.
그리고 인질을 구출해 내고, 조직의 비밀 기지를 탐색하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잠수함이었다.
마약을 밀매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구형 잠수함이었다.
[로미오급 잠수함의 변종으로 보입니다. 중국제인지, 북한제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로미오급 잠수함은 구 소련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의 U보트 설계를 채용해서 만들어진 잠수함이었다.
길이 약 77미터, 1700톤 전후의 제법 큰 잠수함이지만, 소련에서는 1960년대 초 이미 생산을 중지한 구형 잠수함으로 U보트보다 그다지 뛰어나지 못한 구형 함이었다.
그다지 고급 기술이 필요치 않아 후일 중국과 북한에서도 다수 생산된 디젤 잠수함이었다.
성능 면에서 부족함이 많아서, 중국에서도 대부분 퇴역시키고 해체된 구형함이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20척 남짓 활용되는 가장 강력한 해군 전력이기도 했다.
[어뢰를 비롯한 전투용 장비는 모두 철거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밀수용으로 제작된 듯 싶습니다.]
“흠, 그거 꼭 손에 넣고 싶군.”
[저희가 급습했을 때에는 조직원들이 타고 도망친 것으로 해두겠습니다.]
크리스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인질의 안전한 구출을 위해서 발키리를 이용해서 미리 철저히 기지 내의 상황을 파악해 둔 탓에, 적들은 도망치지도 못하고 일순간에 궤멸되었다.
작전에 참여한 엘프들과 다크엘프들이 정보를 누설할 이유도 없었으니, 큰 문제는 없었다.
크리스로서도 나쁘지 않았다. 크리스가 목표로 삼는 조직은 유괴와 납치로 돈을 버는 조직들이었다. 수틀리면 돈을 받고 인질을 죽이는 일도 다반사였고, 여자 인질들을 농락하는 놈들도 많았다.
그래서 크리스는 엘프와 다크엘프들에게, 생포보다는 전투중 사살을 명하는 쪽이었다.
그리고 엘프와 다크엘프들은 지나치게 유능해서, 적들이 항복을 고려하기는 커녕, 전투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기도 전에 모조리 저 세상으로 보내버렸다.
전기를 끊고, 전등들을 파괴하면서 연막탄까지 사용해서 미리 확인해 둔 루트대로 뛰어들면서 인질을 제외하고 전부 제거해 버리는 것이 전술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다만, 인질 구출 확률 100%는 나쁘지 않지만, 적 사망률 100%는 지나치게 이목을 끌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인질 구출 100%는 달성할 수 없었다. 그들이 작전을 세우기도 전에 인질이 처형당한 경우는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신을 이용해서 몸값을 받아내려는 악질적인 놈들도 적지 않아서, 의뢰 성공률은 70%가량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네메시스는 몸값 지불보다 더 높은 인질 회수율로 나름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범죄자 소탕률은 100%가 아닌 30%로 크리스에 의해서 강제 조종되었다. 실제로는 모조리 제거한 뒤에 시신을 은닉하는 형태로 확률을 적당히 맞춘 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드가르드에 보낼 무기등을 빼돌리기 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렇게 국적 불명의 로미오급 잠수함도 조제성의 주머니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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