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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86화 (186/497)

186화 증기엔진의 기적

박원기와 한희연, 유연하의 정신이 미드가르드에서 유명세를 누리고 있을 무렵, 그들의 육체는 현실에서 유명세를 누리고 있었다.

발키리가 들어간 그들의 육체는 인간의 영혼에게 불가능한 수준의 정확하고 미세한 근육 제어가 가능했기 때문에, 표정 연기는 물론이고 사진발을 극도로 좋게 하는 것도, 목소리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도 가능했다.

근육의 완벽한 제어로 인간이 정상적으로 낼 수 없는 고음과 저음까지도 소화해 낼 뿐 아니라, 기계처럼 정확하게 재현해 낼 수 있었다.

원기와 희연은 모델겸 배우로, 연하는 아이돌 가수겸 배우로 톡톡히 활약시키고 있었다.

그것도 철저히 상업적인 쪽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상업적이라고 해서, 섹시 컨셉을 팔아먹는 것은 아니었다.

보통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고정된 이미지를 갖는 것을 원치 않았다.

멋쟁이도, 신사도, 악인도, 바보도, 미친놈도 다 해낼 수 있는 그런 연기의 폭을 추구하는 것이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만이 정말 깊이있는 연기를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발키리들은 그런 취향은 없었다. 그저 지시받은대로 표정을 만들고, 동작을 취할 뿐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자유 자재로 가능했다.

그래서 그들은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이미지, 필요한 이미지만을 완벽하게 해냈고, 그것은 브랜드처럼 그들의 금전적 가치를 올려 주었다.

게다가 육체의 본 주인들이 혼돈의 대륙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에, 그들의 육체는 완전히 24시간 풀 가동으로 연예 사업에 투자되었다.

철저한 피로 회복과 휴식도 연예 사업을 위한 투자라는 점까지 고려한 것이었다. 단 4시간의 휴식도 잡념없이 철저히 이루어져서 그들의 피부는 늘 최상의 상태에 가까웠다.

한국 연예계에서의 성공은 자연스럽게 일본 진출을 불러왔고, 그들의 육체는 일본에 진출했다.

조제성은 혹여 원기의 육체가 잘못되는 것이 아닌가 불안감을 갖고 있었지만, 굴베이그와 프레이를 통해서 둘이 완전히 단절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만약, 육체와 정신이 이어져 있다면, 차원을 넘어서는 순간 탈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 현재 육체가 사고를 당해서 죽거나 하더라도 별 문제는 없군요.”

[그때는 새로 육체를 생성시키면 되겠지요. 하지만 본래 육신에 대한 애착은 누구나 갖고 있지 않을까요?]

조제성은 굴베이그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시름을 던 것은 사실이었다. 원기의 육체를 화살받이로 함부로 위험하게 굴리다가 손상을 입힌다면, 불만을 갖겠지만 소중히 다루다가 불의의 사고로 손상을 입는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것이 틀림없었다.

원기와 희연, 연하의 육체가 현재 벌어들이고 있는 돈도 결코 적지 않은 만큼, 소중히 다루는 것이 당연했다.

‘벌인 사업이 너무 많으니.’

그리고 한일 합작 드라마 촬영 후, 사단이 발생했다.

바로 파파라치에 의한 스캔들 사건이 터진 것이다.

- 잘나가는 연예인 B씨, 유명 여우 H씨와 아이돌 가수 Y씨와 혼욕.

- 문란한 성생활이 외부로 드러나게 된 것일 가능성도...

- 삼각관계인가, 양다리인가.

- B씨의 누나는 금융계의 숨겨진 큰 손이라는 소문이.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거지요?”

원기는 인터넷 기사들을 보면서 할 말을 잊었다. 미드가르드와 지구와 인터넷이 연결되진 않았기 때문에 조제성과 장수한이 틈틈이 인터넷 상의 데이터를 미드가르드의 인터넷에 업데이트 했다.

“댓글 들은 왜 안나오지요?”

[그거까지 보면 혈압올라 쓰러질거다. 너 자학하는 취미있냐?]

장수한이 조금은 재미있다는 투로 말했다.

“노천탕에서 왜 혼욕을 할 필요가 있었던 거지요?”

[지금까지 해왔던 거지. 혼자서 자기 몸을 구석구석까지 완벽하게 씻을 수는 없으니까. 발키리가 들어간 상태에서 굳이 남녀를 구별할 필요가 있겠냐. 희연과 연하의 발톱 관리는 전부 네 손으로 했다고 보면 될거야. 그리고 네 발톱도 전부 희연이가 관리했다. 아, 육체가 말이지. 등을 밀어주거나 피로회복을 위한 맛사지도 서로 돌아가면서 했고 말이야.]

원기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의 육체가 꽤 부럽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쳤다. 일단 희연과도 그리 친밀한 관계에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호랑이 모습이 된 다음에, 스킨 쉽이 좀 늘긴 했지만, 왠지 동물 취급받는 느낌도 든데다가, 두껍고 질좋은 모피가 방해가 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정작 나는 껄떡대는 하이에나들에게 둘러쌓이는게 고작인데.’

원기는 곁에 있는 희연의 눈치를 살폈지만, 별다른 감흥이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저렇게 쿨하니 왠지 멋적어지는군.’

사진은 그다지 선명하지 않았다. 스캔들 사진이 흔히 그렇듯이 간신히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일본의 노천탕은 경치가 보이는게 특징이라서, 멀리 보이는 경치 속에서 대구경 망원렌즈로 찍은 듯 싶었다. 온천 여관 점원들에게 인터뷰를 했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일단 연하양에게 여파가 큰 듯 합니다. 그래서 일단 스캔들을 종식시키기 위해선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군요. 수한군에게 맡겨볼까 합니다.]

[스캔들에는 스캔들이 최고지. 가볍게 묻히게 만들어줄께.]

장수한의 호언장담을 들은 원기는 더 불안해졌다. 하지만 맡길만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지 말고, 조사장님이 맡아 주세요. 왠지 마음이 안놓이는군요.”

[날 그렇게 보다니 섭섭한데.]

[저는 급한 일이 생겨서 미주로 떠나야 합니다. 미드가르드에 들르는 것도 당분간 어려울 듯 싶군요.]

“그래도 어떻게 안될까요.”

원기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이미 평범한 인생은 포기했다지만,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어 화제가 되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 정말 댓글들 보기가 무서워질 듯 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맡도록 하지요. 다만, 일일이 조치에 대해서 보고하고 허가를 얻는게 어려울 듯 합니다.]

“조사장님께 모두 맡기겠습니다. 되도록 무난하게 처리해 주세요.”

[그럼, 제 미주행에 대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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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예상대로 되었군요. 전권을 얻어내다니 말이지요.”

수한은 제성에게 유쾌한 듯이 말했다.

“그렇게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야. 제법 중요한 일이니까.”

“그건 그렇고, 희연이는 이 일을 허락한 겁니까?”

“물론이지.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조건이라니요?”

“희연양과 같은 타입의 사람들을 보통 자네가 좋아하는 게임에선 lawful이라고 하지. 이건, 선이라는 성향이 아니라, 형식이나 규칙에 지나치게 얽매이고 집착하는 타입이야. 독선적으로 흐르면 그야말로 악몽에 가까운 유형의 엘리트 성향이라고 해야겠지.”

장수한은 제성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공감했다. 엘리트, 희연에게 딱 어울리는 표현이기도 했다.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고 자신을 갈고 닦는데 능하지만, 융통성이나 자비는 눈꼽 만치도 없었다.

“그래서 형식을 제공하기로 했지. 미드가르드에서 나중에 정식으로 식을 치러주기로 말이야.”

“그걸로 납득 한겁니까?”

“자네처럼 자유분방한 인텔리는 엘리트를 이해하기 힘들어.”

조제성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장수한은 그의 말을 들으면서 살짝 의문을 가졌다. 조제성이 인텔리도 엘리트도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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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성의 미국행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크리스의 강력하고 타당한 요청 때문이었다.

인질 구출 작전이 4회를 넘어섰을 때, 이미 문제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었다.

용병들은 기본적으로 위험한 일은 피한다.

그리고 인질 구출 작전은 위험도가 상당히 높은 일이었다. 보수도 상당히 높지만, 성공하기 쉽지않고 실패했을 때의 위험 부담도 컸다.

그래서 용병들의 기피대상인 인질구출작전을 기꺼이 맡았을 뿐 아니라, 외부인들이 보기에는 기적적인 성공을 4차례나 연속적으로 거둔 것이었다. 거기다가 보수도 상대적으로 쌌다.

당연히 주목을 받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였다. 크리스가 발상의 전환을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프리카 지역에 중점을 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쪽에서 인질 구출 의뢰가 쏟아져 들어온 것이었다.

그래서 크리스가 노린 것은 미국에서의 사업 확대였다.

뛰어난 청각으로 건가타를 구사하는 엘프들이라면, 굳이 중무장이 필요없었다. 간단한 총기 허가만으로도 미국 내에서 활동하기 어렵지 않았다.

“되려 적극적으로 CIA와 가까워지자는 거로군.”

조제성은 크리스의 의견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는 되도록 첩보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필사적이 되어왔다.

작전을 펼 때는 위성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구름이 낀 야간에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인질 구출작전을 통해 미국 상류 계층과 친분을 가져두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기본적으로 인질을 두고 테러 조직과 협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민간인들은 몸값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에도 역사가 오래된 부유한 가문들은, 정치가들과 결혼에 의한 혼맥으로 이어져있었다. 알고보면 친척인 것이다.

따라서, 정치가들이 구하고 싶지만, 군대를 동원하기 곤란한 민간인인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CIA에서도 인질 구출 작전을 쉽게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민간인 신분으로 위장한 에이전트를 구출했다간, 그를 이용해서 첩보 활동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구하고 싶지만, 구할 수 없는 경우에 저희쪽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민간 용병 회사가, 민간인에게 돈으로 의뢰를 받아서 구출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도 가능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벌인 구출작전의 성공 확률은 일반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기적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미국과 친해진다라...’

조제성은 신중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이건 바라마지않던 기회일 수도 있었다. 템플 기사단이 시제품으로 만들어진 코만치 헬기를 사용한 것처럼, 상당한 편의를 약속받을 수 있었다.

“추진해보도록 하지. 나이트 엔젤에서 일부 전력을 미국쪽에 배치하도록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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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성공하지 못한 건가?]

오딘의 일갈에, 드워프 족 기술자는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저희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날개를 돌리는데는 성공했지만, 하늘을 나는 것은 어림도 없습니다.”

오딘이 드워프족에게 명한 것은 바로 헬리콥터의 재현이었다. 오딘은 이미 미드가르드의 하늘에 헬리콥터가 나는 모습을 본 바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엔진을 만들 기술이 있었다.

문제는 그 엔진이 증기엔진이라는 점이었다.

증기로 하늘을 나는 헬기를 만들라는 오딘의 요구에 드워프들은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가능할 턱이 없었다.

“이렇게 무거운 엔진을 하늘로 날리는데는 신의 기적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이런 계획안이 나왔습니다.”

[흠. 그 계획안이라는게 뭐냐?]

“천공성과 같은 하늘을 나는 재질로 전함을 만드는 겁니다. 그러면, 이 회전날개로 하늘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될겁니다.”

오딘은 드워프의 의견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난제로부터 도망치려는 심산은 아니겠지? 좋다. 두가지 안을 모두 실행해라. 우선 하늘을 나는 함선을 완성시키고, 순수하게 기계의 힘으로 날으는 비행체를 만들어라.]

드워프는 오딘의 요구를 듣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기계의 힘만으로 하늘을 나는 기계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 만큼 불가능하다고 부정할 수는 없었다. 성공 가능한 프로젝트를 우선 맡게된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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