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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92화 (192/497)

192화 친위대

원기와 희연 두 사람이 오랜만의 로그아웃을 위해서 먼저 돌아간 뒤에 놀들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종족 번식이라기보다는 무리의 번성을 중요시하는 하이에나 진수들에게 번식 불가능이라는 것은 사실 작지않은 충격이었다.

“음, 여러분들, 잠시 주목해 주시지요.”

조제성이 말을 걸자, 놀들이 모두 그를 바라봤다.

“놀제로씨를 제외하고, 번식 경험이 있으신 분?”

그의 말에, 모두가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열여덟 마리에 달하는 놀 제로의 딸들은 모두 짝짓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하이에나 무리에서 새끼를 낳는 것은 무리의 리더인 암컷 한마리 뿐이었다. 마치 여왕개미나 여왕벌과 같은 것이다.

무리의 리더가 시원치않으면 몰래 짝짓기하는 놈들도 드물게 있었지만, 놀 제로는 가장 강하고 통솔력있는 리더였다.

“없지요? 제가 기억하기로도 번식은 리더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그럼 여러분들의 리더는 누구인가요? 놀 제로? 아니면 불여우인가요? 어느쪽이지요?”

조제성의 말에, 놀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발정기는 일종의 굶주림의 시기와도 비슷했다. 그 자체가 큰 스트레스였다.

번식행위로 굶주림의 해소가 된다고 하지만, 일시적일 뿐이고 그리 큰 집착은 없었다. 성을 쾌락으로 극대화시킨 것은 인간 뿐이었다. 발정기를 거치는 대다수의 동물들은 발정기 외에는 서로를 거들떠도 보려고 들지 않았다.

무리의 최강 암컷은 이제 놀 제로가 아닌 불여우, 희연이었다.

번식의 권리와 의무도 모두 희연의 것이 된 셈이었다. 그리고 놀 제로는 이제 번식을 한다고 해도 몇번 안남았다고 봐야 했다.

아무일 없었다면, 놀 원이 그 자리를 이었겠지만 더 강한 암컷이 무리에서 나타난 이상, 그것을 양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군. 그래. 그럼 불여우님은 아이를 낳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거지?”

“아, 예. 두 사람 모두 본체는 평범한 인간이니까요.”

“인간?”

놀 제로는 눈살을 찌푸렸다. 진수라서 인간을 차별하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 희연과 원기, 불여우와 은호는 에인페리아의 육체를 얻은 지금에도 넘볼 수 없을 만큼 강했다.

본체가 되었든 변신체가 되었든 강해질 수 있는 존재는 강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그들의 사고방식이었다.

놀 제로가 걱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불여우님이 평범한 인간이라면, 한번에 낳을 수 있는 새끼는 몇마리지? 보통 한마리에서 두마리 아닌가?”

“아, 맞다. 그거 큰일이다.”

“그러네. 리더가 그렇게 생산 능력이 떨어지면...”

하이에나 무리는 암컷들 중 가장 강한 한마리만 출산을 하지만, 한번에 낳는 숫자가 많았다. 그리고 그 새끼들을 무리의 암컷들이 공동 양육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렇기 때문에, 부족의 번성을 위해서 그리고 부족원들의 충족을 위해서는 꽤 많은 숫자의 새끼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뭐, 열심히 노력하면 축구팀 정도는 만들 수 있겠지요. 여러분들이 그걸 도와주시면 됩니다.”

조제성은 그들의 반응을 보면서 내심 더 만족스러웠다.

하이에나에 있어서 부족, 무리의 개념은 인간들이 갖고 있는 가족의 개념보다 더 강력한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저들은 원기의 안전을 믿고 맡길 수 있을 듯 싶은 면이 있었다.

“생산력을 늘릴 수단도 더 있으니 그건 제게 맡겨 주시면 됩니다.”

연하와 리디아를 떠올리면서 조제성은 자신있게 말했다.

“우선 이걸 보시지요. 여러분을 위한 선물입니다.”

그가 손짓을 하자, 큼직한 옷걸이를 엘프들이 옮겨왔다. 그리고 그 옷걸이에는 커다란 인형옷들이 걸려 있었다.

조금은 귀여우면서 조금은 흉악스럽게 생긴 하이에나의 인형옷이었다. 물론 잘 모르는 사람들은 황색의 늑대로 착각하기 쉬운 디자인이었다.

그들은 재빨리 인형옷들을 걸쳤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표정들을 지었다.

“손등 윗쪽 부분에 손가락을 걸면, 발톱이 나옵니다.”

조제성의 설명에 몇몇 놀들이 손가락에서 발톱을 돌출시켰다. 강철로 만들어진 발톱은 끝이 뾰족하지만 날카롭지는 않았다.

조제성은 발톱을 칼날이 아닌, 곡괭이의 컨셉으로 만들었다. 베어지는 것이 아니라, 파고들어가서 찢어 내는 것이 컨셉이었다. 에인페리아의 힘이라면, 그리고 게임 캐릭터의 힘이라면 그쪽이 나았다.

“그럼, 여러분은 이쪽 세상에서의 전투 훈련을 좀 받아주셨으면 좋겠군요. 기본 전투 훈련과 요인 보호 훈련을 받으면 그 다음에 일상 생활을 비롯해서 이쪽 세상에 적응하는 훈련을 하게 될 겁니다.”

“요인 보호?”

“불여우와 은호는 평소에는 평범한 인간으로 지냅니다. 여러분들은 강한 육체를 얻었지요. 그런 면에서 그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기고 싶습니다.”

조제성의 말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약해질 때, 원기와 희연, 굴베이그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애쓴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 제가 준비한 전투 훈련장으로 가지요.”

조제성이 놀들을 위해 준비한 전투 훈련장은 바로 폐차장이었다. 폐차장을 사들이고, 사람들의 이목을 막을 벽을 세워둔 것이다.

기본적으로 야수에 근접전의 달인들이다.

그리고 큼지막한 인형옷은 방탄, 방검용 섬유 소재에 장갑판까지 짜넣은 묵직한 물건이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전투용 인형옷처럼 만들 기술력은 없었지만, 에인페리아의 육체적 힘과 결합하면 대전차 저격총 이상의 화기가 아니고는 그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경호를 위한 훈련을 따로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들의 능력을 보다 현대 세계에서 유효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훈련을 시키고자 한 것이었다.

그것은 ‘대 차량전’이었다.

곡괭이와 같은 발톱은 바로 그것을 위한 것이었다.

무지막지한 파워와 곡괭이와 같은 단단하고 철판을 뚫을 수 있는 발톱이 결합하니, 차량의 철판을 찢고 문짝을 뜯어내는 것은 가볍게 할 수 있었다.

훈련장에 데려다 놓고, 차량들을 분해하라고 알려주자, 놀들은 미친 듯이 날뛰면서 순식간에 백여대의 폐차를 가볍게 부숴버렸다.

고양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과도 비슷했다.

“여러분들이 마음에 들어 하시는 듯 하니, 잘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여러분들이 부순 물건이 어디쓰는 물건인지 보여드리지요.”

폐차들 가운데서도 그럭저럭 달릴 수 있는 자동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RC 조종기를 이용해서 무선으로 원격 조종하도록 개조된 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물건입니다. 적을 태우고 달리는 경우에 효과적으로 무력화 시키는게 중요하지요. 한번 도전해 보시지요.”

시속 60에서 80으로 이리저리 달리는 차량들, 놀들은 그걸 보면서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본 듯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부딛치는 것 말고는 공격할 수단이 없는 자동차는 그냥 큼지막한 사냥감에 지나지 않았다.

에인페리아의 신체로 낼 수 있는 달리기 속도는 약 60키로 전후, 충분히 사냥 놀이를 해볼 만 했다.

“인간, 너 맘에 들었다.”

열 세살 정도의 외모를 가진, 아니 실제로 열 세살 소녀인 놀 원에게 칭찬같지 않은 칭찬을 들은 조제성이 쓴 웃음을 지었다.

과연 놀들은 그가 예상한대로 마치 하이에나때가 들소를 공격하듯이 자동차들을 교묘하게 둘러싸고는 달라붙어서 발톱을 이용해서 지붕을 부수고 본넷을 뜯어내면서 자동차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야수의 본능인가. 대단하군.’

그들은 빠르게 회전하는 타이어 부분은 건드리지 않는 현명함을 보이며 차량을 효과적으로 박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게 몇번 반복되자, 곧 자동차들의 어디를 어떤 식으로 파괴해야 차가 못쓰게 되는지 알아내고는 금방 자동차를 세우고 박살내 버렸다.

‘폐차장에 취직시켜도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군.’

그들은 조제성이 준비한 무선 조종 자동차 20대를 다 부수고 난 다음에도 뭔가 더 재미있는 놀이가 없는지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 이번에는 자동차로 인간들이 뭘 할 수 있는지 관찰하도록 합시다.”

조제성은 프로젝터를 이용해서 액션 영화의 카 체이싱과 총격전을 벌이는 영상들을 편집한 것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현대 시가전에서 자동차는 가장 중요한 탈것이자, 전투력이었다. 조제성은 그런 자동차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하도록 놀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이것은 엘프들처럼 섬세한 전투를 주특기로 하는 이들에게는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장수한 녀석도 준비는 잘하고 있겠지.’

장수한은 놀들을 위한 신분을 준비하고 있었다.

놀들은 인형옷을 입는 것을 즐긴다. 그들은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무력하고 창피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제성은 그 점을 이용해서, 놀들을 인간 방패로 써먹을 생각이었다. 문제는 사람들의 주목을 지나치게 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 해답은 장수한이 내놓았다.

“연예인으로 데뷔시키면 됩니다. 인형옷이 그들의 캐릭터가 되어 버리면, 이상하게 볼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조제성은 장수한의 아이디어를 채용했고, 장수한은 그런 그들을 위해서 적당한 컨셉을 준비했다.

바로 아이돌 메탈이었다. 놀들은 문명사회에 익숙치 못하고, 예의범절에도 약하다. 하지만 그 점도 캐릭터로 소화시켜 버리면 되는 것이었다.

메탈을 부르는 아이돌그룹이라는 컨셉은, 팔리는건 기대할 수 없지만, 화제는 될 수 있었다. 화제를 불러일으켜서 사람들에게 이런 애들도 있다고 인식시키기만 한다면 목적은 달성되는 것이었다.

반항적이고, 야만적인, 메탈을 부르는 아이돌 그룹. 그들은 기괴한 짐승탈을 쓰고 다닌다.

장수한은 아이돌메탈 그룹의 이름도 준비했다. ‘열여덟 년들’이라는 이름은 지나치게 방송용어로 어울리지 않아서 각하되었고, ‘암캐들’이라는 파격적인 이름으로 데뷔 준비를 생각하고 있었다.

“히트는 절대 못치겠지만, 연예 뉴스에는 오르내릴 겁니다.”

장수한은 가슴을 두드리며 자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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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가 로그아웃을 하고 눈을 뜨자, 오랜만에 느껴지는 몸이 나른한 감각에 휩싸였다.

게임 캐릭터도 잠을 자야하는 것은 맞지만, 워낙 스태미너가 좋아서 정신적 피로 때문에 잠이 들었지, 몸이 피곤해서 잔 것은 아니었다.

‘몸이 노곤한게 너무 기분이 좋군.’

노곤함이라는게 그리울 줄은 몰랐지만,  당장이라도 자고 싶어지는 노곤함과 폭신한 침대의 감촉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냥 잠들기엔 너무 오랜만이라, 이것저것 좀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 적어도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 정도는 알고 싶었다.

원기는 컴퓨터 단말을 벗고 좌우를 살폈다. 그러자, 침대 옆자리에 누워있는 희연의 모습이 보였다.

‘웃, 결혼했다고 했어지.’

연예 관련 뉴스에서 희연이나 연하에 대한 기사들을 본 적 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희연의 모습은 순간적으로 숨쉬는 것을 잊을만큼 아름답고 세련되어 보였다.

연예계에서 활동하면서, 세련된 화장법이나 관리법 덕분에 기본 뛰어난 미모가 한층 더 아름답게 피어난 느낌이었다.

‘난 어떻게 변했지.’

원기는 침대에서 내려와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법 넓은 침실에는 옷장과 화장대가 있었다. 그는 옷장 옆에 있는 전신 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오오, 나도 꾸미면 이렇게 되는 건가?’

확실히 세련되어진 듯한 느낌이 들어서, 원기는 내심 마음에 들었다.

“몸이 노곤한 기분도 오랜만이네.”

등 뒤에서 희연이 기지개를 켜면서 혼잣말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원기는 거울로 자기 모습을 확인하고 있었던게 왠지 쑥쓰러워서 황급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황급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살폈다.

평범한 내의에 평범한 잠옷이었다. 물론 고급품임에는 틀림없었지만, 디자인 상으로는 극히 평범한 물건이었다.

반면 희연은 반투명한, 아니 거의 투명한 느낌의 잠옷을 걸치고 있었다. 속옷도 하의만 걸치고 있었다.

“어라? 이게 대체 누구 취미인거야?”

희연도 자신의 모습을 깨달은 것인지, 황당하다는 투로 말했다. 원기는 뭐라고 말을 못하고 뒤를 향해서 헛기침을 했다.

“잠깐만요.”

희연은 그런 원기의 앞쪽으로 와서 서랍을 열고는 내의를 챙겼다. 건실해 보이는 스포츠 타입의 상하의였다. 그리고 속옷을 챙겨서 원기의 앞을 유유히 지나쳐갔다.

“여기가 화장실인가?”

원기는 훤히 들여다보이는 옷차림으로 코앞을 지나친 희연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굳이 변명할 필요도 피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희연은 과거에도 경험했지만 대인배였다.

조심성은 있지만, 굳이 감추려고 들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속옷은 샤워실에서 갈아입는 걸로 할께요. 그 외에 것은 그냥 넘어가줘요.”

샤워실에서 속옷차림으로 나온 희연은 원기와 같은 타입의 잠옷을 찾아 입고는 안대를 하고 누웠다.

“오랜만에 편히 잘 것 같네요. 먼저 잘께요.”

그리고 곧 새근거리며 잠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별거 아닌가.’

원기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희연은 눈빛만으로도 자신을 제압할 수 있는 강자였다. 발키리가 관리를 해줘서 몸상태는 좋은 편이지만, 이정도 신체 격차라면 쪼렙학살 없이도 가볍게 제압할 실력을 지닌 것이 희연이었다.

원기는 오랜만에 느껴지는 기분좋은 나른함에 몸을 맡기고 몸을 눕히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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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고요?”

“마침 드라마 촬영이 끝났으니, 신혼여행 삼아서 두 사람 모두 다녀오는게 어떨까 생각중입니다. 희연양의 전투 경험도 엘프들에게 전수해 주시면 좋겠지요. 마침 리디아양도 미국쪽에 인맥을 만들기 위해 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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