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백만볼트와 달링
원기가 미국에 도착한 후, 조제성의 안내로 저택으로 옮겨갔다. 미국에서 사용할 거점으로 유명 배우가 지은 대지가 넓은 저택을 사들인 것이었다.
“굉장한 회의실이군요.”
저택 지하에는 대규모 회의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비밀기지라기보다는 기업의 회의실 같은 느낌이지만, 조금 더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브리싱가멘 브랜드는 조제성의 명의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의심받으면 안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프레이야 제국의 귀족인 엘프들과 귀중한 장인들인 드워프들이 직접 수공예품으로 제작하는 것이니만큼, 브리싱가멘 브랜드는 꽤 절찬받고 있었다.
세계수의 일부를 아티팩트로 만들어서 브랜드품에 장착한 것은 꽤 위험한 아이디어였고, 현실 상황을 파악못한 실책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템플나이트의 경우 오랜 세월 이어져오기는 했지만, 신성력의 부족으로 근근히 명맥을 이어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발키리 제작이 가능하지만, 신성력의 대부분은 템플나이트 고위 기사들에게 이능을 부여하는데 쓰여졌다.
신성력을 사용해서 강제적으로 잠재 이능을 각성시키는 기술은 프레이야측이 갖지 못한 템플나이트의 고유 기술이었다.
생존을 위한 투쟁을 포기하고, 엘프들과 다른 세계로 탈출하는 것만을 고려해서 프레이야가 차원 기술을 개발한 것처럼, 신성력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현자회도 템플나이트도 세계수의 일부로 만들어진 사소한 아티팩트를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은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 결과 브리싱가멘은 제법 큰 돈줄로서 현실 세계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었다.
“시찰을 다녀오셔서 아시겠지만, 프레이야 제국의 체제는 순조롭게 잡혀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 계획이나 교통 쪽은 꽤 진보가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전기를 도입할 수 없다는게 아쉽습니다만.”
“매연 문제는 괜찮은 겁니까? 검은 연기가 신경이 많이 쓰이던데.”
“괜찮습니다. 석탄이 아닌 장작을 이용하는 증기엔진이라, 보기에 비해서 환경 피해는 적은 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증기 엔진을 제외한 내연 기관이나 전기 시설은 오딘에게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가능한 금지하고 있습니다. 헬기가 한번 뜬 적이 있고, 거북전차가 문제가 됩니다만 그걸로 엔진을 만든다거나 전기 장치를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헬리콥터는 현실 세계로 보냈고, 거북전차는 아예 작동을 중지시켜 창고에 보관한 상태였다.
거북전차는 방수를 위해, 내부가 완전 밀폐구조로 되어 있어서, 오딘의 천공의 성좌로도 내부 기계구조를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봐야했다.
발키리의 경우로도 확인이 된 바 있지만, 가시광선이 전혀 없는 곳에서는 보는 것이 불가능했다.
“오딘의 경우, 드워프들을 이용해서 증기기관을 재현하는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하늘을 나는 배를 만들었다고 하는 정보도 들어왔습니다. 판타지 게임이나 소설에 나오는 비공정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증기기관과 돛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기동성이나 운동성 모든 면에서 낙제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딘은 천공의 성좌를 이용해서 적들의 첩보망을 상당히 알고 있고, 그것을 역이용하는 반간계의 명수였다.
하지만 천공의 성좌가 존재하는 것을 드러내 놓을 수 없는 만큼, 왠만한 첩보활동은 눈감아 줄 수 밖에 없었다. 그 점을 이용해서 조제성은 오딘의 세력하에도 첩보망을 진출시켜놓은 상태였다.
오딘이 마음만 먹으면 날려버릴 수 있는 위험한 임무였고, 발키리에 의한 부활도 기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다크 엘프들 셋을 게임 캐릭터를 이용해서 투입한 상태였다.
그들은 다크 엘프 특유의 운동신경과 캐릭터의 신체 능력, 그리고 도적 클래스의 스킬을 이용해서 정보들을 수집하고 있었다.
“문제는 궁그닐과 묘르닐(토르의 해머)같은 신들 고유의 공격기술입니다. 이게 있는 한, 스텔스 전투기건 공격 헬기건 전차건 적들은 순식간에 무력화 가능합니다.”
제성이 몰래 미드가르드를 위해서 준비시키고 있는 전력들은 들인 돈에 비해서는 그리 충분하다고 할 수 없었다.
극비리에 준비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현재 무기 회사들을 사들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최대 주주로 등극한 회사도 아직 얼마 없었고,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고 해도, 간부진을 모두 갈아치울 수는 없었다.
완제품이나 부품들을 빼돌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기업비밀을 주로 빼돌리고 있었지만, 진짜 중요한 노하우는 인재들이 가지고 있었기에 그리 쉽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았다.
공격헬기를 확보한 것은 PMC인 네메시스가 가진 슈퍼 하인드를 포함해서 5기가 고작이었다.
희연이 토르에게 해머로 사정없이 두들겨 맞았던 점을 생각하면, 신성력 소모가 적은 궁그닐은 수백, 혹은 수천발 이상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궁그닐 한방이면, 헬기나 전투기는 끝장이라고 봐야했다. 전차라고 해도 일격일 가능성이 컸다.
전함 야마토에 세계수를 키우고 있는 것도 그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기른 세계수는 잠수함에 배치한 상태라, 다시 리셋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토르의 해머나 오딘의 창을 견디려면 최소 3년, 가능하면 5년 이상 전력을 다해 기를 필요가 있었다.
엘프 신관들의 대부분은 야마토에 배치되어 세계수를 기르는데 전념하고 있었다.
“필요한 것은 이간질입니다. 아스 신족과 거인족을 싸우게 만드는게 최선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신성력을 낭비 시켜서, 궁그닐이나 묘르닐을 쓸 수 없게 만든다면, 단 몇기의 공격헬기나 전투기만으로도 세계를 정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들이 이런 기술들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고성능 소수의 무기로는 성과를 얻기 힘들겁니다.”
조제성은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프레이야 제국이 세력 확장을 시도할 수 없는 것도 그때문이었다. 적들이 넘치는 신성력으로 달려든다면, 그때는 미드가르드를 포기하고 현실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혼돈의 대륙에 전력을 기울일 셈입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선, 게임의 인기를 높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게임의 인기?”
“예. 블러드 라인의 동접자 수를 끌어올려서, 적어도 구현화 가능한 숫자를 지금의 두 배, 백 명 이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제법 블러드 라인의 인기가 상승되면서, 동시 실체화할 수 있는 숫자가 50명 안팎으로 늘어났다.
나이트 엔젤과 테러 나이트들은 이를 감안해서 겹치지 않게 출격하고 있었다.
특히 몬스터를 실체화할 경우, 몬스터가 한사람 몫의 실체화를 필요로 했다. 따라서 몬스터의 소환은 금지하고 있었다. 대신, 합체하면 캐릭터 한사람분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합체화해서 코스플레이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추천되고 있었다.
그 결과 엘프들이 선호하는 몬스터는 주로 토끼와 여우, 고양이였다. 토끼는 청각 능력의 대규모 향상, 여우는 청각의 향상과 불 속성 공격, 그리고 고양이는 민첩과 은신능력 상승이었다.
“아, 놀들한테 남자 캐릭터 만드는 건 금지해 주세요.”
원기는 조제성에게 신신당부했다. 놀들이 남성 캐릭터를 만든다면, 희연과 연하와는 비교도 안될 근육질 괴물들을 만들려고 들 터였다. 희연과 연하의 경우엔 그래도 운동 능력을 고려해서 균형있는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놀들이라면 오직 힘에 올인한 무식하고 흉측한 캐릭터를 만들 것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적응도 잘할 터였다.
그리고, 그것은 원기에게 있어선 최악의 공포였다. 그나마 암컷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의 공세를 용케 버텨왔는데, 남자 캐릭터로 들이댄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았다.
“그건 확실하게 주의를 주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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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연과 원기가 브리싱가멘의 신상품 발표회를 준비하는 동안, 놀들은 음악에 관련된 훈련을 받았다.
어차피 악기 연주는 기대할 수 없었다.
메탈 밴드처럼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아예 도외시했다. 조제성은 그녀들의 음악을 미리 동영상 사이트에 ‘눈에 안띄게’ 업데이트를 해놓았다.
그리고 대신 그녀들이 인형옷을 입고 자동차를 부수는 장면들을 그녀들의 음악을 BGM으로 깔고 동영상으로 보여줬다.
그리고 인형옷입은 미소녀들이 자동차를 마치 헝겊인형을 찢어대듯이 찢고 파괴하는 장면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희연양, 대여 금고에서 목걸이 좀 찾아와주면 좋겠군. 이번에 선보일 걸작인데, 자네가 가장 안전할 것 같아.”
드워프들의 기술로 가공한 최고급 크리스탈 목걸이였다. 유리와 수정으로 만들어진, 재료만으로 보면 보석이라고 할 수 없는 싸구려지만 드워프들의 정교한 세공솜씨와 미적 감각을 최대한 살려서 만든 예술품이었다.
실제로 유리 세공품은 해외에서는 여전히 고가에 거래되는 가치있는 예술품이었다.
보석보다는 예술품에 가까운 이 목걸이는 이미 상당한 화제를 모으고 있었다.
“그래. 혹시 모르니, 놀원을 데리고 가게. 무슨 일이 생기거든 되도록 자네가 움직이진 말게. 자넨 어디까지나 모델이니까.”
조제성의 말에 희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심 생각했다.
‘틀림없이 무슨 일이 생기겠군.’
희연도 조제성에 대해서 꽤 알고 있었다. 그리고 놀원과 함께 가는 것은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
놀원은 애교를 완벽하게 터득했기 때문이었다. 희연 앞에서는 온갖 귀염과 아양을 떨고, 뒤에서는 다른 놀들을 쥐잡듯이 잡는 강인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놀랍게도 놀들은 현재 삼분의 일이, 전기 방출의 이능을 각성했다. 놀제로는 에인페리어가 되는 순간부터 가지고 있었고, 놀원을 시작으로 차츰차츰 전기방출을 시작했다.
장수한은 ‘놀들인 줄 알았더니, 피X츄들이었네.’라고 한마디를 던졌다.
조만간, 모든 놀들이 전기 방출을 터득할 것은 틀림없었다.
장수한은 그녀들을 위해 호피무니 비키니 수영복과 속옷세트를 주문했다. 전기쏘는 여자의 표준 복장이라는게 장수한의 강력한 주장이었다. 놀 제로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장수한의 이능 이종족사랑이 빛을 발해서, 그들의 표준 속옷으로 받아들여졌다.
“달링은 같이 안가는거야? 언니?”
놀 원이 귀여운 눈빛으로 물었다. 장수한이 놀들에게 원기를 ‘달링’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가르친 결과였다. 희연은 조제성을 떠올리며 쓴 웃음을 지었다. 뭔가 일을 꾸미는 곳에 원기를 보낼 리가 없었다.
“오늘은 우리끼리 가자. 그리고 달링은 그만 두는게 낫지 않을까? 원기 오빠가 범죄자가 되버릴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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