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195화 (195/497)

195화 아웃.

“흠, 생각보다 쉬운 일이로군.”

“보석도 아닌 목걸이가 200만불이라니, 정말 놀랍군요.”

“비디오 촬영 준비는 다 되었겠지?”

뒷 골목에 퍼진 조용히 퍼진 소문이라고 할지, 의뢰가 있었다. 브리싱가멘에서 새로 발매하기로 예정된 목걸이를 손에 넣는다면 200만불을 지불한다는 것이었다.

추가로 희연이라는 동양인 배우에게서 직접 회수하는 장면을 녹화해 온다면 그것만으로도 50만불이 추가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조건은 그 동양인 배우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동양인 배우의 팬이라도 되는 건가?”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그렇다곤해도 강도질을 의뢰하다니 웃기는 군요.”

그들은 제법 유명한 강도단이었다. 살인도 쉽게 저지르는 악질적인 강도들로서 별명도 나름 가지고 있었다. 범죄를 저지를 때, 해골 가면을 쓰고 범죄를 저질러서, 고스트 라이더즈라는 조금은 특이한 별명이었다.

마블 코믹스의 유명한 히어로 이름을 별명으로 가졌지만, 최악의 범죄 집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5인조이면서 범행 장소를 제압한다는 명목으로 아무나 한 사람을 쏘고 시작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비명소리와 신음소리가 나와야 사람들이 겁을 먹는다는 이유로 사살을 하지는 않지만, 저항도 못할 만큼 치명상을 입히기 때문에 범행 후에, 치료를 받아도 과반수가 사망하는 악질적인 수법을 선호했다.

수틀리면 서브 머신건을 연사하는 것도 그들의 수법이었다.

남미의 치안이 극도로 나빠지면서, 플로리다 지역을 비롯한 미국 남부 지역의 치안까지 덩달아 나빠진 영향이라고 볼 수 있었다.

미국 남부 지역의 경우, 영어 사용자가 급감하고 치안 공백이 커지면서 남미 밀입국자를 비롯한 이주자들이 늘어나면서 악질적인 갱단들이 자리잡게 되었다.

캘리포니아 역시 그 영향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미국에 의한 남미 경제 붕괴가, 미국에게도 크나큰 악재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었다. 물론 덕분에 총기 회사들은 여전히 큰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정보대로 올까?”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진 않을 것 같은데.”

그들이 얻은 정보에 의하면, 희연이라는 여성이 어린 소녀와 함께 대여금고가 있는 은행으로 리무진을 타고 와서 목걸이를 회수해 갈거라는 것이었다.

경호원은 따로 없다고 했다. 리무진을 타고 은행에만 들렸다 간다면 딱히 보디가드가 필요할 이유는 없었다.

“동양인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놈들이야.”

극동아시아 삼국, 한중일은 세계에서 치안이 좋기로 유명했다. 중국의 경우,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극히 무거운 상태에서 선진국 반열에 들게 된 덕택에 한일 양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꽤 안전한 국가로 여겨졌다.

“오오, 진짜 왔군요. 정보대로 단 둘입니다.”

“좋아. 은행에서 나올 때 노상에서 덥친다.”

목걸이 하나를 빼앗는 것이었다. 설사 리무진 운전수가 총기를 가진 경호원이라고 해도, 그들로서는 처리하기 어렵지 않을 터였다.

희연과 귀엽지만 조금 기분나빠 보이는 디자인의 인형옷을 입은 소녀는 바로 은행으로 들어가지 않고, 길가에 있는 노점상에 들려서 큼지막한 핫도그를 두 개 샀다. 소녀는 양 손에 핫도그를 들고는 희연의 뒤를 따라 은행으로 향했다.

한국인 연령으로 13살 전후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에인페리아의 육체였지만, 미국인들 기준으로는 8살에서 10살 남짓의 소녀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조금 기괴한 인형옷이지만, 딱히 제재를 가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놀들이 맨살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고 인형옷을 좋아한다지만, 그들이 특히 꺼리는 것은 몸매가 드러나는 것이었다. 호리호리하고 날씬한 몸매는 그녀들이 보기엔 ‘약해’ 보였고 그것은 그녀들에게 있어선 부끄럽고 추한 것이었다.

얼굴도 그다지 내놓고 싶어하지는 않았지만, 먹는 것을 원체 좋아하는 관계로 지금은 내놓고 다니는데 익숙해졌다.

특히 영악한 놀원은 희연과 원기에게 애교섞인 표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데 능해졌다.

쏘세지나 햄 같은 가공육과 아이스크림에 홀딱 빠진 놀들은 살찌지 않는 에인페리아의 육체 덕분에 엄청나게 먹고 싸는 만행을 저질렀다.

처음에는 몸매도 안망가지고, 건강도 관계 없으니 맘껏 먹으라고 두고보던 희연이었지만, 그녀도 나름대로 몸매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보고 있는 것 자체가 짜증나기 시작해서 강제로 절제를 시키고 있었다.

한가지 아이러니는 먹을 것 가지고 치사하게 구는 것이 애완동물 조련에 있어서는 최강의 무기중 하나였고, 희연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뇌리라고 할지 본능속 깊숙한 곳에서 ‘절대자’로 자리잡고 있었다.

은행 직원은 늑대모양 인형옷을 입은 소녀가 양손에 핫도그를 들고 먹으며 들어오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옆에 선 한희연의 모습에 정중한 태도를 취했다.

어려서부터 단련된 무인이기 때문에, 움직임에 절도가 있었다. 게다가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무엇보다 그녀에게는 위압감이 존재하고 있었다.

쪼렙학살은 그녀가 가진 위압감에서 발전된 것이었기 때문에 발동하지 않아도 주위 사람들을 압도하는 느낌이 있었다.

희연은 대여금고에서 목걸이를 꺼내서 목에 걸었다. 조제성의 요청이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은행에서 나와서 차에 오르려는 순간, 서브머신건으로 중무장한 5인조가 나타났고 그녀는 그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잘 찍어 두라고.”

해골 가면을 쓴 강도단 중 하나가 한손에 소형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두목으로 보이는 사내가 희연에게 다가가면서 소녀를 밀쳤다.

에인페리아가 인간의 세배의 능력을 가졌다고 하지만, 체중까지 세배가 되는 것은 아니었고, 남아있던 소녀의 핫도그 반쪽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 멍청한 새끼가!”

자신의 옷에 케찹이 묻어서 화를 내려던 강도 두목은 되려 들려온 욕설에 황당함을 느꼈다. 작은 소녀가 겁도 없이 자신을 향해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소녀는 자신이 무의식중에 터뜨린 욕설을 깨닫고는 희연의 눈을 애처러운 눈빛으로 보면서 눈치를 살폈다.

“괜찮아. 죽이지만 않으면. 다 해치워.”

소녀는 희연의 허가에 반색을 했다. 영어로 나눈 대화기에 강도단도 모두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런 미친 년들 같으니.(You FXXking Bitches)”

그가 욕으로 사용한 bitch라는 단어는 본래 ‘암캐’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개보다 우월한 하이에나를 자부하던 소녀에게 그다지 달가운 의미는 아니었다.

“내가 암캐라고? 그럼 넌 내 이빨에 낀 고깃조각이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주지.”

소녀가 거침없이 내뱉는 말에, 소녀와 눈빛을 마주친 리더는 등골이 오싹해 오는 것을 느꼈다.

감옥에서 싸이코패스와 만났을 때보다 더 안좋은 느낌이 들었다. 무시무시한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양심의 가책이나 거리낌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로 자신을 고깃조각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는 리무진 운전기사를 한방 쏴둘 생각이었지만, 황급히 소녀를 겨누려고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자신의 사타구니에 무시무시한 압력이 가해졌다.

소녀가 자신의 사타구니를 잡고 들어올린 것이었다. 무지막지한 악력과 괴력이 느껴지면서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할 정도의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하늘을 날아서 동료의 위로 떨어졌다.

그와 함께 울린 총성소리, 그는 등어리 쪽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통증을 느꼈다. 깔리면서 실수로 방아쇠를 당긴 것이었다.

동료가 리더를 쏘는 실수를 본 다른 강도들은 당황하며 주저했고, 그 순간 소녀는 뛰어올라서 다른 이들의 목을 잡고 바닥에 쳐박았다. 마지막 남은 사내가 소녀를 쏘려는 순간, 소녀는 가볍게 제압된 사내를 들어서 방패로 썼고, 그 상황에 당황한 순간 그는 날아오는 동료에 맞아서 바닥에 널브러졌다.

“아, 죽으면 안되는데. 죽지 마세요.”

총에 맞은 리더가 기절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아름다운 소녀가 미녀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에게 죽지말라고 애원하는 모습이었다.

은행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에 강도단은 그대로 체포되었고, 리더도 용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찍은 비디오와 CCTV영상, 가까운 차량에서 찍힌 블랙박스 영상등이 누군가에 의해 유출되어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왔다.

세 종류의 동영상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고, 셋을 합쳐서 영화처럼 편집한 동영상도 올라왔다.

그리고 늑대옷을 입은 여성들이 차량을 파괴하는 퍼포먼스를 찍은 동영상과 그녀들의 노래에 대한 동영상도 뒤늦게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아름다운 사진도 거기에는 한몫을 했다. 놀들은 사진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할 수 있어서, 자신들의 맨몸을 직접 보이는 것은 극히 싫어하지만, 사진을 찍히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약해보이는 여성 사진사들이 자신들의 사진을 찍는 것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그녀들의 미모는 어려움없이 세상에 선보여질 수 있었다.

“잘 자라고 있냐? 고기들아!”

청중들을 고기라고 부르는 특이한 여성 그룹이 세상에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Savage Bitches.

그것이 그들의 이름이 되었다. (가끔은 앞에 f로 시작되는 단어가 붙기도 했다.)

“절 먹어 주세요!!”라고 외치는 팬들의 모습을 보면서, 놀들의 실체를 아는 관계자들은 ‘죽고싶어 환장했군.’이라며 혀를 찼다.

훈제한 소시지와 햄들을 좋아하게 된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먹어오던 인육을 훈제하면 어떤 맛이 될지,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잡아먹어 달라고 하면, 사양할 리가 없었다.

놀들의 엽기적인 퍼포먼스와 비정상적인 인기는 곧 한국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류와 별 관계없이 미국에서부터 성공한 메탈그룹은 충분히 화제가 될만 했다. 한류스타도 대단한 것이지만, 거리감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조제성의 예측대로, 꽤 큰 파급력을 갖고 놀들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덕분에 특유의 인형옷은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로 인정받았다. 머리는 모자형태로 만들어 얼굴이 드러나는 디자인으로 만들었기에 그들의 패션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별다른 몸수색없이, 다양한 장소에 갈 수 있게 된 것은 큰 성과였다.

그리고 놀 제로는 프레이와 함께 블러드라인 안에서 몹들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목표는 뿔달린 맹수를 테이밍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아름다운 뿔은 그녀의 자랑이었기 때문이었다.

“뿔달린 백호라, 그런 짐승이 있었나?”

“게임 폐인인 네녀석이 모르면 아무도 모른다고 하더군.”

놀 제로는 프레이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은연중에 그녀의 보스는 희연으로 굳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프레이 역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게임하다보면 초딩에게 욕설을 들어먹는 일도 다반사였기 때문에 그런 것에 개의치 않게 된 것이었다.

“미안. 흰색 호랑이는 모르겠다. 금색 호랑이 중엔 뿔달린 놈이 있지.”

“그래? 그럼 안내해.”

개취급 받으면 열받지만, 하이에나보다는 호랑이가 좋아진 놀 군단다운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혼돈의 대륙을 누비는 금빛 호랑이떼의 전설의 시작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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