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화 블러드 라인의 진실
블러드 라인이라는 게임은 프레이야의 진영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계정을 만들고 게임을 하는 엘프와 다크엘프, 드워프들의 숫자는 약 300명을 넘어섰다. 물론 그들은 현대 사회에 대한 적응 훈련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실체화를 모두 경험한 것은 아니다.
전투 훈련장으로서도 블러드 라인은 꽤 유용했기 때문에, 전투 훈련을 위해서 블러드 라인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게임의 캐릭터를 실체화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만렙을 달성하고, 외부에 위험한 임무가 있을 때 이용하도록 되어 있었다.
동시에 실체 구현화 될 수 있는 숫자는 이용자 숫자에 비해서는 확실히 적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는 게임 내에서 폐인처럼 게임에 푹 빠져 지냈지만, 오로지 게임만 하고 지낸 것은 아니었다. 프레이는 컴퓨터라는 것이 만들어낸 가상공간을 이해함으로써, ‘지능’이라는 것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머리 속에 가상세계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꿈도 그렇지만, 현실 생활역시 감각기관이 얻어온 정보를 투영해서 만든 가상세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었다.
인간의 정신, 영혼이 하나의 가상세계라는 것을 프레이는 현대 문물과 게임, 컴퓨터를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또한 그것은 인간들을 통해서 생겨난 정신체인 미드가르드의 신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블러드 라인 그 자체가 프레이야님이다?”
[그보다는 프레이야님의 일부가 되어있다고 해야겠지.]
“원기님의 기억에 따르면, 전 프레이야님과 만날 때 이미 실체화를 경험하신 것으로 되어 있는데요?”
[그 부분은 내 추측이지만, 전 프레이야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정신체를 초대하기 위해서 실체화의 능력을 제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군. 미드가르드에 존재하기 위해서 필요한 신성력이 실체화로 이어진게 아닐까 싶어.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온 현 프레이야님에게 전 프레이야가 신격을 넘겼고, 신격은 자연스럽게 현프레이야님의 인격과 그를 구성하는 가상세계에 착상하게 되었다고 보네.]
프레이에게 있어서 전 프레이야는 자신과 동등하거나 그 이하의 존재였기에 그는 전 프레이야에 대해서는 공경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주신인 현 프레이야의 탄생에 기여하지 않았다면, 그는 여전히 전대 프레이야들을 경멸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럼 운명 게임과 연결된 블러드 라인만이 특별한 것이라는 소리가 되는군요.”
다른 게임들에도 차원의 문을 가져다 놓으려 시도했던 제성이 손바닥을 쳤다. 차원의 문은 블러드 라인과 운명에서만 작동되었다. 사실 세계수가 없는데 어떻게 게임 상에서 그 거울들이 작동했는지를 의심해 봐야했다.
블러드 라인이 프레이야의 일부임을 깨닫게 되자, 자연스럽게 답이 나왔다.
“결국 다른 게임들은 블러드 라인처럼 이용할 수 없다는 거로군요.”
[그렇게 봐야 할거야. 물론 다른 게임에도 신격을 옮기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세대 교체가 아니면 어렵겠지.]
조제성은 프레이와 굴베이그를 다른 게임에 이식하는 것을 잠시 고려해 봤지만, 특별히 메리트를 찾을 수 없었다.
게임 캐릭터의 능력이 에인페리아들과 거의 비슷하다는 점도 이를 통해서 설명이 될 수 있었다.
게임 캐릭터는 프레이야를 통해 구현된 유사 에인페리아이고, 스킬은 유사 이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에인페리아의 한계를 너무 뛰어넘는 스킬은 구현화 되지 못했고, 무기나 방어구등은 장식품에 지나지 않았던 것도 납득할 수 있었다.
“동접자 수는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미드가르드의 신들은 세계수의 변형체라고도 할 수 있지. 본체는 우리 신들이고, 각 세계수는 말하자면 양분을 빨아들이는 뿌리라고 할 수 있어. 각 세계수들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정신 에너지를 끌어들이지. 아스 신족들은 인간의 분노와 욕망, 증오를 통해서 얻고, 거인족들은 인간의 불안과 두려움, 공포를 통해서 얻지.
그리고 반 신족들은 신앙과 만족, 행복감을 통해서 얻는다. 신화 속의 굴베이그가 황금을 뿌려서 인간들을 타락시킨 것도 바로 그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블러드 라인은 변형된 세계수이자 본체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될거야. 그렇기에 그 안에서 얻는 정신적 만족 등이 프레이야님의 힘이 된다고 볼 수 있지.]
프레이의 설명에 조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게임 상의 만족이라. 중요한 걸 알게 된 느낌입니다.”
조제성은 미소를 지었다. 블러드 라인을 인수한 후에, 이런 저런 패치 시도가 쉽게 안먹힌 사실 역시 납득할 수 있었다.
프레이야의 일부로서 존재한다면, 당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설정의 삽입은 일부 가능하지만, 기존의 설정을 파괴할 수는 없었다.
조제성은 재빨리, 신전 시스템을 추가 시켰다.
신전 시스템을 추가시켰다고 해서, 특별히 게임 내용이 달라질 수는 없었다. 그저 프레이야의 신상을 배치하고, 거기서 프레이야를 위해 기도할 수 있게끔만 해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엘프 신관들과 엘프들로 하여금, 게임 내에서 프레이야의 신전에서 기도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동시 실체화 가능한 게임 캐릭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게임 내에서 기도를 하건, 밖에서 기도를 하건 결국 도달점은 프레이야라는 점에서 별반 차이가 없었다.
아니, 게임 밖에서 더 가치가 있었다. 발키리의 숫자라든가 죽은 사람을 살린다던가 하는데에도 신성력은 대량으로 필요했다.
오딘이나 토르를 비롯해 제법 이름있는 신들은 강력한 신성력 기술, 그리고 그것을 펑펑 쓸 수 있는 신성력의 비축분이 있었다.
프레이야의 경우에는 프레이야의 눈물이라는 기술이 있었고, 이것은 신성력을 이용해서 황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었다.
그런 면에서 황금의 마녀라고 불리우는 굴베이그와 프레이야가 밀접한 관계인 것은 틀림없었다.
다만 황금을 만드는 기술은 현 시점에서 아무 쓸모가 없었다. 황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신성력을 사람을 살리는데 사용하면 누구와 거래하는가에 따라서 막대한 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물론 프레이야는 그것을 인재를 얻기 위해서 써왔고, 그로 인해서 황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부를 획득할 수 있었다.
‘금이 아니라, 신성력을 쌓아뒀으면 좋았을텐데.’
조제성은 조금 아쉬워했지만, 만약 금이 아니라 신성력을 쌓아뒀다면 전대 프레이야가 신성력이 부족해서 급하게 현 프레이야에게 신격을 양도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 사실을 떠올린 조제성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프레이만큼은 아니라도, 그의 충성은 역시 현 프레이야에게 국한된 것이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생기는 것도 없는데 게임 속에서 기도하게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군.’
프레이에 의해서 블러드 라인에 대한 실체가 해명되었고, 그로 인해서 조제성이 머리를 써 볼 여지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었다.
생각해야 할 것은 우선, 동접자를 늘이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만족을 극대화 시키는 것, 그리고 신전에서 기도하게 하는 것이었다.
‘신전에서 기도하면 기도한 만큼 버프를 받는다던가 하는 시스템을 넣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무리겠지.’
블러드 라인에는 성직자 계통은 있지만, 신앙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저 교회 건물처럼 보이는게 있고, 퀘스트와 전직을 담당하는 NPC가 있을 뿐이었다.
새로 마을을 추가하고 NPC를 추가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시스템적인 면에서는 손댈 수 없는 영역이 너무 많은 편이었다.
‘이런 문제는 역시 장수한 녀석이 좋겠지?’
게임 폐인이라면 프레이와 찬균, 호철 일당이 있지만 그들은 해본 게임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게임을 접해온 장수한이 적임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제성은 장수한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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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박원기씨야?”
“진짠가 봐.”
이미우와 김민정은 유명 모델이자 탤런트인 박원기의 모습을 보며,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크리스 맥케이, 네메시스 사장이 맡긴 임무인 고위층 인사들의 애완동물들을 길들이는 임무를 도와줄 사람이 온다고 들었지만, 그게 자신들도 익히 알고 있는 살인미소로 유명한 훈남 배우가 올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왠지 TV로 볼때랑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야성적인 느낌이 좀 더 강해 보이지?”
연예인 박원기는 발키리가 연기해 온 것이고, 연기 지도를 받으면서 세련되고 풍부한 표정을 자랑하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원래 주인이 자기 몸으로 돌아온 것이지만, 되려 이질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본 주인이 돌아오게 되어서 좋아진 점도 있었다.
야성이 넘치는 살육의 세계에서 살다가 돌아온 덕택에 흔히 말하는 살아있는 눈빛이 되어 있었다.
상냥한 훈남에서,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는 야수와 같은 남성으로 이미지가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단순한 이미지 체인지라고 느꼈다.
‘이런 역시 연예인 모습을 아는 사람들인건가.’
원기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연예인으로 활동을 한 적이 없다보니, 연예인 원기는 프레이야보다 더 낯선 존재였다.
공항에서도 밀려드는 인파를 피해야 한다는게 참으로 부담스러웠다. 재미있는 것은 희연의 경우엔 단순히 눈빛만 흘려도 사람들이 바다가 갈라지듯이 그녀의 길을 내주었다는 점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진 좀 같이 찍어도 되요?”
인사말과 함께 튀어나온 두 사람의 외침에 원기는 한층 당혹감을 느꼈다.
“저거 동물학대 아닐까?”
“글쎄.”
“그건 그렇고 멋지긴 멋지다.”
원기에게 주어진 임무는 페인 마스터리를 이용해서 동물들을 굴복시키는 것이었다.
아무리 길들여지고, 인간 손에서 큰 호랑이라고 할지라도 맹수는 맹수였다. 하지만 원기는 그 맹수와 우리 안에서 1대 1로 대치해서 공격을 피하고 제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호랑이의 위맹해 보이는 포효가 울려퍼졌지만 김민정에게는 그 포효의 의미가 잘 와닿았다.
[탐마! 탐마! 항복! 그만해! 아파! 그만두지 않으면 죽인다! 제발 그만해! 그만둬 주세요!! 살려줘! 살려주세요!! 아니, 죽여줘! 제발 죽여만 주세요!!]
단계적으로 변하는 마음의 소리가, 동물의 마음을 듣는 김민정에게는 아주 선명하게 들려왔다.
[마음대로 하세요. 굽든 삶든 죽이든 살리든]
“이제 된 것 같아요.”
김민정이 말하자, 원기는 호랑이의 목을 살짝 놓았다. 좁은 우리 안에서 호랑이와 대치하는 것은 인간에게 불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호랑이에게 훨씬 불리했다.
호랑이의 특기라면, 은신했다가 급격히 달려와서 공격하는 것이고 우리에서는 앞발로 후려치거나 물어뜯는 것 말고는 할 수 없었다.
설사 공격을 당한다고 해도, 페인 마스터리를 이용해 반격할 일 순간을 만들 수 없을리도 없거니와, 희연의 칼부림에 비하면 리치도 짧고 빠르지도 못했다.
그는 가볍게 피하면서 목을 끌어안고 순식간에 끝장을 본 것이었다.
묶인 동물에게 페인 마스터리를 사용해도 결국은 굴복하지만, 1대 1로 대결한 다음에 사용하는 것이 굴복시키는 효과가 훨씬 뛰어났다.
놀 제로를 일격에 격침시킨 기술인 만큼, 인간에게 사육되는 짐승에게 적용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원기의 페인 마스터리 맛을 본 동물들은 이미우의 지시에 칼같이 따랐다. 그녀는 호랑이에게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인간을 공격하지 말 것을 지시했고, 호랑이가 그것을 맹세하는 것을 김민정이 들었다.
언어가 아닌 텔레파시 형식으로 의사가 전달되는 만큼, 거짓을 말할 수 없었다.
개들의 훈련이 조금 더 어려웠다. 미국 상류층에서 기르는 개들은 작은 애완견보다는 조금 큰 사냥견이나 경비견 류가 많았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는 인간을 공격할 필요도 있었다. 그 때문에 좀 더 정교하게 개들을 훈련시킬 필요가 있었다.
[전 목욕이 정말 좋아요. 물만 보면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수영이든 목욕이든 잠수든 시켜만 주세요.]
가장 호평을 받은 서비스가 바로 고양이 조련이었다.
원기의 손을 거친 순간, 고양이들은 바로 목욕을 사랑하게 되었다.
“왠지 좀 잔인한 것 같아.”
김민정은 한 숨을 쉬면서 말했다. 물론 그녀의 고양이도 목욕을 사랑하게 된 다음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말에 설득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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