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화 서유리
이미우는 기본적으로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동물에 돈을 쓰는 것도 싫어했다. 그런 태도 덕분일까, 동물들은 그녀를 따르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눈치를 심하게 봤다.
반면 동물들을 좋아하는 김민정은 만만하게 보고, 그녀에게 와서 투덜대고는 했다.
“이 놈들, 대체 사료값이 얼마야.”
이미우가 투덜대자, 김민정이 난처한 표정으로 웃었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얘네들도 지금 입맛에 안맞아서 고생들하고 있나 보더라고요. 원래 집에서는 꽤 좋은 음식들을 먹었나 보더라고요. 저녀석하고 저녀석, 요녀석한테는 전용 요리사도 있는 것 같아요.”
“뭐? 일류호텔 부페보다 비싼 사료가 입에 안맞아? 전용 요리사가 있어? 이거 안되겠네. 원기씨 오거든 좀 빡세게 해달라고 부탁해야겠네.”
다행이도 동물들은 이미우와 김민정의 대화를 들을 수 없었다. 만약 들을 수 있었다면,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인간들의 지혜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을지 몰랐다.
-------------------------------------------------------
“동물들 조련 계획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현재로서는 순조롭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미우씨와 민정씨만 참가 했을 때는 조교의 효과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얕잡아 보는 동물들이 많더군요. 설사 교육을 시켰다고 해도 그게 얼마 못갑니다. 리디아가 참석했을 때는 동물들이 호의를 갖게 되기는 했습니다만, 훈련 효과는 역시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제가 참가했을 때는 훈련 효과는 절대적이고, 그 효과도 오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동물들이 사람들에 두려움을 갖고 소극적이 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리디아와 제가 훈련에 함께 참가했을 때는 그 효과가 가장 좋았습니다. 훈련 효과도 오래갈 뿐만 아니라, 주인을 주인으로 인식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도 있었군요. 동물들도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조제성은 원기의 대답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그가 예상한대로의 결과였다. 김민정과 이미우를 불러들인 것은 그저 동물 조련에 써먹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유력자들에게 동물들을 조련해 선물하고, 군견들을 양성하는 것도 물론 필요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몬스터 조련이었다.
조제성이 본 몬스터는 일종의 생물 지뢰라고 할 수 있었다.
전대 프레이야가 엘프들이 사는 숲속에 몬스터들을 대량으로 풀어놓은 것도 그때문이었다. 나무에서 떨어지거나 부상을 입은 엘프들, 혹은 어린 엘프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적지 않았지만, 나무를 오르지 못하는 몬스터들은 엘프 외의 인간들이나 종족들이 숲속에 쳐들어오는 것을 막아주었다.
미드가르드에서는 국경을 이루는 지역에는 대량의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판타지에 주로 등장하는 고블린과 같은 작고 번식력이 뛰어나며 교활하고 공격적인 몬스터들이 많았다.
오우거 같은 대형 몬스터들은 엘프와 다크엘프들이 주로 서식하는 성역 레벨이 높으면서도 인간이 없는 곳에 주로 살고 있었다.
이들을 원기의 페인 마스터리와 리디아의 배가교환을 이용하면 충분히 길들일 수 있다는게 조제성의 계산이었다.
실제로 이미우와 김민정의 능력은 ‘동물’보다는 ‘인간이 아닌 생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작은 곤충이나 식물처럼 사고 능력이 없는 존재들과 대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크기가 있고 사고 능력이 있으면 충분히 대화가 가능했다.
“그럼, 혼돈의 대륙에 투입될 특수 팀도 어느정도 구성이 된 거로군요.”
“예, 굴베이그님과 서유리, 그리고 김태훈이 추가로 참여하게 될 예정입니다.”
“김태훈이라면 그 사람들의 건강을 한 눈에 알아보는 사람이지요? 서유리는 누굽니까?”
김태훈의 경우엔 김민정과 사귀다보니, 동물들의 건강까지 알아볼 수 있게끔 능력이 개화된 케이스였다. 몬스터의 상태까지 알아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김민정을 투입하게 된다면 함께 투입하는 쪽이 나았다.
“상대가 싫어하는 모습으로 의태하는 것이 가능한 능력자입니다. 실제로는 자신이 싫어하는 모습쪽에 가깝겠지요. 자신 외에도 열 명 미만의 동료들을 자신과 유사한 모습으로 의태시킬 수 있습니다. 아름답게 변신하는 것은 안되지만, 추하게 변신하는 것은 가능하다는게 특이한 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유령으로 의태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봐서 몬스터 무리로 의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입니다.”
“굴베이그가 꼬시고, 제가 괴롭히고, 리디아가 달래는 거로군요.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걸 돕는 것이고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혼돈의 대륙 중앙부의 몬스터들을 굴복시켰으면 합니다.”
“그 놈들은 대륙 중앙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요?”
“상관 없습니다. 전 그 중앙부가 좋다고 봅니다. 그곳에 프레이야 제국령을 건설한다면, 굉장히 유리해 진다고 할 수 있지요. 마치 미국처럼.”
“미국이요? 어떤 면에서 미국을 말씀하시는 거지요?”
“본진 털릴 염려없이 남의 나라 땅에서 전쟁하는걸 말하는 겁니다. 911을 제외하면 100년 이상을 공격받은 일이 없다고 하지요. 하와이의 진주만 습격을 포함해도 고작 두번입니다. 숱하게 전쟁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중앙부를 장악하고 몬스터들을 길들이면, 그게 가능해 집니다. 전쟁은 되도록 해선 안되지만, 하게되면 남의 땅에서 하는게 좋습니다.”
조제성은 자신있게 말했다.
원기는 그의 의견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혼돈의 대륙 중앙부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은 블러드 라인에 등장하는 보스몹 수준의 강력한 놈들이 많다고 들었다.
수인족도 용족도 쉽게 접근할 생각을 못하는 땅이었다.
그곳에 둥지를 튼다면, 혼돈의 대륙을 도모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배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터였다.
“흠, 혼돈의 대륙이라. 다시 한번 뛰어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원기는 아쉬운 점이 많았던 지난 수개월을 떠올렸다. 리디아의 안부를 걱정해야 했고, 물자가 부족해서 고생해야 했다. 디레가 어떻게 나올 지 몰라서 마음을 졸여야 했던 점도 있었다.
“전에 만들었던 폐광 던전에 이미 드워프들을 파견해 놓은 상태입니다. 제법 살기 좋게 개조해 놓았습니다. 그곳을 거점으로 삼으시면 됩니다. 이미 발전기를 비롯해서 전기 시설과 위생 시설까지 모두 갖춰둔 상태입니다. 미드가르드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살기 좋은 곳일 겁니다.”
조제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역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거지요? 혼돈의 대륙 내에서는 차원 거울을 쓸 수 없을텐데?”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굴베이그님의 여신 캐릭을 이용하면 프레이야님만큼은 안되지만 중간레벨 정도의 성역은 확보가 가능합니다. 굴베이그님은 자유롭게 오갈 수 없지만, 굴베이그님이 계신 상태에서 우리측은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됩니다.”
원기는 조제성이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을 추진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내심 혀를 내둘렀다. 상황을 보니, 잠수함이 도착하자마자 드워프들을 보내서 공사를 시작한 듯 했다.
드워프들의 경우, 순수 과학자로서는 인간보다 못했지만, 집중력이 필요한 분야에선 인간보다 뛰어난 면을 보였다.
드워프들이 뛰어난 것은 손재주보다는 오랜시간 집중하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특성을 이용해서, 외과 의사로 다수 양성중이었다. 건설 인부로서는 이미 인간들을 훨씬 넘어서는 숙련공으로서 활약 중이었다.
폐광을 중심으로 혼돈의 대륙 내부 곳곳에 드워프들만이 다닐 수 있는 통로를 건설하고 있었다.
조제성은 이 드워프 통로를 인간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소형 전기 열차를 개발시키고 있었다. 물론 문제점은 있었다. MRI 기계보다 조금 넓은 관짝 같은 곳에 누워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폐소 공포증이 없는 사람이라도 장시간 이동하는 것은 꽤 부담스러운 편이었다.
하지만 드워프 터널의 잇점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고, 파기 쉽다는 점이었다. 공사 기간역시 짧은 편이었다.
발키리조차 오래 활동하기 힘든 만큼, 오딘의 눈을 신경쓰지 않고 현대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조제성은 혼돈의 대륙에 적극적으로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혼돈의 대륙에 존재하는 진정한 혼돈이 무엇인지는 아무리 조제성이라고 해도 눈치챌 수 없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