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화 내단의 비밀
프레이는 필사적으로 블러드 라인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바로 게임 캐릭터의 실체화 때문이었다.
프레이는 이 실체화에 대해서 불만이 있었다.
바로 아이템의 실체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대론 내가 애써 모은 템들이 다 무용지물이야.”
물론 좋아서 모은 템들이지만, 미드가르드에서도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면 겜신 프레이의 진가가 발휘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물론 조제성은 그의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돈도 안들어가는 데다가, 아이템의 구현화가 된다면 나쁠 것은 없었다.
하지만 프레이가 과연 게임에서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게임 중독도 단단한 중독이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프레이에게 있어서, 이 게임 세계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미드가르드의 신들은 일종의 정신 에너지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존속하기 위해서 신성력이라고 부르는 정신 에너지를 소모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생각하기 위해서도 정신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다.
이 정신 에너지도 그리 풍족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신들은 끊임없이 전쟁을 벌여왔다. 경쟁자가 사라져야 더 풍족한 신성력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죽으면, 신성력 자체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전쟁에서 승리하고 살아남기 위해선 신성력이 많이 소모되었다.
결국 신들은 일종의 절전 모드를 사용해야 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신성력을 모아두기 위해서, 사고 능력을 다운 시킬 필요가 있었다.
절반쯤 자고 있는 상태로 가끔씩 추종자들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최대한 신성력을 모으는 것이 신들의 존재방식이었다.
반면, 게임 속에서 그는 늘 쌩쌩한 상태였다. 머리도 맑고, 다양한 감정과 감각을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게임 라이프를 마음속 깊은 곳부터 만끽하고 있었다. 다만, 다크엘프들을 위해서 자신이 나서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과 아이템빨을 현세에서도 누리고 싶다는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고 있었다.
‘답은 세계수로군.’
프레이는 꽤 답에 근접해 있는 상태였다. 아티팩트를 만드는 재료인 세계수와 신성력을 아이템 구현시에 사용한다면, 실제 세상에 통용되는 아티팩트의 창조가 가능해질거라는게 그의 판단이었다.
‘인벤토리에서 꺼내는 과정에서 세계수와 신성력을 결합시키면 되겠지.’
캐릭터의 구현은 에인페리아 창조와 비슷했다.
반면 아이템의 구현은 아티팩트 창조와 비슷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고성능 아이템의 구현에는 막대한 신성력이 소모되는 것이 당연했다.
프레이는 캐릭터 구현화시기에 아이템을 구현화하는 것은 무리라고 봤다. 하지만 이미 캐릭터로 현실에 구현화된 상태에서 신성력과 세계수라는 두 재료를 확보하고 아이템을 인벤토리에서 꺼내는 순간 결합시킨다면 충분히 강력한 아티팩트로 성립시킬 수 있을 터였다.
‘기다려라 유니크 템들아. 마이 프레이셔스들.’
그는 연구하는 틈틈이, 아니 보스 사냥 틈틈이 연구를 하고 있었다.
인벤토리에 넣어둘 수 있는 아티팩트라면 그 사용 가치는 대단히 크다는 점에서 조제성과 장수한 역시 기대를 갖고 있었다.
세계수와 신성력을 사용해서 제작되는 아티팩트인만큼, 마구 찍어낼 수는 없겠지만, 적은 숫자라도 있다면 나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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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대륙에서 그렌과 미라엣, 두 다크엘프들의 활약은 순조로웠다. 은호의 역할을 맡은 그렌은 타고난 체격과 무력, 그리고 실버 타이거가 원래 가진 능력인 포효를 이용해서 완벽하게 원기를 재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쪼렙학살을 자랑하며 적들을 학살해온 희연의 흉내는 쉽게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미라엣의 능력인 보이지 않는 거인을 사용하면 외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
바람의 거인에게 짓눌려 꼼짝 못하는 자들을 불꽃을 일으켜서 처치하거나 검으로 목숨을 끊어주면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순조롭게, 그렌과 미라엣은 제 3의 세력으로서 혼돈의 대륙에 자리잡아 나아가고 있었다.
“이상하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뭐가 그렇게 이상하십니까?”
“자네가 생각하기에 지금의 전황이라는게 이해가 가나? 수인제국이 너무 형편없게 밀리고 있어.”
“전력을 감추고 있는게 아닐까요?”
“이미 수도가 밀린 상태야. 반격을 하려면 수도 점령 이전에 하는게 옳았지. 수도를 포기하고 후퇴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전력이 부족했다고 봐야 해.”
“내분이 일어난 건 아닐까요?”
장수한은 상식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용족을 상대로 수인족이 내분을? 말도 안되는 소리야. 그들과는 타협이 안되네. 내분이라는걸 내세우기엔 무리가 있어.”
조제성은 왠지 상황이 명백하게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런 뒤틀림은 인위적인 것임에 틀림없었다.
“역시, 마음에 걸리는 건 내단이라는 존재야.”
“내단이요?”
강력한 반수, 그 이상의 존재에게서 반드시 나오는 내단은 용족에게는 전사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자원이었다.
그리고 용족에게 먹일 경우, 전투종은 강력한 전투종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그 전투종의 뱃속에서는 마찬가지로 내단이 존재했다.
“내단이라는게 꽤 중요한 존재라는거지. 게다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아.”
새롭게 태어나는 반수, 진수, 신수들은 내단을 만들어서 태어난다. 그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반면 없어지는 내단이라는건 버려지거나 부서지는 것 뿐이었다. 용족들이 워낙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암거래로 용족에게 팔려나가는 것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내단은 끊임없이 늘어났다.
“간단 계산으로 따져본다면, 전쟁 전에 용족이 가진 내단의 수는 약 1만개에 달하지. 그리고 수인족들이 보유한 것은 약 1만 5천개 정도는 되었다고 봐.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수인족들은 전력이 삼분의 일 이하로 줄었어. 반면 용족이 얻은 내단 수는 1천개도 채 되지 않아. 디레 모르게 빼돌린게 있다고 해도 말이 되지 않는 수지.”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요?”
“아직은 좀 더 알아봐야겠어. 아무래도 뒤에 누군가가 존재한다고 봐야겠지. 헬? 토르? 최근에 이쪽 대륙에 진출하는 신족들일 가능성이 클 것 같군.”
조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놀 제로는 만렙을 찍기도 전에 호랑이 탈을 쓰고 수인제국 측으로 정찰을 가게 되었다.
수인제국은 현재 절대적인 위기 상황인데다가, 문명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서 의용군들에게도 꽤 높은 지위를 약속하는 상황이었다.
마치 황건적의 난 때 수많은 군웅들이 부각되던 상황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제3의 세력이라고 하지만, 그렌과 미라엣이 있는 쪽에는 수인족들이 거의 없어서, 용족들에게는 그다지 큰 위협도, 동시에 매력도 없는 전장인 것도 사실이었다.
반면 수인제국은 점점 퇴로가 끊기고 있으며 다수의 ‘내단’을 지닌 수인족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용족들의 전력이 집중되고 있었다.
수인족들은 퇴로를 혼돈의 숲쪽으로 삼고 있었다. 대륙 중앙부의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숲을 등지고 배수진을 친 꼴이었다.
인간들은 숲에 들어가면 곧 죽지만, 강력한 수인족들은 숲에서 살아남는 것이 가능했다. 용족의 특기는 숫자로 밀어붙이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도 대형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혼돈의 숲이 강력한 수인족들에게는 탈출 가능성도 확보된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제성에게는 그 움직임 자체도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대륙 중앙부에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그는 급박하게 변하는 정세가 마음에 걸렸다.
‘아무래도 제동을 걸 필요가 있어. 지하요새를 노출시키는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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