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화 폭탄드랍
‘호오, 조제성과 장수한이 비밀 연구소에 모이다니, 놓칠 수 없겠군.’
오딘은 비밀 연구소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가능한 지켜보려고 애썼다. 비밀 연구소에서는 지구에서 가져온 가치있는 정보들이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얻은 정보입니다. 오딘의 영역에서 만들어진 비행선에 대한 정보입니다. 비행선이라기보다는 비공정입니다만.”
“과연 우리 세계의 비행선과는 그 형태가 많이 다르군.”
오딘은 그들의 발언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스파이들을 많이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딘측 정보가 새어나간 것이었다. 말단 스파이 같은 것들을 일일이 추적하기엔 천공의 성좌는 너무 가치있는 물건이었다. 오딘도 그렇게 한가하지 않기 때문에 부득이한 일이기도 했다.
“흠. 강력한 증기기관에 하늘을 나는 부양목으로 만들어진 배라니. 대단한 물건이군.”
“대량 생산도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엄청난 물건이 아닐 수 없지요.”
장수한 역시 조제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오딘에게 있어서 비행정은 대량 생산하기엔 문제점이 있었다. 그리 활용도가 높지 못하다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역시 아직 미숙한 점이 보여. 우선 폭탄 투하창이 없군. 대포만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지. 아래쪽에 폭탄 투하창을 만들고 폭탄을 투하하는 거야말로 효과적이지.”
“과연, 융단폭격만큼 효과적인 공격은 없지요.”
장수한과 조제성은 폭탄의 그림까지 만들어 보였다. 지상에서 충격 신관을 통해 폭발하도록 꼬리 부분에 날개를 붙인 폭탄의 디자인을 그리기까지 했다.
오딘은 그들의 이야기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정이 폭격을 위주로 하면서 대량으로 하늘을 날게 된다면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부양목을 얻으면, 우리 쪽에서도 이 비공정, 아니 비행정이라고 했나? 이놈들을 양산해 보도록 하지. 무적의 병기가 될 테니.”
“안전 장치가 문제입니다. 공격 받아 추락할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상관없어. 돛을 변형시켜서 낙하산을 만들면 되지.”
“과연. 그런 방법이 있군요.”
그들은 직접 그림을 그려 가면서 오딘의 비행정을 개조해서 완벽하게 만들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오딘은 그 모습을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드워프들을 쥐어 짠다면, 그들의 개조 개획안을 더욱 확실한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오딘의 천공성과 천공함대가 완성된다면, 그 때는 미드가르드를 통일하는 것도 가능할 지 몰랐다.
“우리가 이걸 개조한 함선을 만들면, 이 정보도 오딘에게 흘러 들어가는 건 아닐까? 증기 엔진이 비행정에 달린게 신경 쓰이는데.”
“그건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적이 따라한다고 외면할 수도 없으니까요. 오딘 측이 정보망은 우리보다 더 뛰어난 편입니다. 차라리 오딘 쪽과 기술 협력을 요청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흠. 그건 고려해 봐야겠군. 부양목은 우리가 만들 수 없으니.”
“그건 그렇고, 혼돈의 대륙에서 온 정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래. 프레이야님을 찾는 와중에 얻게 된 정보야. 프레이야님과 간신히 접촉하는데 성공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쉽지 않으실 것 같더군. 문제는 그것 뿐만이 아니라, 혼돈의 대륙이 실제로는 로키 일족의 거대한 비밀 기지와도 같은 거라고 하더군.”
오딘은 제성과 수한이 프레이야의 흔적을 찾았다는 사실에 놀랐다가, 혼돈의 대륙이 로키의 비밀기지라는 사실에 당혹감까지 느꼈다.
그도 곧 천공의 성좌의 비밀을 눈치챈 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로키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조제성과 장수한은 오딘이 보고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 혼돈의 대륙에 대한 정보를 흘리면서 머리를 쥐어 짜고 있었다.
오딘은 그들의 정보를 들으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혼돈의 대륙에 존재하는 변질된 신성력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거대한 펜릴의 육체, 대륙과 맞먹을 정도로 큰 요르문간드의 거체를 비롯해 아스 신족들의 신성력도 엄청나게 깔려 있었다.
그것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수인족과 용족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섬칫한 기분까지 들었다.
이제 수확의 시기였다. 그 모은 힘을 이용해서 벌일 수 있는 일은 적지 않았다. 대륙을 한입에 삼킬 거대한 뱀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고, 신들을 단칼에 베는 검을 만들 수도 있었다.
아니면, 지구 혹은 다른 세계와 통하는 거대한 길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오딘에게 있어서 유익한 것은 아니었다.
오딘은 지금 프레이야를 통해서 얻어내는 지구의 지식만으로도 소화하기 버거운 상황이었다. 드워프들을 열심히 쪼아대고 있지만 지구의 과학 기술은 상상도 못할 범주에 이른 것들이 많았다.
로키가 문을 잘못 열면, 지구의 역습을 받을 수도 있었다. 신들에게 해방되어 자유로워진 인간들이 마법과도 같은 무기를 들고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
프레이야 제국에서 엘프들과 드워프들, 그리고 인간들에게 필사적으로 이것 저것을 교육하는 것이 그런 현대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는 사실은 오딘도 쉽게 알 수 있었다.
프레이야 여신의 충복이 된 현대인들이 현대 문명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은 오딘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로키, 그 즉흥적인 놈을 내버려두면 안되겠군.’
오딘은 결심을 굳혔다.
“아무래도 비행정을 개발한 게 혼돈의 대륙을 정벌하기 위한게 아닐까?”
“아, 그러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래. 이건 완전히 폭탄드롭이 나서야 할 상황이야.”
‘폭탄드롭이라고? 그게 뭐지?’
오딘은 조제성과 장수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는 폭탄 드롭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비로소 이해를 했다.
“아마, 오딘이라면 이정도는 생각하고 있겠지.”
“그렇겠군요. 그럼 함대는 어느정도 건설할까요?”
“혼돈의 대륙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일단 이 정보의 비행정 규모라면 약 일만척은 뽑지 않을까?”
“백만명이요? 그건 너무 많지 않은가요?”
“아니, 오딘은 혼돈의 대륙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배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토르를 비롯해서 다른 신들의 전력을 합치면 백만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거야. 혼돈의 대륙을 폐허로 만들기만 하기엔 아깝지. 이 기회에 아스신족의 땅으로 만들어 버리는게 낫겠지. 내가 오딘이라면 틀림없이 그렇게 할거야.”
조제성의 말에 오딘도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로키가 자신을 속이고 혼돈의 대륙에서 음모를 꾸몄다는 사실이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백만명을 혼돈의 대륙에 드롭한다는 발상은 오딘의 마음에도 꼭 들었다.
‘놈들의 첩보망이 있으니, 저대로 개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겠지.’
오딘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조제성이라는 자가 자신을 높게 사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조제성이라는 자는 자신이 도청당하는 줄도 모르고, 자신이 낸 작전을 오딘이 사용해도, 그것을 순수하게 오딘이 떠올린 줄로 착각하고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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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큭. 완벽하군.”
비밀 연구소는 오딘이 도청하라고 만들어 놓은 특별한 장소였다.
프레이가 세계수에 교묘하게 손을 대놓아서, 오딘이 이 세계수에 천공의 성좌로 접속하면 기지 내부에 신호를 발하게 되어 있었다.
연구소의 조명은 오딘이 보는 순간, 형광색에서 주광색으로 변하게 되어 있었다.
조제성과 장수한은 오딘이 접속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처음에는 비행정에 대한 이야기만 나눴다. 약 30분 경과 후에도 여전히 오딘이 접속해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오딘이 30분 이상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은 이 세계수 주변에는 벌어지지 않았다. 일부러 비밀 연구소라고 명명하고 외진 곳에 지은 것도 그때문이었다.
오딘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한 조제성과 장수한은 혼돈의 대륙에 대한 썰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행정 대량 생산을 이용한 융단폭격과 폭탄 드롭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그런데 제성 형님. 융단 폭격이랑 폭격에 대한 이야기는 위험한 거 아닙니까?”
“융단 폭격? 말도 안되는 소리야. 그정도 화약을 손에 넣을 수 있을리가 없지. 아마 융단 폭격 흉내내려면, 오딘이 가진 폭약을 탈탈 털어야 흉내나 한 두번 낼 수 있을거다.”
“아, 그런가요.”
제성의 자신감을 수한은 잠시 생각해 보고 알 수 있었다. 폭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질소 화합물이 필요했다. 하지만 질소 화합물은 자연에서는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대소변에서 추출하거나 초석 광산을 이용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조선시대에도 말오줌에서 화약을 추출해서 사용하는 제법이 있었을 뿐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을 압박한 유럽은 남미의 초석이 독일에 반입되는 것을 철저히 막았다. 그리고 독일이 곧 화약 부족으로 손을 들게 될 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독일의 유태계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암모니아 합성법을 개발해서 화약을 대량 생산하게 되었고, 전쟁이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동시에 암모니아 합성법으로 만들어진 질소 비료가, 세계의 농업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켜서, 식량이 남아도는 풍부한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미드가르드에 없는 것은 화석자원과 질소비료였고, 이 두 가지는 근대 문명에 있어서는 불가결한 것이기도 했다.
그것이 조제성이 오딘이나 로키에 대해서 가지는 우위라고도 할 수 있었다.
폭약의 대량 생산은 오딘에게는 무리였다. 물론 생산력 자체는 나름 놀라운 편이기는 했다.
구식 화약 제법을 가지고도 제법 총기를 양산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융단폭격을 시도하려면, 폭약을 생산하느라 허리가 휠터였다.
“일만척의 폭격가능한 천공 함대라, 그거 가지면 꽤 마음이 든든하긴 든든하겠지.”
제성은 오딘의 움직임을 확인하는데로 로키 측에도 흘릴 예정이었다. 혼돈의 대륙에서 한바탕 또 거하게 전쟁을 일으킨다면, 그건 그거대로 또 득이 될 수 있었다.
그가 혼돈의 대륙에 원한 것은 넓은 대지나 식량이 아니었다. 오딘의 눈을 피해 무기를 비축하고 생산할 공장과 창고 시설이었다.
그리고 그건 이미 혼돈의 대륙 지하에 착실하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왕이면 적당한 남자나 만들 것이지. 흠, 그러고보니 쓸만한 남자들이 부족하긴 부족하네.”
이능자들 가운데서 쓸만한 남자들을 픽업해서 조은혜 곁으로 배치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조제성은 사람들의 검토에 들어갔다.
조은혜는 엘프 남성들을 시종 삼아 거느리고 있긴 했지만 남성미가 없고 좋게 봐줘야 조금 소년틱한 미소녀로 보이는 터라, 조제성 생각만큼 잘 풀려주진 않았다.
비밀기지 건설 지휘를 하고 있다곤 하지만, 조제성이 유혜서에게 갈 낌새만 보여도 재빨리 제 엄마 곁으로 와서 어리광 부리는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엄마를 정말 좋아하는 소녀라기보다는 아버지에 대한 반감과 애증으로 똘똘뭉친 약삭빠른 처녀라고 봐야했다.
‘여자 꼬시는 이능 가진 놈은 없나. 있어도 이상하진 않을텐데.’
조제성은 혀를 차며, 리스트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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