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잊혀진 신전
천재가 태어나기 위해선, 3대가 필요하다는 소리가 있다.
예를 들어, 천재 요리인이 태어나는데에도 3대가 필요하다.
인간은 어릴 때 그 재능이 형성되기 때문이었다.
1대가 처음에 맛있는 요리를 좋아하게 되면서, 그 기초가 만들어진다. 1대는 성인이 되어 요리를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맛을 잘 모른다.
맛의 미묘한 차이를 모르지만, 그래도 맛있는 음식이 좋아서 열심히 찾아다니고 먹어본다. 그것이 그의 한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녀가 2대가 된다. 음식을 좋아하는 1대의 덕분에 어려서부터 맛에 민감하게 된다. 하지만 맛의 차이를 제대로 모르는 1대는 2대의 재능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능할 뿐, 길러주지 못한다.
어려서 제대로 재능을 길러내지 못하는 2대는 우수하지만,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할 수는 없다.
그리고 3대가 태어난다.
그들은 1대와 2대의 영향으로 어려서 재능을 터득한다. 탁월한 미각을 형성하기 시작할 무렵, 2대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 재능을 올바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를 통해 이들은 유아 시절에 이미 누구도 얻을 수 없는 천재성을 획득하고 그것을 키워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음악이나 미술도 마찬가지다.
보통 사람들은 미묘한 음의 차이나 색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 가능한 것은 그저 좋아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거나의 차이 뿐이다.
2대나 3대들처럼 축복받은 환경속에서 자라지 않고는 아주 미세한 차이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차이를 아는 자만이 그 차이를 누릴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허영심에 비싼 돈을 지불하고 고급 요리를 먹거나, 음악을 듣거나, 미술을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지불하는 비싼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그 차이를 알고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봐야 어차피 인간.”
장수한은 가볍게 일축했다.
인간과는 태생적으로 비교가 안되는 재능을 지닌 존재들, 엘프나 드워프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엘프의 시각과 청각, 드워프의 후각과 촉각은 감히 인간과 비교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재능은 조금만 키워줘도 최고의 수준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드워프들의 재능에 한계가 있다는게 아쉽군.”
드워프들은 뛰어난 장인이었다. 그들은 강한 힘과 섬세함을 겸비해서 물건을 만드는 기술자로서의 능력은 뛰어났지만 과학자로서의 능력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육체 노동자이지, 두뇌 노동자는 아니었다.
엘프들은 예술가적 기질은 넘쳐났지만, 역시 두뇌 노동자로서는 뛰어나지 못했다.
물론 엘프들의 청각과 시각은 총기를 다루는데 뛰어났기 때문에 전투적 재능은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드워프의 전투적 재능은 큰 의미 없었다. 그들의 호전성과 강인한 힘은 게임 캐릭터들에 비하면 의미가 없었다.
결국 드워프의 재능은 수공품의 제작에 있었다. 물론 대량 생산 공정에 있어서도 드워프의 존재는 빛을 발하는 면이 있었다.
대량생산에 임하는 기계의 질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과학적인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학문적인 행정적이고 과학적인 재능을 보인 것은 예상외의 존재인 남자 엘프들이었다.
남자 엘프들은 엘프 사회에서는 가장 중요성이 떨어지는 존재였다.
마을이 습격당하거나 할 때는 곧잘 버려지는 존재들이었다. 그래서 남자 엘프들은 보통 그 숫자가 적게 관리되는 편이었다.
문제는 원기가 프레이야가 되면서 생활이 안정되고 식량 사정이 좋아졌다. 그래서 버려지거나 희생되는 남자엘프들이 줄어들었고 그 결과 남자 엘프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미드가르드에서 천시되던 학문적 재능을 가진 덕분에 그 활용도가 늘어났다. 장수한은 엘프 전용 남학교를 세우고 거기서 상당한 고등 교육을 실시 중이었다.
장기적으로는 현대인을 능가하는 과학자들과 고급 기술자들이 양성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조제성은 장수한과 함께 드워프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현대인들은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지만, 재능이 있는 자들은 극소수였다. 대부분 1대의 취미 생활에 국한되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을 즐기지만, 정말 맛있는게 뭔지 모르는 사람들로 넘쳤다.
미술을 즐기고 사진을 즐기지만, 뭐가 좋은 사진인지 뭐가 아름다운 그림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넘쳤다.
그래서 이들은 전문가에게 자신들의 판단을 떠넘겼다.
조제성은 그 점에 착안해서, 엘프와 드워프의 조합으로 파워 블로거들을 양성했다. 사람들은 미각에 후각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지만, 후각은 맛의 30% 이상을 좌우했다.
그런 면에서 드워프의 후각은 인간 미식가들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예민한, 아니 정밀한 것이었다.
미각은 두 종족 모두 인간보다 뛰어난 편이었다. 엘프들은 식물성 음식 재료의 평가 능력에 있어서는 압도적이었다.
그것을 토대로, 드워프와 엘프의 조합으로 블로거 활동을 시켰다.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하고 그것을 토대로 평가를 내리게 한 것이다.
블로거용 드워프들에게 새로운 육체를 제공하는 것은 낭비가 컸기 때문에 그들은 대외 활동을 할 때 휠체어를 탔다.
휠체어에 서있으면 떡벌어진 어깨 덕분에 평범한 인간처럼 보였기 때문에 하반신 모양의 의체와 조합하면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다.
엘프 남성과 조합하면,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와 귀여운 미소녀의 조합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들은 순식간에 와인 매니아들과 미식 매니아들의 눈길을 잡아 끌었다.
이들은 굳이 추상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다.
-부드러운 단맛은 1977년산 로X네 콩티를 연상시키고, 조금 떫은 듯한 느낌은 2000년산 캘리포니아 와인들을 연상시킨다. 산미는 1981년산 샤토 X캠에 가까운 느낌이다.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아는 사람은 누구나 맛을 떠올릴 수 있는 표현을 사용했다.
‘벌거벗은 여자가 광장에서 날뛰는 듯한 맛’같은 전위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 그들의 분석은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고, 자연스럽게 굉장한 권위를 얻게 되었다.
“이제 장사를 위한 기본 틀을 만드는데 성공했군.”
조제성은 자기 뜻대로 조작하기 위해서 그들을 블로거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 좋은 것을 만들어도 그게 좋은 것인 줄 모르면 말짱 헛수고가 되기 때문에, 미리 시장을 만들어 두는 것이었다.
좋은 것을 만들면 팔린다는 환상에 사로잡힌 이들이, 좋은 것을 알아볼 줄 모르는 현실에 부딛쳐서 박살난 예는 너무나 많았다.
조제성은 좋은 것이 좋은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 만으로 충분했다. 그에게는 정말 좋은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드워프들은 유명 와인 산지들을 돌아다니면서 그 밭의 냄새와 맛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밭의 흙으로 만들어질 와인의 맛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해서, 좋은 와인이 만들어질 수 있는 흙이 있는 곳에서 대량으로 흙을 모으고 밭을 만들었다.
드워프들이 고르고 조성한 밭에 엘프들이 포도를 기르고, 드워프들이 와인을 담그고, 엘프들의 청각과 드워프의 후각을 이용해서 와인을 발효시키고 숙성시키는 것이다.
제성이 블로거들에게 시킬 일은 하나 뿐이었다.
정당하게 평가해서 그 품질을 세상에 알리는 것 뿐이다.
엘프들이나 드워프들은 나이에 따른 외모의 변화는 적지만,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은 차이가 컸다.
변화에 적응하기 힘든 나이든 엘프와 드워프들은 이렇게 와인 사업에 투입되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사용되었다.
권위있는 언론의 장악, 조제성은 미슈X가이드를 능가하는 잡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힘도 확보해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장수한은 드워프들에게 따로 지시를 내려서 맥주를 생산하도록 했다. 조제성의 경우, 비싼 가격에 팔릴 수 있는 와인을 선호했지만 장수한은 드워프라면 맥주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맥주에 홉을 첨가하기 시작한 것은 10세기 경부터이고, 드워프들이 보리로 만든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미드가르드의 드워프들은 맥주와는 그다지 연이 없었다.
하지만 장수한의 열정이라고 해야할지, 이능 이종족 사랑 탓인지 드워프들은 맥주 양조에도 힘을 기울였고, 그 결과 초고가 와인과 대등하게 팔리는 초고가 브랜드 맥주를 탄생시켰다.
물론, 너무 고가라서 드워프들은 그다지 즐기지 않고, 판매와 접대용으로 사용되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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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오토바이에 검은 라이더 슈트를 입고 헬멧을 쓴 일단의 무리가 희연의 집에서 운영하는 도장에 몰려들어왔다.
마침 학생반이 끝나서 나오던 학생들이 그들과 마주쳤다.
집중력에 도움이 되고, 극도의 긴장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해 준다는 이유로 검도를 배우는 중고등학생들이 제법 되었다.
“저 사람들 무슨 일이지?”
“폭주족인걸까?”
“검도 배우러 온 거 아닐까?”
“몸매들 장난 아닌 것 같은데.”
모두 똑 같은 검은 색 일색의 라이더 슈트를 입은 이들의 몸매는 확실히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군살이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확실히 전해졌다. 여성의 몸매도 약간 슬림하지만 모델급의 몸매라는 것은 확실했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뒤에도 헬멧을 벗지 않은 채, 그들은 도장 안으로 거침없이 걸어들어갔다.
한희연의 아버지, 한규선은 그런 그들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도장안으로 부츠를 신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무시무시한 느낌이로군.’
스무명에 달하는 이들이 모두 무시무시한 강자라는 사실을 그는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검을 배우러 오신 거라면, 신발은 벗고 들어오시지요.”
한규선의 말에 한명이 다른 이들에게 뭐라고 설명하자, 모두가 신발장으로 가서 부츠를 벗고 들어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헬멧들을 벗었다.
건강해보이는 갈색 피부에 좋게 보면 은발로 볼 수 있는 청회색의 머리칼을 한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귀는 뾰족하고 긴 편이었다.
‘다크엘프들이로군.’
한규선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희연이 미드가르드에서 알려진 검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여신의 신관에게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가 미드가르드에 끼어들지 않은 것은, 그에게 검의 재능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한희연의 조부는 검도에 반해서 이런 저런 검도를 배워 3단까지 땄지만, 그리 뛰어난 검사는 아니었다. 그에게는 애초에 재능이 없었다.
그 아들인 한규선은 검도의 재능은 있었지만 그것을 키워줄 지도자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름대로 그의 성격에 잘 맞았다. 자신의 한계를 알기에, 남을 가르치는 길을 택했고 그것은 나름 큰 재능이 되었다.
그리고 희연이 태어났다. 그녀는 천재적이었다. 가르치기를 좋아하는 아버지와는 달리, 그저 강해지는 것을 좋아했다. 이미 일찌감치 스포츠의 경지를 넘어선 영역으로 간 그녀는 검도로 먹고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남을 가르치는 것은 성에 맞지 않았다.
그녀가 가르치면, 상대는 전의를 상실하고 검에 대한 흥미를 잃는 일이 많았다. 자존심은 커녕 열등감으로 가득했던 원기만이 그녀의 가르침에 마음이 꺾이지 않고 따라갈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였다.
그래서 부녀의 길은 자연스럽게 갈라졌다.
연하의 친척들이 미드가르드에 대해 전혀 몰랐다면, 희연의 아버지는 미드가르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차이가 있었다.
연하의 경우엔 친족들이 그녀를 그저 인기 연예인으로 알고 있었다. 관심을 끊고 외면하던 그들이 그녀가 벌어들이는 돈과 유명세에만 관심이 있었다. 연하는 그런 그들에게 환멸까지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런 이들에게 휘둘리는 어머니 역시 그녀가 마음을 닫게 만들었다. 장수한과 에이전트 사장이 잘 처리하지 않았다면, 연하는 가정 문제로 사단을 몇차례 냈을 수도 있었다.
“한번 붙어보고 싶다.”
한규선은 앞으로 나선 한 여성 다크엘프의 선언에 난처한 표정을 드러냈다. 그는 그저 병을 고침 받았을 뿐이다. 이능도 각성 못한 평범한 인간의 몸이었다.
물론 상대도 에인페리아나 게임 캐릭터가 아니었지만 인간과 다크엘프는 기본 능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무리입니다. 여러분의 상대가 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아무래도 감정도 개입되어 있을 것 같군요.”
규선의 말에 나섰던 다크엘프 여성 루이트가 당혹한 기색을 나타냈다. 사실 사적인 감정이 없다면 거짓은 아니었다.
다크엘프들에게 있어서 희연은 학살자였다.
루이트의 자랑이자 용감한 전사였던 그녀의 언니는 희연의 검에 무력하게 쓰러졌다.
하지만 원한 뿐은 아니었다.
희연은 토르의 부대와 용맹히 싸웠고, 그녀의 분투 덕분에 루이트의 가족들이 살아 남을 수 있었다. 희연이 없었다면 루이트 역시 피난민들과 함께 토르의 거인들에게 죽음을 당했을 것이었다.
학살자이자, 영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녀의 검술을 겪어보고 싶습니다. 자랑스러운 언니의 목숨을 빼앗은, 그리고 저와 가족들의 목숨을 구해준 ‘그 검’을 겪어보고 싶습니다.”
루이트는 다시 한걸음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그녀의 말에 한규선은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딸이 어떤 존재인지 대충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난처할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하군. 난 검술 선생이지. 검사가 아니야. 자네라면 막대기 하나로도 날 죽일 수 있을걸세. 다만 자네가 강해지고 싶다면 지도해 줄 수는 있겠지. 그 이상은 기대하지 말게. 내 딸이 잘못한게 있다한 들, 내가 사과할 이유는 없네.”
한규선의 말에 다크엘프들은 루이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들이 이곳에 온 것도 희연의 검술을 배우기 위한 것이었지, 시비를 걸기 위해서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템 빨을 받은 데다가, 게임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자신들의 신을 칼로 때려잡은 갓 슬레이어이기도 했다.
“그래. 그냥 순순히 배워. 강함과 약함은 이분과는 별 관계 없으니까. 이분의 가르침이라면 내가 증명해 주지.”
한쪽에서 나타난 여성은 레이니였다. 그녀는 게임 캐릭터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로그아웃해서 한규선의 도장에서 검술을 배우고 있었다.
한규선이 가르치는 검술은 희연의 검술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희연의 검술은 말 그대로 초인을 위한 검술이었다.
에인페리아와 게임 캐릭터가 가진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전투술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처음부터 몸에 익히려면, 꺾이지 않는 불굴의 정신과 체력이 필요했다.
아니면, 희연처럼 충실한 기초가 필요했다. 그리고 엘프들은 검술에는 미숙하지만, 몸을 사용하는 재능은 충분히 갈고 닦았기 때문에 충분히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이 있었다.
아니 인간 검사가 가질 수 있는 역량은 손쉽게 넘어설 수 있었다.
“나이트 엔젤, 싱글 넘버인가.”
다크 엘프들은 표정을 굳혔다.
프레이야 안에서 하나가 되었다고 하지만, 엘프와 다크엘프들 사이에는 상당히 깊은 골이 존재하고 있었다.
다크엘프들은 프레이야에 대한 존경심과 신앙심이 대단히 강했지만, 엘프들에 대한 반감과 질투 또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하지만 상대가 싱글넘버라는 사실은 그들로서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나이트 엔젤과 테러 나이트의 상위 실력자들은 상시 게임 캐릭터를 구현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전력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들을 싱글 넘버라고 불렀다.
“나이트 엔젤의 대장은 총잡이라고 들었는데?”
“물론, 하지만 단련은 필요하니까.”
발키리를 이용한 컨디션 조절은 이상적으로 신체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발키리 자체가 역할이 많은 만큼 경제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레이니를 비롯한 싱글넘버들도 가능한 로그아웃해서 직접 자신의 육체를 관리할 겸, 단련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훈련을 위해서 한규선의 도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어때? 한번 붙어 볼까?”
레이니가 자신의 죽도를 집어 들고는 가볍게 휘둘렀다. 그리고 다크엘프들은 상대의 역량을 볼 줄 알았다.
막연히 알던 싱글 넘버보다 명백히 강하다는게 느껴졌기에 굳이 대련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들은 한규선에게 예를 갖추고 검을 배우기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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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엘프들이 총 대신에 검을 배우려고 드는 건 환영하기 힘든데 말이지. 자네가 이야기 좀 해보는게 어때?”
다크엘프들이 검술에 열중하는 것을 알게 된 조제성은 혀를 차면서 프레이에게 말했다. 희연의 검술이 지금도 톡톡히 제 몫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총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블러디 라인에 총은 필요없다. 마법도 활도 필요 없어. 검이면 충분해. 블러디 라인에도 집X검을 만들겠어.]
“쯧. 내가 괜한 소리를 한 것 같군.”
[그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게임 이야기와 다른 프레이의 목소리에 조제성은 입을 다물고 진지하게 그의 말을 기다렸다.
[프레이야님이 인간들에게 신을 자처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굴베이그 역시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지. 난 신으로 태어났고, 신으로 살아왔다. 오딘에 의해서 전락하기 까지는 말이지. 지금은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군.]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지?”
[자네라면 눈치 챘을텐데. 지구의 인간들의 신앙심도 버릴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는군.]
“혹세 무민은 프레이야님이 싫어하실거야.”
[일단 블러디 라인에서 시작해 볼 생각일세. 잊혀진 신전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
프레이는 블러디 라인 내의 여러 장소에 잊혀진 신의 신전이라는 이름의 폐허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잊혀진 이름모를 신들을 위해 기도를 하면, 버프를 얻도록 만들어 놓았다. 여신 둘에 남신 하나의 이끼낀 신상들도 배치를 해 둔 상태였다.
[만약, 잘만 된다면 동시에 구현될 수 있는 숫자를 늘일 수 있을거다. 그리고 좀 더 깊은 수준의 패치가 가능해 질 수 있겠지.]
프레이는 게임 프로그래밍과 세계수의 법술을 조종해서 블러드 라인을 해석하고 변경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 시도 자체가 신성력을 소모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렇군. 좋아. 나도 소문을 좀 퍼뜨려 보도록 하지.”
조제성은 프레이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블러드 라인을 이용한 정신 치료의 가능성은 이전부터 타진되어 왔다.
게임 속 신전에서 ‘명상’하는 것으로 우울증이나 자폐증의 증상이 완화될 뿐 아니라,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집중력이 상승된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여러가지 측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었다.
아니 소문이 아니라 실제로 정신적인 면의 치유와 집중력 상승 등은 이룰 수 있었다. 프레이 역시 신성력을 통한 치유와 축복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대학 병원에 손을 써서, 임상 실험을 시킬 필요가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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