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화 숨겨진 보스
“빌어먹을 놈들.”
피투성이로 숲을 헤치면서 젊은 늑대형 진수가 이를 갈았다.
용족과의 전투에서 수인제국이 처참한 패배를 당한 것은 배신자들 때문이었다. 바로 그가 속한 늑대족 때문이었다.
늑대족의 왕, 아왕이 중요한 순간에 배신했다.
늑대형 신수인 아왕이 늑대들의 신이라며 펜릴을 데려왔고, 펜릴은 순식간에 수인제국의 수뇌들을 학살해 버렸다.
그리고 아왕마저 해치워버렸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오직 하나, 뱃속에 있는 혼돈의 덩어리였다.
그는 능력있는 진수였지만, 젊었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했다. 상층부에서는 늑대들의 신 펜릴과 선택받은 늑대족이 이 혼돈의 대륙을 제압하고 지배자가 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펜릴은 늑대족의 흥망 따위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그저 수인들이 가진 내단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이었다.
결국 늑대족의 생존자들은 다른 수인제국의 생존자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들은 숲의 안쪽으로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부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들은 흉폭하고 강력하기 그지 없었다.
비늘로 전신을 감싼 원숭이들의 습격 때문에 많은 동족들이 죽임을 당했다.
“여기까지인건가.”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명백한 두목 원숭이였다.
압도적으로 두꺼운 비늘이 마치 갑옷처럼 보였다. 갑옷 원숭이라고 해야 할지, 갑옷 고릴라라고 할만한 몬스터였다. 보기만 해도 그 강력함이 전해져왔다.
진수에게 존재하는 야성의 감이, 모두 여기서 죽을 거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야성의 감이 때로는 저항의 의지를 빼앗을 때도 있었다.
아머 고릴라의 뒤로 비늘 원숭이들이 군침을 삼키며 늑대족을 노리고 슬슬 다가오기 시작했다.
“크워어억!”
아머 고릴라가 함성을 지르는 순간, 젊은 늑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저항도 삶도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머 고릴라의 주먹이 노린 것은 그가 아니었다.
주변에 존재하는 비늘 원숭이들이었다. 비늘 원숭이들이 영문도 모른채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갔다. 비늘 원숭이들은 자신들의 보스가 갑자기 변심한 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공포에 질려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늑대족이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머 고릴라가 혼자서 독식하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삶도 죽음도 선택할 수 없는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이봐. 괜찮은 건가?”
조금은 특이한 억양의 말투가 들려왔다. 젊은 늑대는 그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했다. 거기에는 은빛털을 지닌 호랑이형 진수가 보였다.
“은호?”
“그래. 은호라고 불리우고 있지. 자넨 이름이 뭔가?”
“붉은 로이라고합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머 고릴라를 바라봤다. 아머 고릴라는 한 인간 여성 곁에서 얌전히 서 있었다. 그 인간 여성은 신비하고 함부로 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저 반수가 그 유명한 학살자인건가.’
희연의 검은 너무나 아름답고 강하지만, 사람들에게 인상을 남기는 것은 그녀가 지나고 난 뒤에 널린 시신의 수였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검귀나 학살자라는 별칭이 붙었다.
“일단 이곳은 위험하네. 놀 제로가 있는 곳으로 함께 가도록 하지.”
“하지만 우리들을 받아줄 리가.”
늑대족의 안색들이 굳어졌다. 원기 역시 그 이유를 눈치챘다.
“그다지 걱정하지 말게. 놀 제로에게는 내가 말을 전해두지.”
놀 제로는 호랑이의 신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전의 하이에나 신수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놀 제로라는 이름으로 완벽하게 수인 제국의 잔존 세력들을 모아들이고 있었다.
그녀가 인간들을 지키며 분투한 모습과 강력한 전격을 보았기 때문에 그녀를 리더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은 없었다.
뇌전의 호랑이가 그녀의 별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인제국에서 떠오르는 강자라고 할 수 있는 원기의 보장에 레드 로이는 안심하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머 고릴라인가. 무사히 손에 넣은 보람이 있어야 할텐데.”
“유인원의 몬스터이니 지능이 있을 거에요.”
아머 고릴라를 잘 길들인다면, 비늘 원숭이들까지도 전력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판단하에 포획차 나온 것이었다.
“굴베이그. 우선 먼저 돌아가. 이녀석과 함께면 괜찮겠지.”
원기의 말에 굴베이그는 아머 고릴라의 어깨에 올라타고 비밀기지를 향했다. 비밀 기지에 있는 게이트들은 굴베이그가 곁에 없으면 무력화되기 때문에 그녀가 함부로 자리를 비울 수는 없었다.
그녀가 곁에 있어야 발키리들도 힘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그녀가 없는 상태의 지하 비밀 기지는 위험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프레이야 캐릭터가 필요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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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묘한 냄새가 섞여 들어왔군.”
거대한 늑대인간, 펜릴이 냄새를 통해서 적을 찾았다. 그의 손에는 찢겨진 비늘 원숭이들이 들려 있었다.
아머 고릴라와는 비교도 안되는 압도적인 강력함을 자연스럽게 흘리고 있었다.
늑대족 진수들을 마지막 한마리까지 챙길 생각으로 추적에 나선 것이었다.
“너희는 천천히 쫓아오도록 해. 내가 지나간 흔적을 확실하게 쫓아와라.”
“알겠습니다.”
용족 전사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단들을 담은 상자를 챙기고 움직였다. 용족 전사들이라고 해도 안심하고 움직일 수 있는 숲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천천히 쫓아오라고 했지만, 간격이 많이 벌어지면 어찌될 지 알 수 없었다.
“그건 그렇고,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것들은 왜 이리 불순한지.”
펜릴은 그렇게 말하며 비늘 원숭이의 시체를 던지고, 숲속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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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는 블러디 라인에서 사는게 정말 편안했다. 다크 엘프들의 존망을 위해서 많은 힘을 쏟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엘프들을 몰살하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태생이 반신족인 프레이는 아스신족과는 달랐다. 아스 진영에 있으면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 비위를 맞추고 같은 반족을 공격하고 함께 시들어가는 상황은 결코 달갑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게 편안했다.
지금의 프레이야는 강했다. 조제성이 만들어놓는 안전장치들은 프레이조차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아무리 애써도 기울어져가는 것을 막을 수 없어서 발버둥을 쳐왔는데, 이제는 안심하고 즐기면서 살 수 있었다.
‘어찌되었든 내가 할 일은 해야겠지.’
아스신족과 반신족, 거인족의 기술은 오딘 아래에서 하나로 통합되었다. 그리고 그 통합된 기술을 모태로 각 신들이 자기 고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반족의 기술도 아스신족이나 거인족과 공통점이 많았다.
아스 신족이 욕망을 이용한다면, 거인족은 공포를 이용했다. 반족은 쾌락과 만족감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게임은 그런 면에서 욕망의 도가니이자, 공포와 쾌락이 한데 어우러진 존재였다.
프레이야가 평화로움과 조용하고 온화한 행복을 추구했지만 프레이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겼다.
‘캐릭터 구현은 이걸로 충분해. 다음은 아티팩트와 몬스터야.’
프레이는 아티팩트와 욕망을 연결시켰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탐내는 물건에 대해서 강한 집착을 갖는다. 보석에 얽힌 여러 전설 같은 이야기는 바로 그때문이기도 했다.
실제로 아스신족은 인간의 보석에 대한 탐욕을 이용해서 보석에 힘을 불어넣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인간들이 보석을 단순한 돌덩이라고 여겼다면, 그런 일은 불가능했을 터였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에서 무기는 힘의 상징이자, 탐욕을 의미했다.
수억한다는 모 게임의 무기 ‘집행검’같은 것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사람들은 탐내고, 질투하고 동경함으로서 힘을 부여할 수 있었다.
프레이는 이 탐욕 시스템을 아티팩트 생산과 연결시킬 생각이었다.
그리고 몬스터에 대한 공포를 몬스터의 힘의 원천으로 연결시키고자 했다.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몬스터에 그 공포심을 이용해서 강화하고 구현할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블러디 라인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은 두려움을 끌어모으는 몬스터, 그것은 바로 백색의 악마 ‘닭’이었다.
“좋아. 최강의 보스 몬스터를 만들어 주지.”
그리고 몬스터 패치와 함께 새로운 몬스터가 등장했다.
가뜩이나 흉폭하고 날렵한 백색 악마들보다 세배 빠른 최강의 닭, ‘붉은 장닭’의 등장이었다.
“야, 들어봤냐? 붉은 장닭이라는게 나왔다면서?”
“나도 들었어. 퇴치하면 테이밍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등장 조건이 좀 까다롭다던데.”
“내가 아는 조건이라면 솔로에 노아이템으로 닭장에 들어가야 한다더라고. 그렇게 되면 닭장이 인던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더라.”
“죽지않고 닭 백마리를 해치워야 한다는 것 같은데?”
“그래? 그게 정말 가능이나 한거야?”
“제작사의 발표에 따르면, 리젠은 한달에 한번이라고 하더라.”
“홀로 닭 백마리가 가능이나 한 소리냐? 그건 그렇고 통상의 닭보다 세배 빠르다고 하면 대체 얼마나 빠른거야?”
“닭이 보기엔 화려하게 움직여도 그렇게 빠르진 않을걸?”
“프레이가 도전한다는 것 같아. 최초의 테이머로서 이름을 날릴 모양이던데?”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던 패치가 이루어지면서, 많은 유저들의 관심이 초보 마을 양계장에 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츰 붉은 장닭 출현 조건이 분명해졌다. 장비는 무기만 나무 작대기로 바꿔 장비하면 되었다. 다른 아이템들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제한시간 20분 내에 닭 100마리를 나무 작대기로 퇴치하면, 노란 병아리들이 등장한다. 그 노란 병아리를 공격하면 돌연 양계장의 숨은 보스인 붉은 장닭이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프레이 이전에 많은 이들이 도전했다. 검도 고수를 비롯한 격투기 고수들이 다수 있었기 때문에 몇 차례 붉은 장닭을 출현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붉은 장닭과 싸워보기도 전에 좌우를 지키는 근위닭들에게 사정없이 쪼여서 목숨이 날아갔다.
근위닭들의 공격은 회복 방해와 체력 %단위 감소가 있어서, 닭에게 공격을 맞추는데만 전념해온 유저들은 순식간에 죽을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최초로 붉은 장닭을 꺾을 유저의 등장을 기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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