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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207화 (207/497)

207화 시세

‘후후후. 이거야말로 날 위한 무대로군.’

프레이는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무대를 보면서 내심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에게 공포를 자아내는 보스로 닭을 고른 것은 그만큼 유명하기 때문이었다.

양계장은 숨겨진 던전이면서 초보 마을에 존재했다.

그렇기에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구경하러 올 수 있었다. 프레이가 도전한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초보 마을로 몰려와서 구경하고 있었다.

프레이 역시 게임을 오래해온 이들이 갖는 과시욕에서 만큼은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자신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해온 이들에게,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것만큼 쾌감은 없었다. 물론 숨겨진 보스인 붉은 장닭, 통칭 붉닭을 만든 것이 자신인 만큼, 조금은 비겁한 것일수도 있지만 원래 게임 플레이는 그런 요소도 포함된다고 믿었다.

딱히 정보를 감춘 것도 아니고, 자신에게 어드밴티지를 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어른 손가락만한 굵기의 나무 작대기를 번쩍 쳐들자, 모인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는 양계장에 돌입했고, 모인 이들은 양계장을 통해서 프레이가 침입한 인던을 지켜보았다. 동영상 서비스로 볼 수도 있지만, 초보 마을에 모여서 양계장 밖에서 보는 것이 왠지 더 현실감있다는 이유에서 모인 이들이었다.

프레이는 멋지게 액티브 스킬들을 사용하면서 닭들을 처리해 나갔다. 한방에 한마리씩, 완벽하게 백 마리의 닭들을 해치우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출연한 노란 병아리들, 프레이가 정해진 대로 발로 차려고 하자 보스 무리가 등장했다.

붉은 깃털로 몸을 감싼 붉은 장닭은 다른 닭들에 비해서 확실히 컸다. 그리고 그 친위대로서 검은 오골계 세마리가 먼저 앞으로 튀어 나왔다.

일반 닭들보다 확실히 빠를 뿐만 아니라, 공격력도 높았다. 그리고 추가 마법 데미지가 있었다.

갤러리들이 함성을 질렀다.

“오오! 치킨스트림어택이다!”

검은 닭 세마리가 일렬로 대쉬하다가 세방향으로 흩어져서, 프레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흥. 이정도론 날 당할 수 없지.”

프레이는 하늘로 뛰어올랐다. 그러자 선두의 오골계가 프레이를 향해 날아오르며 공격했고, 프레이는 그걸 밟고 이단 점프를 했다.

“오오! 상대를 발판으로 삼다니!”

프레이가 의도적으로 저런 플레이를 했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감탄했다. 발차기에는 공격 판정이 들어있지만, 공격력은 무기 공격력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오골계는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곧 회복되었다.

퀘스트용 나무 작대기의 특징은 공격력은 거의 없지만, 닭계열 적에 한해서 일반 몹은 1회, 엘리트 몹은 3회, 레어 몹은 5회, 보스몹은 100회 공격을 적중시키면 그걸로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프레이는 5번을 명중시켜야 하는 레어 몹, 오골계 친위대를 상대로 가볍게 공격을 성공시켰다.

붉은 장닭은 그 모습을 횃대 위에서 가소롭다는 듯이 지켜 보고만 있었다.

패치 이후, 블러드 라인에 들어온 사람들은 한번쯤 양계장을 거쳤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가 들어왔다고 생각되면, 사람들이 양계장에서 닭잡는게 광렙의 지름길이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친절하게 HP가 높아지는 방어구를 입혀주고, 체력이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마법까지 걸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밖에서 닭들에게 처참하게 밟혀죽는 모습을 지켜보는걸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알고 들어오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한번쯤 해볼만한 경험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꽤 많은 이들이 양계장 놀이를 즐겼다. 그리고 동시에 닭에 대한 공포를 마음 속에 갖고 있었다.

프레이의 모습을 여유롭게 지켜보는 장닭의 눈초리가 왠지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그런 그들의 기분 탓이기도 했다.

프레이는 가볍게 오골계들을 해치운 다음, 붉은 장닭을 바라봤다.

붉은 장닭은 가볍게 목을 흔든 다음, 오만한 태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 왠지 섬칫한 느낌이 드는군.’

프레이는 왠지 긴장감이 든다는 것을 느꼈다. 붉은 장닭은 새롭게 만들어진 몬스터로 내부에 세계수의 힘으로 만들어진 핵을 가지고 있었다. 이 핵은 사람들의 공포를 끌어들여 힘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래봐야, 게임 시스템 내에서는 의미가 없지만.’

희연은 게임 내에서는 그 강함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었다. 프레이는 그것을 감안해서 보스 역시 게임 내부에서는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현재 공격은 육체 공격만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붉은 장닭은 바깥 세상에 나가게 된다면 무시무시한 위압감과 공포를 이용한 다수 제압에 사용될 수 있을 터였다.

‘공격력은 그리 크지 않고, 마법 효과가 체력의 1%를 깎아 먹는거지. 20%확률로 치명타, 치명타시 공포 효과인가.’

프레이는 보스의 공격 패턴을 떠올렸다. 공포를 이용한 정신 공격 효과가 기본으로 이능처럼 존재하기 때문인지 공격 자체에 공포 효과가 나오게 되어 있었다.

‘5번에 한 번이면, 4번 정도는 맞아줘도 되는 건가.’

체력 회복이 안된다지만, 백번이나 쪼여야 죽는다는 건 그리 큰 부담은 아니었다. 일반 닭보다 빠른 닭근위병도 쉽게 해치운 그가 아닌가.

“타앗!”

프레이는 기합성과 함께 대쉬해서, 붉은 장닭의 몸통을 향해 작대기를 휘둘렀다. 그 순간, 장닭의 모습이 사라졌다.

“어디지? 위?”

프레이가 위를 쳐다보는 순간, 붉은 장닭은 아래를 지나쳐서 등 뒤로 돌아 간 다음, 그의 등을 멋지게 킥으로 갈겼다.

“오오! 저건 전설의 샤X킥!!”

사람들이 즐거운 듯 환호성을 질렀다. 그 다음 순간이었다. 프레이가 저항할 생각을 않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첫타에 크리티컬 어택을 먹은 거였다.

공포 발동. 2초간 컨트롤이 먹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프레이를 붉은 장닭이 사정없이 쪼아댔다. 크리티컬이 추가발동하면서 공포 시간이 리셋되었다.

원래 닭은 초당 1회 공격하는데, 세 배 빠르게 해놓은 탓에 초당 세번씩 마치 착암기처럼 두두두두하는 소리와 함께 공격을 해댔다. 그 모습은 마치….

“딱다구리다! 딱다구리 공격이다!”

일부는 웃고, 일부는 경악하고, 일부는 절망하는 가운데, 프레이의 뒷덜미를 발톱으로 움켜쥐고 대가리가 뽀개져라 무시무시한 기세로 두들겨대는 붉은 장닭과 아무 저항도 못하고 비명만 지르다가 무참히 죽어버린 프레이의 참담한 모습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빵빠레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붉은 장닭은 보는 모든이들에게 두려움을 줌으로써 그 위대함을 증명했습니다. 붉은 장닭은 위대한 붉은 장닭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공격력, 민첩성, 방어력 모두 성장했습니다.

첫타는 반드시 치명타가 발생하며, 치명타 발생률이 30%로 증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견이 변화했다. 붉은 장닭의 전신에 갑옷이 생겨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투구에는 지휘관의 상징인 칼날과도 같은 날카로운 뿔이 뻗어 있었다.

“뭐야? 몬스터가 렙업했어?”

“저건 렙업이 아니라, 전직 수준인데?”

“저걸 어떻게 이겨!”

“프레이 저게 똥싸놨네. 저걸 누가 치우나.”

사람들은 보스 몹의 업그레이드라는 전례가 없는 사태를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프레이 역시 절망했다. 일순간에 눈 앞에서 사라지는 듯한 스피드는 대응하기 힘들었다.

이제 한방만 맞으면, 공포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맞아 죽을게 틀림없었다.

“어떤 새끼야. 숨겨진 보스라고 이따위로 만든게.”

한 갤러리가 외치자, 프레이는 한숨을 쉬었다. ‘그게 나거든.’이라고는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희연씨라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의 기대가 희연에게 쏠렸다. 테이밍 몬스터 ‘위대한 붉은 장닭’이 실제로 테이밍 된다면 어떨지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는 그렇게 둘 수 없었다.

‘이렇게 되면 붉은 장닭의 데이터를 고쳐서라도 내가 테이밍하겠어.’

프레이는 그렇게 마음 먹고, 프로그램을 열었다. 신성력과 프로그래밍을 함께 작업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미 손대본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데이터를 고쳐서 공포 판정을 없애고, 공속을 다운 시켰다.

‘이제 덮어쓰면 되겠지.’

[파일이 열려있습니다. 파일을 닫고 다시 실행해 주세요.]

[파일이 열려있습니다. 파일을 닫고 다시 실행해 주세요.]

[파일이 열려있습니다. 파일을 닫고 다시 실행해 주세요.]

“으아! 시발! 어쩌라고!”

프레이는 빡친다는 기분이 무엇인지, 재삼 깨달음을 얻었다.

며칠 후, 희연은 사람이 적은 시간에 위대한 붉은 장닭에 도전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작대기로 몇대 때리는데 성공했지만, 한번 발로 채인 순간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람이 적은 시간이었다지만, 몇몇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았고 그로 인해서 붉은 장닭은 더욱 유명해졌다.

그리고 돈많은 한 유저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붉은 장닭 사고 싶은데요. 시세가 얼마나 되나요?]

그리고 그 글에는 곧바로 이런 댓글이 달렸다.

[잡혀야 팔지. 븅시나.]

프레이의 야심은 멋지게 실패로 돌아갔다. 프레이는 붉은 장닭에 승리하기 위해서 아이템을 모으고 스킬을 연마하기로 마음먹었다.

오기가 생긴 것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렇게 해서 폐인의 길에 빠져드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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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붉은 장닭을 이기는게 빠를지, 우리가 오딘을 때려잡는게 빠를지 난 감이 안오네.”

“저는 오딘 때려잡는게 빠르다는데 걸겠습니다.”

조제성과 장수한은 게임에 불타는 프레이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저놈은 이제 틀렸군."

"뭐, 좋다는데 어쩌겠습니까. 이해해 줘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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