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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209화 (209/497)

209화 시간싸움

놀 제로는 생각보다 훌륭하게 수인제국들의 생존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조제성의 식량 지원이 있었다.

좁은 지역에 생존자들을 최대한 모아들이고 성채를 건설했다. 생존 전략으로서는 최선처럼 보이지만, 보통은 멸망으로 가는 직행코스라고 할 수 있었다.

식량이야말로 목숨과 그대로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량지원이 있기에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었다. 조제성이 수입해오는 동물 사료들은 이 척박한 세계에서는 생명을 이어주는 소중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옥수수 가루를 주로해서 구하기 쉽고 남아도는 식량을 위주로 구해서 보냈기 때문에 현실세계에서는 곡물값이 안정되고 농업 종사자들의 생활이 보장되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폭락되는 농산물 등 버려지는 식량은 지구에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식량들을 토대로 리디아가 개입해서 놀 제로에 대한 지지를 확고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수인제국에 대한 용족의 공격은 급격하게 뜸해지기 시작했다.

디레를 위시해서 천룡의 군대를 자처하는 이들의 숫자가 마룡의 수하를 자처하는 이들의 숫자를 넘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다.

“내단 수집을 자체에서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충분한 숫자가 확보된 모양입니다.”

조제성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천룡을 따른다는 이들이 대폭적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용족은 개인보다 부족을 통해서 판단하고 움직인다. 부족 통째로 진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룡을 따르는 이들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로키들이 자신들의 사냥개를 삶고 있다는 뜻이었다.

토사구팽.

이미 내단의 절대량이 확보되었다는 뜻이었다.

한가지 다행한 것이라면, 오딘의 비행함대가 생각보다 빨리 완성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이 추가하는 또 하나의 의미는 비행함대를 이루는 비행정들이 빠르게 완성될 수 있을만큼 단순하다는 뜻이었고, 그만큼 위험도는 떨어진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2000척을 순식간에 건조할 정도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는건 역시 위험하다는 뜻이겠지.’

원기는 조제성이 굳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가진 의미는 잘 알고 있었다. 기본 국력에서 차이가 큰 것이다.

오딘만 해도 수천만의 백성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프레이야를 따르는 이들은 고작 수십만, 질적으로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엘프지만 고작 3만도 안되었다. 다크 엘프를 합치면 5만 가량이었다.

남성 전사들이 많은 다크 엘프들이지만, 살아남은 2만의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들이었다. 아스 신족의 방침에 따라 살아온 탓에 노년층은 극소수라는게 불행중 다행이라고 할까.

다만, 교육이 가진 힘을 생각한다면 시간만 허락된다면 프레이야 제국은 충분히 커나갈 수 있을 것이었다.

“오딘에게 기대할 수 밖에 없군요.”

“혼돈의 대륙에서 오딘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엔 무리에요. 제가 가져온 세계수도 혼돈의 힘이 강한 이곳에선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곧 죽어버렸어요. 아니 녹아서 분해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리디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세계수를 지키지 못한게 안타까운 듯 싶었다.

“혼돈의 힘은 신성력에 대해 적대적이에요. 제가 있는 주변 조차 신성력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는 만큼, 세계수의 묘목은 버틸 수 없어요.”

굴베이그가 자상한 미소로 리디아를 위로하듯 말했다. 원기는 그녀의 그 말이 자신이 하고자 했던 말임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굴베이그는 확실히 자신의 분신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인격을 분리해서, 어린아이 상태에서 다시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는 굴베이그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문제는 펜릴인데, 그 놈은 정말 감당이 안되겠더군요.”

원기는 한숨을 쉬었다. 펜릴의 공포는 직접 싸워본 원기가 아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희연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말해서, 저로서는 감당이 안되요. 전사로서의 기량도 펜릴쪽이 위에요. 덩치가 큰 탓에 민첩성이 부족해졌지만, 그 이상으로 덩치가 갖는 메리트가 커요. 만약 펜릴이 거인기사의 오지편곤이라도 휘두르면, 잠시도 버틸 수 없어요.”

토르의 최강 기사단은 거인기사로 이루어져 있었다. 신족인 거인족이 아닌, 거대화에 특화시킨 에인페리아들이었다.

그들이 휘두르는 다섯개의 봉이달린 긴 몽둥이, 오지편곤은 적을 쥐잡듯이 때려잡기에 특화된 무기였다.

희연은 그 최강 기사단의 과반수를 쪼렙학살로 능히 요리할 수 있지만, 그 강력한 무기에 제대로 걸리면 피하는 것은 고사하고 막을 수도 없었다.

펜릴이 그 무기를 휘두르는 것을 떠올리자, 원기는 등골이 오싹하며 진저리가 쳐졌다.

“하지만 묘하군요. 펜릴은 고사하고 헬과 요르문간드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적은 내단을 아낄 모양인 것 같습니다.”

조제성은 냉정하고 정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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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내가 나가서 디레라는 놈들을 때려잡고 내단을 챙겨오면 될거 아냐?”

펜릴이 짜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유령처럼 반투명한 모습을 한 로키는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저었다.

[네 몸이 움직이는데 소모되는 에너지를 생각하면, 내단을 모아오는 것보다 손해가 커. 잔당 사냥은 이제 충분해. 어차피 문이 열린다고 나면 싸울 일은 넘치고 남을거다.]

“협조자들이 존재하는 건 확실하지만, 그쪽 세상이 어떤 세상일지는 모르는 것이니까요. 오라버니도 좀 진정하시는게 어떨까요. 아버님의 계획에 맡기는게 좋겠지요.”

“재수없어. 저놈이 왜 아버지냐? 네 년은 나보다 나이도 많은 것이 여동생처럼 구는 것도 웃기고.”

펜릴은 헬의 말을 비웃듯 말했다. 로키는 전생을 하지 않았지만, 헬과 펜릴은 이미 몇대에 걸쳐서 바뀐 상태였다.

요르문간드는 그런 그들을 보면서 그저 입을 다물고 지켜보고 있었다. 로키와 헬 사이에는 정신적 교감이 있지만, 펜릴과 요르문간드는 그저 함께 손을 잡은 관계에 불과했다.

언제 서로의 뒤통수를 치려고 들지 알 수 없었다.

새로운 세계와의 연결은 과거의 라그나로크처럼 새로운 분열을 낳을 여지가 충분히 존재했다.

하지만 로키와 헬은 펜릴보다는 요르문간드를 경계했다. 펜릴은 승부를 즐기는 타고난 전사였다. 그리고 승부사의 강함은 언제나 칼날위에 선것과 같은 위태로움을 동반했다.

요르문간드는 자존심과 욕망이 함께 결합되어 무능함과 위험함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었다.

헬이 살갑게 굴면서 요르문간드와 함께 움직이는 것은, 요르문간드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알기쉬운 펜릴은 이용하기 쉬운 존재였다. 펜릴 역시 그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이용당하는 것도 싫어하지 않을 뿐이었다.

최 전선에서 피를 즐기는 쾌락이 그의 전부였다. 그는 자신을 죽이려고 드는 강자들을 학살하는 것을 즐겼다.

동시에 약자들을 학살하는 것은 혐오하는 쪽이었다. 재미도 없고, 언젠가는 강해질 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헬. 협조자들의 준비는 되어 가는 건가?]

“예. 그들이 보내는 마력의 파동을 포착했습니다. 이쪽에서 준비가 되는대로 문이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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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미국 남부)와 남미 일대에 급격하게 늘어난 농장들이 존재했다. 바로 악어 농장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 일부는 조제성이 사들인 것들이었다.

악어 농장은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데 있어서 대단히 효과적이었다.

감시 카메라와 전기 철조망을 꽤 넓은 지역에 쳐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악어들 자체가 외부인의 침입이 어렵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자회도 마찬가지였다.

조제성은 발키리가 진입할 수 없는 결계가 쳐진 지역들을 확인하고는 템플 기사단에게 조심스럽게 문의했다.

그리고 템플 기사단의 거점으로 확인된 지역들을 제외함으로서 현자회와 연결된 지역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지점들이 꽤 많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폐쇄적인 종교시설들이 많았다.

미국에도 이색적이라고 할지, 요상한 종교들이 많았다. 외계인을 믿는 다는 종교도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모든 종교들은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종교들은 영생을 믿었다. 영생을 믿지 않는 종교를 찾는 것이 더 힘들었다.

생각보다 현자회의 뿌리가 깊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세상에는 다른 인간들을 즙을 짜서 먹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이 더 오래 살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았고, 평화와 사랑을 주장하는 종교의 신자들 가운데에서도 속으로는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

“종교 시설이라서 공격하기 어렵다는게 말이 되는건가?”

레이니는 혀를 차면서 말했다. 그녀의 상식으론 적의 신전이야말로 제일 공격 대상이었다. 재빨리 쳐들어가서 적의 신전을 파괴하고 신관들을 학살하는 것이 아스가르드의 전쟁에선 기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가 보고 있는 건물은 부두교의 지하 집회소로 알려져 있었다. 물론 안에 있는 인간들은 부두교도들이 아닌, 현자회의 멤버들이었다.

부두교의 경우 주술에 집중하는 이해 불가능한 종교라는 인식이 강하고 몰래 숨어서 의식을 벌이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현자회들이 곧잘 위장하는 단체이기도 했다.

종교와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종교의 탈을 쓰는 것으로 얻는 장점은 꽤 많이 있었다.

[지금은 테러 나이트가 나설 상황으로 보이는군요. 레이니씨는 물러나 주시겠습니까?]

다스베이더 투구를 쓴 호철의 말에 레이니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역할은 타고난 청각을 이용한 감시였다. 나이트 엔젤은 그 성격상, 종교시설에 돌입할 수는 없었다. 물론 그저 뒷짐지고 보고만 있을 예정은 아니었다. 현자회에는 에인페리아를 능가하는 전투력을 지닌 적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장비 상황은 어떤가? 스페이드]

[문제 없습니다. 특수 무장도 제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테러 나이트는 현재 트럼프 카드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에이스, 킹, 퀸, 잭의 네 명씩 네 팀이 되어서 16명, 조커를 포함해 17명이 상시 게임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는 레귤러 멤버였다.

그리고 뒷 넘버들은 훈련을 거치고 있는 이들로 그때그때 바뀌는 교체 멤버들이었다.

현자회의 사이보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테러 나이트는 화력을 중시한 꽤 진보된 파워드 슈트를 장비했다.

전쟁 지역에서 사들인 아이들이 다수 흘러들어간 것은 이미 확인된 바 있었다.

[에이스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는 내 지시를 따른다.]

호철은 그렇게 지시를 내렸다. 텔레파시에 의한 광역 개별 지휘는 엄청난 능력이기는 하지만, 막상 전투가 벌어지면 꼬이기 시작했다. 에이스는 그 시점을 판단해서 지휘를 넘겨 받았다.

특히 사이보그가 등장하면 호철의 지휘는 없느니만 못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만큼, 지휘권의 이양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전투가 거듭될수록 호철의 지휘 능력이 상승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테러 나이트의 발전을 위해서 호철을 제대로 된 지휘관으로 길러낼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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