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화 복수는 단물이 빠질때까지.
부두교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경찰들의 경계는 받고 있지만 사원 자체는 인적이 드문 장소에 자리잡고 있었다.
낮 시간에는 떠나라고 데모를 벌이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지만, 날이 저물면 주변에는 인적하나 남지 않았다. 그리고 한밤중을 틈타 희생 제물로 보이는 아이들이 사원으로 은밀히 반입되었다.
“테러 나이트에게서 보고입니다. 동물들의 피비린내에 섞여서 인간의 피냄새가 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호철님이 돌입 허가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작전은 모두 맡긴다고 알려라. 로이드로부터는 별도의 보고가 없나?”
제성은 템플 나이트 출신의 에인페리아를 떠올리고 물었다. 그는 테러나이트와 나이트엔젤과는 별도로 현자회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가 가진 ‘거짓에 속지않는 진실의 눈’은 최상급 이능 중의 하나로, 어떤 환상에도 속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사원 주변에는 어떤 눈속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폭탄으로 보이는 것이 곳곳에 매설되어 있다고 합니다. 다크 엘프들도 육안으로 무언가 숨겨진 장소들을 모두 확인한 상태입니다.”
“공격용인가, 자폭용인가가 문제로군. 차라리 공격용이라면 좋겠는데.”
제성은 쓴 웃음을 지었다.
“제성형님. 그러고보니, 테러리스트들은 잡으신 겁니까?”
장수한은 폭탄 이야기를 듣자, 유혜서와 조은혜가 테러당한 사건을 떠올렸다.
“아니. 누군지도 몰라.”
“예? 이해가 안가는군요. 왜 찾으려고 들지 않으시는 겁니까?”
“찾아는 놨지. 내가 모를 뿐이고, 그 놈들은 잘 지내고 있지.”
“찾아 놓으셨는데 모른다고요?”
“알면 피곤하니까 그냥 미뤄두기로 한거야.”
“아니, 대체 왜요? 복수할 힘이 없으신 것도 아닐텐데.”
수한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성은 프레이야로부터 받은 금괴와 엘프와 드워프들의 공예품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막대한 부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무기 회사 구입이나 물자 구입등에도 많은 돈이 쓰이고 있지만, 그를 통해서 다양한 업계에 영향력을 늘이고 있기도 했다.
산하에 강력한 PMC 용병조직도 있고, 나이트엔젤과 테러나이트도 활용할 수 있었다. 조제성이 쓰겠다면 원기가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우선 중요한 건 아스가르드에서 승리하고 살아남는거니까. 복수는 그 다음이 아니면 안되지.”
수한은 제성의 말에서 ‘순서’에 대한 묘한 강조를 느꼈다. 수한이 아는 제성은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쪽이지, 혜서를 제외하곤 특별히 집착하는 것은 없었다.
“순서가 중요한 겁니까? 아스가르드에서 승리하면 뭐가 변하지요?”
“신성력이 남아돌지. 난 말이야. 지옥을 만들고 싶거든. 헬이 가진 지옥처럼 말이야. 죽으면 끝나는거 너무 말도 안되지 않나?”
수한은 입이 딱 벌어졌다.
제성이 생각하는 것이 그의 생각을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난 말이지, 이왕 할거라면 확실하게 할거야. 그렇지 않으면 하질 않던가. 녀석들이 내가 지옥을 만들 때까지 떵떵거리며 잘 살아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지옥에 쳐넣을 때 마음이 아프지 않겠지.”
수한은 제성의 적들이 진심으로 불쌍해졌다. 그들은 빨리 죽는게 행운이 될 터였다.
“난 놈들이 경찰에 잡히거나, 병들거나, 사고로 죽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래야 복수가 더 즐겁겠지. 뭐, 내 준비가 되기 전에 놈들이 죽으면 할 수 없는 것이고 말이지. 그래서 난 지금 원수들을 위해 기도해 주고 있다네. 그들의 일이 잘풀리길 말이지.”
“하하. 그거 참 좋은 일이려나요.”
장수한은 쓴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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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는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주의깊게 살폈다. 현자회의 싸움에 있어서 로이드는 가장 중요한 핵심 전력중 하나였다. 테러 나이트와 나이트 엔젤을 투입하는 것도 그의 역할 중 하나였다.
호철과 찬균은 그의 정보와 작전에 맞춰서 각자 부대를 지휘하는 역할을 했다.
로이드의 이번 작전에서의 목적은 적의 마법진 건설을 막고, 간부를 포획하는 것이었다. 테러 나이트가 돌입해서 결계가 깨어지면 그 틈에 발키리와 함께 적진에 침입, 간부 혹은 간부의 영혼을 포획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그런 그의 눈에 예상치 못한 인물이 들어왔다. 검은 승용차에서 내린 붉은 장발이 마치 사자 갈기와도 같이 보이는 장신의 남자였다.
‘네이슨! 저놈이 어떻게 여기에?’
그는 거침없이 움직여서 현자회의 시설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갔다. 로이드는 자신이 본 것을 차마 믿을 수가 없었다. 비록 자신을 죽인 인물이긴 하지만, 템플 나이트에서 가장 열성적인 인물이었다.
‘아니. 날 죽인 것 자체가 이상해. 말도 안되는 일이지.’
로이드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을 몰래 죽인 비겁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호탕하고 정정당당한 사람으로 믿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걸 설명할 유일한 방법은 하나, ‘이능’이었다.
다수의 사람들을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만드는 이능이었다. 네이슨과 함께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그를 동경하고 호의적이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서류를 통해 접한 이들은 그가 처리한 일들이 거칠고 난폭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로이드 역시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네이슨을 만나는 순간, 그런 느낌이 사라졌다. 호탕하고 카리스마있는 인물이라고 느껴졌다. 다만, 사소한 거짓말들을 변명삼아 늘어놓는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로이드는 그에게 호의를 가졌지만, 그렇다고 거짓이 통용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네이슨이 자신의 거짓이 들통나기 전에 로이드를 처치한 것이었다.
그의 이능이라면, 왠만한 거짓말은 모두 통해야 정상이었다. 로이드가 그의 거짓 변명에 속지 않으니 제거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녀석들은 어찌된거지?’
마이클을 비롯해서, 쟝과 몇몇 젊은 템플 기사들이 네이슨을 따라서 잠적했다. 하지만 그들이 배신자일리는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신념과 신앙심은 굳건했다. 아무리 네이슨의 카리스마가 강력하다고 해도, 현자회로 배신하게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재빨리 머리속에서 상황을 정리한 다음, 조제성에게 보고했다.
“알겠네. 그렇게 생각하니 납득이 가는군. 네이슨을 포획하게. 개인적으로는 죽여서 포획하는게 좋을 것 같군.”
정신계 이능이 강력하다고 하지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상대에게 통할 리는 없었다. 그리고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발키리에게 그의 능력이 통하진 않을 것이었다.
“이럴 때 감옥이 필요한 건데 말이지.”
조제성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발키리 없이도 영혼을 구속할 수 있는 일종의 아티팩트이자 가상세계가 지옥이었다. 발키리로 구속한 상태에서도 충분히 정보를 뽑아낼 수는 있을 터였다.
발키리칩이나 정령칩과 달리, 인간의 영혼은 죽는 순간 이 세상을 떠나려는 성향이 있어서, 기계장치를 통한 구속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호철이 돌입 명령을 내리자, 테러 나이트들이 부두교 건물로 쇄도했다.
이곳 저곳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사상자가 줄지어 발생했다. 테러 나이트를 공격하기 위한 중화기와 폭탄의 폭발에 휘말려서 사망하는 이들이 많았다.
[여기는 퀸! 킹이 적의 사이보그에게 당했습니다!]
[여기는 잭! 퀸이 적 사이보그와 교전 중! 잭 합류합니다!]
[여기는 퀸! 적 사이보그 잭 격파! 적은 저를 따돌리고 지상으로 탈출합니다.]
[여기는 에이스! 적 사이보그 출현 예상 지점에 대기중!]
[여기는 킹. 적의 주 무기는 강력한 불꽃, 아니 빛에 가깝습니다.]
사망한 킹의 보고에 호철은 눈살을 찌푸렸다. 적의 퇴로를 막고 포위를 하려고 했지만 적은 너무 쉽게 아군을 무력화시켰다. 테러 나이트를 힘과 속도에서 압도하는 만큼,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광선 병기라도 쓰는 건가? 그런 놈을 어떻게 잡지?’
호철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킹과 잭을 일격에 빛으로 격퇴한 놈을 잡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스페이드 퀸이 호철에게 무전을 사용했다.
[적의 공격은 강력합니다만, 사용에 제한이 있는 듯 합니다. 킹을 쓰러뜨린 다음 한참동안 교전을 벌였지만, 제겐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잭에게는 사용했습니다. 쿨타임이 길고, 사용횟수에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호철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분석이었다. 광선 병기를 사용하는 놈이라면, 지상에 끌어내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나이트 엔젤의 저격부대가 자리잡고는 있지만, 단 한발에 여러명이 죽을 수도 있었다.
그보다는 건물 내에 있을 때, 한발로 한명씩 사냥하도록 유도해서 제압하는 편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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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 기사단의 네이슨이자 현자회의 아폴론은 숨을 골랐다. 지상으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 머리가 날아갈 것은 분명해 보였다. 거침없이 자신을 죽이려고 드는 상대를 생각하면 넓은 곳에 나서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그가 가진 무기는 강력한 열선포였다.
5초이상 조사하면 전차도 폭발시킬 수 있었다. 다만 문제가 되는게 있다면, 막대한 열 에너지를 발사하는 만큼 부작용도 작지 않았다.
손바닥에서 발사되기는 하지만 빛을 발사하는 장치는 팔뚝에 장착되어 있었다. 약 2초만 발사해도 팔뚝을 비롯해서 손 부분의 생체 조직이 고열로 망가져 버렸다.
덕분에 그의 오른손은 이미 열선포 이외의 기능은 모두 사라진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손과 손목의 피부만이 아니라 근육까지 증발했다. 그로인한 격통도 만만치 않았다.
추가로 잔여 에너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한발. 약 3초 가량 조사할 수 있을 뿐이었다. 물론 인간은 0.5초 정도면 치명상을 입고 사망할 테니 시야만 좀 확보되고 잘 노려서 쏠 수만 있다면 왕창 죽여주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사이보그 육체의 내구력은 상당히 약해서 밖에 나가는 순간 집중공격을 맞고 죽을 수도 있었다.
“그래. 차라리 잘 된거야. 쟝. 즉시 지원나와라.”
그는 템플 나이트의 동료였던 사내에게 무전으로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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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동료들 가운데 주의해야 할 상대는 누구지?]
“템플 기사단은 보통 나이가 들면서 이능을 얻습니다. 젊은 친구중에서는 쟝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이가 없군요. 한눈에 시야 전체의 위험도를 읽는 능력입니다.”
[위험도를 읽는 다면, 어떻게 활용하지?]
“우선 제거 목표를 빠르게 제거해 나가는 거지요. 공격헬기의 포좌 같은 곳에 배치해 놓으면 적의 위협적인 무기를 재빨리 정리해 나갑니다.”
로이드의 보고에 조제성은 과거 특이한 움직임을 보였던 템플 기사단의 코만치 헬기를 떠올렸다. 확실히 위협적이었다.
“이봐, 이 근처에 비행 물체는 없겠지?”
“예. 이미 나이트 엔젤을 배치해 둔 상태입니다. 어떤 비행물체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때 수한에게 보고가 들어왔다.
“중장비가 움직이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들린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고성능 모터음도 함께 들린다고 합니다.”
그 다음 순간 폭음과 함께 은신해있던 레이니에게 사망 판정이 떴다. 그리고 네발로 움직이는 전차 비슷한 형태의 로봇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관포와 유탄포가 불을 뿜으면서 테러나이트와 나이트 엔젤의 저격수들이 빠르게 제거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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