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화 네이슨과 템플 기사단
“약점은? 아니 대처법은 뭐가 있나?”
장수한이 다급하게 로이드에게 물었다. 로이드는 고개를 저었다.
“특별한 건 없습니다. 다만 위협을 선제 공격으로 해소하는 수법이라 동시 다수로 등장하는 위협에는 대응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것 뿐인가.”
테러 나이트 대부분과 나이트 엔젤 다수가 이미 제거당한 상태였다. 그리고 남은 이들이 동시에 몸을 드러내며 사격하는 방식으로 공격했지만 대구경 대물 저격총이라고 해도 전차급의 로봇 병기에 대응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다리 하나를 파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대물 저격총이 관통한 자리를 정확히 노려서 쏜 RPG가 다리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4족 보행이라, 세 다리만으로도 자세를 유지하며 반격해서 결국 나이트 엔젤들까지 제압이 끝나버렸다.
로이드를 비롯한 몇사람이 몸을 숨기는데 성공했을 뿐이었다.
쟝의 능력은 기본적으로 적의 위협을 감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협이 되지 않는 자들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적의 다리가 회복되고 있습니다. “
“말이 되는 소리야?”
오퍼레이터의 소리에, 장수한이 황당하다는 듯 반문했다. 로봇이 수리도 하지 않았는데 원상복귀 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사망처리된 테러 나이트 요원들이 직접 확인한 것입니다. 그들의 시야 영상 연결합니다.”
사망판정된 캐릭터의 시야는 흑백으로 처리된다는 규정 때문에 흑백 화면이 그들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시야가 좁아지고 채도가 낮아지긴 하지만 사망 판정되고도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기능은 현재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내부에서 사망판정 뜬 이들은 발키리도 들어갈 수 없는 결계속, 현자회의 기지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자신들의 시야를 녹화하고 있었다.
게임 캐릭터의 활용은 프레이야 진영이 갖는 최강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건 로봇이 아니군. 사이보그라고 해야 하나? 키메라라고 해야하나?”
“현자회 내부 정보로는 바이오메카닉이라고 부르는 듯 합니다.”
테러나이트들이 보내는 정보들을 정리하고 있던 다크엘프 여성 마고가 보고했다. 그녀는 노출이 살짝 심한, 갑옷 비슷한 복장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호철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대충 짐작들을 하고 있어서 굳이 말들은 하지 않았다.
처참하게 부서져서 움직이지 못할 거라고 여겨졌던 로봇의 다리는 근육과 같은 것이 회복되면서 다리의 기능을 되찾고 있었다. 장갑판은 부서진 상태라서 여전히 노출되어 있었지만, 부서져서 늘어져있던 다리가 다시금 지면을 확실하게 딛고 있었다.
“이상하군요. 콕핏이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죽은 캐릭들을 이용해서 최대한 정보를 모으고 로봇의 내부까지도 살폈지만, 사람이 탈만한 공간이 내부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한 테러나이트가 내부에서 인간의 뇌를 발견했다.
“미친 놈들.”
영상을 본 장수한이 한숨을 토했다. 쟝의 두뇌가 적출되어서 용기에 담겨 로봇의 부품으로 탑재되어 있었다. 파일럿이 탑승하는 공간을 줄여서 전투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로이드는 그 사실을 장수한에게 듣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를 해방시켜 주고 싶군요.”
“유감이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군. 그에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을 것 같지 않은가?”
조제성이 씁쓸한 투로 말하자, 로이드는 한숨을 쉬었다. 인간인채로 주어진 수명을 살고 죽음을 맞는다는 것은 템플 기사단이 지켜온 신조였다. 하지만 네이슨에게 홀린 젊은 템플 기사단원들은 로이드처럼 원칙을 중시하던 고루한 사고방식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었다.
로이드는 혀를 찼다.
아마도 쟝은 네이슨과 현자회에 복수를 하고 싶을 것임이 틀림없었다.
“가능한 네이슨과 쟝의 영혼을 확보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고 싶군. ‘심판의 날’ 작전을 승인하네.”
조제성의 말에 로이드는 한숨을 쉬었고, 호철은 정신을 집중했다. 호철의 능력이 심판의 날 작전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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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정부에서 알려드립니다. 지금 현재 사이비 종교 집단에 의한 반정부 테러 음모를 저지하기 위한 전투가 있습니다. 집 밖으로 나오지 마시기 바랍니다. 가능하면 욕조에 숨으시고, 깨끗한 천 등으로 호흡기를 감싸고 계시기 바랍니다. 화학 생물 병기 사용 가능성이 있습니다.]
검은 SUV에 경광등과 스피커를 단 차량이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방송을 하고 있었다. 얼핏보면 FBI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현자회의 하수인 들이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그런 사실을 알 수는 없었다. 이미 마을 주변의 전화선과 인터넷 선은 끊겼고, 핸드폰이나 무선 전파도 교란 장치에 의해서 차단된 상태였다.
그리고 TV에서는 현자회에서 미리 제작한 가짜 뉴스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예전부터 부두교를 자처하는 사이비 종교 집단에 대한 불신이 있었기 때문에, FBI를 비롯해 대 테러부대에서 진압하려 한다는 소리를 듣고 내심 반겼다.
그저 진압될 때까지 피해가 없기를 기대하면서 그들은 욕실에 숨어서 흰 시트를 입에 대고 기다렸다.
[현재 반정부 테러 집단의 진압은 성공적으로 마쳐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안전이 확보된 것은 아닙니다. 집 밖으로 나오지 마시기 바랍니다. 잔당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폭발물의 제거가 끝나는 즉시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예상 시간은 약 두시간입니다.]
현자회는 시시각각으로 상황을 업데이트 해가면서, 마을 주민들을 교묘하게 통제했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밖을 내다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현자회는 비밀 기지의 자료들과 시설물들을 빼내고 있었다. 네이슨과 쟝은 당당하게 비밀 기지 정면을 지키고 서서 자료들 반출을 호위하고 있었다.
약 한시간 여가 지나자, 대부분의 자료들을 빼내서 운반용 차량에 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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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적들이 기지를 떠날 듯 합니다. 작전을 개시해야 할 듯 싶습니다.”
“호철아. 준비는 다 되었지?”
“아. 예. 선생님.”
호철이나 찬균은 아직도 장수한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좋아. 그럼 부탁하지. 심판의 날 작전을 개시한다.”
장수한이 호철에게 지시를 내리는 동시에, 호철은 테러나이트들과 나이트 엔젤 모두에게 텔레파시로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그들은 일제히 그들이 지니고 있던 무기 곁에서 부활했다. 그리고 재빨리 무기를 들고, 4족 보행 로봇과 네이슨을 겨눴다.
쟝은 위협을 느끼고, 위협 수준에 따라서 공격을 개시했지만 동시 다발적으로 꽤 지근거리에서 나타나서 일제 사격을 하는 모든 적들을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공격은 정확하게 목표를 분산해서 이뤄졌다.
호철의 능력을 이용해서, 네이슨의 각 신체 부위와 로봇의 약점일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정확히 분담해서 동시에 사격한 것이었다.
장갑판이 벗겨진 다리 부분은 유탄 공격에 의해서 간단히 부서져 버렸고, 4족 보행 로봇, 아니 쟝의 공격도 흐트러져 버렸다. 총구를 비롯해 무기도 집중 공격을 통해 부서졌다. 상황에 맞춰서 빠르게 호철은 재빨리 타겟들을 새로 지정해서 보냈다.
네이슨은 재빨리 몸을 피하면서 열선포를 조사했다. 다수의 나이트 엔젤 저격수들이 사망판정을 받았지만, 네이슨도 완전히 무사하지는 못했다. 마을에서 주민들을 감시하던 현자회의 증원부대가 전투음을 듣고 재빨리 전투에 합류하기 시작했고, 그 틈을 타서 네이슨은 자료를 실은 차량과 함께 도망쳤다.
그리고 로이드는 발버둥치는 로봇의 해치를 열고 쟝의 두뇌가 실린 캡슐을 발견했다. 캡슐을 빼낼 수는 없었다. 생명 유지장치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무리해서 꺼낸다고 해도, 고통만 길어질 가능성이 컸다.
로이드는 그 모습을 보면서 비참함과 연민을 느끼고는 이를 악물고는 탄환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발키리는 쟝의 영혼을 억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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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가지고 이송하는 적의 차량은 어떻게 할까요? 재 부활한 나이트 엔젤 부대를 동원하면 충분히 공격 가능합니다만.”
“그냥 방치해 두게.”
조제성은 단호하게 말했다. 게임 캐릭터들의 부활 능력은 에인페리아의 부활 능력으로 적들이 알아서 오해해 주고 있지만, 가능한 감춰야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차량에 실린 물건들이 탐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섣불리 경계시키는 것보다는 적당히 살려 보내는게 나았다.
테러 나이트들이 기지 내부를 돌아보면서 모아온 동영상 정보만으로도 조제성이 원하는 정보는 얻을 수 있었다.
“적들의 마법진에 대한 정보를 얻었으니, 분석하면 그들이 노리는 것이 확실해 질거야. 네이슨은 살아있는 편이 템플 기사단의 협력을 얻기에 유리할테지.”
“과연 그렇겠군요.”
장수한은 조제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이슨이 죽거나 제압된다면 템플 기사단을 움직이게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템플 기사단 내부의 정보를 적에게 흘리고, 젊은 이들을 현혹해서 도구로 쓴 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상태에서, 네이슨이 현자회에서 음모를 꾸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템플 기사단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터였다.
프레이를 통해서 마법진의 의도를 해석하고, 그것이 지옥의 여신을 이 세상에 불러오려는 시도라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템플 기사단은 프레이야에게 협력하지 않고는 못배길 터였다.
“호철아, 수고 많았다.”
장수한은 적을 살려둠으로써 이용하려는 조제성의 냉철한 판단에 내심 감탄하면서 호철을 칭찬했다. 마지막에는 결국 엉망으로 꼬이기는 했지만, 조금만 더 익숙해진다면 아주 효과적인 전투를 유도할 수 있을 듯 했다.
전투에 참여하는 인원들에게 실시간으로 타겟을 분배할 수 있는 능력은 결코 녹녹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성 형님이 전략을, 내가 전술을 담당하는 형태로 가는게 이상적이겠지. 그건 그렇고, 원기 녀석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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