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화 연합 작전
“완전 올스타로군. 엄청난 면면이야.”
테러 나이트의 다크 엘프가 감탄하듯 말했다. 테러 나이트 최강으로 꼽히는 스페이드 에이스였지만, 지금 모인 면면들은 보통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나이트 엔젤 최강을 자랑하는 레이니, 다크엘프 최강을 자랑하는 미라엣과 그렌이 있었다.
그리고 프레이야 제국 최강을 자랑하는 불여우와 은호랑이가 자리잡고 있었다. 저격 팀으로 연하를 비롯해서 나이트 엔젤들이 주변 건물들에 자리잡고 있었다.
전력을 집중시켰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질적으로는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북미 거점에 차원 게이트, 별칭 헬 게이트를 열기 위한 대응 마법진이 있다는 정보가 있었다.
마법진이 열리기 전 마지막 단계에 가깝다는 분석까지 있었다.
“현자회의 미친 놈들이 다 모여있겠지.”
스페이드 에이스는 숨을 골랐다. 마음 든든한 실력자들이 총집결했다고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적들은 에인페리아를 능가하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 장비의 사용에 익숙해 있었다. 반면, 이쪽 최강의 전력으로 꼽히는 불여우와 은호, 그렌과 미라엣은 현대 무기의 사용에 익숙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대검 두자루를 등에 지고, 양 팔에 라운드 실드와 갑옷을 입은 은호의 모습이라든지, 가벼운 라이더 슈트에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일본도를 옆에 찬 불여우의 모습은 살짝 불안감을 주기도 했다.
“귀와 꼬리가 바깥으로 드러난다는게 재밌네.”
“환상으로 처리되는 것 같은데, 능력은 유효하다는게 이상해요.”
희연은 꼬리를 가볍게 흔들면서 말했다. 불꽃으로 된 귀와 꼬리는 헬멧과 라이더 슈트를 통과해서 바깥으로 드러났다. 평범한 상태에서는 뜨겁지도 만져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태우려고 마음먹은 대상이나 후려치려고 마음먹은 대상은 건드리는게 가능했다.
헬멧을 쓴 상태에서도 외부의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불여우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큼지막한 꼬리는 희연의 체중 이동을 보조해주는 면이 있었다. 좀 더 낮은 자세로 멋지게 적에게 대쉬해서 검을 사용해 적을 벨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작전은 간단했다. 연막탄과 소음탄을 사용해서 적지에 돌입하는 것이다. 원기와 그렌은 방패를 들고 뛰어들어서 연막탄을 까는 것이 주요 임무였다. 방패 자체에 회전식 유탄 발사기가 장착된 타입이었다. 덕분에 상당히 무거워졌지만, 힘이 이능인 그렌이나 게임 캐릭인 짬타이거에게는 충분히 들만 한 것이었다.
그리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뛰어난 전투력을 보이는 레이니가 총기로 공격을 하고 희연과 미라엣이 그런 그녀를 보조하는 형태로 전투를 진행하게 되었다.
테러 나이트나 나이트 엔젤의 덩치 큰 갑옷은 소총만이 아니라, 수류탄 등 다양한 화기를 막아주기는 하지만, 그만큼 덩치가 크고 움직임이 둔했다.
원기가 손으로 지시를 내리는 순간, 테러 나이트들이 중거리에서 창문을 뚫고 적진에 돌입을 시도했다. 그리고 나이트 엔젤들이 그레네이드 란쳐를 이용해서 연막탄을 진입 불가능한 창문들에 쏴 넣었다.
곧, 현자회의 북미지부 내부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곧 옥상으로 중기관총을 든 이들이 튀어 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문을 여는 순간, 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저격 라이플의 탄환의 세례를 받으며 차례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아우성 대는 현자회의 병사들을 차례대로 죽이면서, 원기 일행은 재빨리 적 기지의 내부로 향했다.
“적의 헬기가 나타났다. 몸을 숨겨.”
건물에 진입하지 않고 거리를 제압하고 있던 테러 나이트들이 재빨리 엄폐물을 향해서 몸을 숨기고 최대한 분산되었다. 엘프 저격수들은 상업용 건물들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인명 피해는 적겠지만 공격 받는다면 재산 피해는 엄청날 수 밖에 없었다..
현자회의 헬기, 슈퍼 하인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러시아제 하인즈 D를 남아공에서 개조한 화력이 보강된 강력한 기체였다.
슈퍼 하인즈가 개틀링을 난사하면서 로켓탄을 쏘려는 순간, 갑자기 공중에서 날아오는 대공 미사일에 얻어맞고 폭발해 버렸다.
[템플 기사단의 지원이다. 외부 지원은 신경쓰지 말고, 거점 제압에 전력하라.]
호철의 텔레파시가 테러 나이트들에게 정확히 전달되었다.
템플 나이트 쟝이 코만치 헬기를 몰고 나타난 것이었다. 템플 기사단과 교섭을 통해서 그들의 협력을 받아낸 대신에, 쟝을 템플 기사단에 돌려주게 되었다.
쟝의 능력은 확실히 효과적이지만, 그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살릴만한 첨단 중형 무기는 아직 조제성이 손에 넣지 못한 상태였다.
특히 쟝의 경우는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적들만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BVR전투나 포격전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적의 저항이 예상외로 약하군.”
조제성은 함정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헬 게이트가 열릴 때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사흘도 안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걸 생각한다면 이 시기에 이정도 전력이 북미 거점을 수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가까운 공터에서 쟝의 뇌를 심었던 것과 비슷한 타입의 4족 보행 로봇 포좌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쟝이 조종하는 코만치에 가볍게 박살나 버렸다.
반응속도와 화력 면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에 승부가 되질 못했다.
“쟝이라는 녀석, 대단하긴 대단하군요.”
장수한이 혀를 찼다. 로이드는 에인페리아로 되살아 난 것에 대해서 죄책감과 문화적 충격 때문에 고생하고 혼란을 겪었다.
그래서 템플 기사단으로 돌아갈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쟝은 별다른 의식이 없었다. 구해준 것도 고맙고, 에인페리아로 되살아 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는 템플 기사단에 돌아가는 것을 원했고, 템플 기사단에서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현자회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유용한 이능을 가졌으며,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이 모두 템플 기사단과 연을 가지고 있었다.
불교에서 의도적으로 죽이지 않은 동물의 고기는 먹어도 죄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처럼, 쟝이 거래하거나 요청하지 않은 상태에서 프레이야가 준 육체로 부활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는 유권해석이 내려졌기 때문에 로이드도 템플 기사단으로 복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로이드와 레이나는 템플 기사단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쟝의 증언과 로이드와 레이나의 입장 표명은 템플 기사단에게 프레이야의 추종자들이 지구에 위해를 끼치지 않고자 한다는 것을 전할 수 있었다.
템플 기사단은 결국, 모든 갈등과 손해를 네이슨과 현자회의 책략 탓으로 돌리고 화해의 제스춰를 보냈다.
로이드와 레이나의 경우, 프레이야의 추종자들이 야심을 드러낼 경우, 그것을 곱게 따를 가능성은 없었다. 그렇기에 템플 기사단은 그들을 일종의 안전장치로 보고, 정기적으로 연락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는 박원기와 조제성에게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그로 인해서 이번 전투에서 템플 기사단의 지원 공격을 얻을 수 있었다.
미국 정부에 현자회의 입김이 작용하는 이들도 있지만, 템플 기사단의 동조자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현자회가 군대나 공권력을 동원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었다.
공권력을 아군으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적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템플 기사단의 조력은 큰 힘이 된다고 할 수 있었다.
반면, 테러 나이트와 나이트 엔젤 같은 실전 부대는 성전 기사단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리 인간을 훈련하고 쥐어 짜봐야 성취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현자회를 압도할 전력을 손에 넣었다고 할 수 있었다.
[여기는 레이니. 하데스와 아폴론을 발견 했습니다!]
“둘인가? 그 이상은 없나?”
[아직 없습니다. 아폴론의 공격에 그렌이 소멸했습니다.]
아폴론의 광선 공격은 순식간에 그렌을 녹여 버렸다. 하지만 희연이 가져온 알루미늄의 방패는 녹이지 못했다.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는 재질에, 무기 사랑이 작용해서 내구력이 상승한 덕분이었다. 결국 아폴론은 광선 무기를 전부 소모하고, 한쪽 팔의 전투력도 격감해 버렸다.
그리고 하데스의 중력 공격에 맞서서 미라엣의 공기 거인이 움직였다. 희연이 중력장에 짓눌리는 순간, 공기 거인의 주먹이 희연을 중력장 밖으로 쳐냈다.
레이니의 총알이 하데스에게 날아갔고, 하데스가 총알을 피해서 몸을 숙이는 순간, 원기가 달려들었다. 하데스의 중력탄이 원기의 양손에 든 검을 날려버렸지만, 원기의 손아귀에 양팔이 잡히는 것을 막지는 못했고, 그는 비명을 지르며 뻗어 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네이슨은 재빨리 지하로 도망쳐 버렸다.
“이 상황에서 도망을 쳐? 이해가 안가는군.”
곧, 북미 거점이 폭발했다. 그리고 폭발한 폐허 속에서 헬 게이트를 여는 마법진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마법진이 적어도 다섯 개는 더 준비되어 있을 것 같군.”
조제성은 한탄하듯 말했다. 아무리 기동력이 뛰어나다지만, 다섯 개나 더 마법진을 준비, 분산해 놓았다고 한다면 그것을 모두 찾아내서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혼돈의 대륙 쪽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것 같군요.]
폭발에 말려서 죽었다가 부활한 원기가 착찹한 음성으로 말했다. 새로운 하데스의 영혼을 손에 넣기는 했지만, 정보를 얻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새로 간부가 된지 얼마 안되는 녀석이라,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을 가능성도 적었다.
실험체로 이용당한 피해자들의 영혼과는 달리, 협조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지옥을 빨리 만들어야, 영혼을 고문도 하고 복수도 즐길 수 있을텐데.’
지구에 만들어지는 대응 마법진보다는 혼돈의 대륙에 만들어지는 마법진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본체라고 할 수 있었다.
대응 마법진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본 마법진에서 소모되는 에너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대응 마법진이 수천명 분이라면, 본 마법진은 수백만 명 분이었다.
따라서 대응 마법진처럼 여러 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만큼 공략하기 쉽지 않았다.
아스 연합이 공격해 들어가면, 거기 가세해서 공격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딘 녀석이 잘 싸워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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