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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221화 (221/497)

221화 게임형제

펜릴이 프레이에게 굴복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펜릴의 야성적인 감은 자신의 입지를 파악하는데도 확실하게 효과를 발휘했다. 전혀 모르는 낯선 세상에 아주 미약한 힘을 가지고 떨어졌다.

그런 그에게 프레이는 재앙이기도 했지만, 세상을 알게 해주고 살아갈 방법을 가르쳐주는 소중한 수단이기도 했다.

프레이의 태도를 통해서, 펜릴은 자신은 물론이고 헬조차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헬은 죽일 가치도 없다는 건가.’

펜릴은 프레이의 태도를 보면서, 그가 전에 없이 만족스러워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펜릴에게 존재하는 강자존의 사고방식에 따르면 프레이는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었다. 물론 현시점에서만 그랬다.

“횽아말만 잘 들으면, 이쪽 세상에서도 재밌게 살 수 있지.”

“알겠습니다.”

‘언젠간 네 놈이 날 횽아라고 부르게 만들어 주지.’

펜릴은 이를 갈면서 프레이에게 답했다. 펜릴도 이쪽 세상이 특이하지만, 마음에 안드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이 세상은 누구에게나 평등했다.

펜릴은 생겨나면서부터 완벽하고 강력한 육체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일종의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다.

과연 자신의 육체가 가진 압도적 유리함을 제외한다면 자신은 정말 강한 것일까.

하지만 스포츠 게임도 아니고, 최선을 다하지 않고 상대에게 핸디캡을 준다는 것은 아스가르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적수를 모르던, 적수가 존재할 수 없던 펜릴에게 희연의 존재는 파격적이었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자신과 대등하게 싸우는 정도가 아니라, 마지막 전투에서는 압도했다.

검을 든 순간, 자신은 형편없는 초보에 머저리였고 상대는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의 예술가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름 통쾌하기도 하고, 즐거운 일이기도 했다. 그녀에게 설욕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 짝이 없었다.

그때 갑자기 퍼뜩 든 생각이 있었다.

“프레이 횽아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럼 여자 중에는 더 강한 사람이 있는거 아닙니까?”

“너도 잘 알텐데? 불여우라고 무식한 칼춤추는 무식한 년. 솔직히 실력은 내가 윈데, 템빨이 딸려서 말이지.”

‘퍽이나. 네 놈이 잔재주 좀 부린다고 이길 수 있을리가.’

펜릴의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자리잡았다. 프레이가 설욕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안 만큼, 설욕의 기회는 자신에게도 주어질 터였다.

완벽하게 동등한 입장에서 실력을 겨룬다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결정적으로 상대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에인페리아 조차도 신들의 변덕 때문에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죽이고 죽여도 상대를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 렙빨, 템빨, 등 강해질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서 전력으로 대등하게 붙을 수 있는 세상이었다. 프레이는 자신이 좋아서 이 세계에 머물면서도 희연에게 설욕을 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펜릴 자신은 좋건 싫건 이 세상에서 마물러야 하지만, 어느정도의 자유는 주어진 상태였다. 목표가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었다.

‘언젠가 그 계집을 꺾어주겠어. 프레이 같은 허접에게 뒤질 수는 없지. 네 놈이 날 횽아라고 부를 날은 그리 머지 않았다.’

펜릴의 미소를 본 프레이는 펜릴이 자신의 포부를 비웃는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녀석에게 진짜 벽이 뭔지를 보여줘야겠군.’

그는 펜릴을 닭장으로 데리고 가서, 닭이 왜 블러드 라인 최악의 생물이라고 불리우는 지를 여실히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펜릴이 닭털과 닭똥에 쩔어서 튀어나오자, 그는 작대기 하나를 들고 다시 붉은 장닭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결과는 마찬가지로 장닭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하지만 닭들을 상대로 보인 위용에 펜릴은 프레이를 다시보게 되었다. 그 눈빛에 만족한 프레이는 득의 양양하게 말했다.

“저 붉은 장닭은 네가 아는 그 계집도 감히 당해내지 못했지.”

프레이의 목표 중 하나가 희연보다 먼저 붉은 장닭을 제압하는 거였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펜릴의 목표가 되었다. 블러드 라인의 최강자의 자리를 붉은 장닭에게서 누가 먼저 빼앗아 오는가, 그것이 두 게임폐신의 공동의 목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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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빨리 낚였군. 게임형제의 탄생인가.”

조제성은 피식 웃었다. 아스가르드의 오락이라고 해봐야 원시적이었다. 프레이는 그리 쾌락을 즐기는 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세의 유희에 푹 빠졌다. 펜릴은 승부와 쾌락을 즐길 줄 아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펜릴의 시체에서는 제법 큰 신성력의 덩어리가 나왔다. 물론 이것을 신성력으로 환원할 수는 없었다. 혼돈의 힘은 로키가 다른 신들이 사용하기 어렵게 꼬아놓은 것이었다.

복원한다고 해도 프레이야의 신성력으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프레이는 이것을 아티팩트의 재료로 바꿀 수는 있다고 자신했다. 펜릴의 몸에서 나온 재료로 만들어질 무기에는 ‘펜릴’의 이름을 붙이는 것을 고려중이었다. 프레이는 장인이자 사용자인 자신의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지만, 프레이에게 줘봤자 게임 세계에서 나올려고 들지 않을 테니 돼지목에 진주가 될 가능성이 컸다.

헬은 몬스터들로 하여금 보호하게 만들어 놓았다. 몬스터들은 공격을 받지 않으면 반격하지 않는다. 선공몹이라고 해도 그들이 반응하는 것은 오직 유저 뿐이었다.

프레이는 헬이 있는 지역에 붉은 장닭의 스펙을 조종한 필드 보스몹인 황금색 금닭을 배치해 놓았다. 붉은 장닭보다 내구력과 방어력이 높은 대신에 무한 공포 효과를 제거해 놓은 버전이었다.

프레이가 붉은 장닭에 대해서 연습용으로 쓰기 위해 급조한 보스였다.

헬의 부하 몬스터들 가운데 닭들에게 쪼여죽은 놈들이 없진 않았지만,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유저들로부터 몸을 지키는 방벽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헬만 무사하다면, 로키는 계속 전력을 블러드 라인에 쏟아 부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펜릴은 프레이가 잘 데리고 놀 것이 분명해 보였다. 프레이가 펜릴을 괴롭힐 거라고 의욕이 충천해 있었지만, 사실 프레이야말로 같이 놀 친구가 필요했다. 호철과 찬균과 잘 놀고는 있었지만, 두 사람은 생각보다 바쁜 편이었다. 그리고 게임을 24시간 같이 해주며 놀아줄 수도 없었다.

‘문제는 오딘이군.’

슬슬 프레이야를 되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자신들의 소중한 여신이 갑자기 사라졌는데 태평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전함을 급조시켰다. 눈가림용 목조 증기선이었다. 혼돈의 대륙에서 프레이야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보고와 함께 함선을 건조시켰다. 그리고 선원들을 고용해서 출항시켰다.

오딘이 이 배를 격침시킬지 내버려 둘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대역 역할을 맡길 수 있는 그렌과 미라엣에게 짬타이거와 불여우의 모습을 시켜서, 토르의 영토로 돌아오는 배에 탑승시켰다. 오딘은 엇갈리는 모습을 보면서 안심할 가능성이 컸다.

‘두대의 배를 모두 침몰시킬 수도, 어느 한쪽만 침몰시킬 수도 있겠지.’

위험부담도, 희생도 각오해야 하지만 아무일도 없이 내버려두면 오딘이 이상하다고 느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슬슬 여신님이 나서셔야 할 시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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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는 조금 오랜만에 프레이야가 되어야 했다. 게임속에서 프레이야가 될 때는 그다지 위화감이 없지만, 현실에서 프레이야의 몸으로 있으면 꽤 위화감이 느껴졌다.

움직일때마다 가볍게 흔들리는 가슴도 그렇고, 허전한 사타구니도 그랬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좀 부담스러웠다.

조제성은 물론이고 장수한의 눈빛도 조심스러워졌다. 곁을 지키는 희연이나 시중을 드는 리디아의 태도도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불만을 말해봐야 바뀔 리가 없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충실하게 프레이야 여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들의 호의를 거절한다면, 그들은 당황할 것이고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들 것이 틀림없었다.

‘주변에 신앙심이 깔리는건 정말 곤란한데.’

원기는 지긋이 주위 사람들의 스테이터스를 바라봤다. 모두가 충성심, 신앙심이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로서는 달갑지 않았다.

“템플 기사단과 교섭이 잘 된다면, 한시름 놓게 될 겁니다.”

조제성이 여전히 여유있는 태도로 말했다. 다만 원기 상태일 때 보이던 눈빛과는 여러가지 다른 감정이 담겨 있었다. 자연스럽게 발하는 카리스마가 끌어낸 감정이었기에 조제성 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템플 기사단과의 정식 협력은 조제성의 준비가 충분해 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이요. 이계의 정신 기생체.”

접견 장소에서 만난 템플 기사단의 주교는 말을 고르는데 애를 먹은 듯 싶었다. 그는 프레이야가 발하는 카리스마에 강한 반감을 보였다. 강한 신앙심이 있으니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프레이야의 주변 인물들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한 것이기도 했다. 템플 기사단 출신인 로이드와 레이나도 울컥하는 느낌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정신 기생체보다는 영적피조물이라고 하는게 듣기 좋을 듯 싶군요. 이계보다는 고대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틀린 표현은 아니니 원하는데로 부르셔도 됩니다.”

독실한 신앙인인 템플 기사단의 주교의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한 원기는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안도록 권했다. 그리고 그런 프레이야의 태도는 템플 기사단의 참석자들에게 더 강렬하게 다가온 듯 싶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자신들의 대표자의 발언은 상대를 모독한 것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럼 프레이야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신이 아닌 영적 피조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 저는 불멸자가 아닌 필멸자이고, 전지자도 아닌 어리석은 자들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자들을 사랑하고, 미워하는 자들을 미워하는 존재입니다.”

“인간과 유사한 상위 정신체라는 뜻입니까?”

“저는 상위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딘이나 로키 같은 무리를 보면 저질 정신체라고 생각되는군요. 존경받는 인간의 영혼이 훨씬 더 고결한 존재라고 생각됩니다. 인간과 다르지만 동등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프레이야의 말을 들은 템플 기사단의 한 사람이 주교에게 귓속말을 했다. 그는 로이드처럼 진실을 구별하는 눈을 가지고 있는 이였다. 프레이야의 말에 거짓이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로이드와 레이나가 변한 것도 이해가 가는군요. 네이슨 그 망할 놈 때문에 아까운 인재들을 잃었습니다.”

주교의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프레이야의 카리스마에 대해 갖던 반감이 작아지고 영향을 받은 것일 수도 있었다.

원기로서는 자신을 신으로서 못봐주겠다는 그들의 태도가 오히려 마음이 편하게 느껴졌다. 과대평가와 과도한 기대는 때로 사람을 억누르기 때문이었다.

실무는 조제성과 장수한이 나서서 처리했다.

테러 나이트는 템플 기사단이 인수하기로 결정 되었다. 어차피 테러 나이트가 템플 기사단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제와서 뒤바꿀 필요는 없었다.

테러 나이트가 지금까지 처리한 범죄자들에 대한 자료와 증거들을 공개해서 테러 나이트가 오명을 씻을 때, 템플 기사단의 명예도 회복되게 될 것이었다.

조제성이 최대한 신경을 쓴 만큼, 죽은 자들의 범죄에 대한 자료와 증거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실한 것들이었다.

물론 테러 나이트를 템플 기사단에게 넘긴다고 했지만, 그것은 일종의 계약이었다.

용병 조직으로서 테러 나이트를 템플 기사단이 고용하게 되는 것이었다. 보수는 군사적 협력이 전부였지만, 어차피 현자회는 양측 모두의 적이었다.

“이번에 현자회가 저지른 범죄가 대규모인 만큼, 템플 기사단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엔 나쁘지 않을 겁니다.”

조제성이 리모콘을 누르자, 자료 화면이 벽면의 대형 화면에 떴다.

“우리측이 입수한 정보로 확인 된 실종 사건과 인신 매매만 수백 건이 넘습니다. 증거 자료도 제법 많습니다. 조만간 기사화 시킬 예정입니다.”

테러 나이트가 죽인 것은 나이트 엔젤 뿐이고, 일부의 범죄자들만 피해에 말려들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피해자들이 모두 심각한 수준의 다중 살인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여론은 좋아질 것이 분명해 보였다.

테러 나이트라는 조직과 현자회라는 적을 템플 기사단에게 떠넘기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추가적인 협력으로 혜서 국제학원을 사용할 수 있게 해드리지요.”

조제성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미 사업과 비밀 조직, 아지트 등을 전세계에 뿌려놓은 터라서 조제성은 자신을 감출 필요성이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프레이야 제국의 재상 자리만해도 미칠 듯이 바쁜 상황이었다.

그리고 혜서 학원에서 원기와 희연, 연하가 졸업하면서 그 가치는 줄어들었다. 물론 이능을 각성하거나 강화할 수 있는 훈련 시설로서의 가치는 변함이 없었다.

엘프들만이 아니라, 템플 기사단원들을 훈련시킨다고 그리 나쁠 이유는 없었다.

“여신님께 직접 확인하고 싶습니다. 지구상에 신도를 늘일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

주교는 프레이야에게 강렬한 눈빛으로 재삼 질문했다. 하지만 그가 프레이야에게 감화를 받았다는 사실은 ‘여신’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데서 어느정도는 드러나고 있었다.

신앙의 대상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존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계 만드는 존재감이 프레이야에게는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전 제가 지킬 사람들을 늘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그들을 지킬 생각입니다. 신앙의 대상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럼, 세부적인 사항은 좀 더 조율하는 것으로 하고, 오늘 이 자리를 끝내고 싶습니다. 여신, 아니 프레이야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대단히 부담스럽군요.”

템플 기사단 주교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레이야 여신이 보여준 존재감이 자신의 신앙심을 흔들 것이 두려워졌기 때문이었다.

“저 고지식한 양반을 흔들어 놓다니, 역시 여신님은 대단하셔요.”

레이나가 유쾌한 듯이 말하자, 로이드는 난처한 듯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원기 자신도 로이드와 비슷한 미소를 지었다.

프레이야 여신의 존재감은 무기도 될 수 있지만, 폭탄도 될 수 있었다. 광신자들을 양산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만큼 원기에게도 그다지 달가운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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