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화 현자회의 실체
“일종의 보호벽인가.”
수호의 경계라는 이름을 붙인 원기의 이능은 거의 모든 공격을 막아내는 보호막의 일종이었다.
형태는 자유롭지만, 공격으로는 사용할 수 없었다.
원기의 상태에서도 제법 강력한 방어력을 보여주지만, 프레이야 상태에서는 절대적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방위력을 보여주었다.
물론 프레이야 상태에서 사용할 시에는 대량의 신성력을 소모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원기 상태에서는 신성력의 소모가 없는 대신에 급격한 정신적 피로를 가져왔다.
형태를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혹시 공격에도 사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지만, 접촉한 상대의 움직임을 막을 뿐 조금의 위해도 가하지 않았다.
이 경계에 접촉한 탄환은 그 형태 그대로 경계를 따라 미끄러져서 땅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단순한 벽이라기 보다는 운동 에너지를 차단하고 침입을 막는 역장이라고 볼 수 있었다.
물론 안에서 밖으로도 나갈 수 없었다.
원기는 공격 기술로 활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아쉬움을 느꼈지만, 동시에 안도감도 들었다. 충격없이 상대를 받아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아군을 보호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공중에서 떨어지는 동료가 있거나 무시무시한 속도로 벽에 부딛치려는 동료가 있다면 구해줄 수는 있었다.
그리고 적어도 시간을 벌어주는 용도로는 사용할 수 있었다.
‘그놈의 엑스칼리버에 어느정도 버텨줄 수 있을지가 문제로군.’
한가지 확실한 것은, 신들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이능을 발휘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신들의 성향이랄까, 성격이 이능의 형성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궁그닐이나 묘르닐 같은 강력한 기술을 다른 신들이 쉽게 흉내내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토르는 파괴 자체에 매료되어 있다면, 오딘은 정밀타격 자체가 그의 성향에 맞다고 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블레이드와 붙어봐야 알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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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에로 영감.’
랜슬롯은 내심 투덜거렸다. 그는 아름다운 외모의 미남자로 이름 높았다. 그리고 그것은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서구 유럽에서는 기원전부터 동성애가 만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스 문화를 이어받은 로마 문화권은 물론이고 중동을 비롯한 근동 지방에도 동성애는 만연되어 있었다.
구약 성서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의 경우도 동성애로 인해 벌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남자 천사에게 반한 남정네들이 롯의 집에 몰려오자, 롯은 그들을 말리기 위해서 자신의 딸을 내어놓겠다고 했지만 그들이 거부하는 내용처럼 동성애를 터부시하지도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던 시기까지 있었다.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그리스도교가 자리잡으면서 조금씩 바뀌고는 있었지만 그 영향은 꽤 강하게 남아있던 편이었다.
그리고 미소년에서 미남자로 자란 호수의 기사 랜슬롯은 동료들에게서 불쾌한 시선을 받아야 했던 즐겁지 않은 추억이 있었다.
그 덕분일까, 그는 멀린이 아더를 바라보는 시선에 순수하다고 할 수 없는 애정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여자들이나 후리던 난봉꾼 영감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현자회 내의 시선들이었다. 아더를 비롯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들 가운데에는 노골적이고 천박한 시선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멀린은 그에게서 게이볼그를 가져다가 현자회에 넘겼다. 그리고 그 와중에 교묘한 언변을 통해서, 랜슬롯에게 이능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명백한 거짓이었다. 그가 호수의 기사라고 불리운 것은 물을 사용하는 이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이능이 있어서, 물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었다. 물가의 전투나 비가 내리는 상황에선 특히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멀린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랜슬롯은 마창을 가져가고 난 후, 자신에게 이능이 없다는 사실을 들은 현자회의 눈빛이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감으로 알 수 있었다.
‘망할 영감 같으니라고.’
랜슬롯은 멀린이 자신을 통해서 현자회의 추한 내면을 확인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바뀔 것은 없었다. 주군의 안전을 위해서는 자신이 미끼가 되어서라도 적의 정체를 알아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본다면, 자신의 이능은 정조를 지킬 마지막 보루가 될 수도 있었다. 아더 역시 자신의 이능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현자회를 의심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멀린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멀린이 하는 말과 행동에는 무언가 의도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 아더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랜슬롯님께서 가주셨으면 하는 곳이 있습니다. 동방의 전선에서 랜슬롯님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아더님께 맡기고 랜슬롯님께서 저희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차라리 빨리 밝혀지는게 편하겠지.’
랜슬롯은 그렇게 마음먹었다. 다만 걱정인 것은 주군인 아더를 두고 움직이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연락 수단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랜슬롯의 어깨 위에서 물의 기운이 느껴졌다.
멀린이 부리는 물의 정령이었다. 멀린의 정령술이 갖는 문제점은 정령들이 멀린의 곁에서 멀어지면 저절로 흩어져서 자연의 힘으로 돌아가버린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물의 이능을 가진 랜슬롯이 물의 정령에게 이능의 힘을 공급하면 물의 정령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도 멀린과 심령이 통한 상태가 유지 되었다.
덕분에 랜슬롯이 정찰 임무를 맡은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렇게 될 듯 싶었다.
[망할 영감. 아더님에게 허튼 수작 부리면 가만두지 않겠어.]
[흘흘흘. 내가 언제 아더님에게 나쁘게 군 적이 있었던가. 아무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없는 동안 내 아더님을 밀착해서 지키도록 하겠네. 뭐, 지금까지 경험해 보시지 못한 몸을 쓰는 즐거운 놀이를 가르쳐 드릴까 생각중이긴 하지. 흘흘흘.]
랜슬롯은 살짝 이를 갈았지만, 한숨을 쉬었다. 너무나도 바뀌어 버린 세상이라, 자신은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쉽지만, 이 세상에 적응해서 주군을 지킬 힘은 없었다.
그런 면에서 호색한 영감은 의지가 되는 존재였다. 악신과 손을 잡은 템플 기사단이라는 놈들도, 악신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 악신을 불러들이려고 하는 현자회도 어느쪽도 믿을 수 없었다.
특히 자신들을 변태적인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소녀의 몸으로 부활시켰다면, 현자회는 그들에게 있어서 일차적인 적으로 봐야 할 터였다.
‘망할 영감탱이보다 교활한 놈은 본 적이 없으니, 그 점은 다행이라고 해야 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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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회의 스폰서는 두 종류로 나뉘었다.
하나는 거래자였다. 현자회에 돈을 지원하고, 현자회가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서비스를 얻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현자회의 돈줄이긴 하지만, 현자회의 활동에 대해서 몰랐다. 그리고 알려고 들지 않았다. 현자회가 어떤 짓을 저지르는지 모르면 그들은 현자회의 범죄에 대해서 책임을 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돈을 주고, 상품을 사들일 뿐인 관계인 것이다.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그들이 알 바가 아니었다.
현자회는 그들에게 의료서비스와 술을 제공했다.
생명의 술이라고 불리우는 이 술은, 마시는 사람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강렬한 쾌감을 안겨주었다.
강력한 각성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체적 부작용은 없었다. 부작용 없는 강력한 마약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육체적 중독성은 없지만, 정신적인 의존성은 존재했다.
넘치는 에너지와 욕망 덕분에 마신 이들은 젊음을 되찾은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젊음을 그리워하는 것은 약물의 부작용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현자회에서 만들어낸 이 생명의 술은 입소문을 통해서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전해졌다.
이 술은 인간의 피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뱀파이어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듯이 헌혈 등을 통해서 만들어질 수는 없었다.
보통의 피 그 자체에는 인간의 생명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이 죽을 때, 그 생명력이 핏속으로 녹아들게 만들 수 있을 뿐이었다.
헬이 만들어낸 뱀파이어라는 생명체는 피를 빠는 것이 아니라, 피를 통해서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것이었다. 헌혈처럼 살아있는 상태에서 뽑아낸 피에서는 생명력을 얻을 수 없었다.
생명을 잃는 순간, 가로챈 생명력이 그들의 진정한 양식이었다.
헬의 비술을 통해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생명력을 술에 담은 생명의 술이었다. 인간의 죽음을 통해서만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었다.
두번째 스폰서들이 바로 이 부분에 직접 개입한 자들이었다. 협조자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이었다.
이들의 의향에 따라서, 현자회들은 움직여 졌다. 그리고 이 협조자들을 움직이는 진정한 흑막은 바로 헬에게 귀속된 자들이었다.
지구에 남겨진 뱀파이어들이 바로 현자회의 중심이 되는 존재들이었다. 자신들의 정체가 밝혀져서는 안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협조자들을 통해서 현자회를 움직이는 번거로운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뱀파이어라고 하지만, 헬에 의해서 변조된 생명체이고 엘프가 그렇듯 기본은 인간이었다. 그들은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지만 그렇다고 생명을 빼앗긴 이들이 뱀파이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탄생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동일했다. 인간보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엘프와 비슷한 생명체로서 살아간다. 그리고 늙어서 죽어가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보면 엘프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력을 섭취함으로서 그들은 불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불로의 과정은, 남의 생명력으로 자신의 생명력을 채우는 것과는 좀 달랐다. 육체의 생명력은 소진된다. 남의 생명력만 계속 충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정상적인 생명체와 멀어지게 되었다. 젊어서 죽은 뱀파이어는 시신을 남기지만, 늙어서 죽은 뱀파이어는 시신도 남기지 못하고 흩어질 뿐이었다.
피를 빨지 않으면 수명은 오십세 정도가 되지만, 피를 빨게 되면 수명의 제한은 없어진다. 하지만 육체는 더 빨리 붕괴되었다. 육체가 붕괴되면 태양빛 아래에 나설 수 없었다. 그리고 자녀를 낳을 수도, 음식을 먹을 수도 없게 되는 것이었다.
라그나로크로 떠나간 존재들만이 자신들에게 진정한 영생을 안져줄 수 있었다. 죽음을 거부하고 피를 빨아가며 어둠 속을 살아가는 그들은 비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살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주인인 헬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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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저년은 내가 잡아야 하는데. 역시 공대를 짜야 하나.”
만렙을 달성한 펜릴은 헬 사냥에 열중하고 있었다. 만렙을 달성하고 프레이에게 도전했지만, 만렙이라고 다 같은 만렙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템의 차이가 절대적이긴 했지만, 스킬을 사용하는 테크닉에서 프레이에게 자신이 쳐진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내심 타도 프레이를 외치면서, 그는 과거의 동료인 헬을 때려잡기 위해 사냥에 열중하고 있었다. 펜릴은 프레이처럼 게임 속에만 머무를 생각은 없었다. 물론 게임에서 졸업할 생각은 없지만, 피튀기는 전장도 그리웠다. 죽지않겠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없으면 전장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블러드라인 안에도 죽지않겠다고 발버둥치는 것들이 있었으니, 헬과 그 똘마니 들이었다.
살고자 발버둥치는 놈들이 아니면 죽이는 것이 허무해 질 수 있었다. 그의 목표는 헬을 잡아죽이고 아티팩트를 만들어 현실의 전장에서 죽음을 즐기는 것이었다.
프레이야를 위해서 싸우겠지만, 죽음과 파괴를 즐기는 본성은 그의 정체성에 가까운 것이었다. 프레이처럼 블러드 라인이라는 세계를 온전히 만끽하는 것은 펜릴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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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본의 스폰서로군요. 위험도는 높지 않습니다만 조심하는게 좋겠지요."
조제성은 리디아와 함께 일본으로 향했다. 오랜 명가이자 다수의 기업을 운영하는 가문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병기를 생산하던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고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양인을 과연 현자회의 핵심부까지 받아들였을 것인지 의심스러운 면도 있었다.
'호위 병력을 불렀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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