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화 초능력자들.
“아오, 시발. 잠좀 자자. 시끄럽다.”
원기는 평소에 쓰지 않던 험한 말을 내뱉었다. 물론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미소녀가 된 아더왕, 블레이드의 존재가 좀처럼 움직이기 싫어하던 친구들을 영국땅까지 끌어온 것이었다.
작전 구역이 달라서 희연과 오래 못만나고 있었던 터라, 친구들하고 오랜만에 왁자지껄 떠드는 것은 꽤 그립고 유쾌한 기분이었다.
찬균과 호철은 병상의 그가 갖고 싶었던 동년배 친구들이었고, 더 이상은 갖기 힘든 존재이기도 했다.
피자와 콜라, 맥주등을 호텔 방에 쌓아두고는 먹고 떠들면서 밤새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이야기 가운데에는 블레이드를 비롯해서, 야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덕력이 가장 딸리는 원기가 가장 먼저 피곤에 지쳤다. 그래서 먼저 잠자리에 들렸고, 귓가에 들리는 말 소리에 원기는 평소에 쓰지 않던 욕을 섞어서 답했다.
‘언제 출동해서 몸으로 뛰어야 될 지 모르는데, 이자식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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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연구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초능력이라, 그건 죄다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그건 그렇고 여긴 완전히 지하 벙커같군.”
“최근에 들어서 다발적으로 나타난 현상입니다. 부정할 수 없는 실존하는 힘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국운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저희 연구를 지원해 주시는 것도 그때문이지요.”
연구기관의 장을 맡은 사내는 근엄해 보이는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식적으로 인정받은 조직은 아니지만, 많은 예산과 협조를 얻는 곳이었다.
국방부와 국정원의 감사를 받고 있기도 했다. 완전한 군사적 첩보적 기밀로서 취급되기 때문에 당선직인 국회의원들 대다수도 모르고 있었다.
최근 다발적으로 발생한 초능력자들에 대해서 국가적인 차원의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지금까지 드러난 초능력자들, 실제로 존재하는지 않는지 애매모호한 능력으로 뜬금없는 소리만 하던 자들과는 전혀 달랐다.
“이 초능력들을 우리는 여신의 축복이라고 부릅니다.”
“여신의 축복? 희안한 이름이로군.”
국방부 소속 감찰위원은 미심쩍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의 표정을 보면서 연구소장은 한숨을 쉬었다. 당연한 반응이었기 때문이었다.
“실은 이 초능력에 대해서 알고있는 비밀 조직 같은 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초능력자들에게 접근해서, 한마디 말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그리고 그 한마디 말에 초능력자들은 완전히 자신의 능력을 상실합니다. 그리고 그 말이 ‘나는 여신을 믿지 않는다’입니다.”
“그 소문은 듣긴 들었지.”
감찰위원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리를 박차고 떠나지는 않았다. 마법과도 비슷한 힘이니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랐다. 사이비 종교로 흐른다면 연구소장은 곧 경질될 터였다.
감찰위원은 내심 연구소장 경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초능력 연구자가 있을리 없다지만 미친 놈을 연구소장으로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저는 초능력자들을 몰래 모아들인 다음, 쓸모없는 능력이지만 확인하기 쉬운 능력을 가진 이에게 테스트를 시켜 봤습니다. ‘나는 아테네 여신을 믿지않는다.’라고 말이지요. 그러자 능력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일단 지구상에 알려진 모든 여신들의 이름을 차례대로 부정하도록 시켰지요. 그 결과 북구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인 ‘프레이야’ 여신의 이름에서 능력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능력의 상실인지 봉인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만.”
“호오, 프레이야? 꽤 뜬금없는 여신이로군.”
“사실, 저도 당황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같았습니다. 프레이야 여신을 부정하면, 그 능력이 봉인되어 버립니다.”
그가 새로운 초능력에 대해 알게된 것은 이능을 봉인당한 이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초능력 연구소를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부는 자신에게 생긴 이 이상한 현상을 알고 싶어서 봉인당하기 전에 찾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는 국정원의 방문을 받았고, 그 결과로 이렇게 특수 기관에 종사하게 된 것이었다.
“프레이야 여신이라니 그게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저도 답답합니다만, 사실이 그런 것을 어쩌겠습니까. 실제로 프레이야 여신의 이름을 알려주고, 초능력을 발휘할 때 프레이야 여신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말하니 초능력을 사용할 때 위력이 상승하거나, 부담이 경감되는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프레이야 여신에게 기도하는 것으로 초능력이 성장한다는 가설도 지금 확인 중입니다.”
“호오. 정말로 프레이야 여신이라는게 도움을 준다는 건가?”
“예. 그래서 텔레파시 발신 능력이 있는 초능력자에게 프레이야 여신과 교신을 시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녀의 기도에 여신이 응답해 준다면,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겠지요.”
“글쎄. 그걸로 국가의 예산을 타낼 수 있을까?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리는군.”
“사실 연구하는 저희 쪽에서도 그렇습니다만…실제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하기 때문에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소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부에 있는 명상실로 안내했다. 명상실은 고대의 신전과 같은 분위기와 함께 프레이야로 보이는 여신상이 존재하고 있었다.
‘쯧. 완전히 사이비 종교화 되었군. 이런데 세금이 쓰여도 되는 건가?’
감찰위원은 내심 혀를 차면서 주위를 돌아보았다. 촛불 형상의 조명아래서 의외로 열심히 기도하듯 집중하는 초능력자들이 보였다. 초능력의 향상이 수치상으로 증명된다면, 꼭 거부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짜로 여신이라는게 존재한다면 어떻게 되는거지? 그것도 골치아픈 일이로군.’
“저 소녀가 가장 강력한 발신형 텔레파시 능력자입니다. 상대의 이름이나 얼굴을 떠올리는 것으로 원거리에 있는 이에게도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정신 공격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신 공격이라면?”
“귀를 막을 수 없는 상대에게 이쪽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강제로 듣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걸 이용해서 상대를 설득하거나, 세뇌를 할 수도 있고 잡음을 이용해서 상대를 피곤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허허. 그런 방법이 있나?”
“그 외에도 종교적 광신도나 정신적으로 불안한 이들에게 마음의 소리처럼 위장한 텔레파시로 조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광신도 중 하나에게 테러를 일으키게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테러를?”
“물론 미연에 방지했습니다. 폭탄을 들고 나오는 자를 잡고, 그것을 빌미로 종교집단의 소탕에까지 성공했습니다. 놈은 자신이 ‘신의 계시’로 행동했다고 믿고 있지요.”
“무섭군.”
“그게 이능력의 군사 정치적 이용가치를 말하는 겁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도 있고, 혼돈이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런 연구가 가치가 있는 겁니다. 아무리 외부인이 보기엔 바보같이 보인다고 해도 말이지요.”
“하지만 이런 사이비 종교화는 용납할 수 없네.”
“초능력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프레이야 여신의 이름을 부정하는 자들은 초능력이 사라집니다. 이 명백한 사실들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프레이야 여신이 어떤 존재인지 한시라도 빨리 구명해 내야만 합니다. 실제로 신앙심과 더불어 초능력이 더 강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언젠가는 저 소녀의 기도도 프레이야 여신에게 닿을 지 모르지요.”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순간, 명상실 내의 초능력자들이 전부 고개를 들고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기지 전체의 초능력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이지? 뭔가 변화가 있나?”
연구소장이 묻자, 곁에 있던 초능력자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예. 갑자기 하늘에서인지 마음 속에서인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알겠나?”
“글쎄요. 뭔가 들은 것은 확실한데. 자신이 없군요. 제가 헛것을 들은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이지요.”
연구소장의 질문에 초능력자들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 소녀가 연구소장에게 달려왔다. 여신을 떠올리며 강하게 염파를 보내던 텔레파시 능력자였다.
“여신님께서 답해주신 것 같아요.”
“뭐라고 하던가? 아니 하시던가?”
“잠좀 자게 조용히 하라고 하시던데요.”
텔레파시 능력자인 소녀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이들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난 아오 시발이라는 소리도 들었어.”
“나도. 그거 진짜였던 거야?”
초능력자들은 소곤대면서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프레이야 여신의 첫번째 교신이자 신탁이 ‘아오 시발’이라는 네글자로 시작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찌 되었든 프레이야라는게 실제로 존재하긴 하나보군. 한시라도 빨리 그 정체와 의도를 알아내지 않으면 안되겠어."
감찰위원의 말에 연구소장은 입을 굳게 다물고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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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의 양산화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수백명을 동시에 찍어내거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최소 백여명 이상의 희생으로 한 명을 만들어 내는게 고작이었다.
수백명의 희생을 통해서, 손에 넣은 엑스칼리버는 고작 일곱이었다. 물론 아폴로는 엑스칼리버를 더 뽑아낼 생각이 있었다.
사이보그는 인간보다 강하고 빨랐다. 아이언맨이나 로보캅처럼 두꺼운 강철판을 두르고도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총기의 가치는 떨어진다.
순수하게 초능력에 가까운 이능을 사용해서 전투력을 보완해왔지만, 엑스칼리버라는 이능은 그런 면에서 사이보그에게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냥 맨몸으로도 총알을 튕겨낼 수 있고, 두꺼운 강철판도 검으로 잘라버릴 수 있었다.
아폴로는 희연을 상대할 카드로 일본의 유명한 검사인 마츠모토 츠루기를 끌어들였다. 최근에 은퇴할 때까지 유명 검도대회에서 불패를 자랑한 최강, 아니 전설의 검사였다.
그가 검술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희연의 아버지가 일본에 가서 직접 비디오를 찍어 올 정도로 팬이기도 했다. 희연 역시 그의 검을 동경하며 자라왔다.
‘첫번째 시험대로 이상적인 놈이 되겠군. 불여우와 붙여보면 재미있겠지.’
사이보그의 능력은 일시적이지만 에인페리아보다 강력했다. 그리고 공방 일체의 엑스칼리버와 공격 일변도인 무기사랑은 어느쪽이 유리한 지 따져볼 필요도 없었다. 대전 경험은 이쪽이 압도적으로 위였다.
아더왕과 대전을 시켜 본 결과, 아더왕은 마츠모토의 검 놀림에 일방적으로 유린당했다.
엑스칼리버로 서로 보호받는 상황이라 승패가 나지는 않았지만, 검의 귀재라고 불리운 검호다운 강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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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슬롯이 이쪽에 넘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 아더왕을 설득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방법이 있습니까?]
“간단한 방법이긴 합니다만, 랜슬롯이 몇가지 수신호를 알려주었습니다. 갑옷의 색깔과 수신호로 적의 눈에 띄지않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원기는 조제성의 말에 따라서 아더왕과 전투를 벌이면서 그들을 설득할 준비를 했다. 현자회의 눈에 띄지 않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이능 덕택에 아더와 대결을 벌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더의 공격이 날카롭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희연과 대결을 벌여온 원기가 그 공격을 읽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더의 공격을 방어 이능으로 막고, 반격할 때는 이능을 푸는 방식이지만 이미 아더와 호각으로 겨룰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해보도록 하지요. 그건 그렇고 그쪽은 괜찮습니까?]
“당분간 리디아양 혼자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틀 정도면 엘프들도 오기로 했습니다.”
숲속에서의 오발 사고와 리디아의 습격 때문에 상대는 포위망만 갖추고 서서히 조여들고 있었다. 외부와 연락할 방법이 없다고 믿기 때문에 취한 방법이었다.
숲을 베고 진지를 치고, 인간과 뱀파이어들이 번갈아가면서 망을 보고 있었지만, 조제성이 바라는 데로 였다. 조제성은 츠키시마를 최소한의 희생과 최소한의 반감으로 차지하기 위해 열심히 고민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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