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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236화 (236/497)

236화 원치않은 자유

혼돈의 대륙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예상 외로 차분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쪽 군세가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아스족의 군세는 인간이고, 거인족의 군세는 몬스터였다.

몬스터들이 로키의 지시대로 움직인다고 하지만, 없던 지혜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로키의 지시대로 적과 아군을 구별하고, 공격할 대상이나 이동할 대상을 찾기는 하지만 지능은 형편 없었다.

전략 시뮬 게임에 흔히 등장하는 머리나쁜 유닛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전력적 우세는 아스족이지만, 무리하게 진격할 경우와 차분히 공략할 때의 피해 정도가 달랐다.

그래서 오딘은 징검다리처럼 요새를 만들며 진격 시켰다. 하늘에서 몬스터들을 공격해서 박멸하는 것은 무리였다. 융단 폭격을 시전할만큼 화약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 물자를 나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오딘은 프레이야가 게이트를 가지고도 급격한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게이트를 로키가 쥐고 있다고 해서 갑자기 강해지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프레이야는 현실 세계에 변변한 기반이 없었다는 점과 급격한 변화보다는 엘프들과 신자들의 삶의 질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도 있었다.

구 소련에서 체르노빌 사태가 일어났을 때, 노동자들을 무방비한 상태로 뒷 처리에 무리하게 동원한 결과 대량 학살에 가까운 노동자들의 피해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원전사고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성공한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스신족도 거인족도 자신들에게 승산이 있으면 수천명이 죽건 수만명이 죽건 전쟁을 일으키는 쪽을 원했다.

하지만 현대인의 사고방식을 지닌 조제성은 그런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박원기의 경우엔 아예 불가능한 결단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군대는 전쟁 억지력으로 두고, 평화롭게 발전하는 것이 프레이야 진영의 목표가 된 것은 한편으로보면 유일한 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전쟁은 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피한다.

우연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전쟁 없이 프레이와 굴베이그, 펜릴의 영역까지 장악할 수 있게 된만큼 그 길은 잘못되지 않은 길임에는 분명했다.

만약 로키가 현실 세계에 기반을 둔 현자회와 손을 잡고 ‘제대로 된’ 게이트를 손에 넣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지 몰랐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제대로 된 게이트를 쥐게 될 날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었다.

게임 제목이 블러드 라인이라는 것은 현자회와 로키에게는 더욱 불행이었다. 현자회는 피를 통해서 힘을 얻는 집단이었기 때문에 ‘피의 연결’이라는 것이 게임이라는 사실을 연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폴로만이 그것을 어렴풋이 눈치챘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사실을 현자회에 알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세상을 움직이는 실력자가 되기를 원한 것이지, 악신들의 꼭두각시가 되기를 원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멀린은 그런 아폴로와 손을 잡았다.

멀린은 인터넷을 통해서 교묘하게 원기측에게 답변을 보냈다. 그 내용은 자신의 구출을 서두르지 말고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그가 노리는 것은 아폴로가 현자회에서 내란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 내란을 이용하면 현자회의 세력을 반감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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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아더 따위는 내가 만든 꼭두각시야. 녀석이 왕의 핏줄일리가 있나. 그저 왕의 핏줄이라고 내가 날조했을 뿐이지. 지금와서야 그저 쓸모있는 이능을 가진 계집애에 지나지 않지.”

멀린은 그렇게 말하며 와인을 들이켰다. 전형적인 교활한 책략가다운 말투였다. 그리고 아폴로는 그런 그의 말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보기에 아더는 엑스칼리버의 이능을 제외하면 별다른 가치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감이 넘치는 오만한 인물이었다. 능력도 카리스마도 있었다. 시대를 잘못태어난 영웅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멀린이 자신에게 넘어왔다고 믿었다. 멀린의 외모가 그를 착각하게 만든 것도 있었다. 젊음의 에너지 덕분에 활기차게 행동하고 호기심도 많아서 생각보다 많이 젊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평생의 주군에게 일생을 바치고도 모자라서 또 모시고 싶어하는 고지식한 늙은이였다.

사오십대의 책사였다면, 아폴로에게 끌려서 일생을 걸어보려고 드는 것도 가능했을지 몰랐다. 하지만 멀린은 이미 인생의 쓴 맛, 단 맛, 허무함까지 다 맛 본 상태였다.

“블레이드는 어떻게 할까요.”

아폴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애초 계획대로 돈많은 놈들에게 팔아먹도록 해. 엑스칼리버가 양산된만큼, 이젠 그리 가치는 없을거야. 지나치게 고지식해서 이 시대에는 맞지 않아. 랜슬롯 그놈도 그렇게 처리한 것 같은데.”

멀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쿨하게 말했다. 아폴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책사다운 냉혹한 면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정에 이끌리는 자는 쓸만한 책사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태도가 오히려 믿음을 주었다. 아더를 쉽게 배신한다면 자신도 쉽게 배신할 거라고 생각하는게 일반적이었다.

그런 면에서 기회주의자는 저런 태도를 취하지 않는 법이었다. 자신을 진심으로 믿기에 저런 솔직한 태도를 보여준다고 믿었다.

“그럼, 조만간 블레이드도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멀린은 별다른 내색없이 현자회를 장악할 책략에 대해서 아폴로에게 조언했다. 멀린의 책략은 제법 기발하지만 쓸모가 없는 것들이었다. 현자회의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아폴로는 그래서 멀린의 책략들이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자신이 알고있는 현자회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쥐고 있는 전력에 대해서 풀어놓기 시작했다.

책략의 기본은 적과 자신을 아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멀린은 그렇게 아폴로에게서 정보를 빼내고 있었다. 아더왕에 대해서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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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대륙에서 거인족과 아스신족의 전투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수인족들은 놀제로의 지도아래 급격하게 세력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거인족의 세력, 곧 몬스터들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 첫번째 이유였다.

몬스터들의 절반은 블러드라인으로 투입되어 경험치와 아이템을 드랍하고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아스 신족을 공격하며 대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스신족의 경우에는 요새들을 만들고 있기는 했지만, 목적은 어디까지나 게이트의 확보였다.

에인페리아나 신관들은 물론이고 신들의 힘도 미치지 못하는 혼돈의 대륙을 장악하는 것은 별 관심이 없었다. 혼돈의 힘에 물든 수인족들이나 용족들 역시 몬스터들이나 다름 없었다.

따라서 대륙을 지배하는 요새라기보다는 게이트를 장악하기 위한 징검다리의 역할을 하는 요새들이었다.

그래서 놀제로는 게이트로 향하는 진로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장악하는 것이 그리어렵지는 않았다. 특히 굴베이그의 존재가 큰 힘을 발휘했다.

강력한 수인족이나 용인족들이 혼돈의 힘을 모으기 위해 대량으로 살육당한 결과, 노예취급당하던 인간들이나 미약한 힘의 반수족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커졌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굴베이그의 존재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혼돈의 대륙 내에서 신성력의 결계를 치고, 그 안에서 굴베이그의 신관들이 치료를 하기 시작함으로써, 굴베이그를 섬기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놀제로와 굴베이그를 중심으로 새로운 국가가 태동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조제성은 놀제로에게 오딘과 손을 잡도록 지시를 내렸다. 요새 건설에는 많은 자원이 필요했다. 그 모든 것을 바다 건너편에서 운반해 올 수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놀제로가 자재와 식량을 공급하겠다는 제의를 하자, 오딘은 협약을 체결하고 놀제로가 혼돈의 대륙을 장악하는게 협력하기로 했다.

“옆집 전쟁만큼 짭짤한 장사도 드물지.”

조제성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오딘은 여전히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이긴 했지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이용하는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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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예를 통해서 원기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원기의 마음에 걸린 것은 이능을 가진 이들의 혼란이었다.

천사의 날개 조직에 스카우트된 이들은 혼란을 겪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유도 모르고 이능에 눈뜬 이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생겨난 이능이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병이 아닐까 생각한 이들도 있었고, 무언가 대가를 요구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봉인당한 이들의 상실감도 적지 않았다.

원기는 잠시 생각한 다음, 원고를 하나 작성했다. 그리고 그 원고를 조제성에게 보였다.

츠키시마에서 엘프들을 지휘해서 뱀파이어들을 사냥하고, 마을을 제압해 나가던 조제성은 게임 메시지를 통해서 원기의 원고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괜찮을 겁니다. 이대로 ‘방송’하셔도 될 겁니다. 가능하면 정기적으로 해주시는게 어떨까 싶군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말이지요.]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

[이능을 악용하는 이들이나 이능을 가진 자들을 위협하는 세력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간단히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음, 그것도 그렇겠군요.”

원기는 조제성의 메시지에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을 가다듬은 다음 모든 이능을 가진 이들을 상대로 발신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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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혹시 민폐를 끼쳐드리게 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에 직접 말을 거는 저는 누구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까요. 며칠 전에 벌어진 ‘아이시발’ 사건의 주인공입니다.

아오시발이라고 들으신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착각입니다.

제 이름에 대해서 아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제 이름은 잊어주세요.. 여러분이 알 필요 없는 이름입니다. 굳이 절 부르시고 싶다면 ‘아이시발’이라고 불러주세요.]

원기는 아오시발을 아이시발로 살짝 수정했다. ‘아오’라는 표현이 남성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여신에게는 안어울린다는 생각에 쓸데없는 수정을 했다.

그리고 쓸데없이 추종자를 늘리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대한 가볍게 실없는 존재를 컨셉으로 잡았다.

[제 목소리가 들리는 분들은 모두 초능력을 갖게 된 분들입니다. 아마 자각 못한 분들도 계시고 봉인당한 분들도 계실 겁니다. ‘나는 여신을 믿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신 분들이 능력을 봉인당한 것으로 압니다.

저를 부정하는 분들은 능력을 봉인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절 여신이라고 아시는 분들이 계시는걸로 압니다.

하지만 전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신’과는 거리가 멉니다. 죽여도 되살아나는 무좀균처럼 죽인 것처럼 보여도 되살아나기도 합니다만, 끈질기게 박멸하면 박멸되는 무좀처럼, 저도 사라질 수 있는 존재라고 보시면 됩니다. 전지전능도 영원한 생명도 없지만 인간과는 다른 영적 존재지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서양 잡귀’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신이 아니라 서양 잡귀니까, 괜히 여신을 믿는다고 하시면 안됩니다. 그리고 기도하셔봐야 전 들을 수도 없습니다.

기도하시면 여러분의 생명력의 일부가 빠져 나와서 제 양식이 됩니다. 그러니까, 제게 기도하는 멍청한 짓을 하시는 분들은 없으시겠지요.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만, 여신이 아니라 서양 잡귀입니다. 착각하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물론 제 선대부터 여신을 섬겨온 이들에게만큼은 여신으로서의 책무를 다 할 생각 입니다만, 여러분들에게는 그냥 서양 잡귀입니다.

여러분들이 얻은 초능력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여러분들이 초능력을 얻게 된 것은 일종의 사고입니다. 제게 도움을 주실 분들이 강해지도록 힘을 전해드리는 과정에서 그게 좀 샜나 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초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따로 조건이 붙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몸에 나쁜 것도 아닙니다.

혹시 필요없다고 생각되면 ‘여신 따윈 믿지 않아.’라고 말씀하시면 더 이상 여러분들을 괴롭히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의 능력이니, 여러분들을 위해서 쓰십시요. 다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법을 어기거나 다른이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는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사거나 혼란을 줄 수 있으니 꼭 비밀로 하시기 바랍니다.

현재 국가에서 초능력을 연구하는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그곳에 등록하시면, 월급도 주고 여러분들의 능력을 나라를 위해 좋은 일에 쓸 수 있다고 봅니다.

능력이 봉인된 분들도 신청하세요. 여러분의 능력을 풀어줄 신관이 그곳에 한명 있습니다. 아, 신관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서양잡귀를 모시는 무당이 한명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국가에 등록하시고 싶으시면 전화 XX-XXXX-XXXX로 연락하시면 될 겁니다.

아, 한가지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아직 국가에 등록되지 않으신 분들 가운데에서 혹시 제게 협력해 주실 분들이 계시면, 다음 일요일 명동 거리에 와주시기 바랍니다. 제게는 여러분들의 능력이 보이는 만큼, 그날 확인을 하고 제게 도움이 될 능력을 가지신 분들께 나중에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자유입니다. 나라를 위해 봉사를 하시든, 저를 도와주시든, 자신을 위해 살든 원하시는데로 하시면 됩니다.

저는 이 지구에 속한 존재가 아니고, 제 추종자들도 이 지구에 속한 이들이 아닙니다. 제게 얽매일 필요는 없으니,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시길 마음속으로 기원합니다.

초능력을 가진 이들을 적대하는 세력이나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니, 이렇게 여러분에게 알리는 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원기는 그렇게 좀 장황하고 실없어 보이는 통신을 날렸다. 말하고 싶은 것은 간단했다. 이능이 몸에 해롭지 않으니 걱정말고 자유롭게 살라는 것이었다.

조제성은 서양잡귀라고 강조하며, 섬기지 말라는 당부를 들으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설득력 없는 설득이라는게 바로 이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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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는 자신의 여신 캐릭터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느껴지는지를 알지 못했다. 또한 자신의 텔레파시가 어떻게 들리는지를 알지 못했다.

원기의 메시지는 말 그대로 여신의 목소리였다.

자신을 생각하는 따뜻하고 포근한 그리고 거룩한 목소리였다.

자신을 서양잡귀라고 소개해도, 도저히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조제성이 정기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라는 것도 사실 그 때문이었다.

원기의 메시지는 들리는 모두에게 있어서, 참으로 감미로우며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만족스러워지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의도가 전해지는 효과도 있었다.

그것은 원기가 자신으로 인해 이능을 갖게 된 이들을 걱정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행복해지기를 원한다는 것, 그리고 여신으로 섬기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 메시지와 별도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여파는 원기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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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랑과 미움중 어느쪽을 좋아하는가?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랑’을 원하고, ‘미움’을 원치 않는다고 흔히 착각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랑보다 미움을 선호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게 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기뻐한다.

또한 미워하는 사람이 파멸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기뻐한다. 깊은 만족을 느낀다.

미움이 클수록, 그의 파멸이 가져다 주는 달콤함이 더욱 강력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나 소설, 멜로 드라마는 물론 동화에도 악역이 빠질 수 없는 것이다. 악역에 대한 미움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야기에 빠져들고, 악역이 파멸할 때의 쾌감에 전율하게 되는 것이다.

악역을 미워하는 마음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악역을 미워하게 만드는가가 소설을, 영화를 흥행하게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 몰라도 사람들은 미움을 사랑한다.

사람들은 자유를 사랑하는가? 지배를 증오하는가?

사람들은 생각만큼 자유를 사랑하지 않는다. 생각보다 지배받는 것을 좋아한다. 지배는 보호를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부모의 간섭은 귀찮지만, 동시에 부모에게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사람들은 뛰어난 지도자, 강한 국가를 원한다. 애국심도 때로는 국가에게 보호받고 싶다는 마음의 발로인 것이다.

이능을 각성한 이들은, 간절한 염원이 있는 사람들이다. 모든 것이 채워진 이들은 간절함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무언가가 결여된 사람들이었기에, 간절한 염원을 갖고 있었다.

프레이야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그들은 프레이야와 연결됨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찾아 헤매던 목마름이 채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들이 느낀 것은 자신들이 품안에 들어오는 것을 강렬히 거부하는 프레이야의 의사였다. 원치않는 자유를 주겠다며, 그들을 안전하고 포근한 둥지안에 들여보내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필요한 능력이 있으면 스카우트하겠다는 말이 대다수의 이능자들을 진정시켰다. 깃털 안에 포함된 이들도 자신들이 모르는 여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낄 정도였다.

초능력 연구소에 있는 이들의 혼란은 한층 심했다. 나지예에게 가서 하소연하는 것은 양반이고, 벽에 머리를 찧거나 자해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양 잡귀라. 재미있는 분이로군. 그런데 왜 이런 난리가 난거지?”

연구소장은 프레이야의 연설 전문을 읽어보면서, 혼란에 빠진 초능력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신 공격이라도 당한 듯한 느낌이었다.

“혹시, 이게 진심이 아니고, 종교를 만들어 포교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랬다면, 이런 반응은 없었을거에요.”

나지예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자신이 신관이 되었다고 하지만, 협력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로서는 자신을 비롯해 다른 이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여신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여신의 진심을 들은 이상, 그것을 거스를 수도 없기에 그녀로서는 답답함만이 강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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