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화 달나라 이야기
메테오로이드, 유성체라고 불리우는 작은 소행성들은 생각보다 많은 수가 떠 있었다. 유성우가 발생하는 시기에는 우주를 관측하기 위한 센서들도 정상 작동하기 힘들었다.
조제성은 유성체로 위장한 달 착륙선을 만들고 그것이 포착당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만전을 기했다.
‘문제는 발사 횟수로군.’
위성에 달린 거울형 게이트는 세계수와 연결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신성력을 축척시켜 사용하는 방식이라, 2회가 고작이었다.
유성체로 위장한 달착륙선은 달 중력에 이끌려서 달 뒷면에 떨어지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 착륙선이 달에 추락하기 직전 폭발을 일으키면서 거울이 무사히 달 표면에 떨어지도록 되어 있었다.
물론 실패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고, 이 게이트도 사용한도는 3회가 고작이었다.
결국 달 게이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월면 기지에 신성력을 유지할 수 있는 존재가 머무를 필요가 있었다.
그 존재는 프레이야, 굴베이그, 펜릴이었다.
굴베이그의 경우 씨앗을 추출하기 위해서 죽음을 겪어야 했지만, 펜릴의 경우에는 펜릴에게 씨앗을 직접 양도받은 것이라 그런 절차가 필요 없었다.
놀원의 운명 캐릭터에 펜릴의 신성을 이식하는 것으로 간단히 완성되었다. 월면 기지에 굴베이그가 머물든 펜릴이 머물든 적어도 몇 개월은 거주할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세계수의 영역 하에서 우주 공간에서 살아가는 많은 어려움이 해소된다. 방사선이나 독성 물질의 영향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고, 저중력으로 인한 신체 약화도 막아준다. 그 밖에 다양한 문제로부터 신체의 약화를 막아준다는 점이 있었다.
하지만 진공에서 호흡을 하게 만드는 것은 무리였다. 독성이 강한 공기나 호흡에 맞지 않은 공기 속에서 호흡을 할 수 있게 하지만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적어도 몸에 받아들일 산소 정도는 있어야 사람이 살 수 있는 것이었다.
지구와 같이 인간이 살 수 없는 장소에서 인간이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을 테라포밍이라고 한다면, 세계수는 그 폭을 대폭 넓혀 주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금성의 90배나 되는 기압이나 화성의 200분의 1이 되는 기압에서 생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세계수만으로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행성은 태양계 내에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행성 아스가르드도 세계수의 범위 밖으로 나가는 순간, 즉사하는 정도로 적대적인 환경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월면 기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기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했다.
저중력의 문제는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주긴 하겠지만, 공기와 세계수만 존재하면 충분히 오랜 시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게 될 터였다.
물론 조제성이 제일 먼저 피신시킬 것은 대량의 컴퓨터 시스템이었다.
블러드 라인과 운명은 단일 서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분산된 서버들을 통해서 움직이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 중 하나를 달에 옮겨놓을 생각이었다.
지구의 모든 서버들이 멈추는 일이 있어도, 달에 있는 서버가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 심산이었다.
프레이야 진영의 여신 셋은 모두 운명 게임의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운명 게임이야말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게 조제성의 판단이었다.
처음에는 드워프들을 투입해서 땅굴을 파고 지하 기지를 만들 예정이었지만, 드워프들을 보내는 것이 무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주에 보낼 물자의 양이 한정되어 있었다. 음식과 공기, 그리고 휴식이 필요한 드워프를 보내는 것은 무리였다.
물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세계수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여신들 가운데 하나를 우주복을 입혀서 박아두면 되었다.
하지만 지하 기지 건설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데 아무것도 없는 곳에 방치한다는 것은 저항감이 있었다.
그래서 다음으로 선택한 것이 굴착용 로봇이었다. 하지만 거기에도 역시 문제는 있었다. 굴착용 자동 기계 같은 것들은 트러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 곁에서 해결해 줄 인간이 필요했다. 적어도 인간형의 무엇이 필요했다.
“마치 영화에 나온 터미네이터 같군요.”
“예. 발키리칩을 이용해 만든 안드로이드입니다. 외부 장갑을 씌우면 아이언맨 같은 로봇의 형태가 되고, 탄성이 있는 인조 피부를 씌우면 터미네이터처럼 인간 형태가 되지요. 인간을 능가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투용으로 쓸 수 있는 건가요?”
원기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 말에 조제성은 쓴 웃음을 지었다. 발키리 칩으로 만든 로봇은 영화에 등장하는 터미네이터와 비슷한 성능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다. 조금 둔한 대신 강한 힘을 지녔다.
그래서 게임 캐릭터를 사용하는 리디아와 모의 전투를 벌여보도록 했다. 결과는 처참할 정도의 완패였다.
인간의 세 배의 힘과 민첩성을 가진 리디아의 손에 금속 관절은 부서져 나가고 경량화한 티타늄 골조는 엿가락처럼 휘었다. 총격전을 벌이기엔 민첩성이 부족했다.
일반인 상대의 전투에는 투입해볼만 하다는 판단이지만, 그러기엔 너무 비쌌다. 훨씬 싸고 성능은 훨씬 뛰어난 엘프 군단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 고가의 물건을 전쟁에 투입하는 것은 바보짓이었다.
“파워 자체도 적의 사이보그에 비하면 어린애 취급 받기에 딱 좋습니다. 아더왕의 일부 추출한 뼈대를 보면 금속 가공 기술은 현자회가 우리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선진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더왕에게서 적출해 낸 인공 뼈의 경우, 무게는 비슷하지만, 리디아의 완력으로 간단히 휘게 만들 수 없었다. 인간의 뼈와 비슷한 무게에 강한 탄성을 지닌 오버 테크놀로지의 금속이었다.
성분 자체도 대단하지만, 구조 자체가 특수하기 때문에 녹여서 재활용한다고 그런 위력은 나오지 않았다.
“연금술사의 후예들답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제성 역시 막대한 돈을 긁어모으듯 벌고는 있지만, 진짜 초일류 대기업들에 비하면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만약 미국의 대형 군수기업 같은 것을 손에 넣었다면, 눈치볼 일도 별로 없을 터였다.
아직은 한국 내에서도 십위권 근처에도 못가는 형편이었다. 러시아에서 발사되는 위성에 신형 안테나 테스트라는 명분으로 게이트를 설치하는 것도 꽤 무리를 한 편이었다.
조제성의 책사 기질이 갖는 약점일 수도 있었다.
조제성은 승부사가 아니라, 안정을 취하는 타입이었다. 교토삼굴이라는 말처럼, 우선 우리가 안전해야 한다는 사고 방식이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량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제갈량이 궁지에 몰려서 공성계를 펴자, 사마의가 ‘저 놈은 승부를 거는 놈이 아니다.’라고 판단해서 물러난 것이 그 좋은 예였다.
제갈량과 사마의는 둘 다 승부사가 아니었다. 위험한 모험은 극력 피하는 타입이었다.
운좋아서 제갈량을 잡는 것보다는, 상대가 궁지에 몰렸으면 그것대로 좋다는 판단에서 사마의는 여유있게 관찰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죽은 공명이 등장했을 때 그가 물러난 것도, 자신이 대비하지 못한 돌발 사태에 뛰어들기 보다는 관망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현대 무기를 사들이는데 모든 자원을 집중해서 이판사판으로 오딘에게 승부를 걸기 보다는, 자원을 분산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곳저곳에 피신처를 만드는게 조제성의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런 조제성이 가져다주는 안정감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어서, 원기 역시 조제성의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었다.
눈앞의 승부에 전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십년 후, 아니 수백년 후까지 내다보고 착실히 진행시켜 나간다는 방식이 조제성의 방식이었다.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도 마찬가지였다. 유비가 전력을 긁어모아서 이판사판 도박에 나섰다면, 천하를 쥐었을지도 모른다. 승부사에 가까운 참모를 두었다면 선택해 볼만한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제갈량은 승부에 나서기 보다는 안전을 꾀했다. 중원에 있을 때는 유비의 매력으로 많은 인재를 얻어서 인재 부족을 느끼지 못했지만 촉땅으로 떠난 뒤에는 인재가 부족하고 국력이 부족하여 결국 가장 약한 세력으로 말라죽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제갈량의 장점이며, 약점이었고 조제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조제성과 제갈량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유리해질만한 요소를 조제성이 확실하게 쥐고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불리한 판을 뒤집는 승부사기질은 부족하지만, 유리한 판을 놓치지 않고 승리로 굳히는 것은 조제성의 가장 큰 특기라고 할 수 있었다.
“이놈들은 달 기지 건설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자동 굴착기 등의 정비나 수리 등의 관리에 쓸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놈들 말고도 좋은 일꾼들을 얻었습니다.”
조제성은 그렇게 말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뱀파이어들은 심장을 파괴하면 죽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사실 그런 편이었다. 하지만 잿속에서도 부활하는 뱀파이어의 전설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게 가능한 놈들이 있었다. 엘더 뱀파이어들이었다.
엘더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오래산 놈들이었다.
발키리와 유사한 영혼을 지닌 존재로 헬이 인간을 개조해서 만든 것이 뱀파이어라는 종족이었다.
뱀파이어의 영혼은 인간의 육신에서 얻는 에너지만으로는 유지 되지 않았다. 그래서 흡혈을 통해서 신성력과 비슷한 생명의 에너지를 얻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리고 육신은 노화되어 가지만, 영혼은 발키리와 유사한 불멸성을 얻게 되는 것이었다. 외모는 비슷하지만, 늙은 뱀파이어의 육체는 생기를 잃게 된다. 발키리가 조종하는 인간 육체처럼, 뱀파이어의 육체는 영혼이 조종하는 꼭두각시처럼 되는 것이다.
그로 인해서 뱀파이어는 영원한 생명에 가까운 영속성을 얻게 된다.
엘더 뱀파이어의 경우 심장을 파괴당하면 이미 생기를 완전히 잃었던 육체는 재로 변해버린다. 하지만 발키리나 다름없는 뱀파이어의 영혼은 헬의 곁에서 헬을 위해 봉사하게 된다.
신성력을 소모하지 않고 발키리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어 내는 수법인 것이다.
물론 헬에게 버림받은 지구의 뱀파이어들은 재의 곁에 머물다가 존재 자체를 유지할 힘을 잃고 흩어져 버린다.
다만 완전히 흩어지기 전에, 생명력을 공급받으면 그걸 통해서 육체를 끌어만들고 부활할 수 있었다. 재에서 부활하는 존재.
뱀파이어를 죽이고 마을 사람들의 인심을 얻기 위해 신관의 육체로 츠키시마를 방문한 리디아의 눈에 발키리화된 뱀파이어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조제성은 그들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엘더 뱀파이어의 육체는 생기없는 재를 뱀파이어의 영혼이 뭉쳐서 움직이는 골렘에 가까운 존재였다. 따라서 진공에서도 살 수 있으며, 먹을 것도 필요치 않았다.
뱀파이어들은 피를 통해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헌혈받은 혈액팩을 마셔봐야 살아갈 수 없다.
반면 신성력은 그들이 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보다 더 순도가 높은 것이었다. 그것을 공급한다면, 그들은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조제성은 그들에게 프레이야 여신을 받아들이면 부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월면 기지가 완공되면 그들에게 육신을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생생한 인간의 육신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에 엘더 뱀파이어들은 매력을 느꼈다. 뱀파이어들의 노화는 인간들의 노화보다 비참했다.
먹을 것에 의존하는 정도가 감소하면서, 모든 음식이 맛이 없어져 가는 것이다. 무얼 먹어도 콧물맛이 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되어가는 것이다.
육신을 통해서 얻는 모든 즐거움이 퇴색되어 버린다. 아름다운 외모를 이용해서 이성을 꼬시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쉬워지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이성과 살을 비벼도 사포에 살을 문대는 것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생생한 육체를 되찾을 수 있다는 말에 끌릴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헬과 연결된 뱀파이어들은 달랐다. 그들은 헬과 연결됨으로써 얻어지는 만족이 커지기 때문에 그녀를 위해서 발키리화되어 사는 것을 긍지로 여긴다.
펜릴의 정보를 통해서 조제성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프레이야를 위해서 일하다보면 저 뱀파이어들 역시 육체를 되찾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게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조제성은 그 시점에서 쓸만한 놈은 받아들이고, 쓸모없는 놈들은 육신을 주고 쫓아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주 개척에 두고 두고 써먹을 생각이기 때문에 20년쯤 지난 다음에는 뱀파이어 몇마리 육체를 주고 쫓아낸다고 별 위협은 되지 않을 터였다.
에인페리아의 육체는 흡혈이 불가능할것이었다. 아스가르드에 보내도 상관 없었다.
그렇게 언데드인 뱀파이어들이 신성력이 담긴 세계수의 액체와 함께 재의 형태로 월면 기지에 투입되게 되었다.
달의 소유권은 해양 자원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은 영토로 간주하지 않는 것이다.
독도에 물이 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영해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견해가 있는 것도 이때문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살 수 있게 만들어 진다면, 달을 영토로 선언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정착자 토지위양 선례라는 것도 있기 때문에, 선주권을 주장하게 된다면 달의 소유권을 주장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잘하면 달나라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지요. 프레이야님이 달나라의 주인이 되실 겁니다. 바니걸 여신님이야말로 달의 주인으로 어울린다고 생각되는군요.”
조제성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현세에서 영역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을 뿐더러, 원기도 원치 않았다. 하지만 달이라는 새로운 영토에 대해서 듣자 원기역시 마음이 끌리고 있었다.
세계수를 이용한 테라포밍에 성공한다면, 그건 전 인류에 대해서도 이득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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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sentra님이 알려주신 멋진 그림이 있어서 첨부합니다...^^;
(검룡전설 야이바의 한장면입니다.)
http://cfile8.uf.tistory.com/original/030540455090599E0358F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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